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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17)화 (17/426)

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17화

새로운 시작(2)

다음 날 아침.

어머니는 다시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돌아왔다.

쌓여 있던 감정의 찌꺼기를 모두 쏟아낸 덕분인지. 한결 후련해 보이기도 했다.

나도 무거웠던 마음을 조금 내려놓고,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출근을 준비했다.

“다녀올게. 엄마.”

“몸조심하고. 선물 보내주신 분한테 꼭 고맙다고 전해드려.”

“알았어…… 아! 그리고 어제 말 못 했는데. 우리 빚도 다 갚았으니까 좀 더 좋은 곳으로 이사할까?”

“갑자기?”

“건물도 오래돼서 난방이나, 수도 상태도 별로고. 너무 구석진 곳에 있어서 엄마 밖에 다니기도 힘들잖아.”

어머니의 병 치료를 위해 고향을 떠나 아는 사람 하나도 없는 도시로 왔다. 어려운 우리의 형편에 그나마 구할 수 있었던 집이 이곳이었다.

몇 년간 우리를 머물게 해준 고마운 곳이긴 했지만. 새로운 시작을 앞둔 이 시점에서 가장 벗어나고 싶은 곳이기도 했다.

이곳에서 행복한 추억보다는 어렵고 힘들었던 기억이 더 많았으니까.

어머니의 눈치를 보니 이사가 싫지는 않은 눈치였다.

“빚을 다 갚고도 아직 돈이 좀 남았어. 그러니까 돈 문제는 너무 걱정하지 말고 한번 생각해 봐. 부족하면 대출을 받아도 되니까.”

“응. 알았어. 한번 생각해 볼게.”

짧게 이사 이야기를 끝마치고 현관문을 나섰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골목길을 걸으며, 새로 이사를 할 집에 대해 즐거운 상상을 이어나갔다.

지하철에서 내려 인페리스 사무소에 거의 다 도착했을 때쯤.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

화면에 표시된 아주 오랜만에 보는 전화번호.

나는 반가운 마음으로 얼른 통화를 연결했다.

-여보세요?

“네. 오랜만이에요. 사과 아저씨!”

-시현이 맞지? 소 키우던 형님 아들 임시현?

“아저씨한테 매일 사과 얻어먹던 시현이 맞습니다.”

고향 옆집에 살며 아버지와 호형호제하던 분으로.

과수원에서 재배한 사과를 항상 가져다줘서 어렸을 적부터 사과 아저씨라 불렀던 이웃 어른이었다.

오랜만에 듣는 아저씨의 걸걸한 목소리에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아이고! 번호 바꿨을까 봐 엄청나게 걱정했네.

“잘 지내셨죠?”

-나는 잘 지내지. 그보다 돈 보냈으면 연락을 해주지. 오늘 아침에 확인했다가 엄청나게 놀랐어.

“죄송해요. 어제 연락을 드렸어야 했는데, 이런저런 일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아저씨는 어제 빚을 정리하면서 보낸 돈 때문에 연락한 것 같았다.

-그리고 원금만 보내면 되지, 뭐하러 이자까지 부쳐서 보냈어?

“은행 이자만 조금 더해서 보내드린 거예요. 이것도 안 보내면 죄송해서 어떻게 해요?”

-알았다. 그건 그렇고, 무리해서 돈 갚은 거 아니지? 아직 갚아야 할 빚 있으면 다른데 먼저 갚아. 아저씨는 급한 거 없으니까.

“아뇨. 은행 빚도 다 갚았어요. 걱정 안 하셔도 돼요.”

빚을 다 갚았다는 이야기에 아저씨는 정말 기쁜 듯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래? 으허허허! 이거 아침부터 기분 좋은 소식이네. 그동안 연락하면 혹시 부담스러워할까 봐 못했는데, 이제 자주자주 해야겠어.

“제가 먼저 연락을 드려야죠. 한번 찾아뵀어야 했는데…….”

-오긴 뭘 와! 다 먹고살기 바쁜데 통화만 한 번씩 하면 되지. 나중에 아버지 기일 되면 한번 내려와.

“네. 꼭 그렇게 할게요.”

아저씨는 통화를 끝내기 전에 나지막하게 말했다.

-시현아.

“네?”

-그동안 고생 많았다.

“…….”

왠지 모르게 울컥하는 감정 때문에 순간 목이 메어 왔다.

한 번도 스스로 고생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열심히 일했는데, 처음으로 그 노력을 인정받은 것 같았다.

-다음에 또 연락할게. 혹시 아저씨 도움 필요한 일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하고.

“알겠습니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아저씨.”

통화 연결이 종료되고.

나는 한동안 그 자리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은행 앞에서의 허무했던 느낌이 아니라, 처음으로 열심히 하길 잘했다는 성취감이 느껴졌다.

* * *

나와 어머니는 대출 상담을 위해 시내의 큰 은행을 방문했다.

평일인데도 수많은 사람이 바쁘게 지나가고, 각자의 대기 번호표를 가지고 기다렸다.

팀장 명찰을 단 남자 은행원은 컴퓨터의 모니터를 확인하며 표정을 흐렸다.

“혹시 아들분께서는 지금 일을 쉬고 계시는 건가요?”

“지금도 일하고 있긴 한데…….”

“기록을 확인해 보니 수입은 계속 있으신데, 딱히 명확한 일자리가 없으셨네요. 그리고 지금은 어디서 수입을 얻으시는지 정확히 파악도 안 되고요.”

‘마계농장에서 일하는데요.’

라고 은행원에게 설명할 수도 없으니 굉장히 답답한 노릇이었다.

“전세대출이 필요하다고 하셨는데, 제가 확인해 봤을 때는 좀 힘들 것 같습니다. 고객님.”

“제가 일자리가 확인이 안 돼서 그런 건가요?”

“그것도 있고. 어머님, 아드님 두 분 다 신용등급이 조금 안 좋으세요. 아마 대출 승인이 힘들 것 같습니다.”

가만히 듣고 있던 어머니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남편이 농장 운영할 때부터 쭉 여기만 이용했거든요. 벌써 몇십 년째인데, 어떻게 안 될까요?”

“그건 정말 고맙게 생각합니다만, 대출 심사에서 크게 고려될 사항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럼 혹시 제가 일자리를 구하면 대출이 좀 나올까요?”

“엄마. 그게 무슨 소리야?!”

나는 깜짝 놀라 어머니의 말을 가로막았다.

“왜? 나도 이제 멀쩡한데. 일하러 나갈 수도 있지.”

“안 돼! 죄송합니다. 팀장님. 못 들은 거로 해주세요.”

상담을 해주던 직원은 애매한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그 뒤로 몇 가지 질문이 더 이어졌다.

결국에는 모두 부질없는 일이었다.

은행 직원은 정말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힘들다는 말을 되풀이할 뿐이었다.

이 사람이 정말 진심으로 안타까워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건 우리 가족에게 쉽게 빌려줄 돈은 없다는 사실이었다.

은행을 빠져나온 우리는 건물 옆에 설치된 벤치에 자리를 잡았다.

오늘 하루 농장에 휴가를 내고 어머니와 함께 이사할 만한 집을 찾아볼 예정이었는데, 예상보다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몇 년 전에 이곳으로 올라왔을 때보다 집값은 훨씬 올라 있었다.

지금 가진 돈이라고는 빚을 갚고 남은 몇천만 원과 사는 집의 보증금이 전부.

이 돈을 가지고는 더 좋은 집을 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그래서 대출을 받으러 은행을 찾았는데 답답한 현실만 확인한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워졌다.

“아들. 우리 그냥 아빠 고향으로 다시 내려갈까?”

“…….”

“이제 큰 치료는 필요 없을 것 같고, 가끔 검사가 필요할 때만 올라오면 될 것 같은데.”

어머니가 하는 생각을 나도 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이곳의 생활이 힘들 때마다 매번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어머니가 쓰러졌을 때.

지방의 작은 병원에서는 손도 쓰지 못하고, 쫓기듯 이곳으로 오게 됐다.

혹시나 어머니에게 또 그런 일이 생길까 봐 어떻게든 여기서 버티고 싶었다.

옆에 있는 어머니가 신경 쓰여서 속으로 한숨을 삼키는 와중에 휴대폰이 울렸다.

발레리안에게서 온 전화였다.

“엄마, 잠시만. 일하는 곳에서 연락이 와서.”

“응. 알았어. 천천히 받고 와.”

나는 벤치에서 조금 떨어져 통화를 연결했다.

-안녕하세요. 시현 씨.

“리안 씨. 무슨 일이세요?”

-오늘 휴가 내시고 새로 이사할 집 찾으신다고 하셨죠? 혹시 벌써 정하셨나요?

“아직 못 정했어요. 생각보다 새집 구하는 게 쉽지 않네요.”

-……무슨 문제라도 있으신가요?

평소라면 전혀 내색하지 않았을 텐데, 오늘따라 답답한 마음 때문인지 짧게나마 내 상황을 말해줬다.

-그런 일이 있었군요. 저기 지금 계신 곳이 어디시죠?

“네? 여기요? ‘우리행복 은행’ 앞인데요.”

-잠시만 거기서 기다려주세요.

있는 곳을 묻더니 발레리안은 갑자기 통화를 종료했다.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다시 어머니가 있는 벤치로 향했다.

“무슨 급한 일이라도 있었니?”

“아니. 별일은 아닌 것 같아. 엄마 여기서 조금만 더 쉬다가 갈까?”

일단은 발레리안의 요청대로 잠시 기다리기로 했다.

근처에 자판기에서 뽑아온 음료수를 마시며, 바쁘게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최근에 사람 구경하기 힘든 농장에서만 시간을 보내서 그런지, 멍하니 사람 구경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어머니와 함께 벤치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여기 계셨군요!”

은행 입구에서 누군가 부리나케 달려왔다.

아까 상담을 도와줬던 은행 직원이었다.

꽤 급했는지 숨을 헐떡거리며 우리 앞에 섰다.

“허억. 두 분…… 헉…… 잠시만요.”

“네? 왜 그러세요?”

“아까 상담하셨던…… 대출 문제로 지점장님께서 찾으십니다. 같이 들어가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아까의 여유로운 표정은 온데간데없고 굉장히 다급한 감정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직원의 간절한 부탁에 나와 어머니는 다시 은행 건물로 향했다.

은행 직원의 안내에 따라 도착한 방에는 직급이 높아 보이는 인물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오시죠. 이곳 은행 지점을 맡은 김형수라고 합니다.”

“아. 예…….”

“안녕하세요.”

자신을 이곳의 책임자라 소개한 사람은 매우 반갑게 우리를 맞이했고, 나와 어머니는 얼떨떨하게 그 인사를 받았다.

우리가 그의 안내로 편안한 자리에 앉자마자 아까의 은행 직원이 서류뭉치를 김형수에게 건넸다.

얼핏 보아하니 나와 어머니에 관한 서류인 것 같았다.

김형수는 서류를 대충 훑어보더니 앞에 놓인 테이블 한쪽으로 치워버렸다. 그리고 영업용 미소와 함께 입을 열었다.

“하하. 전세대출 때문에 은행을 방문하셨다고요? 아주 잘 오셨습니다. 이번에 정말 좋은 금리로 나온 상품이 있는데 직접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아까와는 180도 달라진 상황에 나와 어머니는 더욱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저…… 지점장님. 이분들은 상품 가입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어허! 강 팀장. 조용히 있으세요. 쓸데없는 소리 할 거면 나가서 손님들 드릴 커피나 좀 타오세요.”

“…….”

“아니. 그것보다는 카페에 가서 주문하는 게 훨씬 좋겠네요.”

지점장은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 부하 직원에게 건넸다. 그는 기가 죽은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나와 어머니에게 물었다.

“고객님들. 어떤 거로 주문하시겠어요?”

“저는 그럼 녹차 라떼 시원한 거로…….”

“엄마…….”

“왜? 이럴 때는 그냥 ‘고맙습니다’하고 받는 게 좋은 거야.”

“…….”

“하하. 어머님 말씀이 맞습니다. 아드님도 마음껏 시키시죠.”

너무 당황스러운 상황.

그리고 자연스럽게.

매력적인 미소를 짓고 있는 발레리안이 떠올렸다.

* * *

그 뒤로 김형수 지점장과의 대화는 별 내용이 없었다.

꼼꼼히 하나하나 따지던 처음의 은행 직원과는 다르게, 무조건 대출해 주겠다며 나와 어머니를 안심시켰다.

너무 쉽게 빌려주겠다고 하니 지점장이 아니라 혹시 사기꾼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아들. 정말 잘됐지? 누구 아는 사람한테 부탁이라도 한 거니? 그 지점장이라는 사람 우리를 대하는 태도가 엄청 친절하던데?”

“으음. 그게…….”

나도 정확한 사정을 몰라 답답해하고 있을 때. 마침 발레리안에게서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이번에도 어머니 곁에서 떨어져 통화를 연결했다.

-아! 은행 일은 잘 해결되셨나요?

“잘 해결되긴 했는데. 도대체 어떻게 하신 거죠?”

-특별한 일을 한 건 아니고요. 이쪽 차원에 머물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된 분들에게 부탁 좀 드렸습니다.

몇 분 되지도 않는 짧은 시간에, 커다란 은행 지점장을 흔들 정도면.

도대체 어떤 분들이길래…….

“저 때문에 혹시 무리하신 게 아닌지?”

-전혀요! 이 정도는 얼마든지 해드릴 수 있습니다. 저번에도 말씀드렸죠? 아직 시현 씨가 한 일의 대가를 충분히 돌려드리지 못했다고.

“그냥 예의상 한 이야기가 아니었나요?”

-절대 아닙니다. 마음 같아서는 돈을 빌려드리는 게 아니라 그냥 드리고 싶지만. 이쪽도 나름대로 규칙이 있어서…….

발레리안이 이렇게까지 말하니 조금은 부담스러운 마음이 덜해지는 것 같았다.

-어려운 일 있으면 꼭 말씀해 주세요. 혹시 농장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내려가야겠다는 생각을 하신 건 아니시죠?

뜨끔.

나는 괜히 마음이 찔려 일부러 과장되게 대답했다.

“그럴 리가요. 저는 마계농장에 뼈를 묻기로 했습니다.”

-하하하. 아주 좋습니다.

발레리안은 내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크게 웃었다.

-그리고 문자 하나 보내드릴 텐데. 아직 마음에 드는 집을 못 찾으셨으면 거기에 있는 번호로 연락 한번 해보세요.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리안 씨.”

-별말씀을. 그럼 다음 출근 때 뵙겠습니다.

발레리안과 통화가 끝나고.

나는 문자를 확인해 적혀 있는 연락처로 전화를 걸었다.

“아. 네. 이사할 집을 구하려고 연락드렸는데요…….”

* * *

-철컥!

“자. 이 집입니다. 들어오시죠.”

소개받은 부동산 중개업자를 따라 집 안으로 들어섰다.

“생각보다 훨씬 깔끔하네요?”

“그렇죠? 건물을 지은 지 3년 정도 지났는데. 거의 신축이나 다름없습니다. 이 집도 실사용 기간은 1년 반이 조금 안 돼서 아주 깨끗합니다.”

전체적으로 깔끔한 느낌의 구조에, 거실에서 보이는 조망도 나쁘지 않았다.

거실과 부엌, 화장실.

큰방 2개에 작은 방 1개.

두 명이 살기에 작지도 크지도 않은 딱 알맞은 느낌이었다.

거기다 집이 있는 위치도 굉장히 좋았다.

무엇보다 교통편이 편하고, 어머니 병원이나 인페리스 사무소 또한 멀지 않았다.

이곳저곳 집을 꼼꼼히 살펴보던 어머니도 꽤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이 집은 전세금이 어떻게 되나요?”

“아마 생각하시는 것보다 훨씬 쌀 겁니다. 여기는 국가에서 제공하는 장기 임대 주택이나 다름없어서.”

중개업자가 보여준 가격은 확실히 저렴했다.

2억이 안 되는 금액으로 이 정도 입지 조건의 집은 절대 구할 수 없다.

금액을 듣자 어머니는 완전 마음을 굳힌 듯 보였다.

“제가 중개업자라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웬만하면 여기 계약하시는 게 좋습니다. 이만한 매물 정말 구하기 힘들어요.”

“그럼 언제 이사할 수 있나요?”

“이미 빈집이라서, 계약금만 입금되면 바로 들어오실 수 있습니다.”

어머니와 나는 바로 계약하기로 마음먹었다.

아까 은행 지점장을 만났을 때처럼 너무 조건이 좋아서.

혹시 사기가 아닌가 의심이 들기도 했지만, 중개업자의 친절하고 상세한 설명에 금방 의심을 지워냈다.

생각보다 훨씬 좋은 집을 싸게 계약해서.

아주 오랜만에 어머니의 행복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엄마. 마음에 들어?”

“물론이지. 정말 꿈만 같다.”

“조금만 기다려. 다음에는 훨씬 더 좋은 집으로 이사할 테니까.”

“어휴! 엄마는 이 정도만 해도 충분해. 이상한 데 돈 쓰지 말고 잘 모아뒀다가 너 결혼 자금에나 보태.”

어머니는 새로운 집에 들여놓을 가구들을 상상하며 설레는 표정을 지었다.

나도 뿌듯함에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일이 순조롭게 풀리자 정말 많은 도움을 준 발레리안이 떠올랐다.

나중에 선물이라도 마련해야겠네.

으음. 선물 사는 김에 농장 식구들 것도 전부 하나씩 준비할까?

이제는 어색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농장 식구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각자에게 어울리는 선물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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