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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45)화 (45/426)

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45화

감시관의 임무(7)

‘차원관리본부? 거기다 본부장이라고? 갑자기 이런 거물이 왜…….’

장병호는 머리가 혼란스러워졌다.

일반인들은 그 무게감을 쉽게 가늠하지 못하지만, 이쪽 바닥의 생리를 조금이나마 아는 사람이라면 ‘차원관리본부’의 영향력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의 형님인 백호 길드의 길드장이더라도 쉽게 상대할 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정말…… 차원관리본부 소속이십니까?”

-믿건 말건 상관없습니다. 용건만 빠르게 말씀드리죠. 지금 당장 임시현 씨에게 정중하게 사과드리고, 모든 상황을 조용히 수습하세요.

“…….”

-이건 권고사항이 아닙니다. 지금 저는 경고를 드리고 있는 겁니다.

무례하다가 느껴질 만큼 일방적인 통보에 장병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평소 같았으면 무조건 숙이고 들어갔겠지만, 믿는 구석이 있다고 생각한 그는 자존심을 세우기 시작했다.

“아무리 차원관리본부라지만. 너무 막무가내인 거 아니요? 애초에 우리는 피해를 본 입장이고, 상대는 불법 아티팩트를 사용했다는 증거도 명확한데. 왜 우리가 사과해야 한단 말이오?”

-…….

상대방이 반응이 없자 장병호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아무리 차원관리본부라고 해도 지금의 상황을 뒤엎기는 힘들지.’

하지만 그의 안일한 생각은 오래가지 못했다.

-재작년에 있었던 괴수 부산물 처리 과정에서 탈세 혐의. 중소 길드와 불합리한 계약으로 이른바 갑질 정황. 지역 정치인과 불법적 정치 자금 스캔들.

“…….”

-친혈육이라 그런지 옆에 계신 조카분의 이력도 화려하군요. 자잘한 성추행부터 지위를 이용한 일방적인 폭행, 심각한 성범죄 혐의까지.

이기석의 입에서 백호 길드의 취약한 부분이 술술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몇몇은 세상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아주 은밀한 비밀이었다.

장병호의 안색이 새하얗게 질렸다. 하지만 아직 조금이나마 남아 있는 자존심으로 미약하게 저항했다.

“지, 지금 무슨 소리를?! 이미 다 지나간 일이요, 모두 무죄나 혐의없음 처리…….”

-그 사건들을 덮은 것이 온전히 당신네 힘으로 해냈다고 생각합니까?

“…….”

-갑자기 대형 길드가 무너지면 여러 가지로 골치가 아프니까. 그래서 적당히 눈감아 준 겁니다. 그게 이 나라에 이득이라고 생각하면서. 하지만…….

이기석의 말에서는 차가운 냉기가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넘으면 안 될 선이 있고, 건드리면 안 될 존재가 있는 겁니다. 언제까지 당신들이 갑의 위치에서 보호받을 거라 생각했다면 아주 큰 오산입니다.

장병호의 온몸에 조금씩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본능적으로 뭔가 일이 잘못 흘러가고 있다는 예감이 들었다.

평범해 보이는 눈앞의 남자.

머릿속에는 임시현의 정체에 대한 의문만이 크게 자리 잡았다.

“도대체…… 저자의 정체가 뭐길래…….”

-생각보다 눈치가 없군요. 지금까지의 상황만 놓고 봐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텐데요.

‘식별 코드가 없는 엄청난 출력의 아티팩트…… 차원관리본부의 본부장이 직접 나설 정도의 인물…… 헉?!’

그의 뇌리에 번쩍하고 무언가 스쳐 지나갔다.

“마족의 계약자…….”

-이제야 상황파악이 된 겁니까?

“…….”

-다시 한번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문제를 임시현 씨와 원만하게 해결하지 못한다면, 그 책임은 절대 가볍지 않을 겁니다.

장병호는 핼쑥해진 얼굴로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 * *

휴대폰의 통화가 종료됐을 때.

주변의 분위기는 180도 변해 있었다.

완고하게 나를 압박하던 형사들은 내 눈치를 보기 시작했고, 백호 길드 사람들도 난감한 표정으로 눈알을 이리저리 굴렸다.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서예린이 내게 속삭였다.

“시현아.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누구한테 전화했길래 전부 빌빌거려?”

“나중에 설명해 줄게.”

“으으. 꼭 설명해 줘야 한다?”

발레리안을 믿고 명함의 연락처로 전화를 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효과가 좋았다.

역시 인맥이 좋긴 좋아.

“형사님. 제 아티팩트에 문제는 해결된 거죠?”

“아! 물론입니다. 이기석 본부장님이 직접 확인하셨다면 당연히 문제가 없겠죠. 번거롭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아티팩트가 해결됐으니. 또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았죠? 아까 백호 길드 쪽에서 공격을 받았다고 말하던데. 그 부분에 대해서 저희도 하고 싶은 말이 있거든요.”

나는 아주 자세하게 11에리어에서 있었던 일을 형사에게 설명했다.

중간중간에 서예린도 끼어들어 설명을 보충했다.

상황 설명이 끝났을 때, 강홍석 형사는 매서운 눈빛이 백호 길드 사람 쪽으로 향했다.

또한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의 눈초리도 날카로워졌다.

“제가 두 분에게 들었던 것과 상황이 아주 다르군요. 어떻게 된 건지 해명을 해주시죠.”

“…….”

자신만만하던 장병호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조개처럼 입을 꾹 다물었다.

주변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의 수군거림이 점차 커졌다.

옆에서 지켜보던 장현재가 참지 못하고 외쳤다.

“삼촌! 갑자기 왜 그래요?”

“…….”

“증거 있어? 내가 먼저 공격했다는 증거 있냔 말이야!”

사람들 속에서 여자 한 명이 손을 들고 앞으로 나섰다.

“제가 들었어요.”

“……?!”

“저는 12에리어에서 날아온 독 포자 때문에 쓰러져 있었는데. 그때 11에리어 쪽에서 전투가 벌어지는 소리와 함께 저분의 목소리를 들었어요.”

“그게 사실입니까?”

“네. 몸은 움직일 수 없었지만, 정신은 말짱해서 확실히 기억나요. 저 남자분이 11에리어에 침입한 게 분명해요.”

자세한 증언까지 나오자 백호 길드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싸늘해졌다.

“저놈이 먼저 습격한 거야?”

“와. 진짜 양심 없는 놈이네. 그래놓고 오히려 신고까지…….”

“원래 백호 길드가 소문이 안 좋았잖아.”

그리고 증언을 한 여자는 우리 쪽을 향해 꾸벅하고 고개를 숙였다.

“두 분 덕분에 무사히 탈출했는데, 미리 나서지 못해서 죄송해요. 아까는 분위기가 너무 무서워서 그만…….”

“괜찮아요. 지금은 이렇게 나서주셨잖아요.”

“정말 죄송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나와 서예린 그리고 백호 길드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극명하게 갈리기 시작했다.

결국, 체념한 표정의 장병호가 먼저 백기를 들었다.

“저희 쪽에서 뭔가 착오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삼촌!”

“입 다물어라. 이 쓸모없는 놈!”

“…….”

“제 조카도 지금 힘든 상황이고, 그쪽 두 사람의 몸 상태도 정상인 것 같지 않아 보이는데. 이 문제는 나중에 따로 이야기를 나누는 게…….”

그는 어떻게든 이 상황을 빠져나가려 하고 있었다. 이걸 보고만 있을 서예린이 아니었다.

“아저씨! 방금 여자분 이야기 못 들었어요? 저 변태 같은 놈이 우리를 습격했다고요. 어딜 슬금슬금 빠져나가려고 하는 거죠?”

“부길드장님. 사건의 증언이 나온 이상 수사는 불가피할 것 같습니다.”

형사들은 백호 길드의 두 사람을 포위하듯 에워쌌다.

장병호는 다급해진 표정으로 내게 선처를 구했다.

“이보게, 정말 미안하네. 아티팩트를 의심했던 건 우리의 실수였고. 못난 조카 놈이 부족해서 벌인 일이야. 한 번만 자비를 베풀어주게나.”

“미안하다는 말은 저한테만 하면 안 되죠. 예린이나 보안 요원님, 그리고 여기서 직, 간접적으로 피해를 본 모든 분에게 해야죠.”

“끄응…….”

주변에서는 내 말을 옹호하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장병호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면서 억지로 고개를 숙였다.

“백호 길드를 대표해서 피해를 본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는 말씀드리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사람들의 시선은 이제 장현재에게 향했다.

그는 억울함과 분노가 가득한 표정으로 온몸을 부들거렸다.

“으득! 죄송…… 합니다.”

내뱉는 말과는 다르게, 표정과 말투는 전혀 죄송하다는 마음이 느껴지지 않았다.

당연히 주변에서는 야유와 욕설이 튀어나왔다.

장현재는 야유를 보내는 사람들을 노려볼 뿐, 절대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내 저럴 줄 알았어. 사과는 무슨 사과야.”

이 모습을 보다 못한 서예린이 불쑥 앞으로 튀어나왔다.

우악스럽게 그의 멱살을 틀어쥐고는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어엇?”

“야! 이 꽉 깨물어.”

-빠악!!

서예린의 오른손이 장현재의 왼뺨을 강하게 강타했다.

얼마나 소리가 강하고 컸는지, 야유를 보내던 사람들도 움찔하며 몸을 떨 정도였다.

장현재는 충격으로 쓰러지듯 자리에 주저앉았다.

순식간에 부어오른 왼뺨을 감싸 쥐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서예린은 그 앞에서 후련하다는 표정으로 두 손을 탈탈 털어 보였다.

그러고는 내 한쪽 팔에 팔짱을 끼며 완전 행복한 표정으로 말했다.

“시현아, 이제 가자!”

“으응…….”

나는 살짝 끌려가듯 그녀와 함께 그곳을 빠져나왔다.

* * *

그 이후에 백호 길드 사람들은 형사와 함께 경찰서로 향했다. 나와 서예린에게도 나중에 다시 자세한 진술을 부탁했다.

우리는 한 직원에 안내로 균열통제센터 내의 한 방으로 안내됐다. 그곳에는 뜻밖에도 발레리안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 리안 씨?”

“오셨군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몸은 좀 괜찮으십니까?”

“네. 딱히 큰 문제는 없을 거라고…… 근데 언제 여기에 오셨어요?”

“저도 방금 도착했습니다. 일단 일행분과 함께 앉으시죠. 이야기가 조금 길어질 것 같으니.”

나와 서예린은 일단 그의 말대로 준비된 자리에 앉았다.

“시현아. 도대체 저 잘생긴 남자는 누구야?”

“그게…… 음…… 직장 동료?”

“와! 나는 당연히 연예인이나 모델인 줄 알았네.”

서예린은 발레리안의 외모에 감탄하며 호들갑을 떨었다.

그의 외모에 대해서는 익숙해진 터라 무덤덤하게 넘어갔다.

“시현 씨. 오늘 소식을 전해 듣고 제가 얼마나 놀란 줄 아십니까? 필드 보스에게 달려들다니요.”

“아…… 달려든 건 아니고 일행을 구하려고 하다 보니…….”

“급하게 만들어드린 아티팩트라도 없었으면 어떻게 할 뻔했습니까?”

“……죄송합니다.”

평소에 항상 미소를 지으며 친절하던 발레리안이었지만, 이번만큼은 아주 진지하게 화를 냈다.

조금 전까지 신나 있던 서예린도 혼나는 어린아이처럼 눈치를 봤다.

10분 정도 쉬지 않고 쓴소리를 내뱉고 나서야, 그의 표정에서 화가 좀 누그러졌다.

“하아. 흥분해서 죄송합니다. 두 분 모두 피곤하실 텐데, 눈치 없이 너무 제 이야기만 했군요. 전할 이야기가 있으니 조금만 더 참아주시겠습니까?”

“아아. 괜찮습니다.”

“저도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먼저 문제가 있었던 백호 길드에 관한 이야기인데, 경찰의 수사가 시작됐다는 것은 확인했고, 법적으로 책임을 묻기 위해 전문 변호사 선임도 끝내 둔 상황입니다.”

그의 빠른 일 처리에 서예린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 일과 관련해서 두 분께 양해를 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

“뭔데요?”

“저는 이 일을 조용히 묻으려고 합니다. 물론 경찰 수사는 진행되면, 그에 따라서 법적으로 치밀하게 책임을 물을 생각입니다. 하지만 언론이나 미디어에는 최대한 노출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설명을 들고 혼란스러운 표정을 짓는 서예린과 달리, 나는 발레리안의 뜻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저 때문이겠죠?”

“네. 전에도 말씀드렸듯이 저희는 아직 시현 씨가 많은 사람에게 노출되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으음…….”

“만약에 두 분이 백호 길드의 죄가 만천하에 공개되길 원하신다면 말리지 않겠습니다. 아니, 오히려 더 철저하게 도와드릴 겁니다. 하지만 제 뜻대로 해주신다면, 굳이 언론에 공개되지 않더라도 그들이 합당한 죗값을 치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백호 길드의 장현재가 오늘 저질렀던 일은 아주 끔찍한 범죄였다.

당연히 언론에 공개되어 온 국민의 비난을 받아 마땅하지만, 발레리안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잠시 고민을 하다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저는 리안 씨의 뜻대로 하겠습니다. 통쾌한 복수도 나쁘지 않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으니까요.”

“감사합니다. 시현 씨.”

우리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서예린에게로 향했다. 그녀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결정을 내린 듯 보였다.

“시현이에게 그게 도움이 된다면 그렇게 할게요. 그리고 저는 개인적으로 확실하게 응징을 끝냈기 때문에 별로 미련은 없거든요.”

“제 뜻을 따라주셔서 감사합니다. 대신에 철저하게 죗값을 받아낼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발레리안은 백호 길드의 응징을 다시 한번 약속했다.

“그리고 이거 받으시죠.”

“이건…….”

“어? 이거 저번에 봤던 그거 맞지?”

그가 꺼내 든 건 꿍유가 들어 있는 2개의 유리병이었다. 서예린은 눈썰미 좋게 바로 그 정체를 알아봤다.

“혹시 필요할까 봐 한 병씩 챙겨왔습니다. 시현 씨의 몫이 아니라 제 몫으로 챙겨온 거니 편하게 드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리안 씨. 잘 마실게요.”

머뭇거리는 서예린을 대신해서, 내가 먼저 꿍유를 시원하게 들이켰다.

입안에서 고소하면서 진한 풍미가 느껴졌다.

식도를 따라 몸 안으로 들어가자 따스한 기운이 빠르게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순식간에 몸에 쌓여 있던 피로가 풀리면서, 그 느낌은 상쾌함을 넘어서 잔잔한 쾌감마저 느껴졌다.

옆에서 지켜보던 서예린도 조심스럽게 꿍유를 마시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눈이 찢어질 듯 커지면서 놀란 감정을 표현했다.

“와아! 엄청 맛있다. 그리고 몸이 날아갈 것 같아!”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꿍유를 바라보다가. 유리병에 마지막 한 방울까지 탈탈 털어 마셨다.

이 모습을 발레리안과 나는 흐뭇하게 바라봤다.

“두 분 조금만 기다리시죠. 집까지 모셔다드릴 차량이 오고 있으니, 준비가 끝나면 알려드리겠습니다.”

발레리안이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섰다.

* * *

나와 서예린은 운전기사까지 있는 차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발레리안은 처리할 일이 많다며 다음을 기약했다.

푹신한 차량 의자에 몸을 기대 쉬고 있을 때, 불쑥 서예린이 내게 질문을 던졌다.

“시현아, 너 도대체 정체가 뭐야?”

“정체가 뭐냐니?”

“필드 보스를 한 방에 날려버리는 아티팩트에, 전화 한 통에 백호 길드의 부길드장이 찌그러들지 않나, 아까 만난 발레리안인가 하는 사람도 평범한 것 같지 않고…….”

“…….”

“이야기 안 해줄 거야?”

“미안. 지금은 이야기하기 힘들어.”

내가 단호하게 거절하자 그녀는 약간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

“쳇! 이번에는 나도 도움을 많이 받았으니까 그냥 넘어갈게. 다음에는 국물도 없을 줄 알아.”

“하하하.”

그녀의 귀여운 으름장에 나는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다음에 또 부탁할 일 있으면 불러줘. 오늘은 별로 멋있는 모습을 많이 못 보여줬지만, 다음에는 확실히 내 실력을 보여줄 테니까.”

“그렇게 할게.”

“뭐…… 꼭 균열이 아니라. 단둘이 영화관이나 맛있는 거 먹으러 가도 되고…….”

“어?”

“아아. 오늘 너무 무리해서 피곤하네. 집에 도착하면 깨워줘.”

서예린은 마지막 말을 얼버무렸다. 내 어깨에 얼굴을 기댔고 눈을 감아버렸다.

차 안이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왠지 그녀의 얼굴이 조금 붉어진 것 같았다.

그렇게 화려하고 다사다난했던.

나의 첫 번째 균열 데뷔전이 그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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