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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48)화 (48/426)

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48화

꿀벌 대소동(3)

“마을을 망치는 나쁜 놈이라는 게, 저 꿀벌을 말하는 거였어?”

「그렇다, 뾰! 저 나쁜 놈 때문에 꽃들이 계속 상처를 입는다, 뾰!」

“근데 꽃이 상처를 입는 거랑 마을이 망가지는 건 전혀 다른 문제 아닌가?”

「아니다, 뾰! 우리 마을은 꽃들 사이에 숨겨져 있다, 뾰! 그래서 꽃이 상처를 입으면 마을도 피해를 본다, 뾰!」

꽃들 사이에 마을이 숨겨져 있다고?

선뜻 믿기 힘든 이야기에 나의 고개가 갸우뚱 기울어졌다.

“정말 여기에 마을이 있는 거야?”

「정말이다, 뾰!」

“으음. 일단 알겠어.”

나의 시선은 다시 귀여운 꿀벌로 향했다.

한국에서는 뒤영벌, 영어로는 범블비(bumblebee)라 불리는 꿀벌과 비슷한 생김새였고, 크기는 내가 봤던 평범한 벌보다 훨씬 컸다.

손가락이 아닌 손바닥에 올려야 할 정도?

특유의 날갯소리를 내며 꽃밭을 부지런히 날아다니는 모습은 여느 꿀벌과 다를 게 없어 보였다.

그러던 중 가까이 있던 꽃에 내려앉은 꿀벌과 눈이 마주쳤다.

꿀벌과 눈이 마주쳤다는 이야기가 정말 이상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본능적으로 꿀벌이 나를 의식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꿀벌이 있는 쪽으로 한쪽 손을 천천히 내밀었다.

-부우우웅.

꿀벌은 꽃 위에서 날아올라 내 손 위를 잠시 맴돌더니, 살포시 손바닥 위에 내려앉았다.

경계심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꿀벌의 모습에 슬쩍 입꼬리가 올라갔다.

“안녕?”

[마수와 교감을 시도합니다.]

[대상은 당신에게 ‘친밀’한 감정을 가집니다.]

[대상은 당신에게 호기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교감 능력이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신기하게도 꿀벌은 ‘친밀’ 단계의 호감도를 보였다.

손바닥 위에서 조심스럽게 나를 살펴보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당장 집으로 데려가 키우고 싶을 정도였다.

「잘했다, 뾰! 얼른 저 나쁜 놈을 혼내줘라, 뾰!」

옆에서 요정의 흥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애매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저기 그렇게 나쁜 짓을 할 거 같지는 않은데? 네가 뭘 오해하고 있는 거 아니야?”

내가 꿀벌을 감싸는 듯한 발언을 하자, 요정은 펄쩍 뛰며 크게 외쳤다.

「아니야, 뾰! 정말로 저 나쁜 놈들 때문에 마을이 피해를 입었다, 뾰!」

그러더니 요정은 내 어깨에서 날아올라 꽃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중에서 아까 꿀벌이 있었던 곳 근처를 맴돌았다.

「이걸 봐라, 뾰!」

요정이 꿀벌이 앉아 있던 꽃을 가리켰다.

상체를 숙여 그 꽃을 살펴봤다. 확실히 요정의 말대로 꽃과 줄기 이곳저곳이 상처를 입은 상태였다.

“진짜 손상을 입었네.”

「저놈들이 수백 번 왔다 갔다 하면서 꽃들을 다 망쳐놓는다, 뾰! 그러면 나랑 마을의 친구들이 전부 치료해 줘야 한다, 뾰!」

“으음…….”

확실히 요정이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 않았다.

나는 아직도 얌전히 손바닥 위에 있는 꿀벌을 바라보며 물었다.

“정말 네가 그런 거야?”

내 물음에 꿀벌은 손바닥 위를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그러자 정말 신기하게도 꿀벌의 감정과 의지가 조금씩 흘러들어왔다.

그것은 놀랍게도 미안한 감정이었다.

꿀벌은 자신의 잘못을 알고 있는 듯했다.

그리고 내 손바닥 위를 부지런히 움직이며 뭔가를 전달하려 했지만, 아쉽게도 그 뜻을 전부 이해할 수 없었다.

“저기 이 녀석도 미안하다고 하는데? 나쁜 뜻으로 그런 건 아닌 것 같아.”

「이익! 너는 왜 자꾸 나쁜 놈 편만 들어주는 거냐, 뾰!!」

“편들어주는 게 아니라…….”

계속 꿀벌의 상황을 대변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요정은 나에게 버럭 화를 냈다. 그리고 요정은 감정을 참지 못하고 손바닥 위에 꿀벌에게 직접 다가가 소리를 질렀다.

「너 때문에 마을이 엉망이 돼버릴 뻔했다, 뾰! 당장 여기서 떠나라, 뾰!!」

외침에 꿀벌은 깜짝 놀라 부웅하고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다. 그 모습에 요정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렇게 전부 내쫓아야 한다, 뾰!」

“좀 더 차분한 대화로 풀어나가야 하지 않았을까?”

「마을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뾰!」

확실히 요정의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꿀벌을 내쫓고 싶은 게 당연했다.

누군가 우리 집으로 찾아와 물건과 가구를 흠집 낸다면 나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을 테니까.

하지만 꽃과 꿀벌은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공생 관계인데, 이렇게 일방적으로 문제를 해결해도 될지 의문이 들었다.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전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던 그때.

아까 꿀벌보다 훨씬 더 크고 위협적인 날갯짓 소리가 들려왔다. 거의 새 만한 크기의 커다란 벌이었다.

동글동글한 느낌의 꿀벌과 달리, 마치 갑옷을 입은 병사처럼 딱딱한 분위기가 났다.

「누구냐?! 누가 소중한 꿀벌을 핍박한 것이냐?」

병정벌의 모습을 한 벌은 손에 든 뾰족한 창을 겨누며 위협적으로 물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위풍당당하던 요정은 병정벌의 등장에 오들오들 떨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이 내가 나서서 대화를 시도했다.

“잠깐만! 아까 여기 있던 꿀벌을 말하는 거라면, 위협하려고 했던 게 아니야!”

「거짓말하지 마라! 분명 놀라서 도망치는 꿀벌을 똑똑히 봤다.」

“아, 소리를 지르기는 했는데…… 그렇게 놀랄 줄 몰랐어.”

「벌침의 뜨거운 맛을…… 으음?」

공격적으로 대화를 이어나가던 병정벌이 멈칫했다.

잠깐 유심히 나를 살피더니 확연히 적대감이 누그러진 어조로 말했다.

「커다란 뿔의 인정을 받은 사람이군. 몰라봐서 미안하다.」

“커다란 뿔?”

왠지 처음 요정을 만났을 때와 비슷한 상황. 이번에는 자연스럽게 커다란 뿔이 누구를 지칭하는지 금방 유추해냈다.

“큰뿔이를 말하는 거지?”

추가로 큰뿔이의 특징을 설명하자 병정벌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그분의 강한 힘 덕분에 우리의 여왕님과 형제들이 안전하게 군집을 이룰 수 있었다.」

와…… 큰뿔이 너, 완전 인기인이었네?

주변 마수들에게 큰뿔이의 평판이 엄청나게 좋은 것 같았다.

그리고 마족에게는 거의 자연재해 취급을 받는 야쿰이, 주변 마수들에게는 든든한 보호자로 인식되는 상황이 재미있게 느껴졌다.

「그런데 커다란 뿔의 인정을 받은 자가 왜 우리 꿀벌을 위협한 거지?」

“위협을 한 게 아니라…….”

나는 병정벌에게 요정을 만나고, 꿀벌을 만나면서 생겼던 일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해 줬다.

이야기가 길어질수록 커다란 벌의 공격적이던 기세가 점차 사라져갔다.

「그런 사정이 있었군.」

“혹시 가능하다면 꿀벌들에게 조금만 더 조심해 달라고 이야기해 주면 안 될까? 꽃이 상처를 입어서 모두 시들어버리면 너희들도 곤란해지잖아.”

「으음……」

커다란 벌은 혼자서 뭔가를 심각하게 고민하더니, 조심스럽게 자기네의 사정을 이야기했다.

「그건 좀 힘들 것 같다. 꿀벌에게 명령을 내리고 영향을 줄 수 있는 건 여왕님뿐이다. 나의 임무는 오로지 꿀벌들을 지키는 것.」

“그럼 여왕님에게 지금의 상황을 설명해 주면 되잖아?”

「여왕님도 이 상황을 어느 정도 알고 계신다.」

“……?”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여왕님에게 내가 안내해 주겠다. 커다란 뿔의 인정을 받은 자라면 충분히 대화를 나눠주실 거다.」

갑작스러운 초대에 약간 당황스러워졌다.

뭔가 일이 점점 커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선뜻 나서기 힘들었다.

「가자, 뾰! 나도 요정 마을을 대표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뾰!」

「네가 원한다면 따라와도 좋다.」

요정과 병정벌의 시선이 나에게로 향했다.

뭔가 빠져나가기 힘들 것 같은 분위기에, 나는 살짝 체념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나도 갈게. 설마 위험하지는 않겠지?”

「여왕님 앞에서만 조심하면 문제없다. 따라와라! 우리의 둥지로 안내해 주겠다.」

병정벌은 숲을 향해 천천히 날아갔다.

나는 어깨에 올라와 있는 요정과 함께 숲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 *

병정벌을 따라 숲속 꽤 깊은 곳까지 따라 들어갔다.

커다랗게 자란 나무들로 주변은 점점 어둑해졌다.

약간 으스스한 분위기에 요정은 내 어깨에 딱 달라붙어 계속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부우우웅!

-부우우우웅!

벌들의 날갯짓 소리가 점차 커지더니, 드디어 깊은 숲속에 자리한 벌들의 둥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와아…….”

끝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만큼 커다란 나무 주변이 통째로 둥지를 구성하고 있었다. 그리고 커다란 둥지 입구로 수백 수천 마리의 벌들이 매우 분주하게 둥지를 들락거렸다.

굉장히 신기하면서도 압도적인 광경이었다.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라. 여왕님께 상황을 말씀드리고 오겠다.」

기다려 달라는 말을 남기고 병정벌은 둥지의 입구로 날아올랐다.

-부우우웅! 부우우!

병정벌이 떠나고 난 뒤, 꿀벌 한 마리가 내 근처로 날아와 주변을 맴돌았다.

아까 꽃밭에서 만난 그 꿀벌이었다.

손바닥을 내밀자 자연스럽게 그 위에 내려앉았다.

조심스럽게 줄무늬 털이 나 있는 부분을 쓰다듬어주니, 녀석은 자연스럽게 내 손길을 받아들였다.

-퍽! 퍽!

내 어깨에 올라와 있던 요정이 내 목 부분을 때렸다.

요정은 마치 ‘왜 저 녀석만 귀여워해?’ 같은 억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귀여운 질투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흘러나왔다.

-부우우웅!

-부우우웅!

둥지의 입구 쪽에서 강한 날갯짓 소리와 함께 병정벌들이 쏟아져 나왔다.

모두 창을 들고 갑옷을 입은 병정벌과 비슷한 벌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호위를 받으며 여왕벌이 모습을 드러냈다.

옆에 병사들보다 약간 커다란 몸집, 머리에는 다른 벌들보다 훨씬 커다란 더듬이가 자라 있었다.

그리고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외형적인 모습이 아니라, 온몸에서 흘러나오는 정체 모를 기운이었다.

그 기운들은 끊임없이 주변의 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당신이 커다란 뿔의 인정을 받은 사람이군요?」

차분하고 깨끗한 여자의 목소리가 내 머릿속을 울렸다.

나는 직감적으로 목소리의 주인이 여왕벌임을 깨달았다.

“네. 안녕하세요. 여왕님이라고 부르면 될까요?”

「그렇게 하세요. 너무 불편하게 생각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당신은 우리 둥지를 찾아온 손님이니까요.」

생각보다 훨씬 호의적인 반응에 나는 물론이고 어깨의 요정까지 표정이 조금 편안해졌다.

「여기까지 온 이유는 대충 전해 들었습니다. 꿀을 채취하러 간 제 아이들이 꽃밭을 망치고 있다면서요?」

「그렇다, 뾰! 그것 때문에 우리 마을 친구들이 엄청나게 고생하는 중이다, 뾰!」

「죄송합니다. 그 꽃밭이 당신들의 영역이라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당장 그 멍청한 꿀벌들을 돌려보내라, 뾰!」

요정의 격한 항의에 여왕의 곁을 지키던 병정벌이 반응했다.

「이 건방진 요정이!!」

「꺄아아악!」

병정벌이 창을 들이밀자, 요정은 비명을 지르며 순식간에 내 어깨 뒤로 숨어들었다.

다행히 여왕벌의 제지로 병정벌은 금방 창을 거둬들였다.

“여왕님, 혹시 꿀벌들이 조금만 더 조심스럽게 꿀을 채취할 수 없을까요? 꽃밭이 망가지면 결국에 이곳의 벌들도 좋은 일은 아닐 텐데요.”

「맞는 말씀이에요. 하지만 저희에게도 사정이 있습니다.」

“……?”

「지금 저희는 동쪽 숲에 있는 적들과 영역 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저는 최대한 많은 영향력을 싸우고 있는 병사들에게 사용하고 있어요.」

“그게 꿀벌이랑 무슨 상관이?”

「저는 여왕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무리를 통제하는 영향력이 부족해요. 계속된 전투 때문에 꿀벌들까지 살펴볼 여유가 없어요.」

“흐음.”

아무래도 여왕도 그 나름대로 사정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럼 계속 이렇게 꿀벌들을 놔둬야 한단 말인가요?”

「지금으로써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요. 죄송해요.」

생각보다 상황이 복잡하게 흘러갔다.

슬쩍 요정의 표정을 살피니 얼굴에 불만이 가득했다.

주변에 창을 든 병사들만 없었으면 벌써 한마디 내뱉었을 것 같았다.

이걸 어쩐다?

딸기 텃밭을 살리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 어쩌다 여기까지 오게 돼버렸다.

복잡해진 머리에 표정을 찡그리고 있을 때, 다시 여왕이 조심스럽게 말을 걸어왔다.

「저는 지금 손을 쓸 수 없지만, 어쩌면 당신이라면 저희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을지도 몰라요.」

“……제가요?”

「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어요. 당신은 저와 비슷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걸요.」

여왕은 내 손바닥 위에 있는 꿀벌을 가리켰다. 꿀벌은 아직도 얌전하게 내 손바닥 위에 있었다.

확실히 이 꿀벌이 나를 잘 따르는 건 맞는데…….

「당신은 마족이나 다른 존재들이 가지지 못한, 마수와 소통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 거죠?」

“…….”

정확한 예측에 나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지금껏 어머니와 농장 식구들을 포함해, 그 누구에게도 내 능력에 대해서 알려준 적이 없었다.

그런데 정확히 나의 능력을 추측해내는 여왕의 모습을 보고 놀란 마음을 감추기 어려웠다.

「불쾌했다면 미안해요. 하지만 이 어려운 문제를 부탁할 존재는 저와 비슷한 능력을 가진 당신밖에 없어요.」

“으음…….”

「저 여왕의 말이 맞는 것 같다, 뾰! 네가 꿀벌들이 꽃을 상처 입히지 않도록 알려주는 거다, 뾰!」

갑자기 나에게 쏟아지는 기대 가득한 눈빛!

뭔가 귀찮은 일에 휘말렸다는 생각과 동시에, 한편으로는 교감 능력을 얻은 내가 피할 수 없는 운명같이 느껴졌다.

속으로 마음을 정리하고 한결 차분해진 표정으로 물었다.

“어떤 식으로 도와주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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