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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58)화 (58/426)

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58화

삼총사 강림!(1)

농장에 안드라스와 엘프리드가 들어온 덕분에 확실히 일이 줄어들었다.

안드라스는 제르무어 부단장의 일을 수행하면서도 농장 일도 착실히 해나갔다.

특히 딸기밭에 관련된 일을 주로 맡았는데.

최근에는 딸기 저장고에 보존 마법 설치를 끝냈다.

조만간 있을 수확을 앞두고 아주 좋은 소식이었다.

엘프리드의 경우에는 딱히 정해진 일은 없지만, 나를 따라다니며 이것저것 잡다한 일을 도맡았다.

야쿰을 직접 대하는 경우만 제외하면 어떠한 일이든 대부분 알아서 잘 처리해냈다.

두 마족의 활약에 힘입어.

나는 여유가 넘치는 행복한 농장 생활을…….

…….

…….

즐길 수 없었다.

일이 줄어든 만큼 또 다른 일과가 나에게 생겨났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안드라스의 강력한 주장으로 인해 시작됐다.

“시현 님! 에스테르의 지위를 가지고 있으면서 까막눈이라뇨.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통역 반지로 말만 통하면 되잖아요.”

“비로 명예직이더라도 귀족의 신분임은 틀림없는 사실. 혹시 시현 님이 어디 가셔서 무시당하는 꼴을 두고 볼 수 없습니다.”

“아니…… 그게…….”

“자! 오늘부터 시작하죠. 은율 아가씨와 함께 마계의 문자를 공부하는 겁니다.”

아무리 배움에 나이가 없다지만, 30대를 바라보는 나이에 은율이와 함께 글공부라니?!

나는 어떻게든 이 상황을 빠져나가려 발버둥을 쳤다.

카네프, 리아네, 엘프리드에게도 내 의견을 피력해 봤으나 소용없었다.

“시현 선배, 자기 이름도 못 쓰는 에스테르는 좀 그렇지 않아요? 그냥 잠자코 공부하세요.”

“은율이와 같이 공부하면 좋지 않을까요?”

“안드라스가 오랜만에 맞는 말 했네. 엄살 부리지 말고 공부해! 열심히 해서 나중에 내 보고서도 좀 대신 써주고.”

식구들은 잔인하게 아무도 내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은율이는 이런 내 마음도 모르고, 아빠와 함께 공부할 수 있다며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결국, 농장 일이 한가한 오후 시간대에 안드라스가 직접 나와 은율이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강의 준비를 정말 열심히 해줘서 배우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은율이는 어찌나 똑똑한지 안드라스의 가르침을 스펀지처럼 흡수해나갔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보호자로서 흐뭇함을 느끼는 동시에, 뒤떨어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그래도 자존심이 있지!

보호자의 권위를 지키기 위해. 학창시절에도 잘 하지 않던 철저한 예습과 복습으로 진도를 따라 나갔다.

새로 생겨난 일과는 이게 끝이 아니었다.

* * *

-퍽!

엘프리드가 가볍게 휘두른 목검에 바닥을 나뒹굴었다.

“끄어어억!”

“제가 아까도 말씀드렸죠. 너무 과하게 힘을 주면 하체에 균형이 무너져서 빈틈이 생겨난다고.”

“으윽. 말은 쉽지…….”

나는 얼굴을 찡그린 채 비틀비틀 일어섰다.

오른손에 든 목검을 고쳐잡으며 다시 자세를 취했다.

두 번째 새로운 일과는 바로…….

엘프리드와의 검술 수련!

나로서는 마계 문자 공부만큼 터무니없는 일이라 생각했는데, 다른 농장 식구들의 의견은 전혀 달랐다.

“검술 배워놓으면 당연히 좋지. 언제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는 거니까.”

“시현 님이 필요하시면 저는 최선을 다해 지켜드리겠지만. 호신용으로 익혀두는 게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시현 님같이 대단한 분에게 문무겸전은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꼭 배우셔야 합니다.”

으으…… 여러분…….

저는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고요!

농장 식구들이 나에게 거는 기대감이 너무 컸다.

평범한 일반인이 익숙한 나에게, 귀족의 의무? 문무겸전? 같은 이야기는 너무 멀게만 느껴졌다.

그래도 머리를 쓰는 일보다는 몸을 쓰는 쪽이 조금 더 익숙하니, 의외로 검술 수련이 할 만하지 않을까? 나름의 기대도 해봤는데.

웬걸.

엘프리드의 빡빡한 가르침에 숨돌리는 것조차 버거울 정도였다.

대련 시간에는 서 있는 것보다 땅바닥을 구르는 시간이 더 많게 느껴졌다.

“헉…… 헉…… 정말 이렇게 배우는 거 맞아? 너무 힘든데?”

“저희 가문에서는 다 이렇게 수련합니다. 저도 어렸을 적부터 이런 방식으로 배웠어요.”

“어렸을 때부터 이렇게 맞으면서 배워?”

“그건 아니죠. 기본적인 체력, 자세 훈련을 끝내고 난 다음에 대련을 시작하죠.”

“으으. 그럼 나는 왜 자세 훈련 같은 건 별로 하지도 않고, 대련을 시작하는 거야?”

“시현 선배는 차근차근 기초를 닦기에는 너무 늦었으니까요. 기초적인 훈련과 대련을 병행하는 게 실력향상에 더 좋아요.”

대련이 실력향상에 더 좋다고 말하지만, 계속 땅바닥을 구르는 내 입장에서는 전혀 그런 말이 와 닿지 않았다.

“어서 자세 잡으세요. 그래도 선배는 체력과 맷집은 좋아서 패는…… 아니, 가르치는 맛은 있네요.”

“야…… 너 방금 패는 맛이 있다고 그랬지? 이 자식, 이거 검술 수련이 아니라 나한테 복수하려고 하는 거 아니냐?”

“어허! 오해입니다. 오해! 아직 제 진심이 전해지지 않은 것 같군요. 좀 더 빡빡하게 가보겠습니다.”

능청스럽게 대꾸하는 엘프리드를 보며, 나는 낮은 목소리로 으르렁거렸다.

“그래 어디 누가이기나 한번 해보자. 드루와, 드루와!”

“좋은 기백이네요. 그럼 다시 갑니다.”

엘프리드의 살벌한 목검 찜질을 피하고자, 나는 온몸을 펄떡거리며 미친 듯이 검을 휘둘렀다.

* * *

책상 위의 종이를 진지하게 응시하는 카네프.

그의 얼굴에는 그 어떤 때보다 진지함과 고뇌로 가득했다.

“사장님. 아직 결정 못 하셨어요?”

“조용히 해! 지금 고민하고 있잖아. 끄응…….”

되돌아온 신경질적인 대답에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시현 님, 주방에서 부족한 거 다 정리해 왔어요.”

“고마워요. 하나씩 말씀해 주실래요?”

“주방세제랑 수세미…… 그리고 키친타올 필요하고요. 조미료도 부족한 게…….”

리아네의 도움을 받아 주방에서 부족한 물품을 하나씩 메모해 나갔다.

동시에 저쪽에서 구매해 올 식료품도 정리했다.

“시현 님, 저번에 구해주신 핸드크림을 다 써버렸는데. 혹시 더 구해주실 수 있을까요?”

“저는 샤워 용품을 다 썼는데…….”

“안드라스 씨는 저번에 그 대용량 핸드크림으로 사다 드리면 되죠? 리아네 씨는 그 브랜드 제품이 마음에 드신 것 같으니까. 이번에는 넉넉하게 사 올게요.”

나는 농장 식구들의 요청을 차근차근 접수하며 메모장에 기록해 나갔다.

“맞다. 그러고 보니 엘프리드! 너도 샤워 용품 필요하지? 이번에는 내가 대충 사서 올 테니까. 나중에 마음에 안 들면 말해.”

“어? 으음…… 알겠어요.”

엘프리드는 자신도 챙겨줄 줄 몰랐다는 듯, 깜짝 놀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는 그도 농장의 식구였으니 이 정도 챙겨주는 건 나에게 당연한 일이었다.

대충 농장에 필요한 것들의 정리를 끝내고. 아직도 끙끙대고 있는 카네프에게로 향했다.

“사장님, 아직도 못 정하셨어요?”

“하아…… 이건 불합리해! 이렇게 많은 것 중에 겨우 몇 개만 고르라니!”

선택을 내리지 못해 분통을 터뜨리는 카네프.

그의 앞에 놓인 것은 바로!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뿌리는 다양한 과자들이 인쇄된 광고지였다.

그는 지금 군것질거리를 선택하지 못해 짜증을 내는 중이었다.

“그럼 어떻게 해요. 많은 물건을 마계 들여오려면 천족에게 더 많은 영혼석을 갖다 바쳐야 하는데.”

“이 망할 천족 놈들 다 없애버리든가 해야지!!”

겨우 과자 몇 개 때문에 카네프는 살벌한 말을 내뱉었다.

그런데 그는 정말로 실행에 옮길 것 같아서, 듣는 사람을 더 두렵게 만들었다.

나는 최대한 군것질거리를 많이 가져와 보겠다며 흥분한 카네프를 달랬다.

대충 정리를 다 끝내고. 뒤쪽에 인형을 끌어안은 채 떨어져 있는 은율이에게 다가갔다.

“은율아. 은율이는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

“저번에 좋아하던 곰돌이 젤리 사줄까? 아니면 동그랗게 생긴 초콜릿?”

“…….”

은율이는 눈도 마주치지 않고 고개만 절레절레 내저었다.

나는 이미 작은 여우 소녀가 심통이 난 이유를 알고 있었다.

내일은 어머니의 병원 예약 때문에 출근하지 않기 때문이다.

“은율아. 저번에 만난 할머니 기억하지? 그 할머니가 아프셔서 내가 꼭 병원에 데리고 가드려야 해.”

“많이…… 아파?”

“걱정 안 해도 돼. 건강하실 수 있도록 의사 선생님께 다녀올 거야. 그러니까 그동안 착하게 기다릴 수 있지?”

“……웅.”

여전히 입술은 삐죽 내밀고 시선은 피했지만, 작은 목소리로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대견하다는 표정으로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나도 어쩔 수 없이 은율이를 타이르고 있을 뿐.

카네프의 말대로 망할 천족의 간섭만 아니라면, 당장 은율이를 데려갔을 거다.

하지만 마계에 소속된 존재가 지구로 넘어가는 일은 영혼석을 바치는 것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었다.

아주 예외적으로 허락을 받은 존재, 예를 들면 발레리안 같은 경우를 제외하면 모두 범죄자로 인식되어 천족의 지독한 추격을 받는다.

그러니 슬퍼하는 은율이를 보며 아무리 마음이 아프더라도, 좋은 말로 잘 달래는 수밖에 없었다.

“시현 님,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안 계시는 동안 제가 잘 보살피고 있을게요.”

“저도 은율이와 함께 글공부하면서 돌보겠습니다.”

“어…… 저는 아직 은율이랑 친하지는 않지만, 도울 수 있는 건 도와줄게요.”

“모두 고마워요. 잘 부탁드릴게요.”

농장 식구 모두의 배려로 무거웠던 마음의 짐을…….

“시현, 결정했어. 이번에는 포X칩, 홈X볼, 오X스로 잔뜩 사 와! 물론 콜라도 잊어먹지 말고. 당연히 코X콜라인 거 알지?”

…….

…….

농장 식구 ‘대부분’의 배려로 무거웠던 마음의 짐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었다.

* * *

농장을 떠나가는 아빠를 보면서, 은율이는 슬픈 표정을 지었다.

여우 소녀의 곁으로 요정과 아기 야쿰이 다가왔다.

「왜 그렇게 슬픈 표정이냐, 뾰?」

-무우우?

둘의 걱정스러운 물음에 은율이는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빠가 내일은 안 와. 두 밤을 더 자야 돌아올 거래.”

「헉! 두 밤이나 더 자야 돌아온다고, 뾰?」

-무우…….

임시현의 휴가 소식에 요정과 아기 야쿰도 시무룩한 표정으로 변했다.

-무우우! 무우우!

“아빠가 나도 데리고 가고 싶은데. 그럴 수 없데. 그러면 나쁜 사람들이 잡으러 온다고 했어.”

-무우…….

은율이는 아까 어른들이 했던 이야기를 설명했다.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던 규리는 표정을 활짝 피면서 의견을 제시했다.

「시현이 우리를 데려갈 수 없으면, 우리가 쫓아가는 건 어떨까, 뾰? 그건 괜찮지 않을까, 뾰?」

“우리가 쫓아가……?”

-무우우?

은율이와 아꿍이가 관심을 보였다.

규리는 신난 표정으로 자신의 계획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규리의 설명을 들은 나머지 둘은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호기심 삼총사는 금방 뜻을 일치시키고, 곧바로 행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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