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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59)화 (59/426)

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59화

삼총사 강림!(2)

[정의…… 스…… 으로…… 됩…… 니다.]

“으윽!”

차원문을 통과하면서 느껴진 정체불명의 충격.

나는 신음을 흘리며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뭐지? 이런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조금 당황스럽긴 했지만 금방 충격에서 회복하고 다시 일어섰다. 그다음은 평소처럼 문을 열고 발레리안이 있는 사무실로 나섰다.

“오늘도 수고하셨습…… 어? 무슨 일 있으셨습니까?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셨는데요?”

발레리안은 금방 나의 이상을 알아차렸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방금 차원문을 통과하면서 심한 충격이 느껴졌거든요. 그 충격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충격이요? 어디 다치신 곳은 없으십니까?”

“아뇨. 다친 곳은 없어요. 조금 전에는 어지러웠는데, 지금은 많이 좋아졌습니다.”

“그렇다면 일단 다행입니다. 그런데 이상하네요. 차원문에 이상이 있을 리가 없는데…….”

발레리안은 이해가 잘 안 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는 한결 가벼워진 표정으로 말했다.

“제 착각일 수도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죠.”

“글쎄요. 방금 시현 씨의 얼굴을 착각이라고 하긴 힘든 것 같아서…… 마침 내일은 쉬는 날이시죠? 쉬시는 동안 제가 확인해 보겠습니다.”

“괜히 번거롭게 해드린 것 같네요.”

“아닙니다. 중요한 문제니까 철저히 확인해 봐야죠.”

그는 내 몸 상태를 걱정해 집까지 데려다주겠다고 제안했지만, 나는 괜찮다며 정중히 거절했다.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인페리스 사무소를 빠져나왔다.

* * *

“꺅!!”

「뾰오오!!」

-무우웃!!

호기심 삼총사 셋은 각자 개성 넘치는 비명을 지르며, 땅바닥에 털썩 모습을 드러냈다.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은율이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입을 열었다.

“아빠! 아빠……?”

애타게 아빠를 찾아 헤맸지만, 주변은 아무도 없는 어두컴컴한 뒷골목이었다.

「끄응, 성공한 거야, 뾰?」

-무우우……?

“규리야…… 여긴 어디야? 아빠가 안 보여.”

「시현이 없다고, 뾰? 그럴 리가 없는데, 뾰!」

삼총사는 주변에 임시현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일단 움직여보자, 뾰!」

“어디로?”

-무우?

「저쪽에서 사람들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뾰! 저기로 가보자, 뾰!」

규리가 가리킨 어두운 뒷골목 끝에서 밝은 빛과 사람들의 소란스러움이 흘러들어왔다.

삼총사는 규리의 말에 따라 걷기 시작했다.

뒷골목을 빠져나오자마자 눈 앞에 펼쳐진 풍경에 그들은 감탄을 터뜨렸다.

“와아아…….”

「저것 좀 봐봐, 뾰! 건물이 엄청 높다, 뾰!」

-무우우! 무우우!

아꿍이는 쌩쌩 지다 다니는 커다란 자동차를 보며, 신기한 듯 펄쩍펄쩍 뛰었다.

처음으로 도심을 바라본 그들의 눈에는 모든 것이 신기하고 특별해 보였다.

「은율아, 은율아!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시현처럼 모두 뿔이 없다, 뾰! 여기에 분명 시현이 있는 게 틀림없다, 뾰!」

“아빠를 찾아야 해.”

-무우우!!

마족이 아닌 뿔 없는 인간들을 보면서, 이곳에 분명히 임시현이 있을 거라 확신했다.

삼총사는 다시 의지를 불태우며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하지만.

“저것 좀 봐봐! 저거 마수 아니야?”

“마수치고는 너무 귀여운데? 사진 한 장 찍고 싶다.”

“저 애는 뭐지? 코스프레인가?”

마계에서도 평범하지 않은 삼총사의 조합.

아주 당연하게도 도심 속에서 그들은 너무나도 눈에 띄었다.

주변으로 점차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나쁜 의도를 가진 사람은 없었지만, 삼총사의 눈에는 그들이 위협적으로 보였다.

「뭔가 이상하다, 뾰! 우리를 포위하고 있다, 뾰!」

“도망쳐야 해. 아꿍아!”

-무우우우!

은율이와 규리는 아꿍이의 등에 올라탔다.

아기 야쿰은 우렁찬 울음소리를 내며 빠르게 튀어 나갔다.

“어? 어…… 어엇?! 도망친다.!”

“얘들아 잠깐만!”

생각보다 빠른 아꿍이의 질주에 모여들었던 사람들은 저마다 당황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그렇게 삼총사는 임시현을 찾아 도심을 방황하기 시작했다.

* * *

“오오! 시현이다!”

집 앞에서 서예린이 나를 발견하고 달려왔다.

굉장히 편한 복장에 그녀도 막 집에 들어가려는 모양이었다.

“너도 이제 집에 들어가는 거야?”

“어. 넌 오늘 일하고 왔나 보네.”

“맞아. 이 누님이 우리 팀 에이스라서, 오늘도 힘 좀 쓰고 왔지.”

너스레를 떠는 서예린의 모습에 나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활기찬 행동과는 달리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피로감이 엿보였다.

“오늘 고생했어.”

“헤헤.”

조금은 무미건조한 격려에도 그녀는 만족스러운 고양이처럼 미소 지었다.

우리는 엘리베이터 앞으로 향하며 소소한 이야기를 나눴다.

“아으! 오늘 열심히 일했으니 한동안 푹 쉬겠네. 시현이 너는 내일도 농장 출근이야?”

“내일은 엄마 병원 검사 예약 때문에 쉴 거야.”

“어머니 어디 편찮으신 거야?”

“예전에 큰 수술을 한 번 하셨거든. 지금은 괜찮아. 내일 검사도 정기적으로 받는 검사라서 크게 걱정 안 해도 돼.”

“뭐야, 깜짝 놀랐잖아!”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우리는 금세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이 있는 층에 내렸다.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현관문을 열었다.

“엄마, 나 다녀왔어.”

“저도 다녀왔어요.”

“어머, 둘이 집 앞에서 만났었나 보네. 일하느라 수고했어.”

“…….”

“어머니, 저 오늘 너무 힘들었어요.”

“오늘 길드 일 나갔었어? 힘들었겠네. 조금만 거실에서 쉬고 있어. 금방 저녁 차려줄게.”

“네!”

서예린은 방긋 웃으며 거실 소파에 풀썩 몸을 던졌다.

그녀의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모습을 나는 어처구니없다는 듯 바라봤다.

“야. 서예린.”

“엉?”

“너는 멀쩡한 자기 집 놔두고. 왜 우리 집에 들어와?”

“에∼. 그치만 힘들게 일하고 나서 아무도 반겨주지 않는 집에 들어가기 싫단 말이야.”

약간 콧소리가 섞인 앙탈에 절로 인상이 구겨졌다.

반면에 어머니는 너무 귀엽다는 듯 웃음을 지으셨다.

“예린이 말대로 혼자 있으면 얼마나 외롭겠어?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우리도 사람이 많은 게 더 북적대고 좋잖니?”

아무래도 시골의 끈끈한 감성을 더 좋아하는 어머니에게는 서예린의 방문이 반갑기만 한 모양이었다.

나도 어머니만 불편하지 않다면, 딱히 그녀를 쫓아낼 이유는 없었다.

“에휴. 그럼 네 마음대로 해라.”

내가 항복 의사를 드러내자 서예린은 다시 고양이처럼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너는 안 씻어도 돼?”

“응, 여기에 바로 오려고 길드 건물에서 깨끗이 씻고 왔어.”

“처음부터 완전 계획하고 있었네. 그럼 엄마 나 씻고 나올게.”

“그래, 천천히 씻고 나와. 그동안 저녁 준비하고 있을 테니까.”

나는 욕실에 들어가 몸을 씻기 시작했다. 따뜻한 물줄기에 격렬한 검술 수련에 지친 근육들이 욱신거렸다.

마음 같아서는 뜨거운 물에 몸을 푹 담그고 싶었지만, 밖에서 들려오는 어머니의 식사 준비 소리에 금방 몸을 씻었다.

욕실을 나오자마자 냉장고에서 시원한 맥주 한 캔을 꺼냈다.

-푸쉬이잇!

캔을 따자마자 탄산 터지는 소리가 시원하게 흘러나왔다.

탄산이 더 빠져나가기 전에 맥주캔을 바로 입가에 가져갔다.

-꿀꺽! 꿀꺽! 꿀꺽!!

“캬하∼!”

오랜만에 맛보는 맥주 맛에 감탄이 절로 흘러나왔다.

다음 날 일이 있으면 술을 잘 마시지 않는데, 오늘은 내일이 쉬는 날이라 오랜만에 맥주를 꺼냈다.

“시현아! 나도 한 캔만 가져다줘.”

거실에서 서예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랜만에 맛본 맥주 맛에 기분이 좋아서, 군소리 않고 냉장고에서 맥주 한 캔을 더 꺼냈다.

그녀는 편한 자세로 소파에 앉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나는 맥주를 소파 앞 탁자에 올려두면서 물었다.

“뭘 그렇게 재미있게 봐?”

“응. 요 근처에서 귀여운 마수가 나타났나 봐. 지금 SNS에서 난리야.”

“귀여운 마수?”

남아 있는 맥주를 마시며 대수롭지 않게 그녀의 스마트폰 화면을 옆에서 바라봤다.

화면 안에 귀여운 마수의 정체를 확인하자마자, 너무 놀라 마시던 맥주를 허공에 내뿜었다.

“푸흐흡!!”

“으악! 뭐야? 너 갑자기 왜 이래?”

“콜록, 콜록…… 야! 잠시 그거 내놔봐.”

나는 그녀의 스마트폰을 뺏다시피 가져왔다.

SNS에 올라온 사진에는 너무나도 눈에 익은 뒷모습이 찍혀 있었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이 모습은 분명히 은율이랑 아꿍이인데?

“예린아, 이 사진 진짜야?”

“이 계정 말고 다른 계정에도 실시간으로 사진이 올라왔으니까, 아마 가짜는 아닐걸?”

그녀의 말대로 SNS에는 계속 아이들의 사진이 업데이트되고 있었다.

지금의 상황을 어느 정도 파악하자마자. 혼란스러움은 조금씩 다급함으로 변해갔다.

그리고 머릿속에는 일단 아이들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득 찼다.

나는 일단 서예린의 손에 있던 맥주캔을 뺏어 들었다.

“너 아직 술 안 마셨지? 나 좀 도와줘.”

“뭐, 뭐야? 지금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건데?”

“설명은 나중에 해줄게. 일단 이 아이들을 찾으러 가야 해. 사진이 찍힌 곳까지 차 좀 태워줘.”

“아니…….”

차분히 설명할 시간이 없었다. 거의 반강제로 그녀의 손을 잡아끌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슨 일이니? 식사 준비 거의 다 끝났는데, 어딜 가려고?”

“엄마 미안. 지금 급한 일이 있어서 나가봐야 할 것 같아. 저녁은 나중에 먹을게. 예린아 가자!”

“으아앙! 나는 피곤하고 배고픈데!!”

울상을 짓는 서예린을 데리고 쏜살같이 집을 나섰다.

* * *

“여기야. 그 귀여운 마수를 찍은 장소가! 게시물을 보면 15분쯤 전에 이곳에서 사진을 찍었다고 했어.”

“15분…….”

서예린의 차를 얻어타고 SNS에 올라온 사진 속 거리에 도착했다. 일단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서 아이들의 흔적을 쫓으려 했다.

“이 사진 속의 마수요? 저는 못 봤는데요.”

“제가 직접 본 건 아닌데. 아까 저쪽에서 비명을 들었던 것 같아요.”

“이 녀석들? 아까 경찰도 와서 물어보더니. 몇 분 전에 저쪽으로 도망갔어.”

생각보다 아이들이 빠르게 움직이는 탓에 흔적을 쫓기가 쉽지 않았다.

거기다 경찰까지 출동했다는 이야기에 마음이 더욱 급해졌다.

시간이 없어.

지금 당장 아이들이 있는 곳을 찾아야 해!

머릿속에서 방법을 찾아 헤매던 중, 예전에 꽃밭에서 많은 꿀벌과 교감했던 때를 떠올렸다.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방법을 떠올리자마자 곧바로 실행에 들어갔다.

“시현아?”

“잠깐만 조용히 기다려줘. 지금 아이들을 찾아볼 테니까.”

“……?”

천천히 눈을 감고 흥분한 마음을 가라앉혔다.

꿀벌들에게 했던 것처럼 사방으로 교감 능력을 퍼뜨리기 시작했다.

나를 중심으로 거미줄처럼 의식이 쭉쭉 뻗어 나갔다.

주변에 많은 사람의 기운이 뒤섞여 혼란스러웠지만, 아이들의 기운은 누구보다도 정확히 가려낼 자신이 있었다.

-지끈!

한계 범위까지 다다르자 머리에 통증이 느껴졌다.

그럼에도 나는 능력 사용을 멈추지 않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빨리 아이들을 찾아내는 일이었으니까.

어지러움과 메스꺼움을 참아가며 능력을 사용한 끝에, 아주 간신히 익숙한 기운을 찾아낼 수 있었다.

-무우우…….

-아꿍이가 지쳤다, 뾰!

-조금만 더 힘내. 아빠가 분명 데리러 오실 거야.

아이들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희미하게 울려 퍼졌다. 위치를 파악하자마자 눈을 번쩍 떴다.

“찾았어.”

“진짜 찾았다고? 도대체 어떻게…….”

“이쪽이야. 따라와!”

“자, 잠깐! 같이 가!”

조금만 기다려 얘들아.

금방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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