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60화
삼총사 강림(3)
나는 서예린을 이끌고 거리를 질주했다.
아이들이 있는 곳 가까이 갈수록, 주변에는 구경꾼들이 점점 많아지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의 모습도 보였다.
SNS에서 화제가 된 만큼, 많은 사람이 계속 모여들고 있었다. 아이들이 사람들의 호기심에 해코지당할까 봐 마음이 조급해졌다.
밀집된 인파 때문에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나는 끈질기게 아이들의 흔적을 쫓았다.
“시현아, 너 제대로 찾고 있는 거 맞아?”
“분명 여기 근처에 있어. 아이들이 가까이 있는 게 느껴져.”
“예전부터 계속 궁금했었는데. 도대체 무슨 능력이길래 이런 일이 가능한 거야?”
“나중에…… 나중에 설명해 줄 테니까. 지금은 아이들을 찾는 게 우선이야.”
흔적을 따라 마지막에 도착한 장소는 건물 사이의 막다른 골목이었다.
이곳에서 아이들의 흔적이 끊어져 있었다.
“여기에는 아무도 없는데?”
“…….”
“빨리 다른 곳을 찾아봐야 하는 거 아니야?”
서예린의 재촉에도 나는 꿈쩍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분명 여기에 있는 게 틀림없어.
내 능력과 감각을 믿기로 했다.
“은율아! 규리야! 아꿍아! 나 여기 왔어!”
최대한 큰 목소리로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 서예린은 물론이고 지나가던 다른 사람들도 나를 이상하게 쳐다봤다.
“저 사람 뭐 하는 거야? 누굴 찾는 건가?”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저게 뭐 하는 짓이래.”
“시현아, 너 갑자기 왜 이래?”
“아이들은 분명 여기에 있어. 은율아! 나와봐!”
주변 사람들의 시선은 신경 쓰지 않고, 목이 터져나갈 듯이 아이들의 이름을 외쳤다.
-아…… 빠?
“은율아? 은율아!! 어디 있어?”
-무우우.
-정말로 시현이 온 거야, 뾰?
“정말로 내가 왔으니까. 이제 도망 안 다녀도 돼!”
허공에서 울려 퍼지는 아이들의 목소리.
나는 단번에 밝아진 목소리로 아이들을 불러냈다. 서예린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계속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잠시 후.
막다른 골목의 공간이 일렁거리더니, 밝은 빛이 번쩍임과 동시에 아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얘들아!”
“아빠? 아빠?! 흐윽…… 흐아아앙!”
-무우우! 무우우!
「으아앙! 너무 무서웠다, 뾰!」
셋은 나를 보자마자 울음을 터뜨리며 안겨들었다.
아이들을 품에 안으니 마음속 불안감이 사르르 녹아내렸다.
“모두 괜찮은 거지? 어디 다친 곳은 없어?”
“으으응. 훌쩍, 괜찮아.”
「나도 괜찮다, 뾰!」
-무우우.
“그래. 그러면 됐어. 모두 다 이제 걱정 안 해도 돼.”
불안해하는 아이들을 하나씩 다독이면서, 놀랐던 내 마음도 조금씩 안정을 되찾았다.
어떻게 이곳에 넘어왔는지, 왜 이런 곳에서 도망을 치고 있었는지, 궁금한 것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아이들을 무사히 찾아낸 것만으로도, 다른 일들은 모두 사소하게 느껴졌기에 굳이 더 생각하지 않았다.
“저기 시현아?”
“……?”
“감동적인 재회를 방해하고 싶지는 않은데, 계속 사람들이 몰려드는 것 같거든? 일단 자리를 옮기는 게 어떨까?”
“아…….”
서예린의 말에 뒤를 돌아보자. 골목의 반대편은 어느새 모여든 사람들로 북적였다.
그중에는 사람들을 통제하는 경찰들의 모습도 보였다.
어느 정도 진정이 된 아이들을 잘 다독인 뒤, 그녀의 말대로 일단 이곳을 빠져나가기로 했다.
그때.
“와! 저기, 저기 좀 봐!”
“오오!!”
모여 있던 사람들 사이에서 감탄성과 환호성이 동시다발적으로 튀어나왔다.
갑작스러운 사람들의 반응에 어리둥절하면서 동작을 멈췄다. 그리고 금방 그 반응의 주인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커다란 날개를 펼친 채, 천천히 하늘에서 내려오는 세 사람.
같은 제복 차림에 온통 흰색으로 물들어 있는 그들은, 마치 신화에서나 나올 것 같은 천사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
“천족? 천족이 왜 여기에…….”
천족의 등장에 서예린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고, 아이들은 오들오들 떨면서 나에게 더 달라붙었다.
세 명의 천족 중, 가장 앞서 있던 여성이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낯익은 그녀의 모습에 금방 인페리스 사무소에서 만났던 천족을 떠올렸다.
“당신은……?”
“오랜만에 뵙습니다. 에스테르의 지위를 인정받은 인간, 임시현 씨.”
여전히 딱딱하고 고압적인 태도, 무표정한 얼굴을 가진 페이슈타의 감시관 아슈미르였다.
***
둥그런 탁자와 의자들. 정수기와 작은 책장만 놓여 있는 단조로운 방 안.
천족들과 경찰들에게 이끌려 경찰서의 한 장소로 끌려왔다.
이곳에서 나와 아이들은 하염없이 기다리는 중이었다.
상황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달은 아이들은 모두 나에게 착 달라붙어 불안에 떨고 있었다.
지금의 상황이 불안한 것은 나도 마찬가지였지만, 최대한 그런 기색을 숨기며 아이들을 달랬다.
-벌컥!
방의 문이 급하게 열리면서 누군가 뛰어 들어왔다. 몇 시간 전에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던 발레리안이었다.
낯선 곳에서 익숙한 사람을 만나서 반가운지 아이들은 조금 편안한 표정을 지었다.
“리안 씨!”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어떻게 아이들이 이곳에…….”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저도 우연히 아이들을 찾게 됐을 뿐이거든요.”
“허어…….”
그는 허망한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봤다.
아이들도 뭔가 잘못했다는 걸 아는지, 풀이 죽어 눈도 마주치지 못했다.
발레리안은 그런 아이들의 반응에 난처해 했다.
대신 나에게 눈빛으로 무언의 신호를 보냈다.
금방 그 의미를 알아채고 아이들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은율아, 규리야, 어떻게 여기에 온 거야?”
“…….”
「…….」
“혼내려고 그러는 게 아니야. 지금 말 안 하면 나중에 큰 문제가 될지도 몰라서 그러는 거야. 그러니까 너무 무서워하지 말고 이야기해봐.”
겁에 잔뜩 질린 아이들을 조금씩 달래며 질문을 이어나갔다.
“나를 따라서 이곳에 넘어온 거지?”
“……응.”
“어떻게 따라온 거야? 분명히 내가 차원문을 넘을 때는 혼자였는데.”
“규리의 능력으로 아빠한테 몰래 숨어들었어.”
“으음…… 규리야, 어떤 능력인지 설명 좀 해줄래?”
「그게…….」
규리는 떨리는 목소리로 어떻게 몰래 나를 따라왔는지 설명했다.
그것은 꽤 놀라운 이야기였다.
“어어…… 그러니까 나한테 요정의 영역을 만들었고. 내가 차원문을 넘으려고 했을 때, 너희들이 그 영역에 숨어들었다고?”
「그렇게 넘어온 거다, 뾰!」
“…….”
“이것 참…… 말로만 들었던 요정의 차원 능력을 이렇게도 사용할 수 있었군요.”
“리안 씨는 무슨 말인지 이해하신 건가요?”
발레리안은 약간 자신 없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어디서 들은 이야기입니다만. 요정들은 이면 세계를 오갈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감각이나 마법으로는 전혀 찾을 수 없는 요정들만의 세계죠.”
“아…… 그렇다면 꽃밭에 요정 마을을 만들었다는 것도?”
“네, 정말로 꽃밭에 마을을 만든 게 아니라. 이면 세계에 마을을 만든 거죠. 아마 시현 씨에게 숨어들었다는 것도 그런 의미인 것 같습니다.”
나는 그제야 갑자기 나타났다 사라지는 요정의 모습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한편, 발레리안의 표정은 더 심각하게 굳어졌다.
“차원을 넘어온 방식은 알아냈지만. 일이 생각보다 쉽게 풀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저희는…… 어떻게 되는 거죠?”
“저도 확답을 드릴 수가 없습니다. 무단으로 차원을 넘는 행위는 천족이 가장 경계 시 하는 범죄행위라서…….”
항상 여유롭게 자신감이 가득한 발레리안의 약한 모습에 상황의 심각함이 실감 나기 시작했다.
“최대한 나쁜 의도가 없었다고 변호해 보겠습니다. 여차하면 마왕님의 이름을 빌려서라도…….”
-벌컥!
-저벅저벅저벅.
다시 한번 방문이 열리고.
절도 있는 걸음으로 천족들이 방안으로 들어섰다.
“발레리안 씨, 와계셨군요.”
“네. 오랜만입니다, 아슈미르 씨.”
아슈미르는 짧고 무미건조한 인사를 끝내고 나의 아이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번 사건에 임시현 씨도 연관이 있을 것으로 의심했지만. CCTV와 목격자의 진술을 미뤄보았을 때, 당신에게는 혐의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돌아가셔도 좋습니다.”
“그럼 아이들은요?”
“그 셋은 무단으로 차원을 뛰어넘은 부정한 행위를 저질렀습니다. 당연히 그에 따른 처벌이 있을 겁니다.”
그녀의 냉담한 이야기에 아이들은 벌벌 떨기 시작했다.
“아슈미르 씨, 이 아이들은 나쁜 의도를 가지고 그런 일을 벌인 게 아닙니다.”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 나쁜 의도였든, 좋은 의도였든, 차원의 규율을 어겼다면 누구든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이 벌인 일입니다. 이번 한 번만 선처해 주신다면…….”
“아이들이라고 해서 죄의 무게가 가벼워지는 게 아닙니다.”
아슈미르의 모습은 말 그대로 철벽 그 차제.
발레리안의 부탁에도 그녀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흑…… 흑흑. 잘못…… 했어. 훌쩍, 앞으로는 안 그럴게. 흑!”
「으아아앙! 나도 잘못했다, 뾰!」
-무우우…….
점차 험해지는 분위기에 아이들은 동시에 울음을 터뜨렸다.
그 모습에 아슈미르의 눈동자가 잠시 흔들렸다.
울면서 잘못을 비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나도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팠다.
“아슈미르 씨,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저는 감시관으로서 그들을 심판관에게 데려가야 합니다. 심판관의 심판이 내려질 때까지, 저희의 인도에 따라 조용한 곳에 감금될 겁니다.”
“……만약에 제가 아이들을 못 보내겠다면요?”
아슈미르는 눈썹을 살짝 찡그렸다.
“임시현 씨, 일을 복잡하게 만들지 마세요. 에스테르의 지위를 믿고 이러시는 거라면 큰 오산입니다. 설령 아라크단의 수호자였더라도 죄인의 인도는 막을 수 없습니다.”
“에스테르로서 하는 말이 아닙니다. 이 아이들의 보호자로서 하는 말입니다. 저는 아이들을 이렇게 보낼 수 없습니다.”
“마지막 경고입니다. 계속 저희의 일을 방해하신다면 당신에게도 죄를 물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살벌한 경고를 날렸다.
“시현 씨…….”
“죄송합니다. 리안 씨. 하지만 이렇게 아이들을 보낼 수는 없어요.”
발레리안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입술을 깨물었다.
나는 애써 그를 외면하고, 결연한 표정으로 울고 있는 아이들을 꽉 껴안았다. 어디든 아이들과 함께하겠다고 굳게 마음을 먹었다.
“어쩔 수 없군요. 당신의 뜻이 그렇다면…….”
아슈미르가 앞으로 손을 뻗자, 새하얀 빛과 함께 커다란 지팡이가 생겨났다.
그녀는 지팡이를 한 손으로 잡아 우리 쪽으로 겨눴다.
“페이슈타의 감시관으로서 차원의 규율을 어긴 자들을 구속하겠습니다.”
그녀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지팡이의 끝의 뱀 장식이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쉬이이익!
-쉬이익!
두 마리의 뱀은 몸을 쭉 늘리더니 나와 아이들을 향해 다가왔다.
두려움에 더욱 크게 우는 아이들을 품 안에 꼭 껴안으며 속삭였다.
“괜찮아. 내가 계속 옆에 있을 테니까.”
나는 눈을 질끈 감으며 마음속으로 빌었다.
제발…… 제발 기적이 일어나주기를…….
-쉬이익!!
뱀이 달려드는 소리가 들리는 동시에.
내 주변으로 알 수 없는 기운이 퍼져나갔다.
[‘요정의 장난스러운 축복’ 능력이 발동합니다.]
[‘대지 영혼의 파편’이 효과를 발휘합니다.]
[대지의 힘으로 새로운 세상을 구성합니다.]
머릿속에 알림음이 울리고.
주변은 시간이 멈춘 것처럼 조용해졌다.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천천히 눈을 떴을 때.
눈앞에는 두 마리의 뱀이 얌전하게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
-……갸웃?
“……응?”
한참 동안 나를 살피던 두 마리의 뱀이 귀엽게 고개를 갸웃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