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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61)화 (61/426)

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61화

삼총사 강림(4)

‘뮈네크의 지팡이’

두 마리의 뱀이 지팡이를 휘감은 모습을 하고 있으며, 끝에는 날개 모양의 장식이 달려 있다.

지팡이를 휘감은 흰색 뱀의 이름이 ‘뮈네크’.

규율을 어긴 죄인을 인식할 수 있고, 발견하면 자신의 몸을 이용해 죄인을 속박한다.

페이슈타 감시자의 상징이며. 오로지 감시관 계급의 천족만이 가질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상징물이었다.

그런데 지금 두 마리의 뮈네크 때문에 아슈미르는 혼란에 빠져 있었다.

‘뭐지? 왜 속박을 멈춘 거지?’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뮈네크들은 죄인을 인식하고 달려들려고 했었는데, 지금은 전혀 저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뮈네크들이…….”

“감시관님? 이게 도대체…….”

아슈미르의 뒤에 서 있던 천족들도 당황한 듯 말을 더듬거렸다.

그들이 믿고 있는 법칙에서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현상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차원의 규율을 어긴 자들은 절대 벗어날 수 없다.

오로지 심판관의 처벌을 받아야지만 죄를 씻을 수 있다.

그런데 임시현과 아이들은 알 수 없는 방법으로 순간 죄인의 신분을 벗어났다.

뮈네크가 인식하지 못한다면 감시관은 그들을 구속할 수 없다.

이것도 엄연한 감시관의 규칙이었다.

아슈미르는 지팡이를 거둬들였다.

두 마리의 뱀들도 따라서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여기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어졌습니다.”

“감시관님?!”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눈앞에 명백하게 죄를 저지른 존재가 있지 않습니까?”

“판단은 뮈네크의 지팡이가 합니다. 지팡이가 구속할 수 없다면, 우리도 죄인으로 취급할 수 없습니다. 그것이 감시관의 규칙입니다.”

“…….”

“…….”

임시현과 발레리안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아슈미르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여전히 딱딱한 표정으로 자기 뜻을 표명했다.

“당신들이 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은 분명하나. 어찌 된 일인지 방금 죄인의 신분을 벗어났습니다. 규칙상 당신들을 잡아둘 명분이 사라졌으니 보내드리겠습니다.”

“그, 그게 정말인가요? 그럼 아이들은 이제 무사한 거죠?”

“저희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방금 말씀드렸다시피 이제 죄인이 아니니 저희는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습니다.”

아슈미르의 말에 임시현과 아이들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발레리안은 아직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럼 이제 아이들은 어떻게 하죠? 다시 마계로 돌려보내면 되는 건가요?”

“그래도 상관없습니다만. 내일 하루 정도는 이곳에 머무는 것을 권하겠습니다. 조만간 다시 찾아뵐 것 같으니까요.”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저에게 감사할 필요 없습니다. 저희는 원칙대로 행동했을 뿐입니다. 그럼 이만…….”

아슈미르는 살짝 고개를 숙인 뒤, 가장 먼저 방 밖으로 나섰다.

나머지 두 명의 천족은 조금은 석연찮은 표정을 지으면서 그녀를 따랐다.

복도를 걷는 아슈미르의 머릿속에는 뮈네크가 속박하기 직전의 모습이 계속 떠올랐다.

‘분명 임시현 씨의 주변으로 정체를 알 수 없는 기운이 뻗어 나왔다. 도대체 그건 뭐였을까?’

이런 의문과 동시에.

상급자에게 말도 안 되는 이 상황을 설명해야 한다는 사실에 미간이 살짝 찡그려졌다.

발레리안은 괴성과 같은 한숨을 내쉬며, 비어 있는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끄아아아…… 정말 너무 긴장돼서 가슴이 터지는 줄 알았습니다.”

그는 목 부분의 답답한 단추를 풀어헤치며 잘 정돈된 머리를 벅벅 털었다.

짧은 순간 심력을 많이 소모했는지 며칠 야근한 것 같은 피폐함이 엿보였다.

“아빠…… 훌쩍, 이제…… 우리 안 잡혀가?”

“응. 아까 그 천족 언니가 이제 용서해 주겠대.”

“훌쩍…… 다행이다. 헤헤.”

은율이는 코를 훌쩍이며 살짝 미소 지었다.

얼마나 울었는지 두 눈 주위는 빨개져 있었다.

「으아앙, 아까 그 사람 너무 무서웠다, 뾰!」

-무우우. 무우.

천족의 감정 없는 말과 행동이 어른인 나조차도 소름 끼치는데. 어린아이들은 오죽했을까?

한 5분 동안은 나도 멍하니 아이들을 쓰다듬었다.

극도의 긴장감이 순식간에 풀리고 나니. 온몸이 뻐근하고, 근육에 힘이 완전히 풀려버린 기분이었다.

“정말 정말 다행입니다. 아까는 시현 씨까지 끌려가 버리는 줄 알았습니다.”

“죄송합니다. 저도 그때는 다른 방법이 안 떠올라서…….”

“오히려 제가 죄송하죠. 이번에는 아무 도움도 드리지 못했으니…… 그런데 아까 어떻게 하신 겁니까?”

“예?”

“지팡이로 구속당하기 직전에 시현 씨가 뭔가를 하신 게 아니었나요?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순간적으로 그렇게 느꼈거든요.”

“으음…….”

워낙 긴박한 순간이어서 그때의 상황이 잘 기억나지 않았다. 머릿속에 상태창 알림음이 울렸던 것만 기억에 남아 있을 뿐이었다.

내가 불분명한 태도를 보이자. 발레리안은 크게 개의치 않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어떻게든 이 상황을 벗어났다는 게 중요한 거 아니겠습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그렇죠. 그게 중요하죠. 그런데…….”

“……?”

“저희는 이제 나가도 되는 걸까요?”

“으음.”

나와 발레리안이 애매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문이 열리면서 경찰 제복을 입은 중년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 아직 계시는군요? 천족분들은 모두 돌아가셨으니, 이제 귀가하셔도 됩니다. 고생하셨습니다.”

다행히 친절한 경찰관님의 안내에 따라 우리는 경찰서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 * *

“와아! 아빠, 엄청 반짝거려.”

「알록달록한 불빛이 슝슝 지나간다, 뾰!」

-무우우…….

차량 뒷좌석에 탄 아이들은 창밖의 도시 풍경을 보며 눈을 반짝였다.

조금 전까지 의기소침했던 모습은 금방 사라지고 난 뒤였다.

“얘들아. 차에 탔을 때는 그렇게 마음대로 움직이면 안 돼. 위험하니까.”

나는 아이들의 안전을 생각하며 최대한 자제시키려 노력했다. 그러면서 중간중간 앞 좌석에 운전대를 잡은 서예린의 눈치를 봤다.

서예린은 운전하는 틈틈이, 백미러를 통해 나와 아이들을 힐끔힐끔 쳐다봤다.

그녀의 오묘한 눈빛에서 정말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가 경찰서에서 나올 때까지 서예린이 기다리고 있었다.

발레리안이 사라진 아이들의 소식을 마계에 전하러 가고, 나와 아이들은 서예린의 차에 올라타 집으로 향했다.

그녀는 평소 같았으면 신나서 아이들에게 마구 말을 걸었을 텐데. 긴장한 아이들이 안쓰러웠는지, 조용히 운전에만 집중해 줬다.

나도 그녀의 배려를 눈치채고 내심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물론 백미러를 통해 느껴지는 ‘나중에 보자!’ 하는 강렬한 시선이 좀 무섭기는 했지만, 이 정도는 내가 감수해야 할 일이었다.

* * *

“엄마, 우리 왔어.”

“어딜 그렇게 급하게…… 어머? 은율아?”

어머니는 함께 들어오는 아이들을 보며 깜짝 놀라셨다.

은율이는 오랜만에 보는 어머니를 보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할모니……?”

“어머, 어머! 나를 기억해 줬구나. 아유! 기특해라.”

어머니는 환하게 웃으시며 은율이를 꼭 껴안아 줬다.

은율이도 방긋방긋 웃으며 편안하게 어머니 품에 안겼다.

아꿍이, 규리와도 인사를 나눈 어머니는 지저분한 아이들의 모습을 살피며 말했다.

“시현아. 애들 옷이 왜 이렇게 더러워졌니?”

“아…… 그게…….”

사람들에게서 정신없이 도망을 다니는 사이, 아이들의 옷은 많이 더러워지고 흐트러져 있었다.

“아이들도 아직 저녁 안 먹었지? 내가 저녁 준비하는 사이에 일단 얼른 씻기고 나와.”

“알았어. 애들아 일단 욕실로 가자.”

아이들을 욕실로 데려가 최대한 빠르게 몸을 씻겼다.

규리와 아꿍이는 옷을 갈아입을 필요가 없었고, 은율이는 더러워진 옷 대신 내 흰색 티셔츠를 입혔다.

많이 헐렁하긴 했지만, 살짝 뒷부분을 묶어주니 원피스 같아 보여서 엄청 귀여웠다.

“자! 얘들아 배고프지? 깨끗이 씻었으니까 얼른 밥 먹자.”

아꿍이를 위해서 신선한 채소와 과일, 규리에게는 과일을 작게 잘라 접시에 담아주었다.

은율이는 무릎에 앉혀서 내가 식사를 챙겨주었다.

다행히도 아이들은 낯선 환경임에도 가리지 않고 식사를 말끔히 끝냈다.

식사를 준비한 어머니도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저녁 식사가 끝나고.

포만감과 함께 긴장이 풀렸는지 아이들 모두가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서예린은 아이들과 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눈치였지만, 거의 쓰러지기 직전인 아이들을 억지로 깨울 순 없었다.

“아이들은 내 방에 데려가서 재울게.”

“그렇게 하렴. 안방에서 작은 이불 좀 꺼내줄까?”

“응. 고마워, 엄마.”

나는 아이들을 방으로 옮겨 잠자리를 챙겼다.

규리에게는 푹신하고 넓은 쿠션과 부드러운 수건으로 잠자리를 만들어 줬고, 은율이와 아꿍이는 조심스럽게 침대에 올려주었다.

「음냐…… 음냐…….」

-코오…….

침대 옆에 살짝 걸터앉아 곤히 잠든 아이들을 바라봤다.

그 모습은 정말이지 아기 천사가 따로 없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아이들을 자는 모습을 지켜보다, 부스스 눈을 뜬 은율이와 시선이 마주쳤다.

은율이는 반쯤은 잠에 취한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우웅…… 아빠.”

“응? 은율아 왜?”

나를 빤히 바라보더니 배시시 웃었다.

“아빠랑 있어서…… 너무 좋다.”

“…….”

그 한마디에 나는 왈칵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오늘 아이들의 행동 때문에 큰 곤욕을 치를 뻔했지만, 이렇게 나를 사랑해 주는 아기 천사들을 어떻게 원망할 수 있겠는가?

나는 푸근한 미소와 함께, 조금은 떨리는 목소리로 은율이에게 속삭였다.

“나도 은율이랑 있어서 너무 좋아.”

“헤헤…….”

은율이는 행복한 미소를 짓더니. 다시 스르륵 눈을 감았다.

작은 여우 소녀의 숨소리가 깊어질 때까지, 넋 놓고 그 모습을 지켜봤다.

아이들이 모두 잠든 후에 조심스럽게 방 밖으로 나섰다.

거실 쪽에서 서예린이 나를 발견하고 말을 걸었다.

“이제 다 잠든 거야?”

“어, 근데 너 아직도 여기 있었어?”

“우씨! 어딜 구렁이 담 넘어가듯 넘어가려고. 좋은 말로 할 때 일로 와!”

“쩝…….”

나는 별로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그녀가 있는 거실 쪽으로 갔다. 탁자 위에는 반쯤 먹다 남은 술안주와 맥주캔이 놓여 있었다.

“이거 술안주는 어디서 났냐? 없었던 것 같은데.”

“집에서 가져왔지. 네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려고.”

“지독하네.”

“아!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빨리 말해봐.”

“……뭘?”

“뭐긴 뭐야? 있는 그대로 다 털어놔야지.”

서예린은 눈을 무섭게 부라리며 나를 압박했다.

이미 조용히 넘어가기는 글렀음을 직감하고 체념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에휴…… 뭐가 궁금한데?”

“엄청 귀여운 여우 여자애. 진짜로 네 딸이야? 너 유부남이었어?”

“진짜 딸은 아니야. 어쩌다 보니 인연이 닿아서 내가 보호자 역할을 하는 거야.”

“그럼 저 귀여운 동물은? 혹시 네 소환물?”

“소환물은 아니고…….”

서예린의 질문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나는 너무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하고, 그녀가 이해할 만한 정도에서 거짓 없이 대답해 줬다.

“우와…… 농장에서 일한다고 했던 게. 설마 마계에서 일하고 있을 줄이야. 어머니도 알고 계시는 거야?”

“응. 저번에 직접 농장에 다녀오시기도 했어.”

“헉! 직접 갈 수도 있는 거야? 나도! 나도 데려가 줘!”

“안 돼. 어머니는 특별한 케이스였어. 당연히 아무나 못 데려간다고.”

“쳇, 쪼잔하네.”

그녀의 수많은 질문을 대답해 주다 보니, 어느새 시계는 자정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제 시간도 늦었으니까. 너희 집으로 돌아가. 나도 들어가 잘 테니까.”

“잠깐!”

“……?”

“나, 오늘 너 도와주느라 고생한 거 알지?”

“당연히 알지. 고맙게 생각하고 있으니까 다음에 밥 한번 살게.”

“에헤이! 어디 밥 한번 사는 거로 퉁치려고! 당연히 안 되지.”

“그럼?”

서예린은 취기에 살짝 상기된 얼굴로 생긋 미소 지었다.

그녀의 속을 모르는 남자가 봤다면, 대부분 홀라당 넘어갈 것 같은 매력적인 미소였다.

“내일 쉬는 날이라고 했지? 그러면 아이들 데리고 같이 쇼핑하러 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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