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63화
삼총사 강림!(6)
귀여운 프릴이 달린 원피스, 알록달록 앙증맞은 치마, 귀여운 캐릭터가 그려져 있는 티셔츠까지.
처음 들어와 본 아동복 매장은 뭔가 아기자기하고, 샤방샤방한 분위기가 흘렀다.
“어서 오세요. 아동복 보러 오셨나요?”
후덕한 느낌의 아주머니가 영업용 미소와 함께 우리를 반겼다.
“네. 여자아이 옷 좀 보려고요.”
“어머나! 외국에서 오셨나 봐요. 정말 예쁜 공주님이네요? 지금 몇 살이에요?”
은율이의 이국적이고 귀여운 외모에 점원은 감탄을 터뜨렸다.
하지만 점원의 너무 친밀한 접근은 은율이에게 부담스럽게 느껴진 모양이었다.
나에게 꼭 달라붙으며 울상을 지었다.
“아빠…….”
“은율아, 괜찮아. 죄송한데, 아이가 낯을 좀 많이 가려서요.”
“아아. 죄송합니다. 아이가 너무 귀여워서 제가 좀 흥분했네요. 저는 저쪽에 있을 테니까 편하게 둘러보세요. 궁금한 점이나 필요하신 게 있으면 언제든지 불러주시고요.”
고맙게도 점원분은 거리를 두면서 우리가 편하게 둘러볼 수 있도록 해줬다.
나는 점원에게 살짝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하고, 본격적으로 매장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서예린은 마치 자신의 옷을 사는 듯 신나게 옷을 고르기 시작했고, 어머니도 조심스럽게 옷 하나하나를 살폈다.
나는 약간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멍하니 그 모습을 지켜봤다.
그래도 가만히 있기는 그래서 슬쩍슬쩍 옷을 살펴보는데, 자연스럽게 가격표가 눈에 들어왔다.
헉! 뭐가 이렇게 비싸?
아니, 옷감은 어른 옷보다 덜 들어가면서. 가격은 더 비싼 게 말이 되나?
아무래도 성인이 될 무렵,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옷을 사면서 패션이나, 멋을 생각하기보다는, 가성비나 기능적인 측면을 많이 생각했었다.
지금은 사정이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은 어려웠던 시절의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았다.
아동복 가격 쇼크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와중에, 서예린과 어머니가 탈의실에서 은율이와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짜잔! 시현아, 어때?”
라벤더 색상의 원피스를 입은 은율이가 살포시 내 앞으로 다가왔다.
하늘거리는 밝은색 프릴과 은빛 머리칼이 아주 잘 어울렸다.
유아 패션잡지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비현실적인 귀여움에 나는 그저 멍하니 바라봤다.
“아이참, 눈치가 없는 아빠네. 빨리 감상평을 말해줘야지.”
“으…… 응? 어? 예뻐. 너무 예뻐. 진짜 예뻐.”
잠시 뇌의 언어 기능이 마비됐는지, 멍청하게 같은 말만 반복하는 내 모습을 서예린이 한심하게 쳐다봤다.
“헤헤…….”
내가 생각해도 센스라고는 하나도 없는 칭찬이었지만, 은율이는 부끄러운 듯 몸을 비비 꼬면서 행복한 얼굴을 했다.
라벤더색 원피스를 시작으로 은율이는 다른 옷들을 하나씩 갈아입으며 색다른 귀여움을 뽐냈다.
팔불출 같아 보이고 싶지 않아 최대한 자제하려 했는데,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을 때마다 내 입꼬리는 내려갈 줄 몰랐다.
처음에는 서예린이 옷의 코디를 주도했지만, 나중에는 은근슬쩍 점원 아주머니가 끼어들어 이것저것 옷을 추천했다.
정말 타고난 옷걸이라는 게 이럴 때 쓰는 것일까?
은율이는 입는 옷마다 치명적인 귀여움을 보여주며 주변 사람들을 감탄하게 했다.
「나는 지금 입은 옷이 제일 예쁜 것 같다, 뾰!」
-무우우! 무우우!
규리와 아꿍이도 나름대로 자신들의 평가를 했다.
-웅성웅성.
-웅성웅성.
“저 여자아이 좀 봐. 너무 귀엽다.”
“외국에서 온 모델인가?”
“저 옷 괜찮아 보이는데.”
은율이의 거부할 수 없는 매력에 아동복 매장에는 점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흡사 패션쇼를 방불케 하는 열기였다.
점원 아주머니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방문한 손님들에게 은율이가 입었던 옷들을 자연스럽게 추천했다.
이미 은율이의 매력에 빠진 손님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옷에 관심을 보이고, 구매하는 사람까지 생겨났다.
우리는 더 혼잡해지기 전에 마음에 들었던 옷들을 챙겨 계산하기로 했다.
워낙 예쁘고 잘 어울리는 게 많아서 계산대 위에는 옷이 수북하게 쌓였다.
-삑! 삑!
옷 하나하나 결제할 때마다 계산대 화면에는 액수가 살벌하게 올라갔다.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서예린이 슬쩍 다가와 속삭였다.
“괜찮겠어?”
“뭐가?”
“아까 가격표 보고 좀 놀라던 거 같던데…….”
“쓰읍. 그런 거 봤으면 모른 척 좀 해라. 쪽팔리게…….”
“킥킥! 미안, 미안. 혹시 부담스러우면 몰래 좀 보태주려고 했지. 은율이한테 점수 좀 따게.”
“이 정도는 괜찮아. 이럴 때 쓰려고 열심히 버는 거지 뭐.”
“오올! 시현이 좀 멋있는데?”
“그리고…….”
“……?”
나는 뭔가를 말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서예린이 이상하게 쳐다봤지만, 방금 삼켰던 말을 다시 꺼내지 않았다.
‘나는 거지같이 입고 다녔어도, 은율이는 예쁘게 입히고 싶으니까.’
은율이는 나보다 많은 걸 누리게 해주고 싶다는 의미였지만, 옆에 있는 어머니에게는 가슴의 비수가 될 수 있는 말.
그래서 급히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부모는 속일 수 없었다. 어머니는 다 안다는 표정으로 나의 등을 쓰다듬어주셨다.
미안함과 대견함이 섞인 어머니의 눈빛에 나는 괜히 뒷머리를 긁적거리며 시선을 피했다.
옷의 계산이 다 끝났을 때.
은율이가 나의 다리를 꼭 끌어안았다.
방금 새로 산 라벤더색 원피스를 입고 사랑스럽게 나를 올려다보았다.
“아빠…… 새 옷…… 고마워.”
나의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가 피어났다.
생각보다 훨씬 많은 돈을 썼지만, 은율이의 해맑은 미소가 그것보다 훨씬 값지게 느껴져, 내 마음을 풍족하게 만들었다.
* * *
은율이의 옷 쇼핑이 끝내고. 우리는 의류 매장을 빠져나와 생활 물품을 판매하는 곳으로 이동했다.
어머니는 그곳에서 아이들과 함께 집에서 사용할 수저와 그릇을 골랐다.
“할모니…… 이거.”
“은율이는 이게 마음에 드니?”
“응.”
「나는 이 알록달록한 그릇이 마음에 든다, 뾰!」
-무우우. 무우.
은율이는 귀여운 고양이 캐릭터가 그려진 그릇과 수저를 골랐고, 규리는 작고 화려한 유리그릇을, 아꿍이는 크고 널찍한 플라스틱 재질의 그릇을 선택했다.
아이들이 그릇을 보고 있는 동안.
나는 농장에 필요할 만한 물건이 없는지 주변을 둘러봤다.
저번에 안드라스 씨가 내가 사용하는 볼펜을 탐내는 것 같던데…… 이번 기회에 넉넉하게 사둬야지.
오! 이 주방 장갑 귀여운데? 흐음…… 조리도구 세트도 하나 살까?
근처를 둘러보다가 캠핑 장비가 있는 구역에 눈길이 닿았다.
나도 모르게 마계에 공기 좋고, 풍경 좋은 곳에서 느긋하게 캠핑하는 모습을 떠올렸다.
캠핑이라…… 취미 생활로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힐끗힐끗 장비들을 둘러봤다. 심플하면서 세련된 디자인의 장비들이 눈길을 확 끌었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것도 아닌데 장비 구매 욕구가 막 샘솟았다.
“아빠!”
“은율아, 왜?”
“할모니가 불러.”
“쩝…… 알았어. 같이 가자.”
캠핑 장비를 향한 미련 가득한 시선은 접어두고, 은율이의 손을 잡고 어머니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어머니는 아꿍이를 태운 유모차와 함께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응? 예린이는 어디 갔어? 규리도 안 보이네.”
“나도 잘 모르겠네. 아까까지만 해도 같이 그릇이랑 컵을 보고 있었는데.”
“잠깐만 기다려봐. 금방 찾아올게.”
은율이와 아꿍이를 어머니에게 맡기고, 혼자 서예린과 규리를 찾으러 나섰다.
아니, 어디까지 간 거야? 전화라도 해봐야 하나.
근처에서 둘의 모습을 찾을 수 없어 휴대폰을 꺼내려는데, 근처 어린이 장난감 매장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소란스러움의 중심에서 서예린의 모습을 찾아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녀는 어린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근처까지 다가서자 그녀와 아이들의 대화 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
“정말이에요? 정말 언니가 마법 소녀예요?”
“……?”
“그럼! 내가 바로 정의의 이름으로 악당을 물리치는 마법 소녀야.”
“……???”
“에이, 거짓말! 누나는 나이가 너무 많잖아요.”
한 남자아이의 순수한 팩트 폭행에 서예린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하지만 금방 평정심을 되찾으며 대답했다.
“마, 마법 소녀 활동을 좀 오래 하다 보니, 나이를 조금 먹었을 뿐이야.”
“그럼 변신해 봐요. 변신!”
“변신해 주세요!”
“여기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안 돼. 대신 내 파트너를 소개해 줄게. 나와라, 내 파트너!”
서예린의 부름에 맞춰 규리가 뾰로롱하고 모습을 드러냈다.
「안녕! 나는 마법 소녀의 파트너다, 뾰!」
“와아아!!”
“요정님이다!!”
아이들은 진짜 요정의 등장에 환호성을 질렀다.
규리는 아이들의 반응이 마음에 들었는지, 아이들 주위를 날아다니며 반짝이는 요정 가루를 사방에 뿌렸다.
와…… 진짜 여러 가지 의미로 대단하네.
나는 그 모습을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지켜봤다. 더는 가만히 두면 안 될 것 같아 앞으로 나섰다.
“야, 지금 애들 데리고 뭐 하는 거야.”
“앗! 얘들아, 나와 파트너를 잡으러 온 악당이야. 도와줘!”
“……?!”
“나쁜 악당을 물리치자!”
“와아아!”
서예린에게 매료된 아이들은 갑자기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당연히 아이들에게 손을 댈 수 없으니,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눈치껏 쓰러지는 연기를 한 뒤에야, 아이들은 승리의 만세를 부르며 나를 놓아주었다.
한참 뒤에야 매장 직원이 나타나 나를 일으켜 세워줬다.
왜 이렇게 늦게 나왔냐고 물으니, 자기도 처음에는 장난감 광고 이벤트인 줄 알았다고…….
다행히 주변에서 지켜보던 부모님들의 반응이 나쁘지 않아서, 매장 직원은 오히려 서예린과 나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하하하, 재미있었지, 규리야?”
「응, 재미있었다, 뾰!」
“시현아, 내 마법 소녀 연기 어땠어?”
서예린은 능청스럽게 웃으며 내게 물었다. 나는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며 질린 표정으로 대답했다.
“어후! 보는 내가 다 민망할 지경이다. 너는 창피하지 않냐?”
“글쎄? 봉사 활동으로 아이들 앞에서 가끔 연극을 해서 그런지 이제 익숙하네.”
“음…… 봉사 활동 같은 것도 다녀?”
내가 살짝 놀란 듯 되묻자. 그녀는 민망해하며 손을 내저었다.
“길드에서 단체로 가끔 하는 거야. 가끔.”
“가끔이라도 바쁜 와중에 대단하네.”
“대단하긴 뭘…… ”
살짝 부끄러워하는 서예린의 모습에 의외의 일면을 본 것 같아 내심 감탄했다.
* * *
다음으로 아이들과 함께 향한 곳은 식품 매장이었다.
끝없이 넓은 진열대에 깔린 많은 상품이 아이들을 눈을 현혹했다.
“와아…… 아빠 저기! 저기!”
「시현, 시현! 저거 엄청 맛있어 보인다, 뾰!」
은율이는 흥분해서 나의 손을 이끌었고, 규리도 쉴 새 없이 내 귓가에 대고 재잘거렸다.
나는 호기심으로 온몸을 들썩이는 아이들을 진정시키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일단 농장 식구들에게 사줘야 할 물건부터 카트에 담았다.
리아네와 엘프리드에게 전해줄 샤워 용품, 주방에 부족한 물품, 요리할 때 필요한 식료품과 조미료까지.
미리 메모해 뒀던 물건들을 카트에 옮기는 사이, 서예린은 아이들과 함께 열심히 시식 코너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시현아! 이리 와서 이것 좀 먹어봐봐.”
“뭔데?”
“삼겹살이 엄청 맛있어.”
“아빠. 이거.”
은율이가 시식 코너의 고기 한 점을 집어서 내게 내밀었다.
잘 익은 고기의 고소하면서 부드러운 식감이 느껴졌다.
언제나 그렇듯, 시식 코너 특유의 감질나는 양으로 식욕을 돋웠다.
시식 코너의 아주머니가 금방 나에게 영업을 시작했다.
“아이가 고기를 너무 맛있게 잘 먹네요. 오늘 고기가 새로 들어와서 정말 신선해요. 정육점에서 한 번 보고 가세요.”
생각해 보니 집에서 고기 구워 먹은 지 엄청 오래됐다.
일이 바빴던 것도 있고, 어머니와 단둘이 있다 보니 집에서 고기 구울 일이 잘 없었다.
아이들도 있으니 오랜만에 고기를 구워 먹고 싶어졌다.
“엄마, 오랜만에 집에서 고기 구워 먹을까?”
“나는 좋지. 예린이도 같이 먹을까?”
“물론 같이 먹어야죠. 헤헤!”
어머니는 서예린과 아이들을 데리고 바로 옆 정육점에서 고기를 살펴보러 갔다.
나는 조금 답답해하는 아꿍이를 데리고 고기와 함께 먹을 쌈 채소들을 구매하러 갔다.
상추, 깻잎, 마늘, 버섯…….
쌈 채소들과 고기와 함께 곁들일 것들을 담고 있을 때.
아꿍이가 몸을 움찔거리더니, 갑자기 유모차를 박차고 뛰쳐나갔다.
“어엇?! 아꿍아!”
나는 깜짝 놀라 유모차와 채소들을 두고 아꿍이의 뒤를 쫓았다.
재빠른 아꿍이를 겨우 발견한 곳은 과일들을 한데 모아 판매하는 곳이었다.
아꿍이는 그 판매대 앞에 앉아서 반짝이는 눈빛으로 과일들을 바라봤다.
귀엽고 특이한 외모에 아꿍이가 주변의 눈길을 끄는 것은 아주 당연한 일. 과일 판매대를 지키고 있던 20대 남자 직원이 아꿍이를 신기하게 내려다봤다.
뒤늦게 도착한 나는 황급히 아꿍이를 안아 들면서 직원에게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반려동물 유모차에 태우고 있었는데 갑자기 튀어나가서…… 죄송합니다.”
“아뇨, 괜찮습니다. 근데 굉장히 귀여운 친구네요. 희귀 반려동물 같은 건가요.”
“아…… 네, 비슷합니다.”
직원에게 인사를 하는 동안, 아꿍이는 계속 애절한 눈빛으로 과일 판매대를 바라봤다.
-무우…… 무우우…….
어떻게 해야 하나 난처해 하고 있을 때.
이 모습을 본 남자 직원이 방울토마토 하나를 아꿍이에게 건넸다.
“자. 하나 먹을래?”
“괜히 그러실 필요 없는데…….”
“시식용으로 나온 거라 괜찮아요.”
아꿍이는 남자 직원이 건네는 방울토마토를 눈을 반짝이며 받아들었다. 그리고 두 앞발로 방울토마토를 조심스럽게 입으로 가져갔다.
-무우우!
방울토마토를 맛보고 아꿍이는 행복한 울음소리를 냈다. 그리고 남자 직원을 향해 앞발을 흔들며 나름대로 감사 인사를 전했다.
“와! 정말 똑똑한 친구네요. 한 번 쓰다듬어봐도 돼요?”
“네.”
남자 직원이 조심스럽게 머리를 쓰다듬자, 아꿍이는 다시 한번 기분 좋은 울음소리를 냈다.
어느새 주변에는 아기 야쿰의 귀여움에 매료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시식을 담당하는 직원들이 자기 과일을 하나씩 가져와 아꿍이에게 바치기 시작했다.
“이것도 먹어볼래?”
“너무 귀엽다! 사진 한 장만 찍어도 돼요?”
“저 한 번만 안아보면 안 될까요?”
사과, 오렌지, 체리, 키위 등등…….
직원뿐만 아니라 매장을 방문한 고객이 직접 과일을 사서 아꿍이에게 건네주기까지 했다.
나중에 매장 관리 매니저가 상황을 정리하고 나서야, 아꿍이를 위한 과일 시식 행렬이 끝을 맺었다.
와…….
아꿍아. 넌 어디 가서도 굶을 일은 없겠다.
달콤한 과일들을 마음껏 맛본 아꿍이는 더없이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 * *
길었던 쇼핑을 끝낸 뒤.
일행은 구매한 물건들을 한가득 가지고 서예린의 차로 되돌아왔다.
새로운 경험을 하며 신나게 돌아다닌 덕분인지, 끝없는 체력의 아이들도 약간 피곤한 기색이었다.
서예린은 차를 출발시키기 전에 뒷좌석을 돌아보며 말했다.
“어린이 친구들, 오늘 재미있었어?”
“응, 재밌었어!”
「신기한 게 너무 많았다, 뾰! 빨리 마을로 돌아가서 친구들한테 자랑하고 싶다, 뾰!」
-무우우! 무우우!
아이들의 열렬한 반응에 서예린은 흡족한 표정을 지었고, 어머니도 훈훈한 미소를 지으셨다.
나 역시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아이들을 바라봤다.
조금 정신없고 피곤하긴 했어도. 아이들과 즐거운 추억을 남길 수 있어서.
정말 오랜만에 보람차고 뜻깊게 보낸 휴일인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