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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64)화 (64/426)

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64화

수확 그리고 보상(1)

짧았던 휴일이 끝나고 다시 농장으로 출근하는 날이 되었다.

새벽부터 일어나 농장으로 가져갈 물건들을 정리하고, 비몽사몽인 아이들을 잠에서 깨워 마계로 갈 준비를 시작했다.

어머니도 함께 일어나 아이들 하나하나를 정성스레 챙겼다.

“은율아, 농장에 가서도 시현이 말 잘 듣고. 이번처럼 너무 위험한 행동 하면 안 된다. 알았지?”

“응, 할머니.”

“규리도 친구들이랑 사이좋게 지내고. 시현이 많이 도와줘.”

「알았다, 뾰! 걱정하지 마라, 뾰!」

“아꿍이도 밥 잘 먹고 건강해야 한다.”

-무우우.

아이들과 작별인사를 나누는 어머니의 눈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함께 지낸 시간은 짧았지만, 벌써 아이들에게 많은 정을 준 것 같았다.

“엄마, 가능하면 아이들 또 데리고 올게. 너무 아쉬워하지 마.”

“에구구. 나도 늙었는지 툭하면 눈물이 나려고 하네.”

눈시울을 붉히는 어머니의 모습에 아이들 모두가 쪼르르 달려가 안겼다.

“울지마, 할머니!”

「다음에 꼭 놀러 오겠다, 뾰!」

-무우우! 무우우!

“알았어, 할머니 안 울게. 우리 아가들 정말 착하네.”

헤어지기 전 마지막으로 아이들을 꼭 안는 모습에 괜히 나까지 코끝이 찡해졌다.

마계로 갈 준비를 끝내고 모두 함께 1층으로 내려갔다. 건물 입구에는 미리 연락한 대로 발레리안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어머니. 짐은 이리 주세요.”

“아침부터 고생이 많으시네요.”

가져갈 짐을 금방 트렁크에 싣고, 아이들과 나는 뒷좌석에 올라탔다.

창문을 내리고 아이들과 어머니는 작별인사를 나눴다.

“할머니 안녕!”

「안녕이다, 뾰!」

-무우우우!

“그래, 몸 조심히 가!”

발레리안이 운전하는 차량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집 앞 거리를 완전히 빠져나갈 때까지, 어머니를 향해 계속 손을 흔들었다.

인페리스 사무실로 향하는 길.

아이들은 아침잠이 부족했는지 차에 탄 지 얼마 되지 않아 모두 잠에 빠져들었다.

백미러로 뒷좌석을 확인하던 발레리안이 낮은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휴일 잘 보내셨습니까?”

“네, 조금 놀랄 만한 일이 있긴 했어도. 아이들 덕분에 오랜만에 의미 있는 휴일을 보낸 것 같아요.”

“그건 참 좋은 소식이네요.”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던 발레리안은 한결 진중한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시현 씨, 아이들이 마계에서 넘어온 것에 대해서 말입니다.”

“…….”

“지금 인페리스 사무실에 시현 씨를 기다리는 존재가 있습니다.”

“혹시……?”

“아마 시현 씨 생각이 맞을 겁니다.”

나는 잠들어 있는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 * *

인페리스 사무실 앞에는 지난번에 봤던 두 명의 천족이 서 있었다.

“아슈미르 감시관님께서 안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들은 마치 문지기처럼 사무실 문 앞에 서 있다가 우리에게 길을 내주었다.

나와 발레리안은 무서워하는 아이들을 데리고 사무실 안으로 향했다.

사무실 안에는 아슈미르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오세요. 임시현 씨,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 예.”

마치 사무실의 주인인 듯 우리를 맞이하는 모습이 굉장히 어색하게 느껴졌다.

아슈미르의의 시선이 잠시 나에게 머물다가, 뒤에 숨어 있는 아이들 쪽으로 향했다.

지난번 안 좋은 기억 때문에 그녀의 무심한 시선만으로도 아이들은 움찔 몸을 떨었다.

나는 일부러 앞으로 나서서 그녀의 시선을 아이들로부터 차단했다.

“임시현 씨, 너무 긴장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지금도 제 눈에는 저 아이들이 규율을 어긴 죄인으로 보이지 않으니까요.”

“그럼 무슨 일로 찾아오신 거죠?”

“며칠 전에 있었던 일을 상부에 보고했습니다. 이제껏 없었던 일이라 위에서도 여러 가지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

“결론적으로 우리는 당신들을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아직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는 게 상부의 뜻입니다. 그리고 당신들을 지켜보는 역할을 제가 맡기로 했습니다.”

온전히 그녀가 말하는 의미를 이해할 수 없었지만, 아이들에게 나쁜 일이 일어날 것 같지는 않았다.

나는 아직 긴장된 표정으로 그녀에게 되물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하시겠다는 거죠?”

아슈미르는 제복의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내 쪽으로 내밀었다.

“……이게 뭐죠?”

“스마트폰입니다만? 임시현 씨도 사용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저도 사용하고 있긴 한데. 갑자기 왜 스마트폰을……?”

내 물음에 아슈미르는 고개를 갸웃하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했다.

“서로 연락처를 교환하고 싶을 때, 이렇게 스마트폰을 내주는 것이 인간들의 문화 아니었습니까?”

“어어…… 맞긴 맞는데요.”

“저 아이들을 이곳으로 데려올 때마다, 제게 연락을 해주시면 됩니다.”

“자, 잠깐만요! 그럼 제가 원하면 언제든지 아이들을 이곳에 데려와도 된다는 뜻인가요?”

“지금은 그렇습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저 아이들은 차원의 규율을 어기지 않았으니까요.”

나는 잠시 표정으로 아슈미르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그녀가 아직도 스마트폰을 내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뒤늦게 그것을 받아 서로의 연락처를 교환했다.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게 끝인가요? 다른 이야기는 없나요?”

“없습니다. 당신에게 연락처를 얻기 위해서 찾아왔을 뿐입니다. 그럼 저는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아슈미르는 정말 연락처만 교환하고 쌩하니 인페리스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아니, 정말로 연락처만 물어보러 온 거라고?

그러면 이렇게 아침부터 찾아올 필요가 있었나? 그것보다 애초에 찾아올 필요가 있는 건가?

나와 발레리안은 굉장히 허무한 표정으로 그녀가 나간 문 쪽을 바라봤다.

“리안 씨.”

“네, 시현 씨.”

“천족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존재들이네요.”

“……동감입니다.”

마계에서 무단으로 넘어왔던 아이들에 대해, 생각보다 어이없게 문제가 해결됐다.

* * *

“시현 님, 오랜만에 뵙는 것 같군요.”

“안녕하세요. 포코 영감님. 조금 쉬다가 왔습니다.”

“휴식을 취하는 것도 중요하지요.”

염소수인 포코 영감이 딸기밭에서 나를 반갑게 맞이했다.

간단한 안부 인사를 나누고, 내 뒤편에 서 있던 엘프리드를 바라봤다.

“오늘은 용마족 메이드분이 아니라 새로운 분과 함께 오셨군요.”

“엘프리드, 인사해. 딸기밭 일을 도와주시는 포코 영감님이셔.”

“어…… 음, 베르딕 가문의 엘프리드다.”

“엘프리드 님이셨군요. 편하게 포코 영감이라고 불러주시면 됩니다.”

엘프리드는 굉장히 어색하게 인사했다. 포코 영감은 전혀 개의치 않고 자연스럽게 그의 인사를 받아주었다.

딸기밭의 전체적인 관리를 맡긴 포코 영감에게 수확 상황을 물었다.

“영감님, 딸기밭 수확은 잘돼 가고 있나요?”

“물론입니다. 지난번에 안드라스 님이 오셔서 저장고에 보존 마법도 설치해 주셔서 이제 보관도 걱정 없습니다.”

포코 영감과 이야기를 나누며 딸기밭을 둘러보았다.

빨갛게 잘 익은 딸기들이 곳곳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시현 님, 오셨습니까?”

“안녕하십니까? 시현 님!?”

“네, 모두 고생이 많으시네요.”

“하하하! 아닙니다. 수확이라고 생각하니 벌써 설렙니다.”

“저번보다 훨씬 수확량이 좋을 것 같으니,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시현 님!”

딸기밭을 지나가는 동안 일하는 모든 수인들이 나에게 인사를 걸었다. 나는 웃으며 그들의 인사를 하나하나 받아줬다.

호위를 목적으로 따라온 엘프리드는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신기하네요.”

“뭐가?”

“수인들은 보통 마족이나 다른 존재에게 경계심이 심하다고 들었는데. 이곳은 전혀 그렇지 않군요.”

“예전에는 확실히 그랬지…….”

나는 리아네와 처음 엘든 마을에 갔을 때를 떠올리며 피식 웃었다.

이곳의 수인들도 처음에는 지금처럼 친화적이지 않았으니까.

나와 엘프리드는 딸기밭을 지나 저장고로 향했다.

저장고 앞에서는 수확한 딸기를 분류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어?! 사탕 아저씨!”

함께 분류작업을 하던 고양이 소녀, 미루가 날 발견하고 우다닥 달려왔다.

가벼운 몸을 날려 내 품에 안기며, 고롱거리는 기분이 좋은 소리를 냈다.

“일 열심히 하고 있었어?”

“그럼요! 같이 일하는 아주머니들이 저 일 잘한다고 칭찬해 줬어요.”

“미루 아주 기특하네.”

내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미루는 방실방실 웃으면서 고양이 꼬리를 살랑거렸다.

“오늘은 그 덩치 큰 마족 아저씨랑 안 왔네요.”

“안드라스 씨는 오늘 다른 일이 바빠서 내일이나 올 거야.”

“어? 뒤에 있는 마족 오빠도 사탕 아저씨랑 같이 일하는 분이에요?”

“응, 얼마 전부터 같이 일하기 시작한 엘프리드야.”

“안녕하세요, 엘프리드 오빠! 저는 미루라고 해요.”

미루는 내 등 뒤로 불쑥 얼굴을 내밀며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붙임성 넘치는 인사에 엘프리드는 깜짝 놀라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아무래도 처음 만난 자신에게 저렇게 반가운 인사를 건넬 줄 예상 못 한듯했다.

나는 엘프리드의 재밌는 반응에 키득거리며 웃었다.

그러다 잠시 후, 뭔가 이상한 것을 깨닫고 진지한 얼굴로 변했다.

“그런데 미루야.”

“네?”

“나랑 안드라스 씨는 아저씨인데, 왜 엘프리드는 오빠라고 부르는 거야?”

나는 엄격, 근엄, 진지함을 담아 질문했다.

미루는 잠시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해맑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냥 아저씨는 아저씨가 어울리는 것 같아요. 저 오빠는 오빠가 어울리는 것 같고. 헤헤.”

“으…… 응, 그렇구나…….”

아…….

물론 엘프리드가 앳된 느낌의 귀공자 느낌이긴 했지만.

그래도 내가 엘프리드보다 안드라스 쪽에 가까운 아저씨라니!

어디서 동안이라는 이야기는 못 들어도. 아직 아저씨 쪽에 가깝다고 생각은 안 했는데…….

애써 좌절감과 실망감을 감추는 내 모습에.

미루는 영문도 모른 채 고개를 갸웃거렸고, 딸기를 분류하던 아주머니들이 입을 가리고 웃음을 참았다.

아저씨 충격에 헤어나오지 못하던 중에 딸기 저장고 입구에서 라구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시현 님, 잘 지내셨습니까?”

그는 반갑게 인사하며 내 쪽으로 다가왔다.

“라구스 씨도 와 계셨군요.”

“네. 딸기밭 수확에 진행 상황을 알아보려고 찾아왔습니다. 농사가 정말 잘 지어진 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수확량이 많아 저장고의 공간이 부족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헉! 그 정도예요?”

저장고의 크기를 꽤 넉넉하게 지었다고 생각했는데, 공간이 부족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에 깜짝 놀랐다.

지금도 딸기밭을 계속 늘릴 계획이라 기존의 계획을 수정해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시현 님에게 긴히 드릴 말씀이 있는데…….”

라구스는 슬쩍 중요한 이야기가 있다는 분위기를 풍겼다.

나는 품에 안고 있던 미루를 아주머니들이 있는 곳으로 돌려보냈다.

엘프리드도 눈치껏 뒤로 물러서 나와 라구스의 공간을 만들어 줬다.

라구스는 품에서 뭔가를 주섬주섬 꺼내 들었다. 그의 손에는 여러 장의 편지가 들려 있었다.

“편지? 그게 뭐죠?”

“여러 상인과 상회에서 보내온 편지입니다. 어떻게 딸기밭의 수확일을 알았는지, 모두 시현 님과 거래를 하고 싶다는 내용입니다.”

“이렇게나 많이요?”

“이것도 이름 있는 상인이나, 큰 상회의 편지만 가져온 겁니다. 실제로 도착한 편지는 더 많습니다.”

“으으…….”

그의 양손에 들린 수많은 편지를 건네받으며 나는 질린 표정을 지었다.

에르긴 한 명을 상대로 거래하는 것도 피곤한데, 저렇게 많은 상인이 몰려올 생각을 하니 벌써 머리가 지끈거렸다.

라구스는 내 반응을 보며 쓰게 웃었다.

“수확한 딸기를 얼마나 판매하실지는 생각해 두셨습니까?”

“대충은 생각해 놨어요.”

가장 먼저 수확한 딸기는 마왕성에 보낼 생각이었다.

지난번에 언급했던 적절한 보상이 감감무소식이긴 했지만, 일단은 좋은 딸기들을 골라 보낼 계획이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수확량이 많아서 야쿰에게도 딸기를 좀 챙겨주고 싶었다.

“아마 지난번에 팔았던 양보다 두 배 정도 더 많이 판매할 생각이에요.”

라구스는 생각보다 판매량이 적다고 생각했는지 얼굴에 의문이 떠올랐다.

“지금 수확량으로 보면 더 많이 판매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남은 딸기는 제가 개인적으로 만들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요.”

“……?”

나는 라구스를 향해 싱긋 웃으며 말했다.

“기대하셔도 좋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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