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65화
수확 그리고 보상(2)
아직 아침이 찾아오지 않은 어슴푸레한 새벽녘.
오랜만에 일찍 농장에 출근해 야쿰들이 있는 초원에 나와 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이리저리 흩어져 새벽의 촉촉한 풀을 뜯고 있었겠지만, 오늘은 한 마리도 빠짐없이 내 주변에 몰려들었다.
-부우우우!
-부우우! 부우우!
“알았어, 알았어. 너무 보채지 마. 딸기는 아직 많이 남아 있으니까. 어엇?! 뒤에서 몰래 빼먹지 안 돼!”
지난날 수확한 딸기를 가득 가져와 야쿰에게 한 마리씩 나눠줬다.
녀석들이 워낙 딸기를 좋아해 관심이 폭발하는 중이었다.
이 조그마한 딸기로 야쿰의 커다란 배를 채울 수는 없지만, 모두가 즐겁게 맛볼 수 있을 정도로 잘 배분해서 챙겨줬다.
이렇게 많은 딸기를 야쿰의 먹이로 사용했다는 걸 알면, 아마 상인들은 처절한 비명을 질렀을 것 같다.
이곳에서 딸기는 확실히 돈이 되는 물건이니까.
하지만 나에게는 번쩍이는 골드보다, 행복해하는 야쿰들의 모습을 보는 게 더 보람 있고 즐겁게 느껴졌다.
충분히 딸기를 맛본 야쿰들이 자리를 떠나고, 가장 뒤늦게 큰뿔이가 내 쪽으로 다가왔다.
무리의 우두머리답게 다른 야쿰들이 식사할 때는 항상 주변을 경계하는 역할을 자처했다.
-부우우우.
“이제 왔어? 자! 딸기 한번 먹어봐봐.”
저장고에서 막 꺼내와 신선한 딸기들을 먹기 좋게 담아줬다.
큰뿔이는 고개를 숙여 혀를 날름거리며 딸기들을 쏙쏙 입안으로 가져갔다.
“어때? 맛있지? 내가 만든 딸기밭에서 수확해 온 거야.”
-부우우우!
큰뿔이는 딸기가 마음에 들었는지 기분 좋은 울음소리를 냈다.
큰뿔이가 만족하는 모습을 보니 뿌듯한 마음이 더 커지는 것 같았다.
-스으윽.
그릇에 딸기를 전부 비워낸 큰뿔이가 내쪽으로 커다란 머리를 들이밀었다.
공격의 의사가 아니라 친밀함의 표현이라는 것을 금방 알아챘다.
“하하하! 큰뿔이 너 딸기가 엄청 맛있었나 보네. 평소에 안 하던 애교도 부리고 말이야.”
나는 쉽게 볼 수 없는 큰뿔이의 애교를 만끽하며 시원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항상 가족들 챙기느라 고생하니까. 큰뿔이는 특별대우 해줘야지.”
-부우우우!
나는 큰뿔이가 더 먹을 수 있도록 그릇에 딸기를 듬뿍 채워줬다.
녀석은 나에게 한 번 더 애교를 부린 뒤, 다시 딸기가 담긴 그릇으로 고개를 돌렸다.
잠시 큰뿔이의 옆구리를 쓰다듬다가 고개를 들었다.
어느새 해가 떠올라 새벽의 푸르스름한 기운을 몰아내고 있었다.
“드디어 오늘이구나.”
어제 딸기밭의 마지막 수확을 마쳤다.
라구스가 예상했던 저장고가 부족하게 느껴질 정도로 넉넉하게 딸기를 수확했다.
많은 수확량에 신선함이나 맛도 절대 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은 상인들에게 딸기를 판매하기로 한 날.
들려온 소식에 의하면, 마을은 이미 먼저 도착한 상인들로 북적거린다고 했다.
딸기만 판매했던 지난번과는 달리.
이번에는 나름대로 고생을 해가며 만반의 준비를 끝냈다. 벌써 어떤 반응을 보일지 기대감과 설렘이 얼굴에 가득해졌다.
***
“와아…….”
“이건…… 정말 대단하네요…….”
마차를 타고 엘든 마을 입구에 들어서며, 나와 리아네가 처음 내뱉은 한마디였다.
오랜만에 방문한 엘든 마을.
이곳은 이제 더이상 과거의 한산하고, 아기자기한 느낌의 작은 마을이 아니었다.
이곳저곳에서 작지 않은 규모의 건물들이 건설 중이었고, 흙바닥이나 다름없었던 마을의 도로는 깔끔하게 정비돼 있었다.
함께 온 안드라스나, 엘프리드에게는 지금의 변화가 놀랍지 않게 느껴질지 몰라도, 꽤 오래전부터 엘든 마을을 방문했던 나와 리아네에게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시현 님이 마을에 오셨다!”
내가 방문했다는 소식이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마차 주변으로 소식을 들은 수인들이 몰려들었다.
“어서 오세요, 시현 님!”
“꺄아악! 너무 멋있어요.”
평범하게 인사를 건네며 나를 맞이하는 사람들부터, 마치 연예인을 본 것처럼 열광하는 여자 수인도 있었다.
마을 주민들의 열렬한 환영 인사가 조금 민망하면서도 썩 나쁘지 않은 기분이었다.
“호오! 마을에서 시현 님의 인기가 하늘을 찌를 정도군요.”
안드라스는 마을 주민의 반응을 보며 감탄을 표했다.
엘프리드도 이런 상황이 신기한 듯 연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꼭 좋은 일만 있는 건 아니었다.
“딸기 공자님! 딸기 공자님!”
“오늘도 멋지십니다. 딸기 공자님.”
다시 듣게 된 그 호칭에 나의 얼굴이 살짝 찌푸려졌다. 그리고 동시에 엘프리드 쪽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푸흡! 시현 선배, 저 호칭은 뭐에요? 딸기 공자님? 큭큭!”
“…….”
“시현 님에게 잘 어울리는 호칭이군요. 저는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안드라스는 ‘딸기 공자님’이라는 호칭이 마음에 드는지 흡족한 미소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빠가 딸기 공자님이야?”
“끄응…….”
옆에 있던 은율이의 순진무구한 질문에 뭐라 대답도 못 하고 앓는 소리만 냈다.
리아네는 괴로워하는 나를 보며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엘든 마을 주민들의 환영을 받으며 마차는 마을 중심부로 향했다.
거리에는 마을 주민뿐만 아니라 외지인으로 보이는 상인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여∼! 드디어 주인공님께서 오셨네.”
“레빌 씨!”
여전히 우람한 체격을 자랑하는 레빌이 마차 쪽으로 다가왔다.
뒤에는 헤론과 그렉도 뒤따르고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형님! 누님!”
“킁,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절도 있게 고개를 꾸벅 숙였다. 나는 익숙하게 두 사람의 인사를 받았다.
짧게 인사를 나누는 동안, 세 사람의 복장에 조금 변화가 있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레빌 씨도 그렇고 헤론과 그렉도 옷이 달라지셨네요?”
“으음…… 그게…….”
“킁! 형님, 들어보십시오. 레빌 아저씨가 마을 자경단의 대장이 됐습니다. 킁킁!”
흥분한 그렉이 돼지 코를 킁킁거리며 새로운 소식을 전했다. 나는 반색을 하며 축하 인사를 전했다.
“오! 레빌 씨, 축하드려요.”
“축하는 무슨…… 귀찮은 일을 억지로 떠맡은 거지.”
“그런데 원래 마을에 자경단이 있었나요?”
“최근에 생긴 거야. 외부에서 찾아오는 손님이 많아지다 보니 이래저래 잡음이 끊이질 않거든. 수인 마을이라고 얕잡아보는 놈들도 많고…….”
생각지도 못한 마을의 껄끄러운 이야기에 내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레빌은 피식 웃으면서 괜찮다는 듯 말을 이어나갔다.
“그렇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야. 네 덕분에 이렇게 마을이 성장했으니, 우리도 이 정도는 해결해나가야지.”
“맞습니다. 저희도 자경 대원으로서 열심히 마을을 지키겠습니다.”
“킁! 믿고 맡겨주십시오!”
헤론과 그렉은 자신만만하게 마을을 지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전보다 믿음직스러워진 그들의 모습을 보며 나도 다시 미소를 되찾았다.
우리는 세 사람의 호위를 받으며 마을의 중심부로 향했다.
그곳에는 라구스와 에르긴, 처음 보는 중년 남성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말들을 적당한 곳에 세워두고 마차에서 내려섰다.
“오셨군요. 안 그래도 시현 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나를 반갑게 맞이하는 두 사람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그사이 함께 있던 중년 남성이 이쪽으로 슬쩍 다가왔다.
“크흠.”
부자연스럽게 헛기침하자, 기다렸다는 듯 라구스가 그의 소개를 시작했다.
“아! 시현 님. 이분은 오르펭 상회에 소속된 알고트 님이십니다.”
“만나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오르펭 상회의 지부장을 맡고 있는 알고트라고 합니다.”
“예, 안녕하세요. 임시현이라고 합니다.”
알고트라는 마족은 두꺼운 뿔과 잘 관리된 것 같은 두꺼운 콧수염을 가졌다.
에르긴과 비교해서 훨씬 중후하고 묵직한 존재감을 자랑했다.
뒤에 서 있던 안드라스가 내가 모르는 부분을 작은 목소리로 설명해 줬다.
“오르펭 상회는 황금시계 상회와 비슷한 규모의 상인 집단입니다. 그리고 지부장이라고 하면 상회에서 꽤 높은 직책일 겁니다.”
“고마워요, 안드라스 씨!”
아무래도 에르긴과 알고트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흐르는 것이, 소속된 상회가 서로 경쟁 관계에 있는 듯했다.
어색한 긴장감이 흐르는 이곳에서 먼저 말을 꺼낸 사람은 에르긴이었다.
“흠흠, 시현 님. 이곳에 도착해서 마을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번 딸기 수확도 매우 성공적이라 들었습니다. 진심으로 축하드리겠습니다.”
“고마워요, 에르긴.”
“이번에도 시현 님의 성공을 믿어 의심치 않고, 딸기를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는 마차를 넉넉히 준비해 뒀습니다. 제가 준비해 온 선물들을 구경하면서 천천히 계약 이야기를…….”
그때, 알고트가 에르긴의 말을 끊으며 입을 열었다.
“허허, 에르긴. 자네 왜 이렇게 급하게 구는 건가, 딸기 계약에 관한 이야기라면 나도 꼭 함께하고 싶네만?”
“아! 알고트 님은 잘 모르시겠지만, 저와 시현 님은 이미 깊은 교분을 나눈 사이라 함께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으음. 깊은 교분을 나눈 시현 님에게 그렇게 박한 계약 조건을 내걸었단 말인가? 시현 님도 이 사실을 알고 계실지 모르겠구먼.”
에르긴의 웃는 얼굴에 살짝 금이 가기 시작했다.
“하하! 알고트 님께서도 참으로 질 나쁜 농담을…… 지부장으로 계시면서 근거 없는 소문만 들으셨나 봅니다.”
“내 경력이 얼마인데 정확한 정보도 없이 여기까지 찾아왔겠는가?”
“…….”
“억울하다면 시현 님이 계신 이곳에서 딸기 계약에 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는 게 어떠한가?”
“으음…….”
알고트는 자신의 멋들어진 콧수염을 쓰다듬으며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였다.
반면 에르긴은 살짝 기세에서 밀린 듯 주춤했다.
“저기 두 분 죄송한데요. 계약에 관해서는 저 말고 다른 분과 이야기를 나누셔야 할 것 같은데요.”
“……?”
“……?”
“여기 안드라스 씨에게 딸기 계약에 대해서 전부 일임하기로 했습니다. 모두 인사 나누세요.”
갑작스러운 상황에 두 명의 상인은 살짝 허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들의 반응과는 상관없이 내 뒤에 서 있던 안드라스가 스윽 앞으로 나섰다.
“안녕하십니까? 시현 님 대신 이야기를 나누게 될 ‘안드라스 리드넬 슈나르페’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슈나르페……??”
“호, 혹시 제르무어 마법사단의 부단장, 안드라스 님이십니까?”
“네, 맞습니다. 하지만 이곳에는 부단장 직위와 상관없이 시현 님을 도와드리러 온 것뿐이니, 크게 괘념치 말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
두 상인은 크게 혼란스러운 모습으로 나와 안드라스를 번갈아 바라봤다.
마치 ‘당신이 왜 여기서 나오는 거야?’라고 온몸으로 표현하는 것 같았다.
“그럼 천천히 이야기 나누세요. 저는 라구스 씨와 따로 할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보겠습니다.”
나는 두 상인과 안드라스를 두고, 라구스를 데리고 냉큼 자리를 빠져나왔다.
머리 아픈 계약 이야기에 그다지 끼고 싶지 않았다.
“라구스 씨. 제가 부탁한 건 어떻게 됐죠?”
“말씀해 주신 대로. 제빵 기술자와 화덕, 그리고 요리 실력이 있는 사람들을 모아뒀습니다.”
“그럼 바로 준비하면 될 것 같네요. 라구스 씨, 마차에서 짐 내리는 것 좀 도와주실래요?”
은율이는 잠시 리아네에게 맡겨두고.
라구스, 엘프리드와 함께 준비해 온 짐들을 마차에서 내리기 시작했다.
나를 발견한 마을의 아이들이 주변에 몰려들기 시작했다.
나에게 사탕을 얻어먹고 싶은 수인 꼬맹이들이었다.
귀여운 녀석들에게 다가가 자세를 낮춰 시선을 맞췄다.
“오늘도 사탕을 받고 싶어서 온 거야?”
-끄덕끄덕.
“근데 어떡하지? 오늘은 사탕을 안 가져왔거든.”
사탕을 가져오지 않았다는 이야기에 꼬맹이들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순수한 반응을 보고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실망한 아이들의 머리를 한 명씩 쓰다듬어 주며 말했다.
“너무 실망하지 마. 오늘은 사탕보다 훨씬 맛있는 걸 준비했으니까.”
***
“저 왔습니다. 도와드릴 건 없습니까?”
“벌써 끝나셨어요? 이야기가 엄청 빨리 끝났나 보네요.”
안드라스는 뒷머리를 긁적거리며 대답했다.
“리안이 준비를 워낙 철저히 해줘서 딱히 길게 이야기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저는 리안이 알려준 계약 조건 그대로 제시했을 뿐이거든요.”
“아∼! 리안 씨가 도와주셨군요. 그래서 딸기 계약은 체결된 건가요?”
“아직 아닙니다. 두 사람 모두 생각할 시간을 좀 달라더군요. 발레리안이 이런 일에서는 절대 밑지는 계약을 안 하거든요.”
천천히 이쪽으로 다가오는 에르긴과 알고트, 두 사람 모두 생각이 많아 보이는 표정이었다.
아무래도 딸기 계약을 내가 직접 하지 않은 것은 정말 잘한 일인 것 같았다.
“두 분 다 잘 오셨어요. 안 그래도 곧 준비가 다 끝날 것 같아서 모셔오려고 했거든요.”
내 환대에도 두 상인은 살짝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확실히 딸기 계약이 그들의 생각대로 잘 풀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나는 일부러 그런 반응을 모른 척하며 그들을 준비한 자리로 안내했다.
그곳에는 라구스가 테이블 앞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일단 자리에 앉은 세 사람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조금만 기다리세요. 금방 가져올게요.”
잠시 후, 방금 구워낸 따끈따끈한 빵과 미리 준비한 우유를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세 사람의 표정이 더 이상해졌다.
심지어 알고트는 상체를 뒤쪽으로 한 채, 콧수염을 만지작거리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딱히 특별할 것 없는 아주 평범한 빵과 우유. 아니…… 부유한 상인에게는 하찮게 보일 정도로 흔한 음식이었으니까.
하지만 나는 그들의 반응에 전혀 개의치 않았다. 진짜 주인공은 따로 있었으니까.
-탁!
테이블 위에 빨간 무언가가 가득 채워진 유리 단지를 올려두었다. 자연스레 세 사람의 시선이 그것으로 향했다.
유리 단지의 뚜껑을 열자 테이블 주변으로 새콤달콤한 향기가 퍼져 나왔다.
“시현 님 이건……?”
“이번에 수확한 딸기로 만든 딸기잼이에요. 한번 맛보실래요?”
나는 각자의 앞에 놓인 작은 그릇에 딸기잼을 듬뿍 담아주었다. 세 사람 모두 신비한 물체를 바라보듯 딸기잼을 바라봤다.
곧이어 그들은 그릇 옆에 나무 숟가락으로 조심스럽게 딸기잼을 입안으로 가져갔다.
세 사람의 얼굴에 순식간에 놀라움이 번져나갔다.
“오오!! 이런 맛이?!”
“정말 딸기 맛이 나는군요. 아니, 딸기보다 훨씬 풍미가 진한 것 같습니다.”
“정말 딸기로 이걸 만드신 겁니까?”
그들의 반응에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나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바구니에 담긴 따끈따끈한 빵 하나를 집어 들었다.
부드러운 빵을 반쯤 갈라 그 안에 딸기잼을 듬뿍 집어넣었다.
“…….”
“…….”
“…….”
집중력이 최고조에 달한 세 사람의 시선이 나에게로 향했다.
먹방 방송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빵을 크게 한입 베어 물었다.
따끈따끈한 빵 안에서 촉촉한 딸기잼이 듬뿍 느껴졌다.
씹을 때마다 부드러운 식감 사이로 새콤달콤한 딸기 알갱이가 폭죽처럼 터져 나왔다.
살짝 뻑뻑하다 느껴질 때쯤 미리 따라두었던 우유를 한 모금!
아…….
완전 깔끔한 맛 그 자체!
정말 단순한 맛의 조합이 제일 무섭다고 했던가.
평범한 빵과 우유에 딸기잼 하나만 더했을 뿐인데도 맛의 만족도는 수십 배 뛰어오른 것 같았다.
내가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을 때.
“꿀꺽…….”
누군가의 군침 삼키는 소리가 조용한 테이블 위에 울려 퍼졌다.
그 소리가 마치 신호라도 된 것처럼, 세 사람의 손이 다급하게 빵 바구니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