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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66)화 (66/426)

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66화

수확 그리고 보상(3)

허겁지겁 빵을 가져간 세 사람은 내가 했던 것처럼 딸기잼을 바르기 시작했다.

모두 딸기잼을 듬뿍 넣은 빵을 크게 베어 물었다.

세 사람의 평가는 말이 필요 없었다.

입안의 빵을 씹는 순간, 그들의 감정이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따뜻한 빵과 이 딸기잼은 굉장히 잘 어울리네요.”

“분명 평범한 빵일 뿐인데 새로운 음식을 먹는 기분입니다.”

“정말 이 딸기잼을 시현 님이 만드신 겁니까?”

믿지 못하겠다는 에르긴의 물음에 나는 쑥스럽게 대답했다.

“직접 개발한 건 아니에요. 제가 있는 곳에서는 흔한 음식이거든요. 대신에 특별한 재료를 넣어서 만들긴 했어요.”

세 사람에게 준 딸기잼에는 꿀벌 친구들이 가져다준 벌꿀을 넣어 만들었다.

평범하게 설탕을 가지고도 딸기잼을 만들어봤는데.

벌꿀 딸기잼을 비교해 봤을 때, 확실히 벌꿀을 넣은 딸기잼이 더 진하고 깊은 풍미가 느껴졌다.

“보관 마법이 있다고 해도, 오랫동안 딸기를 저장하기 힘들잖아요? 이렇게 잼으로 만들어 먹으면 보관하기도 편하고, 저장도 훨씬 쉬워지거든요.”

“오오. 단순히 맛만 좋은 게 아니라 그런 이점이 있었군요.”

“…….”

“…….”

순수하게 감탄하는 라구스와는 달리.

설명을 들은 에르긴과 알고트의 눈빛이 순간 매섭게 빛났다.

먹잇감을 포착한 상인의 눈빛이었다.

두 상인은 금방 서로의 의도를 눈치챘는지, 눈을 마주치며 무언의 신경전을 벌였다.

“흠흠. 시현 님, 혹시 이 딸기잼도 판매하실 의향이 있으신 겁니까?”

“아뇨, 이번에는 판매하려고 만든 게 아니에요. 주변 분들이랑 나눠 먹으려고 만들었거든요. 그래도 걱정하지 마세요. 멀리서 온 두 분에게는 몇 병 따로 챙겨드릴게요.”

판매하지 않는다는 말에 알고트의 표정이 흐려졌다가, 딸기잼 몇 병을 챙겨준다는 말에 다시 환해졌다.

에르긴도 질 수 없다는 듯 내게 질문을 던졌다.

“그럼 앞으로 딸기잼을 만들어 파실 계획은 있으신 건가요?”

“글쎄요. 이번에 딸기잼을 만들면서 너무 힘들어서…… 직접 만들지는 못할 것 같아요.”

깨끗이 씻는 준비 과정부터, 졸이면서 눌어붙지 않게 저어주는 일까지, 생각보다 번거롭고 힘든 일이 많았다.

내가 먹을 분량만 만든다면 상관없겠지만, 판매할 정도의 양을 직접 만들기는 무리일 것 같았다.

“흐음…… 제가 직접 만들기는 어려우니까. 딸기잼 만드는 시설을 따로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요.”

두 상인의 눈빛이 다시 한번 매서워졌다.

“시설을 만드신다면 또 건축 기술자가 필요하시겠군요. 거기다 경험 많은 기계설비 기술자도 유용할 겁니다.”

“아주 뛰어난 유리 제작 기술을 가진 공방이 오르펭 상회와 계약을 맺고 있습니다. 필요하시다면 딸기잼을 담을 유리 단지를 제공해 드리겠습니다.”

“황금시계 상회에도 계약을 맺은 유리 공방이 있습니다. 마왕성에도 물건을 납품하는 공방입니다.”

“허허! 마왕성에 납품하는 게 뭐 어렵다고. 시현 님, 저런 쓸데없는 정보에 현혹되시면 안 됩니다.”

“호오. 애써 깎아내리시는 걸 보면 오르펭 상회에서는 공방 실력에 자신이 없나 봅니다.”

“실력에 자신이 없다니! 무슨 헛소리를…….”

다시 한번 과열되는 신경전에 내가 끼어들며 중재했다.

“자. 자! 두 분 모두 진정하세요. 아직 딸기잼 공방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것도 아니니까요.”

“크흠…….”

“…….”

“아! 저는 다시 음식 준비하러 가볼게요. 나중에 또 가져다 드릴 테니 천천히 이야기 나누고 계세요.”

테이블의 냉랭한 분위기.

그 속에 혼자 남겨진 라구스가 원망스러운 듯 나를 바라봤다.

* * *

화덕에서 구워지는 빵 냄새에 주변으로 아이들이 조금씩 모여들었다.

아까 사탕을 얻으려고 했던 녀석들이었다.

고소한 빵 냄새에 군침을 흘리는 아이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왔구나, 얘들아. 방금 만든 샌드위치 먹어볼래? 맛있는 딸기잼도 들어갔어.”

“근데…… 저…….”

“왜?”

“우리는 사 먹을 돈이 없어요. 딸기는 비싼 음식이잖아요.”

힘없는 아이들에 대답에 방긋 웃음 지었다.

“이거 파는 거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 공짜로 주는 거야.”

“저, 정말요? 공짜로 주신다고요?”

“그래, 아까 내가 사탕보다 더 맛있는 거 준비했다고 했잖아.”

“우와아아!!”

아이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우르르 내 앞으로 모여들었다.

나는 미리 준비해 뒀던 딸기잼 샌드위치와 딸기잼 쿠키를 한 명씩 나눠주었다.

리아네는 큰 통에 준비한 우유를 아이들에게 한 잔씩 따라줬고, 안드라스와 엘프리드에게는 뒷정리와 설거지 같은 잡일을 도맡았다.

“아직 못 먹은 사람은 조금만 기다려. 금방 만들어 줄게.”

화덕에서는 쉴 새 없이 빵과 쿠키가 구워졌고. 나는 도와주러 온 수인 아주머니들과 함께 계속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샌드위치에 들어갈 재료를 미리 준비해 왔음에도 굉장히 바쁘게 손을 움직여야 했다.

“정말 맛있어요, 사탕 아저씨!”

“딸기 공자님이 최고야!”

“으앙. 벌써 다 먹어버렸어…….”

맛있게 먹는 아이들의 모습에 힘든 와중에도 미소가 지어졌다.

“이건 또 무슨 짓을 하는 거야?”

“너구리 영감님, 오랜만에 뵙네요.”

“가게까지 시끌시끌한 소리가 들리더라니, 마을에서 장사라도 시작한 거냐?”

“아뇨. 새로 딸기잼이라는 걸 만들었는데, 마을 아이들에게 맛을 보여주고 싶어서요. 영감님도 하나 드셔보실래요?”

나는 금방 딸기잼 샌드위치를 하나 완성해 너구리 영감에게 건넸다.

처음에 시큰둥했던 영감의 표정이 샌드위치를 한입 베어 물자마자 확 변했다.

“이 새콤달콤한 것이 딸기잼이냐? 딸기를 먹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구먼.”

“맛이 괜찮으세요?”

“에잉! 이렇게 맛있는 게 있었으면 마을의 어른을 먼저 가져다줘야지!”

“영감님! 또 애꿎은 시현에게 심술부리는 겁니까?”

너구리 영감을 타박하며 레빌이 모습을 드러냈다.

“누가 심술을 부렸다고…… 그냥 아쉬워서 그러지.”

“혹시 아이들 먹을 거 뺏어 먹고 있는 거 아닙니까?”

“걱정 마세요. 마을 아이들에게는 벌써 다 나눠줬어요.”

“아니, 날 뭐로 보고! 내가 애들 몫을 왜 뺏어 먹어.”

“영감님이 평소에 심보를 고약하게 구니까 그러지, 제가 괜히 그러겠습니까?”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을 보고 나는 어색하게 웃었다.

“레빌 씨도 드셔보실래요? 샌드위치랑 쿠키가 정말 맛있게 만들어졌거든요.”

“준다면 고맙게 먹어야지. 아! 미안한데 그렉, 헤론 몫도 같이 만들어 줄 수 있어? 두 녀석 오늘 계속 순찰하느라 고생했거든.”

“물론이죠.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레빌 씨에게 금방 만든 샌드위치 3개와 쿠키를 넉넉하게 챙겨줬다.

그 뒤로도 많은 마을 주민들이 찾아와 딸기잼으로 만든 음식을 즐겼다.

딸기밭 만드는 데 많은 도움을 준 포코 영감, 매일 밭에 일하러 나와주는 마을 주민들, 엘든 마을에 딸기를 사러 찾아온 상인들까지. 모두에게 가리지 않고 음식을 나눠줬다.

준비했던 재료가 거의 다 떨어져 갈 때쯤.

고양이 소녀 미루가 찾아왔다.

“사탕 아저씨.”

“미루야! 어디 있었어. 다른 친구들은 벌써 다 샌드위치랑 쿠키 받아갔는데.”

“늦어서 죄송해요. 지금도 주실 수 있어요?”

“미안하긴. 잠깐만 기다려봐.”

“저…… 아저씨.”

“응?”

“집에 있는 엄마한테도 가져다주고 싶은데. 엄마 몫까지 받아도 될까요?”

미루의 엄마?

그러고 보니 미루의 가족을 만난 적이 한 번도 없네.

대부분의 엘든 마을 주민들은 한 번씩 얼굴을 마주한 기억이 남아 있는데, 미루의 가족은 아직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었다.

그 사실이 조금 이상하게 느껴졌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물론 되지. 조금만 기다려.”

나는 금방 남은 재료로 샌드위치를 만들고. 딸기잼 쿠키를 건네줬다.

“고마워요. 아저씨!”

“그래. 어머니랑 맛있게 먹어.”

미루를 마지막으로 오늘 준비했던 재료가 전부 소진되었다.

생각보다 음식을 준비하는 일이 힘들었지만, 음식을 맛보고 짓는 행복한 미소를 볼 때마다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함께 수고해 준 아주머니들과 제빵사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약속했던 일당과 함께 남겨둔 딸기잼을 챙겨주었다.

“호호호. 딸기잼 잘 먹을게요.”

“다음에 또 이런 일 있으면 꼭 불러주십시오.”

그들이 떠나고 이제 남은 건 농장 식구들.

리아네는 어느새 잠든 은율이를 안아주고 있었고, 엘프리드는 기진맥진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많이 힘들었어?”

“끄으응…… 차라리 검술 수련을 하는 게 편하겠네요.”

“큭큭. 너도 수고했어. 안드라스 씨는?”

“아까 찾아온 상인이랑 이야기하러 갔어요.”

엘프리드가 가리킨 방향에 안드라스가 에르긴과 대화를 나누는 중이었다. 먼저 이야기를 끝냈는지 알고트가 내 쪽으로 다가왔다.

“이제 하시던 일은 다 끝나신 겁니까?”

“네, 이제는 재료가 다 떨어졌거든요.”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하나만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네, 물어보세요.”

“무엇 때문에 마을 사람들에게 무료로 음식을 나눠주신 겁니까? 오히려 상인에게 팔았다면 적잖은 돈을 벌었을 텐데요.”

그의 질문에서 진지함이 느껴졌다. 나는 머리를 긁적거리며 생각나는 대로 대답했다.

“뭐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에요. 딸기 가격이 워낙 비싸지다 보니 마을 사람들이 편하게 먹는 모습을 못 봐서요.”

“……?”

“저는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 주변 사람들이 딸기를 맛있게 먹어주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는 게 더 좋거든요. 그래서 이번에는 직접 음식을 만들어서 무료로 나눠준 거예요.”

알고트는 무슨 생각인지 모를 표정으로 나를 가만히 응시했다.

“시현 님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이상하신 분이군요.”

“……??”

“제가 상인 생활을 해오면서 만나본 사람 중에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기분이 나쁘셨다면 사죄드리겠습니다.”

이걸 화를 내야 할지, 아니면 기분을 나빠해야 할지 몰라서. 그냥 덤덤하게 고개만 끄덕였다.

“오늘 맛있는 음식도 대접받고, 딸기잼도 선물 받았으니. 최근에 전해 들은 소식하 나를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는 내 쪽으로 아주 가깝게 다가와서 귓가에 살짝 속삭였다.

“셀베르크 가문에서 시현 님에 대한 정보를 모으고 있다고 합니다. 그다지 평판이 좋지 않은 가문이니 주의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셀베르크 가문?

언젠가 들은 기억이 있는 것 같은데.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오늘은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다음에는 딸기잼에 관해서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군요.”

알고트는 고개를 숙여 정중한 인사를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그 뒤에 엘프리드가 나에게 다가와 물었다.

“선배, 저 상인이 뭐래요?”

“뭐…… 별말 안 했어. 근데 엘프리드.”

“왜요?”

“네가 보기에도 내가 이상하냐?”

내 질문에 엘프리드는 당연하다는 듯 곧바로 대답했다.

“모르셨어요? 그냥 이상한 정도가 아니라 엄청 이상한데요.”

나는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되물었다.

“진짜? 진짜 그렇게 이상해?”

엘프리드는 얄밉게 어깨를 으쓱해 보이고는, 혼자서 남은 뒷정리를 하러 가버렸다.

나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리아네 쪽을 바라봤다. 하지만 그녀도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이상하다고?

나는 지금까지의 행동을 차근차근 되돌아보면서 한동안 고통스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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