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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67)화 (67/426)

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67화

수확 그리고 보상(4)

농장의 아침 식사시간.

각자의 접시에는 따뜻하게 데워진 빵, 신선한 샐러드, 스크램블 에그와 구운 베이컨이 올려져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신선한 우유와 요즘 농장에서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는 딸기잼!

“아빠, 나 샌드위치!”

“샌드위치 먹고 싶어?”

“응.”

“알았어. 내가 만들어 줄게.”

부드럽게 빵을 반으로 찢어 안쪽에 딸기잼을 발라줬다. 그리고 샐러드, 스크램블 에그, 베이컨을 조금씩 넣고, 은율이가 먹기 편하도록 4조각으로 나눠주면…….

“짠! 은율이가 좋아하는 미니 샌드위치 완성!”

“헤헤, 아빠 고마워.”

은율이는 작은 샌드위치 조각을 받아들고 방긋 미소 지었다.

“시현 님, 지난번에 저희 가문에 보낸 딸기잼이 잘 도착했다고 답장이 왔습니다.”

“그래요?”

“네, 딸기잼을 맛본 아버지와 어머니가 엄청 마음에 드셨다고 합니다. 시현 님에게도 꼭 감사의 인사를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마음에 드셨다니 정말 잘됐네요. 다음에 딸기잼을 만들면 또 보내드려야겠어요.”

또다시 듣게 된 딸기잼의 호평 소식에 아침부터 기분이 뿌듯해졌다.

“리아네 씨는 혹시 딸기잼 보내드리고 싶은 곳 없으세요? 엘프리드, 너도 가문에 보내줄까?”

“저는 괜찮아요, 시현 님. 제 고향은 꽤 먼 곳에 있어서 물건 보내기 쉽지 않거든요.”

“저도 괜찮습니다. 기분 좋게 가문을 나온 처지가 아니라서…….”

두 사람의 대답에 나는 살짝 아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뭘 보내긴 보내. 힘들게 만들었는데 우리끼리 맛있게 먹으면 됐지. 냠!”

카네프는 딸기잼을 퍼먹으며 대화에 불쑥 끼어들었다.

나는 가늘게 눈을 뜨고 그를 노려봤다.

“사장님은 딸기잼 만드는데 도와주신 것도 없잖아요.”

“도와준 게 없긴 왜 없어? 너희가 밖에서 땀 흘려 일하는 동안, 나도 여기서 농장을 열심히 지키고 있었다고.”

“으휴, 말이라도 못하면…… 아! 그리고 딸기잼 한 통씩 꺼내서 먹지 말라고 했잖아요. 덜어서 안 먹으면 곰팡이 생길 수 있다고요.”

“곰팡이 생기기 전에 다 먹으면 되는 거 아냐? 냠!”

카네프는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며 딸기잼을 크게 한 숟가락 떠먹었다.

그는 농장 식구들 중에 딸기잼을 가장 좋아했는데, 그 모습이 마치 꿀을 퍼먹는 곰을 연상시킬 정도였다.

딸기잼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유일하게 나를 화나게 만드는 존재였다.

“은율아, 너는 절대 사장님처럼 욕심부리면 안 돼. 뭐든지 적당히 절제할 줄 알아야 하는 거야. 알았지?”

-끄덕끄덕.

내 충고에 은율이는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일상적인 아침 식사를 하던 도중.

-우우우웅!!

묵직한 진동음이 건물 밖에서 들려왔다. 자연스레 식당 안에 있던 사람들의 움직임이 멈췄다.

카네프는 뭔가를 눈치챘는지 가장 먼저 인상이 찌푸려졌다.

“사장님?”

“쓰읍! 또 귀찮은 녀석들이 찾아왔네.”

“누가 찾아왔는데요?”

“너도 아는 녀석이야. 어차피 너를 찾아온 것 같으니까, 나는 여기 있으련다.”

그는 귀찮다는 듯 우리를 향해 손을 휘휘 내저었다.

카네프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식사를 멈추고 건물 바깥으로 향했다.

건물 밖에는 무장한 기사와 병사, 커다란 깃대에 매달린 마왕의 인장. 그리고 익숙한 얼굴의 중년 마족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중년 마족은 나를 발견하자마자 입가에 살짝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어?”

“오랜만이오. 에스테르 임시현 공. 그동안 잘 지내셨소이까?”

“아…… 네, 잘 지냈죠. 그런데 여기는 또 무슨 일로……?”

“내가 하는 일이 달라질 게 있겠소.”

그는 마왕의 인장 쪽으로 슬쩍 눈짓을 보냈다. 이번에도 그는 전령으로서 마왕의 뜻을 전하러 온 것 같았다.

중년 마족은 뒤에 나온 안드라스 그리고 엘프리드와도 짧게 눈인사를 나눴다.

“크흠, 그런데 모든 인원이 나온 것이오?”

“아뇨, 사장님…… 아니, 카네프 님이 아직 안 나오셨는데. 모시고 나올까요?”

“아앗, 아, 아니요. 당사자도 아닌데 굳이 나올 필요는 없소. 지금 이대로도 충분한 것 같소.”

“아, 예.”

중년 마족은 카네프를 불러오겠다는 말에 기겁하며 손을 내저었다.

지난번에 카네프가 깽판을 쳤던 모습을 떠올리면 아주 당연한 반응이었다.

“임시현 공, 우리가 갑작스럽게 찾아왔으니 복장을 갖추지 못한 것은 이해하겠소. 대신 마왕님께서 하사하신 에스테르의 상징물은 착용해 주겠소?”

“아∼! 알겠습니다.”

나는 급히 건물 안으로 뛰어가려다가 발걸음을 멈췄다.

“으아?! 리아네 씨, 저번에 그거 어디다 놔뒀죠?”

“잠시만요, 저도 같이 찾아볼게요.”

“…….”

잠시 후, 나는 왼쪽 가슴 쪽에 에스테르를 나타내는 장신구를 착용하고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준비가 끝나자 중년 마족은 품에서 두루마리를 펼쳐 들었다.

엄숙한 자세와 목소리로 그것을 읽어나갔다.

“영원히 녹지 않는 왕좌의 주인이자, 지엄한 율법을 수호하며, 아라크단을 지배하는 마왕님께서 보내는 전언이오.”

그의 목소리에 농장의 식구들은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이번에는 나도 머뭇거리지 않고 예를 표했다.

“으으응.”

등 뒤로 은율이의 파닥거리는 소리가 잠시 들렸지만, 금방 잦아들어 조용해졌다.

“이계에서 이곳으로 와 에스테르의 지위를 받은 ‘임시현’은 앞으로 나서시오. 그리고 그분의 말씀을 받드시오!”

나는 자세를 낮춘 채 그의 앞으로 가서 다시 무릎을 꿇었다.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화려한 미사여구들로 가득한 이야기가 쭉 이어졌다.

등 뒤에서 은율이가 살짝 칭얼거릴 때쯤, 중요한 본론이 시작됐다.

“-모두가 어렵다고 생각했던 야쿰 농장을 안정시키고, 마계의 역사상 최초로 꿍유를 받아 냈으며, 최근에는 딸기라는 작물을 성공적으로 키워내는 성과를 달성했다.”

중년 마족이 언급한 일 중에 어느 하나 쉬운 일이 없었다.

스스로 대단한 일을 해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정성과 노력만큼은 누구에게 부끄럽지 않게 쏟아부었다.

“이계의 인물로서 최초로 에스테르의 지위를 수여하였지만, 그대가 이뤄낸 성과들에 비해 부족한 보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따라서 마왕의 이름으로 에스테르 임시현, 그대의 성과의 걸맞은 보상을 다시 한번 내리기로 결정했다.”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기사 한 명이 화려한 상자를 내 쪽으로 내밀었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상자를 열어보았다.

그 안에는 고급스러운 재질로 조각된 인장이 들어 있었다.

조심스럽게 인장을 꺼내 들었다.

안드라스와 열심히 공부한 덕분에, 어색하게나마 인장에 새겨진 글자를 읽을 수 있었다.

“카…… 디…… 스? 카디스?”

“마왕의 이름으로, 임시현 그대에게 풍요와 다산을 상징하는 ‘카디스’의 칭호를 수여한다.”

“…….”

갑자기 풍요와 다산? 그런 칭호는 보통 여성한테 붙이지 않나? 으음…… 이것도 그냥 내 편견인가?

새롭게 내려진 칭호를 듣고 혼란스러워했다.

중년 마족은 내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고 두루마리에 적힌 내용을 계속해서 읽어나갔다.

“칭호와 더불어 새로운 권한을 내리고자 한다. 마왕성에서 만들어내는 ‘혹한의 쐐기 마석’ 교역 권한을 부여하며, 동시에 매해 생산량의 1%를 그대의 소유권으로 인정한다.”

혹한의 쐐기 마석? 교역 권한?

처음 듣는 단어들로 머릿속이 더 복잡해지는 와중에, 뒤쪽에서 안드라스와 엘프리드의 억눌린 반응이 튀어나왔다.

“오오…… 시현 님…….”

“쐐기 마석 소유권이라니…….”

그들의 반응으로 보아서는 보상이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마왕님께서는 그대의 활약을 굉장히 흡족하게 지켜보고 있으며, 앞으로도 기대한다는 말씀을 남기셨소.”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마왕님께 전해 받은 말씀은 여기까지요. 긴 이야기를 듣느라 고생하셨소.”

중년 마족은 고생했다는 말과 함께 나를 손수 일으켜 세워주었다. 그리고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축하 인사를 건넸다.

“또 한 번 큰 보상을 받은 것을 축하드리오. 마왕님께서 그대에게 거는 기대가 크신 것 같아 진심으로 부럽구려.”

“과분한 기대를 받는 게 아닌가 걱정스럽네요.”

“하하하! 마왕성까지도 그대의 소문이 들려올 정도인데 과분하다니, 너무 겸손이 과하면 그것도 실례인 법이라오.”

그는 호탕하게 웃으며 내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전령으로서의 일은 모두 끝냈으니. 돌아가 보겠소.”

“벌써 가시게요?”

“지금도 근무를 서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어서 여유를 부릴 수가 없소.”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나는 얼른 농장 건물로 뛰어갔다.

부엌에서 금방 딸기잼 몇 병을 챙겨서 다시 되돌아왔다.

“이번에 수확한 딸기로 만든 딸기잼이에요. 좀 가져가셔서 맛보세요.”

“크흐흠, 이게 마왕성에도 소문이 자자한 딸기잼이군요. 이걸 받아도 될는지?”

중년 마족은 기분이 좋은지 볼을 씰룩거렸다.

나에게 못 이기는 척 딸기잼을 받아 들려는 순간…….

-벌컥!

창문을 열고 카네프가 이쪽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야! 딸기잼을 왜 저런 놈들한테 줘!”

중년 마족은 움찔하며 딸기잼을 향하던 손을 되돌렸다.

“아, 진짜. 사장님!! 농장에 온 손님한테 왜 그러세요.”

“손님은 무슨! 속이 시커먼 도둑놈이나 다름없다고.”

“진짜 이러실 거예요?”

“너희들 그 딸기잼 가져가기만 해봐. 마왕성까지 쫓아가서 전부 토해내게 만들 테니까.”

카네프의 저주가 담긴 외침에 중년 마족뿐만 아니라 기사와 병사들의 안색도 핼쑥해졌다.

“임시현 공, 이거 정말 받아도 되겠소?”

처음 질문이 예의상 물어본 것이었다면, 지금은 두려움에 차 진심이 가득 담겨 있었다.

“괜찮아요. 얼른 가져가세요. 사장님은 제가 알아서 커버(?)칠게요.”

“임시현 공, 고맙소. 이 은혜는 잊지 않겠소.”

중년 마족은 짧은 인사와 함께 딸기잼을 챙겼다. 그리고 기사와 병사들을 데리고 도망치듯 농장을 떠나갔다.

“너희들 거기 안 서! 나 진짜 마왕성까지 찾아갈 거야!”

끝까지 심술을 부리는 카네프의 모습에 농장 식구들은 각양각색의 모습을 보였다.

엘프리드는 한때 우상이었던 존재를 망연자실하게 바라봤고, 안드라스는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리아네는 어느새 은율이의 양쪽 귀를 막고 순수한 동심을 지켜주고 있었다.

“어휴! 사장님은 왜 전령분들만 오면 저렇게 심술을 부리는 걸까요?”

“예전에 몸담으셨던 단체에서 마왕성의 관리분들과 별로 사이가 좋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부당한 대우를 받으신 적도 있고요.”

안드라스의 난처한 표정을 보니 뭔가 설명하기 힘든 사연이 있는 듯했다.

그는 다시 밝은 표정을 지으며 다른 주제를 꺼냈다.

“그것보다 정말 축하드립니다. 새로운 칭호도 받으시고, 거기다 ‘혹한의 쐐기 마석’ 교역권이라니!”

“선배, 축하해요.”

“시현 님, 축하드려요.”

농장 식구들이 차례로 내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

“아빠, 축하해!”

은율이는 어떤 상황인지도 모르고 방긋방긋 웃으며 내게 축하를 보냈다.

그래도 그 마음씨가 너무 기특해서 은율이를 번쩍 안아 올렸다.

“엇차! 고마워 은율아.”

“꺄르르륵!”

웃음이 잦아들 때까지 양팔을 움직여 허공에 비행기를 태워주다가 품 안에 쏙 끌어안았다.

은율이를 안은 채 궁금했던 점을 물었다.

“그런데 칭호는 무슨 의미가 있는 거예요? 그냥 에스테르로 임명되는 거랑 비슷한 건가?”

“조금 다릅니다. 에스테르가 영향력이 큰 명예직이라면, 칭호는 준 귀족의 지위를 임명한 것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에스테르도 귀족의 대우를 받는다고 하지 않았었나요?”

“그건 형식적인 대우일 뿐, 실제로는 귀족이 아닙니다. 하지만 칭호를 받았다는 건 진짜 귀족 작위에 가까워졌다는 의미입니다. 훗날 정말로 작위를 얻게 되신다면, 지금 받으신 칭호가 시현 님 가문의 이름이자 영지의 이름이 될 겁니다.”

“오호…….”

‘진짜 귀족이 된다.’

물론 신분제가 없는 현대 사회에서 살았기에 귀족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진짜로 귀족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에 조금은 설레는 기분이 들었다.

“시현 님, 사실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따로 있습니다.”

“……?”

“혹한의 쐐기 마석 교역권을 얻으셨잖습니까?”

“저기 죄송한데…… 저는 그게 뭔지 잘 몰라서요. 대단한 건가요?”

나의 뜨뜻미지근한 반응에 안드라스는 손발을 크게 허우적거리며 답답함을 표출했다.

엘프리드도 ‘어떻게 그걸 모를 수 있지?’라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대단해 봤자 얼마나 대단하겠어…….

라며 무시했던 내 생각은 얼마 뒤에 크게 뒤바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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