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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70)화 (70/426)

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70화

소환술 수련(1)

“므아? 바그으 므라거어……?”

“일단 입에 있는 빵부터 먹고 이야기해.”

서예린은 딸기잼 샌드위치를 우걱우걱 급하게 씹어 넘겼다.

아니나 다를까 목이 걸렸는지 기침을 내뱉었다.

“켁! 켁!”

“으휴, 정말 애도 아니고…… 여기 우유 마셔.”

그녀는 내가 건넨 우유를 시원하게 마시고 살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으어, 죽는 줄 알았네. 그것보다 방금 뭐라고 했어?”

“길드에 가입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냐고?”

“헐! 갑자기 웬 길드? 이런 쪽으로는 별로 관심 없는 거 아니었어?”

“조금 사정이 생기는 바람에 길드에 들어가려고 알아보는 중이거든.”

“흐으응.”

서예린은 굉장히 묘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왜 그렇게 봐?”

“기분 탓인지 모르겠는데, 네가 나한테 뭔가를 부탁할 때마다 일이 터졌던 것 같은데…….”

많은 의미가 함축된 말에 나는 찔끔하면서 시선을 피했다.

당연히 내가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확실히 매번 굵직한 사건에 휘말리긴 했다.

서예린은 난처해 하는 내 반응을 즐기다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서? 우리 길드에 들어오고 싶다는 거야?”

“아무래도 아는 사람이 있는 길드에 들어가면 더 좋지 않을까 싶어서. 주변에 이런 쪽 일을 잘 아는 사람도 너밖에 없고.”

“무슨 말인지 알겠어. 하지만…….”

“……?”

“임시현, 너는 한참 잘못됐어! 그런 물렁한 마음가짐으로는 우리 가디언즈 길드에 들어올 수 없으니까!”

“……??”

그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웅변대회에 나온 것 같은 힘찬 목소리로 길드의 소개를 이어나갔다.

“가디언즈 길드는 혼란하던 초창기에 만들어져서, 공동체의 생명과 안전을 목표로 지금까지 활동해 온 유서 깊은 길드야.”

“…….”

“다른 길드들이 금전적 이익을 목적으로 기업화되는 와중에도, 가디언즈 길드는 아직도 초대 길드장님의 유지를 이어받아 실천하고 있어.”

가디언즈 길드.

‘정의’라는 이름에 걸맞게, 균열이라는 재해로부터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단체였다.

현재의 길드라는 형태가 생겨나기 전부터 활동하던 단체였고, 부모님 세대에는 꽤 많은 인지도를 가진 길드였다.

내 어머니만 해도 서예린이 가디언즈 길드 소속이라는 것을 알고 엄청나게 놀라셨으니까.

균열이 생존을 위협하는 시대가 끝나면서, 길드라는 단체가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의 형태로 변했다. 기업화를 거부한 가디언즈 길드는 자연스레 그 규모가 작아졌다.

“임시현! 너는 정의의 이름이라는 무게를 견딜 준비가 돼 있는 거야?”

“…….”

“…….”

“……미안, 그 정도는 아니라서. 다른 길드를 찾아볼게.”

“헤헤, 농담이야, 농담! 우리 길드가 얼마나 좋은 길드인지 알려주려고 그런 거야. 제발 포기하지 마.”

내가 그만두려는 태도를 보이자, 서예린은 금방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와 포기하지 말라고 애원했다.

“알았어. 그러면 진짜로 가디언즈 길드에 들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데?”

“으음…… 보통은 공채로 인원을 뽑거나, 경력이 있는 경우에는 추천으로 가입하기도 하지.”

지난번에 만났던 이기석에게 가디언즈 길드에 관해 물었을 때가 떠올랐다.

-가디언즈 길드를 물어보시는 겁니까?

-분명 좋은 길드임은 틀림없습니다만, 그곳에 길드장이 외골수적인 성향이 있어서…….

-제가 추천해 준다고 해도 무조건 가입시켜주지는 않을 겁니다. 길드장의 성격이라면 오히려 싫어할 겁니다.

이기석 본부장의 추천도 불가능하고, 따로 경력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남은 방법은 공채로 들어가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럼 나는 공채로 들어가야 하네.”

“오! 그러고 보니 조금 있으면 전반기 공채 모집한다고 하던데. 거기 지원하면 되겠다.”

밝은 표정의 그녀와 다르게 나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음…… 근데 내가 할 수 있을까?”

“어헛! 무슨 걱정을 하는 거야. 지금 누구랑 같이 있는지 까먹은 거야?”

“……?”

“가디언즈 길드의 히로인이자, 에이스! 이 서예린 님이 있잖아.”

그녀는 자신을 가리키며 자신만만한 포즈를 취했다.

“전혀 걱정할 것 없어. 공채 모집 그 까짓거 바로 통과하게 만들어 줄게. 대신!”

“대신?”

서예린은 손가락 한 개를 들어 보이며.

“수업 한 번당 딸기잼 1통, 콜?”

“오케이, 콜!”

“헤헤, 고객님 수업료는 선불입니다.”

* * *

가디언즈 길드의 공채 모집은 세 단계로 진행됐다.

첫째는 서류 심사와 간단한 필기시험.

두 번째는 실기시험.

마지막은 면접.

서류는 치명적인 범죄 이력만 없다면 대부분 통과되고, 필기시험도 70점만 넘으면 되는 쉬운 시험이었다.

반면 나에게 가장 부담스러운 시험은 실기시험이었다.

전투 경험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특별한 전투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솔직히 자신도 없었다.

그런데 딸기잼을 수업료로 받은 선생님께서…….

-아! 걱정하지 마. 내가 다 생각이 있으니까!

라며 아주 대단한 자신감을 내보이셨다.

공채 모집 실기시험까지는 한 달.

딸기잼 선생님과 첫 수업이 시작됐다.

* * *

평소보다 농장일을 일찍 마치고 퇴근한 어느 날.

서예린과 나는 도심 근처에 있는 상시개방형 균열에 와 있었다.

사냥으로 목적으로 유지되는 균열이 아니라, 각성자들의 기술 연습과 수련을 위해 만들어놓은 연습장 개념의 균열이었다.

“서예린 선생님? 이제 뭘 해야 하는 겁니까?”

“적극적인 태도 아주 좋아. 일단 본격적인 수업에 앞서서, 너는 전투에 관련된 스킬이 아무것도 없는 거지?”

“응, 하나도 없지.”

내가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은 ‘교감(交感)’밖에 없다.

그 뒤로 다른 특성들을 얻기는 했지만, 역시나 전투와 관련 있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이건 내 추측인데, 아무래도 너는 소환사에 재능이 있는 것 같아.”

“소환사?”

“응. 지난번에 내 소환수에게 명령을 내린 것도 그렇고, 옆에서 오랫동안 지켜본 결과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들어.”

느낌으로 나의 재능을 확신한다는 선생님.

약간 빈약해 보이는 주장에 미덥지 않은 표정을 짓자, 서예린이 살짝 목소리를 높이며 말을 덧붙였다.

“그냥 느낌이라는 게 믿기 힘들 수도 있지만, 비슷한 재능을 가진 각성자끼리는 서로를 알아보는 경우가 실제로 많아.”

“으음…… 그런가?”

“진짜야. 괜히 내가 자신만만하게 너를 여기에 끌고 왔겠어? 이거 받아.”

서예린은 나에게 뭔가를 내밀었다. 손바닥만 한 크기의 돌멩이였다.

“이건 뭐야?”

“소환수를 소환할 수 있도록 해주는 영혼석이야. 우리는 보통 이걸 소환석이라고 불러.”

“네가 목걸이에 끼고 있던 거랑 똑같은 건가?”

“맞아. 이게 있어야 소환수를 소환해 낼 수 있거든.”

그녀에게서 영롱한 빛을 내는 소환석을 받아들었다.

“이제 어떻게 하면 되는데?”

“처음은 눈을 감고 소환석에 의식을 집중해. 소환수와 의식을 연결해야 하는데, 아마 이 부분이 조금 어려울 거야. 나도 몇 시간씩 걸렸거든.”

“소환수와 의식을 연결한 다음에는?”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하지…… 으음, 낚시? 낚시를 하는 느낌으로 연결된 소환수를 쭉 끌어당기면 돼.”

“낚시?”

“응, 낚시! 소환수에 따라서는 격렬히 거부하는 녀석들도 있는데, 밀당을 잘해서 끌어내야 해.”

이해하기 쉽지 않은 설명에 나는 난해한 표정을 지었다.

“직접 해보면 내가 한 말이 무슨 뜻인지 감이 올 거야. 백문이 불여일견! 당장 시작해 봐.”

“으음…… 알았어. 한번 해볼게.”

서예린은 내가 집중할 수 있도록 뒤로 물러났다.

나는 그녀가 설명해 준 대로 눈을 감고, 손에 쥐고 있는 소환석에 의식을 집중했다.

소환석에 의식을 집중…… 집중…… 응?

집중하자마자 의식 저 너머에서 소환수와 연결된 느낌이 들었다. 거기다 동시에 세 마리의 소환수가 느껴졌다.

이게 맞는 건가?

예린이의 설명하고는 좀 다른데…….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지만, 일단은 그녀가 설명했던 대로 계속 진행해 보기로 했다.

세 마리의 소환수 중, 가장 강하게 존재감이 느껴지는 소환수에게 의식을 집중했다.

소환수와 의식을 연결한 다음에는 낚시하는 느낌으로 끌어당기면…… 으응??

분명 살짝 끌어당겼을 뿐인데 소환수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쫄래쫄래 다가왔다.

소환수가 내 쪽으로 넘어오는 느낌과 동시에 소환석에서 강렬한 기운이 쏟아져 나왔다.

“뭐, 뭐야? 벌써 소환에 성공했다고?!”

깜짝 놀라는 서예린의 목소리를 듣고 천천히 눈을 떴다.

손안에 있던 소환석은 영롱한 빛을 세차게 내뿜었다.

-우우우우웅!!

웅혼한 진동 소리와 함께 눈앞에 커다란 빛무리가 생겨났다.

그 빛무리는 천천히 땅바닥에 내려앉더니 점차 형상을 갖추기 시작했다.

그 형상은 마치…… 마치…… 어?!

나는 빛무리의 실루엣만 보고도 그 정체를 단박에 눈치챘다.

“설마…….”

-무우우.

“아꿍이??”

-무우우우!!

빛무리가 사라진 자리에는 귀여운 아꿍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녀석은 내 목소리를 듣자마자 이쪽으로 달려왔다.

자세를 낮춰 평소처럼 녀석을 안아줬다.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두 번, 세 번 아꿍이를 살폈다.

“정말 아꿍이 너야?”

-무우우. 무우우.

내 물음에 평소처럼 대답하는 아꿍이.

하지만 나는 금방 눈앞의 존재가 진짜 아꿍이와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저 겉모습과 기운은 거의 똑같지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본질적인 무언가가 달랐다.

아꿍이를 끌어안은 채 서예린 쪽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지금의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는지, 정신을 놓고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저기요, 서예린 선생님? 이거 성공한 거예요?”

“으응? 으, 응. 성공한 것 같은데? 아마 성공일 거야.”

서예린은 아직도 얼떨떨한 표정으로 나와 소환수 아꿍이를 바라봤다.

“시현아, 이거 진짜 아꿍이야?”

“내가 봤을 땐 아냐. 그냥 비슷하게 생긴 소환수인 것 같아.”

“근데 너를 너무 잘 따르는데?”

“그건 나도 왜 그런지 잘 모르겠네…….”

-무우우?

소환수 아꿍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우리를 올려다봤다.

그 귀여운 모습에 우리들의 표정이 사르르 녹아내렸다.

잠시 머리를 어지럽혔던 의문들도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귀여우면 됐지, 뭐…….

“그럼 소환수를 불러내는 데 성공했으니까, 본격적으로 전투 훈련을 해볼까?”

“에엑? 이렇게 귀여운 아이를 전투에 내보내려고?”

“저기요? 아무리 소환수가 귀여워도 여기에 온 목적을 까먹으시면 안 되죠.”

“그건 그렇지만…….”

“아꿍이의 모습을 하고 있어도, 소환수라면 전투에 도움이 될 기술을 가지고 있을 거야.”

아쉽기는 해도 서예린의 말에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소환수 아꿍이를 바닥에 내려놓고 눈을 마주쳤다.

“아꿍아, 혹시 기술 같은 게 있어?”

-무우우!

“정말 있다고? 그럼 한번 보여줄래?”

-무우! 무우우!

소환수 아꿍이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앞으로 걸어나갔다. 그러더니 덩실덩실 몸을 흔들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씰룩! 씰룩!

-무우. 무우.

너무나도 귀여운 아기 야쿰의 춤동작에 나와 서예린은 눈을 떼지 못하고 구경했다.

잠시 후, 소환수 아꿍이의 춤동작이 끝났다.

녀석은 칭찬을 바라는 초롱초롱한 눈으로 우리를 올려다봤다.

“와아! 너무 잘했어, 아꿍아.”

-무우우! 무우우!

감탄하는 나와는 달리 서예린은 회의적인 표정을 지었다.

“귀엽긴 한데. 이런 춤동작은 전혀 도움이…….”

[‘아기 야쿰의 응원’ 효과를 받습니다.]

[‘체력’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저항’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물리 공격 저항이 상승합니다.]

[마법 공격 저항이 상승합니다.]

[상태 이상 저항이 상승합니다.]

“……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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