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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73)화 (73/426)

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73화

실기 시험(1)

-챙! 챙…… 깡!

농장의 뒤편에 공터, 지금은 수련장으로 쓰이는 이곳에서 검이 부딪치는 소리가 계속 울려 퍼졌다.

-깡!

엘프리드의 공격을 간신히 쳐내면서 다시 자세를 잡았다.

“헉…… 헉…….”

“시현 선배, 꽤 실력이 많이 늘었는데요?”

“헉, 미안한데. 땀 한 방울도 안 흘리면서 헉…… 그런 칭찬은 너무 가식적인 거 아냐?”

“아니요. 정말입니다. 땅바닥을 구르는 횟수가 좀 줄어들었어요.”

“……진짜 미친놈이세요?”

“이제 숨 좀 고르셨죠? 다시 갑니다.”

“으윽!”

-챙!

처음에는 목검으로 이뤄지던 대련 수업이 지금은 진검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처음에는 목검과 비교도 안 되는 무게와 묵직한 충격에 고전했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적응해 나가는 중이었다.

“선배, 그렇게 방어에만 신경 쓰면 답이 없어요. 항상 말씀드렸죠. 공격과 방어가 하나의 흐름에서 나와야 한다고.”

“아오! 그게 말이 쉽지!”

나는 답답함을 담아 외쳤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상황 속, 엘프리드의 날카로운 공격을 막아내는 것만으로도 한계였다.

공격만을 위해서 무의미하게 칼을 내미는 행동이 얼마나 위험한지, 이미 땅바닥을 수백 번 구르며 몸으로 체감했다.

정신없이 공격을 쳐내던 중, 순간적으로 엘프리드의 빈틈이 보였다.

공격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고 과감해서 빈틈으로 검을 찔러넣었다.

-쐐애액!

-깡!

하지만 내 공격은 엘프리드가 검의 옆면을 후려치면서 무위로 돌아갔다.

그와 동시에 충격으로 손에서 검을 놓쳐버렸다.

“으윽!”

손 전체와 손목에 충격이 가해지며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나마 손목 테이핑 덕분에 큰 통증은 막을 수 있었다.

완전히 탈진한 나는 그 자리에서 대자로 뻗어버렸다.

“으아∼! 더는 못해!”

“큭큭. 수고하셨어요, 선배. 그래도 마지막 빈틈 찌르기는 좋았어요. 뭐…… 제가 일부러 만들어 준 빈틈이긴 했지만요.”

“어휴…… 저 얄미운 놈.”

“빈틈을 정확히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성장한 거예요. 예전에는 그저 무작정 검을 휘두를 뿐이었잖아요.”

엘프리드의 말대로 나의 검술 실력은 많이 성장했다.

하루에 한 번씩 죽을힘을 다해 대련하는데 늘지 않는 게 이상한 거지…….

솔직히 이렇게까지 검을 배울 수 있게 될 줄은 몰랐다.

확실히 실력 있는 사람과의 대련이 실력향상에 많은 도움이 되는 듯했다.

엘프리드는 땅에 떨어진 검을 들어 흙과 먼지를 정성스럽게 닦아내기 시작했다.

내가 대련에 사용한 검도 그의 예비용 검이었다.

어기적어기적 자리에서 일어나자 엘프리드가 검집에 검을 꽂아서 나에게 내밀었다.

“받으세요.”

“으으 뭐야, 설마 대련을 더 하자고?”

“조금 있으면 중요한 시험을 치르신다면서요. 선배는 아직 검이 없잖아요. 이거 가져가세요.”

아무래도 엘프리드는 길드 실기 시험을 대비해서 자신의 검을 빌려주려는 모양이었다.

“어…… 그렇긴 한데. 빌려줘도 괜찮겠어?”

그가 얼마나 검을 애지중지하는지 알기에 쉽사리 받아들지 못했다.

“어차피 예비로 사용하는 검이고, 잠깐 빌려드리는 거니까 상관없습니다. 오히려 평소에 사용하는 검이 아니면 선배도 불편할 거예요.”

“엘프리드…… 너…….”

나는 감동을 한 표정으로 엘프리드를 바라봤다.

녀석은 괜히 쑥스러웠는지, 일부러 얄미운 말을 툭툭 내뱉었다.

“나중에 괜히 검 핑계를 댈까 봐 빌려드리는 거예요. 실력이 안 좋으면 검이라도 제대로 된 걸 가져가야죠.”

“부끄러워하기는 귀여운 녀석!”

“아앗! 뭐 하시는 거예요.”

장난스러운 미소와 함께 엘프리드의 머리를 마구 헝클어뜨렸다.

엘프리드는 기겁을 하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나중에 리아네가 티타임을 알리러 올 때까지, 우리는 술래잡기를 하듯 수련장을 뛰어다녔다.

* * *

오후의 여유로운 티타임.

검술 수련으로 더러워졌던 온몸을 씻어내고 농장 식구들과 함께 자리했다.

리아네가 우려낸 따뜻한 차와 서예린에게 선물 받은 티라미수가 간식으로 올라왔다.

은율이는 예쁘게 포장된 조각 케이크를 보며 눈을 반짝였다.

“아빠, 이거 뭐야?”

“티라미수라는 거야.”

“티라미스? 티라미슈?”

발음이 어려웠는지 은율이는 옹알이하듯 티라미수를 중얼거렸다.

조심스럽게 조각 케이크의 포장을 열고, 포크로 작은 조각을 떠서 은율이의 입안에 넣어주었다.

티라미수 조각을 맛보자마자 귀가 쫑긋하고 세워지고,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그 모습만 봐도 맛있는지 물어볼 필요가 없었다.

다른 농장의 식구들도 티라미수가 마음에 든 눈치였다.

특히 리아네는 달콤함과 짙은 쌉싸래한 맛에 완전히 빠져든 모습이었다.

은율이 한입, 나 한입 다정하게 티라미수를 나눠 먹고 있을 때, 카네프가 나지막하게 물었다.

“시현, 그…… 뭐더라? 길드 시험 준비는 잘하고 있어?”

“네, 저쪽에서 열심히 도와주는 친구도 있어서 잘 될 것 같아요.”

뽀삐를 해방해 준 이후로 서예린은 열정적으로 나를 돕고 있었다.

덕분에 실기 시험도 무리 없이 치를 수 있을 것 같았다.

“흐으음, 그래?”

“……?”

카네프의 표정이 살짝 언짢아 보였다. 이유를 몰라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안드라스가 작게 웃으며 설명했다.

“큭큭, 아무래도 시현 님을 뺏기는 것 같아서 기분이 안 좋으신 모양입니다.”

“어…… 정말요?”

나는 놀라는 표정으로 카네프를 바라봤다.

그는 내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얼굴을 살짝 일그러뜨렸다.

“옛날 단장 시절에 이런저런 이유로 부하들을 많이 뺏겼었거든. 더럽게 뒤통수를 친 개…… 크흠, 나쁜 놈들도 있고.”

그는 굉장히 험한 말을 내뱉으려다, 순간 은율이의 눈치를 보고 적절히 순화시켰다.

안드라스도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에 공감했다.

“확실히 동료들을 그런 식으로 떠나보내면 기분이 많이 안 좋았죠.”

“설마 제가 여기를 버리고 다른 곳으로 갈까 봐 걱정하시는 거예요?”

“아무래도 시현 님은 저쪽 세계 출신이다 보니, 여기보다는 그쪽이 더 편하실 것 같아서…….”

리아네와 엘프리드도 표정에서 그런 기색을 내비쳤다.

아…… 그렇게도 생각할 수 있겠구나.

확실히 나는 마계 출신이 아니다 보니, 걱정하는 게 당연한 일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런 걱정 하지 마세요. 여기서 얼마나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 버리고 떠나겠어요. 그리고 농장 식구들 모두 저한테는 소중한 분들이에요. 은율아, 그치?”

“응, 맞아.”

은율이는 입가에 티라미수를 잔뜩 묻힌 채, 방긋방긋 웃으며 대답했다.

내가 이 귀여운 여우 소녀를 두고 어떻게 떠날 수 있겠는가?

솔직한 대답에 농장의 모든 식구가 안도한 표정을 지었다.

“근데 조금 서운하네요. 저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었는데, 여러분들은 저를 별로 못 믿으셨나 보네요.”

내가 서운함을 토로하자 모두의 얼굴이 아뿔싸! 하는 표정으로 변했다.

그때 은율이가 내 옷을 잡아당겼다.

“아빠.”

“응?”

“나는 아빠 세상에서 제일 믿어.”

은율이는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고백했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마음속의 서운함이 전부 다 사라졌다.

“고마워! 나도 은율이를 세상에서 제일 믿어.”

“헤헤.”

벅차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은율이를 꽉 껴안았다.

“흠흠, 저는 계속 선배를 믿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제가 아끼는 검도 빌려드렸지요.”

“저는 아무 말 안 하고 있었던 거 아시죠? 시현 님이 배신할 거라고 절대 생각 안 했어요.”

엘프리드는 오늘 검을 빌려준 사실을 언급하며 자신을 변호했고, 리아네는 아무 말도 안 했다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애초에 리아네는 티라미수에 정신이 팔려 있어서 아무 말도 안 한 것 같았지만…….

나머지 두 마족의 표정이 핼쑥해졌다.

분위기가 나쁘게 몰리는 와중에 재빠르게 입을 연 쪽은 안드라스였다.

“크흠, 카네프 님 너무하시네요. 시현 님이 저희에게 얼마나 잘해주셨는데 배신을 의심하시다니…… 제가 다 서운할 지경이네요.”

“너…… 너…….”

빛처럼 빠른 카네프의 손절.

카네프는 불의의 일격을 당한 것 같은 표정으로 말을 더듬었다.

“시현 님 너무 서운하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카네프 님이 워낙 험한 경험을 많이 해오신 분이라서 그렇습니다.”

“네, 그렇게 할게요. 근데 안드라스 씨?”

“……?”

“지금은 안드라스 씨가 험한 경험을 하실 것 같은데…….”

“……?!”

카네프가 배신의 분노에 부들부들 떨며 안드라스를 노려봤다.

“시현…… 아까 부하 중에 뒤통수를 친 녀석들이 있다고 했지. 그 녀석들이 어떻게 됐는지 지금 보여줄게.”

-촤르르르륵!!

카네프의 쇠사슬들이 안드라스를 노리고 쇄도했다.

“히이익!!”

눈치 빠른 안드라스가 재빨리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간발의 차이로 쇠사슬의 속박을 피해 도망쳤다.

“너 이 자식! 당장 이리로 안 와!”

“왜 저한테 그러십니까?”

“몰라서 물어? 이걸 확 그냥!”

도망치는 안드라스를 뒤쫓기 위해 카네프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시현 님, 저 티라미수 하나 더 먹어도 될까요?”

“당연하죠, 얼른 드세요.”

“선배, 저도 하나만 더…….”

“아빠, 나도! 나도 티라미슈.”

“은율이는 나랑 나눠 먹을까?”

촌극을 벌이는 두 마족을 배경으로, 나머지 농장 식구들은 평화로운 티타임을 즐겼다.

* * *

드디어 길드 공채 모집 실기 시험 날이 밝았다.

새벽부터 일어나 든든하게 아침 식사를 챙기고, 실기 시험에 필요한 준비물들을 챙겼다.

신분증과 ID카드, 여분의 옷과 속옷, 혹시 모르니 세면도구도 따로 챙기고…… 됐다.

기본적인 준비물 확인을 끝내고, 다음은 중요한 장비들을 확인했다.

서예린이 준 소환석, 엘프리드가 빌려준 검.

모두 다 가방에 잘 챙겨 넣었다.

모든 준비를 끝내고 편한 복장으로 집을 나섰다.

건물 앞에는 서예린이 차를 주차해 놓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 이제 나오는 거야?”

“기다리고 있었어?”

“나도 방금 나왔어. 짐은 그게 전부지? 뒤에 실어.”

트렁크에 짐을 싣고 우리는 차에 올라탔다.

“좀 미안하네. 굳이 시험장까지 태워다 줄 필요는 없는데…….”

“미안해할 필요 없어. 어차피 나도 시험장에 가야 했는데 뭘.”

“응? 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이야기 안 했었나? 나 이번 실기 시험 감독관 중 하나야.”

서예린이 감독관 소식에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되나? 지인인 내가 시험에 참여하는데?”

“괜찮아, 괜찮아. 평가는 냉정하게 할 테니까.”

자신만만한 그녀의 모습을 보며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럼 임시현의 합격을 기원하며 힘차게 출발해 볼까?”

“오케이! 합격을 위해 가보자.”

우리는 힘찬 외침과 함께 실기 시험이 열리는 곳으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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