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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75)화 (75/426)

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75화

실기 시험(3)

‘독개미 균열’ 내부는 초원과 숲이 이어지는 형태였다.

균열 입구부터 시작되는 초원지대는 괴수가 거의 발견되지 않는 지역이었고, 숲에서만 괴수를 만날 수 있었다.

지원자들은 팀별로 괴수 사냥을 시작하면, 감독관들은 각자 팀을 하나씩 맡아 그 뒤를 따라다니며 평가하는 방식이었다.

“시험에 주어지는 시간은 1시간입니다. 위험한 지역 경계에는 붉은색 깃발로 표시를 두었습니다. 모두 그 경계를 넘지 않도록 조심해 주십시오.”

유의사항 전달이 끝난 뒤.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모두 안전한 사냥 하시길…….”

감독관의 신호에 따라 모든 팀은 각자 정한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저희도 출발하죠.”

“가자! 3팀!”

“…….”

모든 팀이 초원을 지나 숲 지역에 도착했다.

-츠스스슷!!

침입자의 등장에 숲 지역 곳곳에서 괴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평범한 개미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큰 독개미였다.

턱이 작고 머리에 뿔이 없는 개체는 일꾼 계급으로 전투력이 약했다.

그에 비례해 독의 효과도 약해서 그다지 위험한 괴수가 아니라고 했다.

숲과 암석 지대의 경계까지는 일꾼 계급밖에 없어서, 제한 지역을 벗어나지 않으면 큰 위험은 없는 균열이었다.

-쾅!

-채앵! 챙!

숲은 금방 전투가 벌어지는 소리로 가득해졌다.

우리의 눈앞에도 일꾼 독개미가 모습을 드러냈다.

가장 먼저 기세 좋게 나선 사람은 정태호였다.

-화르르륵!

-싸아악!

그가 든 검 주위로 커다란 화염이 치솟았다.

화려한 불꽃이 검에 스며들더니 새빨갛게 물들었다.

“으랏차!!”

-타앗! 콰아앙!!

가볍게 휘둘러진 검은 엄청난 폭발을 일으키며 일꾼 독개미를 산산조각을 내버렸다.

짧은 전투 장면이었지만, 강한 인상을 남길 만한 아주 강력한 일격이었다.

정태호는 우리 쪽을 바라보며 씨익 웃어 보였다.

‘나 어땠어?’라고 묻는듯한 표정에 슬쩍 엄지를 들어 보여줬다.

그는 내 리액션에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활약에 자극을 받았는지, 윤세희도 본격적으로 전투에 나섰다.

“도와줘. 시옌!”

그녀의 부름에 반투명한 소녀가 허공에 모습을 드러냈다.

소환수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반투명한 소녀.

나는 조금 지나고 나서야 그것이 정령이라는 사실을 눈치챌 수 있었다.

처음으로 직접 본 정령의 존재감이 굉장히 신비하게 느껴졌다.

“시옌, 쓸어버려!”

-휘이이이잉!!

정령을 주변으로 매서운 바람이 불어왔다. 그 바람은 순식간에 일꾼 독개미들을 덮쳤다.

마치 종이 인형인 것처럼 독개미들은 나풀나풀 허공에 휘날렸다.

윤세희의 압도적인 실력행사에 정태호는 분하다는 눈빛을 보냈다.

무표정한 얼굴은 그대로였지만, 윤세희는 정태호의 시선을 즐기듯 턱을 약간 치켜들었다.

두 사람의 실력을 구경하고 있던 나는 살짝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어린 친구들의 활약에 너무 밀릴 수는 없었다.

검을 꺼내 들고 본격적으로 독개미들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촤아아악!!

-키이익!

내 일격에 쓰러지는 일꾼 독개미.

엘프리드와 빡빡한 수련 덕분에 생각보다 쉽게 독개미들을 상대해나갔다.

검술 실력에 상승도 있었겠지만, 무엇보다 상승한 교감 능력 덕을 톡톡히 봤다.

순간적으로 독개미를 파악해 어떻게 움직이고 공격할지를 완벽하게 예상할 수 있었다.

아직 덜 다듬어진 검술 실력이었지만, 상대의 움직임을 예상할 수 있다면 식은 죽 먹기나 다름없었다.

주변 독개미들의 움직임을 파악하면서 어린 두 친구를 지원하듯 전투를 이어나갔다.

너무 적 한가운데로 돌진한 정태호. 자칫 포위당할 수도 있는 상황에 내가 뒤를 지원했다.

“너무 깊게 들어가지 마세요. 팀원과 떨어져 포위당할 수도 있으니까.”

“하핫! 미안해 아저씨. 앞으로 주의할게.”

정태호를 지원하는 사이, 또 다른 위협이 내 감각에 잡혔다.

윤세희가 정령을 제어하는 데 집중한 나머지, 옆에서 다가오는 독개미를 발견하지 못했다.

독개미의 공격에 당하기 직전이었다.

“어엇, 조심해!”

나는 그녀에게 소리를 지르며 급히 몸을 날렸다.

윤세희도 뒤늦게 위험을 감지했지만, 이미 독개미의 날카로운 턱 공격이 지척으로 다가와 있었다.

이런! 늦을 것 같아!

윤세희가 공격에 당하는 장면이 머리에 그려지는 순간, 머릿속에서 찌릿한 느낌과 함께 순간적으로 기운이 쑥 빠져나갔다.

-멈칫!

나는 윤세희의 팔을 거칠게 잡아당겼다.

간발의 차이로 그녀가 있던 자리에 일꾼 독개미가 덮쳐들었다.

그녀를 안전한 것을 확인한 뒤, 곧바로 일꾼 독개미를 검으로 처치해 버렸다.

“괜찮으세요?”

“음…… 네, 고맙습니다.”

“정령을 사용하실 때는 조금 더 주의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주의할게요. 그런데 방금 어떻게 하신 거예요?”

“네?”

“그러니까…… 아니에요.”

윤세희는 우물쭈물 뭔가 말하려다가 그만뒀다.

한 번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다시 전투에 나섰다.

“…….”

그녀의 질문에 일부러 모른 척했다.

방금은 일어난 상황은 나도 설명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분명 일꾼 독개미의 움직임이 멈췄었다.

정확히는 내가 공격을 멈추게 했다.

아까 다급했던 상황 속 어지러운 기억을 떠올렸다.

그때의 희미한 여운이 아직 남아 있는 것 같았다.

나는 방금 쓰러뜨린 독개미를 잠시 내려다보다가, 다시 전투에 합류했다.

* * *

‘대단하군.’

감독관으로서 남진혁이 C조 3팀에 내린 평가였다.

그는 임시현에 대한 궁금증으로 일부러 3팀의 감독관을 자처했다.

물론 그 꿍꿍이를 알아챈 서예린이 불만을 표했지만, 남진혁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렇게 3팀을 맡게 된 남진혁.

가장 먼저 그의 눈길을 끈 것은 어린 두 지원자였다.

짧은 시간만 지켜봤을 뿐인데도 각자의 빛나는 재능이 눈에 띄었다.

정태호의 불꽃을 휘감은 검은 멀리서도 그 위력이 느껴질 정도로 대단했다.

일꾼 독개미가 낮은 레벨의 괴수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엄청난 위력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눈에 띄는 과감성과 적극성!

시험이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도 정태호는 기죽지 않고 자신을 마음껏 뽐냈다.

실전에서도 큰 장점이 될 수 있는 중요한 요소였다.

그다음은 윤세희.

사실 저 나잇대에 정령술을 실전에서 사용한다는 것만으로 엄청난 재능이라 할 수 있었다.

정령술의 특성상 재능이 너무나도 중요했기에, 그것만으로도 그녀의 가치는 모두 입증된 셈이었다.

‘어쩌면 C조 3팀이 이번 시험의 다크호스일지도 모르겠군.’

시간이 흐르고.

어린 두 지원자의 단점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동시에 나머지 한 사람의 움직임이 굉장히 기묘하게 느껴졌다.

처음에는 그저 ‘기본이 단단한 검술 실력을 갖춘 정도?’라고 생각했다.

전투 경험이 많이 없는지 검의 움직임이 투박하기도 했고.

‘이름이 임시현이라고 했지? 역시 내 예상대로 평범하군.’

투박한 검술, 그게 전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임시현의 움직임에서 엄청난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마치 독개미들의 움직임을 꿰뚫고 있는 듯, 적재적소에 자신의 힘을 사용하고 있었다.

뛰어난 적극성의 정태호는 주변을 둘러보는 능력이 부족했다. 그리고 윤세희는 범위 공격은 강력했지만, 세세한 능력 사용은 숙련도가 떨어졌다.

거기다 두 사람은 지금까지 일체의 협동 없이 자신만의 전투를 이어나갔다.

한 번쯤 위기에 빠졌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 그런데 그 불안함을 임시현 혼자서 메꿔주고 있었다.

정태호와 윤세희가 빛나는 재능을 뽐낼 수 있었던 것도, 결국에는 임시현의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정말 부모님을 떠올리게 할 만큼 섬세한 지원 능력이었다.

‘내가 저 자리에 있었다면, 두 사람을 저렇게까지 지원할 수 있었을까?’

어느새 남진혁의 시선은 계속 임시현의 움직임을 쫓았다.

확실히 서예린의 말대로 독특한 매력이 있었다.

시험의 초반을 지나 중반부에 도달했을 때.

남진혁의 눈에 조금씩 3팀의 균열이 보이기 시작했다.

임시현의 부모 같은 지원이 오히려 독이 된 것처럼, 두 사람은 점점 더 제멋대로 행동하기 시작했다.

남진혁이 슬슬 위험하다고 생각하던 그때.

정령을 제어하던 윤세희가 완전히 위험에 빠졌다.

피할 수 없는 공격이 이어지고 남진혁의 눈살이 찌푸려지려던 순간, 놀라운 일이 눈앞에서 일어났다.

“아니! 도대체 어떻게?!”

남진혁은 너무 깜짝 놀라 육성으로 소리쳤다.

공격하던 일꾼 독개미가 돌연 움직임을 멈췄기 때문이다.

마치 누군가 리모컨의 정지 버튼을 누른 것같이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이었다.

‘이건 독개미가 스스로 멈춘 게 아니야. 누군가 독개미를 멈추게 만든 게 분명해.’

남진혁의 시선이 다시 임시현에게로 향했다.

어떠한 물증이나 논리도 없었지만, 그의 직감은 강하게 임시현을 가리키고 있었다.

‘도대체…… 정체가 뭐지?’

임시현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 의구심과 혼란함이 계속 쌓여만 갔다.

* * *

처음에는 일꾼 독개미와의 전투는 순조로웠다.

협동이 잘 된다고 볼 수는 없어도, 내가 적절히 지원해 준 덕에 무리 없이 사냥이 진행됐다.

하지만 시험이 진행될수록 두 사람 사이에 경쟁심이 불붙기 시작했다.

“차아앗!”

-콰아아앙!

“시옌!”

-파아아아앗!

두 사람은 점점 더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전투를 벌였다.

그에 따라 전투의 위험도는 더욱 켜졌다.

뒤에서 지원을 해주는 것도 벅찰 지경이었다.

이거 말려야 하는 거 아닌가?

속으로 고민을 하던 사이, 결국에 일이 터지고 말았다.

“어…… 어어어?!”

정태호의 검 주변에 깃든 불꽃이 강한 바람에 이끌려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마치 검에서 불꽃을 빼앗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화르르륵!

-끼에엑!

정령은 빼앗은 불꽃을 이용해 사방의 독개미들을 순식간에 불태워 버렸다.

굉장한 위력의 공격이었다.

“야! 꼬맹이! 너 왜 남의 불꽃을 마음대로 가져가는 거야?”

“네가 너무 멍청하게 불꽃을 사용하길래 내가 좀 가져다 썼어. 더 잘 활용할 수 있는 팀원이 사용하는 게 좋잖아?”

윤세희의 무표정한 대답에 정태호는 머리끝까지 화가 난 듯 방방 뛰었다.

“이 재수 없는 꼬맹이가! 남의 사냥 방해할 생각 말고, 너 할 일이나 잘하란 말이야.”

“그러면 쓸데없이 앞에서 알짱거리지 말든지.”

“이게…….”

“자∼자∼. 왜 또 싸우고 그래요. 같은 팀원들끼리 협력해야죠. 아까 팀원 간의 협동도 중요하다고 말하는 거 들었잖아요.”

“쳇!.”

“흥!”

내 중재에도 둘은 화해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오히려 경쟁심을 더욱 불태우며 숲 깊은 곳으로 향했다.

쩝, 협동을 바라는 건 이제 무리인 건가?

어? 그런데 이 근처에서 붉은색 깃발을 본 것 같은데…….

나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저씨! 안 따라올 거야?”

“어…… 어! 갈게요.”

정태호의 부름에 붉은색 깃발 찾는 것을 멈추고, 멀어진 두 사람을 따라잡기 위해 달려갔다.

* * *

‘으음? 너무 깊은 곳까지 가는 거 아닌가? 분명 이쯤에 빨간 깃발이 꽂혀 있어야 하는데…….’

점점 깊은 곳으로 향하는 3팀을 보고 뭔가 이상함을 깨달았다.

자신의 경험상 이쯤이면 붉은 깃발이 보여야 하는 위치였다.

남진혁은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주변을 샅샅이 뒤졌다.

잠시 후, 땅바닥에서 불에 타버린 깃발의 잔해를 찾아냈다.

‘이런…… 아까 정령이 깃발을 태워버린 모양이야. 주변 나무는 건드리지 않고, 깃발만 표적처럼 노렸군.’

그는 먼저 깃발이 없어진 구역이 있다는 것을 무전기로 다른 감독관에게 알렸다.

“아, 아! 3팀을 맡은 남진혁입니다. 지금 동쪽 숲, 일부 구역에서 위험 지역을 알리는 깃발이 훼손됐습니다. 감독관님들은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상!”

남진혁은 무전을 마치자마자 3팀이 향했던 방향으로 달렸다.

수습하는 짧은 시간 사이에 3팀과 남진혁의 거리가 벌려져 있었다.

‘제발 별일이 없어야 할 텐데…….’

왠지 모르게 그의 마음속에는 불안함이 싹트기 시작했다.

* * *

숲속 깊은 곳으로 와서 그런 것일까.

언제부터인가 많은 일꾼 독개미가 쏟아져 나왔다.

거침없이 앞으로 나서던 정태호도 살짝 버거워하는 눈치였다.

교감 능력으로 주변 독개미들을 살폈다. 확실히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험한 지역이라면 감독관이 경고했을 거라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뒤쪽을 살펴봤는데 아무리 둘러봐도 감독관을 찾을 수 없었다.

감독관이…… 없어? 그 마스크 쓴 감독관 언제 사라진 거지?

분명히 시험이 시작된 이후로 계속 우리를 쫓아왔었는데, 어느새 사라진 상태였다.

머릿속에 위험을 알리는 경보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태호 씨, 여기는 위험한 것 같습니다. 물러서야 해요.”

“에? 무슨 소리야 아저씨! 이제 막 점수를 왕창 따려는데.”

“감독관이 안 보입니다. 지금 시험이 문제가 아니에요.”

“에이! 숨어서 지켜보는 거겠지. 우리는 사냥에만 신경 쓰면 된다고.”

윤세희 쪽을 바라보니 그녀도 전혀 물러날 생각은 전혀 없어 보였다.

이미 두 사람의 투쟁심은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내 말을 전혀 듣지 않아 난감해하던 그때, 지금까지의 일꾼 독개미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괴수가 나타났다.

-츠르르륵!!

훨씬 큰 덩치에 두꺼운 투구를 착용한 듯한 머리, 그리고 커다랗고 위협적인 턱을 가진 거대 개미.

바로 병정 독개미였다.

“이제 실력을 내보일 만한 놈이 나타났군.”

정태호는 미소를 지으면서 검에 붉은 기운을 더욱 불어넣었다.

도망갈 생각보다는 오히려 전의를 더 불태우는 모습이었다.

“진짜 미치겠네. 세희 씨! 일단 태호 씨를 엄호하겠습니다.”

“알겠어요. 시엔! 개미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아줘!”

그가 병정 독개미를 상대하는 동안, 나와 윤세희는 뒤쪽의 엄호를 나섰다.

-휘이이이잉!!

-츠츠츳!!

다행히 윤세희의 정령이 활약해 준 덕분에, 일꾼 독개미의 접근을 쉽게 막아냈다.

우리가 뒤에서 일꾼 독개미를 막아내는 사이.

-화르르륵!!

-콰아앙!!!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정태호가 병정 독개미를 쓰러뜨렸다.

“헉…… 헉…… 맛이 어떠냐, 이 개미 놈아! 헉…….”

정태호는 쉽지 않은 싸움이었는지 숨을 헐떡거렸고, 주변 땅은 폭격 맞은 것처럼 움푹움푹 패어나가 있었다.

나와 윤세희도 나머지 일꾼 독개미를 전부 몰아내고 잠시 숨을 돌렸다.

그 순간.

-쩌저적!!

-그그그극!!

정태호가 전투를 벌인 주변 땅바닥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모두가 반응도 하기 전에 땅바닥이 풀썩 내려앉기 시작했다.

“으아악!”

“꺄아악!

정태호와 윤세희가 마치 끌려들어 가듯 땅 밑으로 떨어졌다.

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날려 두 사람의 손을 붙잡았다.

“크윽!”

하지만 성인 둘의 무게를 순간적으로 지탱하기 힘들었다.

대롱대롱 매달린 두 사람과 함께 구덩이 쪽으로 질질 끌려갔다.

세 사람이 구덩이로 떨어지기 직전에.

“조금만 버티세요!”

뒤에서 들려오는 남자의 목소리와 함께 다리를 붙잡는 힘이 느껴졌다.

슬쩍 뒤를 돌아보니 우리를 따라오던 마스크를 쓴 감독관이었다.

덕분에 구덩이로 떨어지는 일은 멈출 수 있었다.

감독관은 내 다리를 붙잡은 채 윤세희를 불렀다.

“큭! 정령술 사용하시는 분 계시죠?”

“네?”

“빨리 정령의 힘으로 끌어올려 주세요. 계속 버틸 수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시엔!”

-쩌저저적!!

윤세희가 정령을 불러내려는 동시에 나를 지지하고 있던 땅바닥이 무너져내렸다.

“안 돼!!”

“꺄아아악!”

“큭!”

“이런!”

버틸 힘을 잃은 네 사람은 순식간에 구덩이로 빨려들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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