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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78)화 (78/426)

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78화

개미굴 탈출(3)

-킁킁! 킁킁!

아꿍이는 열심히 주변 통로의 냄새를 맡으며 밖으로 향하는 신호를 찾아 헤맸다.

아직 확신할 수는 없지만, 아꿍이의 안내 덕분에 점차 출구로 가까워지는 듯했다.

“쉿! 잠시!”

내가 보내는 정지 신호에 일행은 모두 멈춰 섰다.

감각 범위에 여러 마리의 병정 독개미가 포착됐다.

나의 부축을 받고 있던 남진혁이 조용히 속삭였다.

“또 적입니까?”

“네, 이 앞쪽 통로를 배회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이 지긋지긋한 독개미들은 저희를 그냥 보내줄 생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아꿍이를 통해 밖으로 향하는 길은 찾은 것까지는 좋았지만, 생각보다 똑똑하게 움직이는 독개미 때문에 탈출이 점점 어려워졌다.

통로마다 병정 독개미를 만나는 것이 처음에는 우연인 줄 알았으나, 지금은 우연이 아니라는 쪽으로 바뀌고 있었다.

“여기서 잠시만 쉬었다 가죠.”

“네, 얘들아. 이쪽으로 와.”

남진혁을 부축해 통로에 편히 기댈 수 있게 해주었다.

한쪽 다리로 계속 움직이다 보니 그의 체력은 두 배로 빨리 소모되고 있었다.

“세희야, 괜찮아?”

“네…… 괜찮아요.”

윤세희도 계속된 전투와 강행군으로 체력을 많이 소모한 상태였다.

그나마 정태호가 아직 쌩쌩한 모습인 것이 다행인 점이었다.

“아무래도 여기서 해독제를 한 병 더 마셔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 4병 남았다고 했죠?”

“네.”

“저는 괜찮으니 한 병은 예비로 남겨두도록 하죠.”

“괜찮으시겠습니까? 시현 씨는 해독제를 한 병도 안 드셨는데…….”

“저는 버틸 만합니다. 최대한 해독제는 아껴놔야죠.”

나는 일부러 여유가 있는 척 웃어 보이며 해독제를 거절했다.

남진혁도 내 뜻을 이해했는지 억지로 권하지 않았다.

“세희야, 태호야. 너희도 한 병씩 마셔.”

나는 쉬고 있는 둘에게 해독제를 챙겨줬다.

“고마워요, 아저씨.”

세희는 해독제를 받자마자 뚜껑을 열고 복용했다.

핼쑥해졌던 안색에 조금이나마 혈기가 도는 것 같았다.

반면에 정태호는 해독제를 마시지 않고 가만히 손에 쥐고 있었다.

“태호야, 너는 왜 안 먹어?”

“……나는 괜찮으니까, 이것도 남겨 둬.”

“뭐? 지금 안 먹으면 더 버티기 힘들어질 거야.”

“바로 죽는 것도 아니잖아. 조금 힘든 건 버틸 수 있어.”

“앞으로 얼마나 더 싸워야 할지 모르는데 무리하지 마.”

“씨이! 아저씨도 힘든 거 참고 있잖아. 내가 모를 줄 알아?”

“…….”

정태호의 지적은 정확했다.

아무리 저항이 높아도 독에 완전히 면역인 건 아니었다.

어느새 나도 몸이 조금씩 무거워지고 있었다.

“여기 꼬맹이나 마스크 쓴 형은 버티는 체력이 부족하니까 2병은 남겨야 할 거 아냐? 그래도 나는 체력은 좋은 편이니까 더 버틸 수 있어.”

“태호야…….”

어려운 순간이기에 더 성장하는 것일까?

윤세희뿐만 아니라 남진혁까지 생각하는 정태호의 모습이 무척 대견하게 보였다.

정태호는 자신이 받은 해독제를 윤세희에게 건넸다.

“너…… 괜찮겠어?”

“괜찮으니까 빨리 받아. 꼬맹이 네가 좋아서 주는 게 아니라, 정령의 지원을 못 받으면 나도 힘을 못 쓰니까 주는 거야.”

“……고마워.”

“…….”

정태호는 부끄러운지 괜히 심술궂은 말을 했지만, 윤세희는 해독제를 소중히 받아들고 고마움의 뜻을 전했다.

잠시 휴식을 취한 우리는 다시 아꿍이를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츠츠츳!!

-츠츳!!

역시나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독개미 무리.

<얼어붙어라, 예리한 얼음의 칼날!>

<휘몰아쳐라, 무자비한 폭풍의 일격!>

먼저 남진혁이 강력한 범위 마법으로 적의 전력을 많이 감소시켰다.

“간다!”

“알았어. 시엔!”

-화르르륵!!

점차 호흡이 맞아가는 정태호, 윤세희 조합은 거침없이 남은 적들을 해치워나갔다.

「받아라! 간지럼 가루다, 뾰!」

규리가 독개미들에게 간지럼 가루를 뿌리자, 놈들은 온몸을 부르르 떨며 일시적으로 무방비 상태가 됐다.

“아꿍아, 가자!”

-무우우!

나와 아꿍이는 무방비 상태의 독개미들을 손쉽게 해치워나갔다.

힘든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팀원 간의 호흡이 중요했다.

우리는 오늘 처음 만난 사람들이라는 걸 믿기 힘들 정도로 손발을 착착 맞춰나갔다.

그리고 호흡을 맞춰나갈수록 서로에 대한 신뢰도 더욱 단단해져 갔다.

개미굴 돌파를 시도한 지 한 시간 반쯤 지났을 때.

답답했던 통로의 공기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

우리는 직감적으로 출구가 멀지 않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무우우! 무우!

우리를 안내하던 아꿍이가 기분 좋은 울음소리를 냈다.

아마 출구가 멀지 않다는 뜻인 것 같았다.

“아꿍이 말로는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답니다.”

“아저씨, 정말이야?”

“그래, 이제 출구가 곧 눈앞이야.”

계속된 전투로 꾀죄죄한 몰골이 돼버렸지만, 출구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소식에 모두의 눈동자에 희망 깃들었다.

앞으로 나아가던 우리 앞에 다시 한번 갈림길이 나왔다.

-무우우. 무우우.

아꿍이는 계속 우리를 안내했던 것처럼 갈림길의 한쪽을 가리켰다.

“어? 그쪽이 출구 방향이라고?”

-무우우! 무우우!

“그럴 리가 없는데…….”

내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의 독개미들의 반응이라면, 무조건 출구 방향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어야 했다.

그런데 지금은 출구 방향에서는 독개미의 기척을 전혀 느낄 수 없고, 오히려 반대쪽에서 수많은 독개미 무리의 움직임이 느껴졌다.

뭐지? 갑자기 왜 이러는 거지?

지독할 정도로 우리를 방해하던 놈들인데, 갑자기 마지막에 와서 놓아준다고?

내가 심각한 표정으로 움직이지 않자, 남진혁이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시현 씨,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그게…….”

나는 내가 느끼고 생각한 부분을 남진혁을 포함한 모두에게 들려줬다.

정태호는 낙천적인 태도로 상황을 받아들였다.

“우리가 너무 세니까 그냥 풀어준 게 아닐까?”

“그랬으면 좋겠지만…….”

상대적으로 신중한 표정의 윤세희가 내게 물었다.

“아저씨는 그럼 함정이라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가능성이 없진 않은 것 같아. 지금까지의 움직임을 보면 절대 멍청한 놈들이 아니니까.”

“에이∼ 설마 멍청한 개미들이 그렇게까지 하겠어?”

모두의 의견이 분분하게 갈리는 상황.

자연스럽게 가장 경험이 많은 남진혁에게 시선이 쏠렸다.

“시현 씨 생각에 일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독개미를 통솔하는 여왕개미는 꽤 영리한 거로 알려져 있으니까요.”

“엑? 그럼 정말로 함정이라는 말이야?”

“저도 모릅니다. 하지만 가능성은 확실히 있습니다.”

남진혁도 함정일 수 있다는 의견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함정인 걸 알았다고 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별로 없으니 돌파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함정인 걸 알더라도 돌파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에 모두의 표정이 굳어졌다.

말하지 않아도 힘든 싸움이 될 거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진혁 씨 말이 맞아. 저놈들이 우리를 끝까지 보내줄 생각이 없다면, 억지로 뚫어내는 수밖에…….”

윤세희와 정태호도 의지를 다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아꿍이가 알려준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길게 이어진 통로에서는 병정 독개미는 물론이고 일꾼 독개미조차 기척을 찾을 수 없었다.

-휘이잉!

아주 미약한 바람이 코끝에 살랑였다.

그 바람에서 지하의 텁텁한 공기가 아니라, 시원하게 상쾌함이 느껴졌다.

“바람이 불어요.”

“진짜 출구에 다 왔나 봐.”

윤세희와 정태호가 셀레는 표정으로 말했다.

나와 남진혁은 아직 신중한 표정으로 주변을 살폈다.

아직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살랑이는 바람을 따라 통로를 걷기를 몇 분.

드디어 빛이 새어 들어오는 출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출구가…… 출구가 보여요.”

“아저씨! 우리가 해냈어! 해냈다고!”

-무우우! 무우우!

「꺄하하! 신난다, 뾰!」

기뻐하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아꿍이와 규리도 신나서 덩실덩실 몸을 흔들었다.

직접 출구를 바라보며 끝까지 붙들고 있던 긴장을 풀려는 순간!

우려했던 일이 눈앞에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츠츠츳…….

-츠츳…… 츠츳…….

기다렸다는 듯이 사방에서 독개미들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그중에는 지금껏 보지 못했던 엄청난 위압감의 독개미가 모습을 드러냈다.

“저건…… 장군 독개미? 저놈이 왜 여기에?”

“장군 독개미?”

“여왕을 호위하는 가장 강력한 독개미입니다. 보통 여왕의 둥지에서 벗어나지 않는데…….”

“역시나 이 녀석들은 우리를 곱게 보내줄 생각이 없었군요.”

“아저씨! 저기, 출구! 출구에!!”

잠시 장군 독개미를 살피는 사이, 정태호의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출구 쪽에 나타난 일꾼 독개미들이 사방에 체액을 뿌리며, 자신들의 손으로 출구를 무너뜨리려 하고 있었다.

드디어 독개미의 의도가 보였다.

놈들은 우리의 목적을 깨닫고, 출구를 무너뜨리면서까지 함정에 빠뜨리려는 계획이었다.

이 지독한 독개미 놈들…….

상황을 빠르게 파악한 남진혁이 지시를 내렸다.

“출구를 무너뜨리지 못하게 막아야 합니다.”

“규리야, 부탁해!”

「알았다, 뾰!」

빠르게 날아간 규리는 출구의 독개미들을 향해 간지럼 가루를 뿌렸다.

덕분에 출구가 무너지는 최악의 상황은 막을 수 있었다.

남진혁이 다시 한번 소리쳤다.

“탈출이 먼저입니다. 뒤는 제가 막을 테니 출구를 확보하세요.”

“태호야, 세희야, 출구를 부탁할게.”

“알았어!”

“알았어요!”

두 사람이 먼저 출구로 향하고, 남진혁과 나는 남아서 뒤쪽의 독개미들을 견제했다.

-파아아앗!!

-키에엑!

남진혁이 만들어낸 얼음 칼날이 거센 바람을 타고 독개미들을 꿰뚫었다. 하지만 장군 독개미는 정면으로 마법을 버티며 조금씩 우리를 향해 다가왔다.

이미 체력을 많이 소모한 남진혁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무우우! 무우우!

힘찬 울음소리와 함께 아꿍이가 앞으로 나섰다.

“좋아! 아꿍아, 이번에는 우리가 보여주자!”

-무우우!!

소환석을 꽉 쥐고 영혼의 힘으로 아꿍이를 강화해 주었다.

아꿍이의 뿔과 몸에서 강렬한 빛이 스며들었다.

-츠츠츳!

장군 독개미는 뭔가 심상치 않다는 걸 느꼈는지 움직임을 멈추고 경계 태세를 취했다.

-무우우!!

자신보다 몇 배는 더 큰 장군 독개미를 항해 아기 야쿰이 용감하게 돌진했다.

-꽈아앙!!!

-키에엑!

엄청난 충돌음과 함께 장군 독개미의 거대한 몸체가 기우뚱 쓰러졌다.

“좋았어, 아꿍아!”

“허…….”

작은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엄청난 위력에 남진혁은 벙찐 표정을 지었다.

한 건 해낸 아꿍이는 쫄래쫄래 돌아와서 꼬리를 흔들었다.

장군 독개미가 쓰러진 덕분인지 다른 독개미 무리도 주춤대며 접근을 멈췄다.

-무우우. 무우우.

“잘했어, 아꿍아! 장군 독개미가 쓰러진 지금입니다. 저희도 출구로 가야 해요.”

“아…… 네!”

아직 멍한 남진혁을 부축해 함께 출구로 향했다.

「꺄악! 간지럼 가루가 다 떨어졌다, 뾰! 개미들이 다시 일어난다, 뾰!」

“출구가 곧 무너지려고 해요.”

“아저씨, 감독관 형! 빨리 와!”

앞쪽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출구로 향하는 길은 생각보다 가파르고 거칠었다.

다리를 다친 데다가, 체력이 떨어질 때로 떨어진 남진혁을 데리고 빠르게 움직일 수 없었다.

-츠츳…… 츠츳…….

쓰러졌던 장군 독개미도 다시 몸을 일으켰다.

기세를 되찾은 독개미들이 우리를 무섭게 쫓기 시작했다.

출구에 도달하기 전에 독개미들의 추격을 뿌리칠 수 없을 것 같았다.

이런…… 어떻게 해야 하지?

진퇴양난의 상황 속에 해결책을 찾지 못하던 그때.

“시현 씨, 저는 힘들 것 같습니다.”

“네?”

“출구가 막히기 전에 먼저 탈출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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