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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79)화 (79/426)

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79화

개미굴 탈출(4)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쓸데없는 소리 말고…….”

“저는 진지합니다. 이러다가는 둘 다 여기에 갇히고 말 겁니다.”

“…….”

“아직 마력에 여유가 있습니다. 버티는 건 혼자서도 가능합니다. 그러니 빨리 가세요.”

“하지만…….”

“시험 지원자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것도 감독관의 역할입니다. 가세요. 제가 버티는 동안 구조대를 불러와 주세요.”

남진혁은 담담한 표정으로 거듭 자신을 두고 가라고 말했다.

너무나도 어려운 선택의 기로에 온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두려움, 죄책감, 슬픔, 자괴감……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수많은 감정이 머릿속을 헤집었다.

“진혁 씨,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저는 신경 쓰지…….”

“세희야! 태호야! 너희들 먼저 탈출해!”

“시, 시현 씨?!”

나의 돌발 행동에 남진혁이 놀라서 내 이름을 불렀다.

출구 쪽에 있던 윤세희와 정태호도 당황한 표정으로 외쳤다.

“그게 무슨 소리야, 아저씨?!”

“작전 변경이야! 우리는 버틸 테니 너희는 나가서 구조대를 불러와.”

“그럴 순 없어요. 같이 나가야 해요!”

“맞아! 누구 맘대로 작전 변경이야!”

“안 돼, 무조건 나가! 제발 내 말 좀 들어!”

매섭게 윽박지른 뒤에 아예 고개를 돌러 버렸다.

뒤쪽에서 두 사람의 목소리가 계속 들려왔지만, 이제 그쪽을 신경 쓸 여유는 없었다.

다시 정신을 차린 장군 독개미가 무리를 이끌고 다가왔다.

“하아…… 왜 안 나가셨습니까?”

“어떻게 혼자 두고 갑니까? 그리고 구조대를 불러오는 건 세 사람까지 필요 없잖아요.”

“……고맙습니다.”

“고마운 건 나중에 이야기하고, 일단 저 녀석부터 어떻게 하죠.”

“시현 씨, 조금만 시간을 끌어주시겠습니까? 제대로 된 일격을 준비하겠습니다.”

남진혁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뒤 검을 들고 앞장섰다.

아꿍이와 규리도 내 옆으로 따라왔다.

“규리야, 조금만 더 도와줄 수 있어?”

「후엥! 이제 간지럼 가루가 거의 없다, 뾰!」

“조금이면 되니까 제일 덩치 큰 놈을 잠시만 막아줘.”

「알았다, 뾰!」

규리는 장군 독개미에게 날아가 얼마 안 되는 간지럼 가루를 뿌렸다.

다행히 효과가 있었는지 몸을 움찔움찔 떨면서 마비된 것 같은 모습을 보였다.

“아꿍아, 가자!”

-무우우!

아꿍이의 힘찬 울음소리와 함께 독개미들에게 달려들었다.

어려움 속에 나도 조금이나마 성장을 했는지, 병정 독개미 정도는 손쉽게 상대할 실력이 됐다.

장군 독개미가 마비된 사이 다른 독개미들을 최대한 줄이려고 열심히 검을 휘둘렀다.

그때 가슴이 서늘한 느낌과 함께 등골이 오싹해졌다.

“시현 씨! 조심하세요!”

등 뒤쪽에서 생각보다 마비에서 빨리 깨어난 장군 독개미의 움직임이 느껴졌다.

피해야겠다고 생각한 순간 이미 장군 독개미의 날카로운 앞발이 나를 노리고 찔러 들어왔다.

젠장, 방심하면 안 됐는데…….

앞으로 느껴질 고통에 반사적으로 몸이 굳어졌다. 그리고…….

-콰아앙!!!

“뭐해? 정신 차려 아저씨!”

“……태호야?”

출구로 나간 줄 알았던 정태호가 간발의 차이로 공격을 막아줬다. 그리고 주변에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제가 장군 독개미의 움직임을 억제할게요.”

윤세희 역시 나가지 않고 정령으로 우리를 지원했다.

“왜 안 나간 거야?”

“비겁하게 도망치는 건 내 취향이 아니야. 그리고 아저씨 위험할 뻔했잖아.”

“…….”

“아저씨, 모두 같이 나가요. 할 수 있어요.”

“녀석들…….”

자신의 말대로 나가지 않은 두 사람이 원망스러우면서도, 어려움을 무릅쓰고 남아줘서 고마웠다.

-츠츠츳. 츠츳!

완전히 깨어난 장군 독개미는 흥분한 듯 앞다리를 사방으로 휘둘렀다. 하지만 두 사람의 지원 덕분에 녀석의 폭주를 충분히 막아낼 수 있었다.

“모두 물러서세요!”

오랫동안 마법을 준비했던 남진혁이 외쳤다.

<얼어붙어라, 날카로운 얼음의 창!>

<전율해라, 파괴하는 번개의 일격!>

<휘몰아쳐라, 무자비한 폭풍의 일격!>

-파지지직!!

-휘이잉!!

커다란 얼음 창을 중심으로 강렬한 번개와 폭풍이 휘몰아쳤다.

심상치 않은 마법의 위력에 우리는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우리가 안전한 위치로 물러나자마자 남진혁은 곧바로 마법을 쏘아 보냈다.

-파아앗!

-콰직, 콰지직!!

-끼에에에엑!

꿋꿋하게 버텨내던 장군 독개미는 얼음 창에 꿰뚫린 채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질렀다.

강렬한 번개와 폭풍은 장군 독개미의 내부를 순식간에 엉망으로 만들었다.

-털썩!

결국, 마법의 위력을 버티지 못한 장군 독개미가 쓰러지고, 대장을 잃은 독개미들은 혼비백산하며 통로 너머로 흩어졌다.

“나이스! 감독관 형!”

“진혁 씨, 대단합니다. 저 무식한 놈을 일격에 쓰러뜨리다니.”

흥분한 우리가 다가갔을 때, 남진혁의 표정은 많이 창백해져 있었다.

뒤늦게 그 모습을 확인하고 걱정스럽게 물었다.

“괜찮으세요? 혹시 독 때문에?”

“아닙니다. 세 가지 원소를 동시에 사용하면 원래 무리가 많이 가서 그렇습니다. 조금만 쉬면 회복될 겁니다.”

희미하게 웃어 보이는 남진혁을 보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건 그렇고. 너희 둘은 왜 안 나간 거야. 내가 그렇게 나가라고 소리쳤는데.”

“처음에는 나가려고 했는데…… 아저씨랑 감독관 형이 너무 위험해 보여서 돌아왔어. 솔직히 우리 없었으면 위험했잖아.”

“맞아요. 도저히 그 모습을 보고 저희만 도망칠 수 없었어요.”

확실히 두 사람이 돌아오지 않았다면 굉장히 위험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거기다 탈출을 포기하고 다시 이 위험한 곳으로 돌아온 두 사람을 뭐라고 할 수 없었다.

“에휴, 그래 알았다. 너희들에게 도움으로 위기를 벗어난 건 사실이니까.”

“헤헤.”

내가 체념한 표정으로 인정하자, 두 사람은 뿌듯한 표정으로 웃었다.

“진혁 씨,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으음…….”

그는 심각한 표정으로 현재 상황을 정리했다.

“어떻게든 놈들을 몰아내긴 했지만, 상황은 여전히 좋지 않습니다. 눈앞에 있었던 출구는 막혀버렸고.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30분에서 1시간 정도…….”

“…….”

“다른 출구를 찾아야 하는데, 아마 놈들은 쉽게 길을 내어주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다른 출구도 이렇게 함정을 파놨을까요?”

“가능성은 충분히 있습니다. 여왕의 둥지를 지키는 장군 독개미까지 보낸 걸 보면, 우리를 잡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는 겁니다.”

정말 지독한 놈들…… 이름을 독개미가 아니라 지독개미로 바꿔야 할 것 같네. 총력을 다해서 나가는 걸…… 잠깐 총력?

“진혁 씨, 독개미굴에는 출구가 여러 곳이죠?”

“네, 굉장히 많이 있습니다.”

“우리의 탈출을 막으려고 했다면 그 많은 출구에 미리 병력을 배치해 놓은 거겠죠?”

“그렇…… 겠죠? 그래야 지금처럼 우리를 함정에 빠뜨릴 수 있을 테니까요.”

“아까 장군 독개미는 여왕의 둥지만 지킨다고 하셨는데. 그런 장군 독개미를 빼낼 정도라면 놈들은 무리해서 병력을 출구 쪽으로 투입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

“그럴 수도 있겠군요. 많은 출구를 방어하려면 병력이 분산되니까…… 헉! 시현 씨…… 설마?”

남진혁은 내 생각을 알아채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윤세희와 정태호는 아직 눈치채지 못하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나는 조용히 쓰러진 장군 독개미에게 다가갔다.

아직 숨이 붙어 있는 녀석에게서 머릿속 하나의 신호를 알아냈다.

“지금 놈들이 우리의 탈출을 막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면, 상대적으로 허술해지는 곳은 어딜까요?”

“아…….”

“설마 아저씨…….”

윤세희와 정태호도 내 의도를 뒤늦게 눈치챘다.

두 사람의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커졌다.

출구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곳, 장군 독개미의 머릿속에 신호가 남아 있는 곳, 우리가 그곳으로 향할 거라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곳!

“여왕의 둥지! 오히려 그곳을 뚫어내는 게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모릅니다.”

* * *

솔직히 내가 의견을 내면서도 조금은 무리라고 생각했다.

여왕의 둥지는 개미굴에서 가장 위험한 곳이니까.

하지만 의외로 남진혁은 쉽게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고, 윤세희와 정태호도 해보겠다는 의지를 표했다.

“계속 시간을 끌면서 소모전만 벌인다면 희망이 없습니다. 이 지겨운 개미굴…… 저희 손으로 끝냅시다.”

“헤헤, 아저씨 역시 뭔가 통하네. 아까도 말했지? 도망치는 건 내 취향이 아니라고. 망할 독개미 녀석들한테 한 방 먹여주자!”

“조금 무섭기는 하지만, 저는 우리 팀원 그리고 아저씨를 믿어요.”

네 명의 의견이 하나로 모여졌다.

시간이 없었다. 장군 독개미의 신호를 가지고 다시 한번 아꿍이의 안내가 시작됐다.

내 예상대로 여왕의 둥지로 향하는 길에는 방어하는 병력이 거의 없었다.

아마도 놈들은 우리가 본진을 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듯했다.

체력을 많이 소모한 남진혁을 내가 업어가며 최대한 빠르게 복잡한 통로를 돌파했다.

여왕의 둥지에 가까워질수록 주변에서 느껴지는 독개미들의 기척이 분주해졌다.

“아마도 이제 놈들이 눈치챈 것 같습니다. 우리가 향하는 곳으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어요.”

“서둘러야 합니다. 빠져나갔던 병력이 모두 되돌아오면 더는 기회가 없습니다.”

남진혁의 말에 우리는 초조함을 느끼며 속도를 더 올렸다.

자잘한 전투 뒤에 휴식시간도 줄여가며 놈들의 심장부를 향해 진격했다.

-무우우! 무우우!

우리를 안내하던 아꿍이가 울음소리를 냈다. 거기에는 경고의 의미가 담겨 있었다.

나는 통로 끝에서 수많은 독개미의 기척과 지금껏 만나보지 못한 강한 존재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 도착한 것 같습니다.”

통로 끝에 도달하자 거대한 동공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 독개미들의 호위를 받는 거대한 여왕 독개미가 있었다.

-키에에엑!!

여왕 독개미는 우리를 발견하고 기분 나쁜 울음소리를 냈다.

그 울음소리를 들은 독개미들은 동시에 전투태세를 갖추기 시작했다.

많은 병정 독개미들, 그리고 세 마리의 장군 독개미들…….

그리고 이 순간에도 다른 통로를 통해서 계속 병력이 모여들고 있었다.

“생각보다 상황이 어려워 보이지만,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겠습니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걱정 마세요, 죽어도 막아내겠습니다.”

“준비됐지, 꼬맹아! 여기서 끝을 보는 거야.”

“바보야, 집중해! 이제 실수는 치명적이니까.”

계획은 간단했다.

우리가 막아내는 동안 남진혁이 최고로 강력한 마법 한방으로 여왕 독개미를 노린다.

거대한 몸집과 다르게 방어력은 평범한 수준이기에 노려볼 수 있는 전략이었다.

-키에에에엑!!!

하지만 여왕 독개미도 멍청하지 않았다.

우리의 계획을 바로 눈치채고 모든 병력을 움직였다.

“부탁해, 얘들아!”

-무우우!

「알았다, 뾰!」

우리는 남진혁을 앞을 지키는 형태로 독개미들의 공세를 막아냈다.

이미 온몸은 천근만근이었지만, 정말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힘을 냈다.

정태호와 윤세희, 두 사람은 오래전부터 한 팀이었던 것처럼 절정의 호흡을 보여줬다.

정태호의 불꽃 검이 지나간 자리에는 불탄 독개미의 사체밖에 남지 않았다.

윤세희는 정태호를 지원하는 동시에 나도 바람의 힘으로 몸을 가볍게 만들어줬다.

나도 두 사람의 활약에 밀리지 않도록, 정말 열심히 검을 휘둘렀다.

-츠츠츠츳!!

-츠츠츠츳!!

병정 독개미로 우리를 막을 수 없다고 판단했는지, 여왕을 지키던 장군 독개미 세 마리중 두 마리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강력한 장군 독개미의 가세로 우리의 표정에 긴장감이 차올랐다.

남진혁이 지원해 줄 수 없는 상황에서 장군 독개미 두 마리는 너무나도 버거운 상대였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버티자!”

“걱정 마 아저씨! 아직 나는 팔팔하다고!”

정태호의 자신만만한 외침과 함께 거침없이 장군 독개미를 상대해나갔다.

하지만 자신감이 너무 과했던 탓일까, 옆쪽에서 다가오는 장군 독개미를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

“위험해!!”

“으읏!”

윤세희의 뾰족한 외침에도 불구하고 정태호는 완전히 장군 독개미의 공격에 노출됐다.

안 돼…… 제발…….

정태호가 공격에 쓰러지는 장면이 눈에 그려지려는 순간, 내 몸에서 알 수 없는 기운이 불쑥 샘솟았다.

그리고 그 기운이 장군 독개미를 향해 쏘아지는 듯한 감각이 느껴졌다.

-멈칫!

-휘이익! 퍽!

공격하던 장군 독개미는 돌연 움직임을 멈추더니, 옆에 있는 다른 장군 독개미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끼에엑!

무방비로 공격당한 장군 독개미는 큰 상처를 입으며 바닥에 쓰러졌다.

아군을 공격한 장군 독개미는 혼란스러운 듯 몸을 이리저리 흔들었다.

“뭐야, 갑자기 왜 저러지?”

정태호는 어리둥절하게 장군 독개미를 바라봤다.

“아저씨…….”

윤세희는 뭔가 눈치챘는지 망연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이번에는 나도 확실히 느꼈다.

분명히 장군 독개미는 나의 의지에 따라 움직였다.

조금 전의 그 감각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잠시 후 기다렸던 남진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준비 끝났습니다!”

<얼어붙어라, 날카로운 얼음의 창!>

<전율해라, 파괴하는 번개의 일격!>

<휘몰아쳐라, 무자비한 폭풍의 일격!>

다시 한번 위력적인 얼음의 창이 모습을 드러냈다.

여왕 독개미는 위험을 감지했는지 다급하게 몸을 버둥거렸다.

-파아아앗!!

하지만 거대한 덩치의 여왕이 빛과 같이 쏘아진 얼음 창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모두가 성공을 확신하던 그때.

-부우우웅!

여왕을 지키던 마지막 장군 독개미가 등에서 날개를 펼쳐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녀석은 마법이 날라오는 앞쪽으로 자신의 몸을 들이밀었다.

-콰직!

얼음의 창은 장군 독개미를 꿰뚫고, 그대로 나아가 여왕을 타격했다.

-콰지직! 파지지직!

-끼에에엑!!

여왕의 고통스러운 비명이 거대한 동공을 가득 메웠다. 그리고 거대한 몸체는 비틀거리더니 옆으로 쓰러졌다.

정태호의 입에서 기대감과 불안감이 뒤섞인 한마디가 튀어나왔다.

“해치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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