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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85)화 (85/426)

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85화

마계농장 야유회(2)

“꺄르르륵! 같이 가!”

-무우우우!

-무우우! 무우우!

천천히 움직이는 야쿰 무리 사이를 은율이와 아기 야쿰들이 신나게 뛰어다녔다.

오랜만의 외출이 너무나도 신났는지, 평소에 얌전한 얌꿍이도 적극적으로 돌아다녔다.

천천히 움직이는 마차에 걸터앉아 뛰노는 아이들을 신기하게 바라봤다. 농장에서 조금 벗어났을 뿐인데 벌써 활력이 장난이 아니었다.

예전에 녀석들과 공놀이를 하다가 완전히 탈진했던 기억이 떠오르면서 몸이 부르르 떨렸다.

내 옆에 있던 리아네가 아이들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은율이가 엄청 좋아하네요.”

“그러게요. 완전 신이 난 것 같아요.”

“저도 오랜만에 밖에 나와서 그런지 홀가분한 기분이 들어요. 농장에서 일하는 게 싫은 건 아니지만, 가끔은 답답하게 느껴질 때가 있거든요.”

“그런가요?”

나는 살짝 놀란 표정으로 리아네를 바라봤다.

메이드로서 개인적인 감정 표출을 자제하다 보니, 전혀 그런 낌새를 눈치채지 못했다.

은율이나 리아네를 위해서라도 이런 행사를 자주 계획해야겠다고 속으로 다짐했다.

우리 뒤쪽에 앉아 있던 엘프리드를 바라봤다. 그는 멍한 표정으로 야쿰 무리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엘프리드, 왜 그래? 어디 불편해?”

“아뇨, 선배. 그런 게 아니라. 아직도 믿기 힘들어서요.”

“……?”

“야쿰 무리와 함께 움직이다니…… 거기다 이렇게 가까이에서!”

아직도 야쿰을 어려워하는 그의 반응을 보고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이제 슬슬 적응할 때도 되지 않았어? 그래도 요즘에는 아기 야쿰 근처에는 곧잘 오잖아?”

“그것도 선배가 옆에 있으니 가능한 거지 혼자서는 무리입니다. 무엇보다 아무리 이 농장에 오래 있더라도 저렇게 많은 야쿰은 절대 적응 못 합니다.”

“참나, 얼마나 착하고 귀여운 녀석들인데! 마족들은 너무 야쿰에 대한 편견이 심한 것 같아.”

“벌써 여러 번 말하는데.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마계에서 시현 선배밖에 없으니, 제발 제가 이상한 것처럼 말하지 말아 주세요.”

그의 격렬한 반대 의견에 슬쩍 리아네를 바라봤다. 동의를 바라는 내 시선에 그녀는 난처한 듯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허어…… 이렇게 야쿰의 매력을 몰라주다니!

마음 같아서는 마계에 야쿰의 귀여움을 알리는 캠페인을 벌이고 싶을 정도였다.

쓸데없는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야쿰 무리를 이끌던 큰뿔이가 발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자신을 뒤따르던 무리를 바라보며 크게 울음소리를 냈다.

-부우우우!

야쿰들은 큰뿔이의 신호를 알아듣고 각자 행동하기 시작했다.

몇몇은 그 자리에 앉아 휴식했고, 또 몇몇은 주변에 신선한 풀을 뜯기 시작했다.

우리도 그에 맞춰 근처에 마차를 멈춰 세웠다.

내가 마차에 내리자마자 은율이가 쪼르르 달려왔다.

“아빠! 아빠!”

“응, 왜 그래?”

“저기! 저기 봐봐!”

은율이는 막무가내로 내 바짓가랑이를 잡아당겼다. 나는 흥분한 은율이를 진정시키며 말했다.

“은율아, 마차에 짐부터 내려야 해. 조금 있다가 가보자.”

“으응…….”

내가 차분하게 타이르자 은율이는 살짝 풀이 죽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안드라스가 옆에서 말을 걸었다.

“시현 님, 은율이와 같이 다녀오십시오. 짐을 내리는 건 저희가 해놓겠습니다.”

안드라스가 웃으며 은율이 쪽으로 등을 살짝 떠밀었다.

“예? 다른 분들에게 맡기는 건 너무 죄송한데…….”

“시현 님은 야유회 준비하느라 많이 고생하지 않으셨습니까?”

“안드라스 님 말이 맞아요. 이 정도는 저희에게 맡겨주세요.”

“다녀와요, 선배. 어차피 은율이 돌볼 사람 한 명은 따로 필요하잖아요?”

모두가 한마음으로 나를 떠밀었다.

고마움과 미안함을 담아 그들과 눈을 마주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조금 풀이 죽어 있던 은율이의 손을 잡았다.

“은율아, 그럼 나랑 같이 가볼까?”

“응!”

다시 기분이 확 살아난 은율이는 작은 손으로 나를 이끌었다. 얼마나 세게 당기는지 내 몸이 휘청거릴 정도였다.

“빨리, 빨리!”

“알았어, 은율아.”

은율이를 따라 작고 푸른 언덕 하나를 넘었다.

언덕 아래에는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와아…….”

그곳에는 하늘의 구름이 비칠 정도로 맑고 투명한 호수가 있었다.

얼마나 물이 깨끗한지 물고기들의 움직임이 수면에 그대로 비쳐 보였다.

이런 게 대자연 속에서 호연지기를 느낀다는 걸까?

투명한 호수를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깨끗한 기운이 마음을 뿌듯하게 채우는 것 같았다.

은율이의 손을 잡고 호숫가 근처로 내려갔다.

가까이서 보니 호수의 깨끗함이 더 선명하게 느껴졌다.

-퐁당!

호수 수면 위로 커다란 물고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활발하게 움직이는 물고기를 보니 오랜만에 낚시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더워지면 물놀이를 하러 와도 재미있겠어.

이런저런 즐거운 상상을 하며 둘러보던 중, 근처에서 넓적하고 커다란 바위를 발견했다.

바위 앞에서 신발과 양말을 벗어두고 은율이와 함께 바위에 걸터앉았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두 발을 호숫물에 담갔다.

-찰박!

엉덩이에는 햇빛으로 뜨끈해진 바위, 발끝으로 스며드는 것 같은 투명한 호수, 코끝에는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푸른 바람이 맴돌았다.

정말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자연 속에서 느끼는 사치스러운 기분!

눈을 감고 오랜만에 편안함과 여유로움을 즐겼다.

한창 자연의 사치를 만끽하고 있을 때.

-찰박! 찰박!

작은 물장구 소리와 함께 발에서 간지러운 느낌이 들었다.

천천히 눈을 뜨자 귀여운 여우 소녀가 장난스럽게 올려다봤다.

나도 빙긋 웃으며 두 발을 크게 움직였다. 그러자 이번에는 옆으로 수면이 흔들리며 작은 두 발을 간질였다.

“꺄르르륵!”

은율이는 간지러운지 웃음을 터뜨렸다. 호수처럼 정말 투명한 웃음이었다.

한참을 웃던 은율이는 다시 물장구를 치며 내 발을 간질였다.

이에 질세라 나도 두 발을 부지런히 움직였다.

“꺄르르르!”

“하하하!”

그렇게 한참을 은율이와 물장난치고 있는 동안, 누군가 옆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무우우?

바로 작은뿔이었다.

작은뿔은 재밌는 걸 발견했다는 표정으로 슬금슬금 다가왔다. 녀석의 눈빛에서 장난기를 금방 읽어내고 다급히 소리쳤다.

“야! 너 거기 멈…….”

-무우우우!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작은뿔은 우리 앞쪽으로 휙 몸을 내던졌다.

-풍덩!

-촤아아악!

잔잔하던 수면이 요동치면서 사방으로 물줄기가 튀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은율이 껴안으며 보호했다.

“끄응…… 은율아 괜찮아? 안 젖었어?”

“응. 괜찮아.”

멀쩡한 은율이와 달리 나는 물을 홀딱 뒤집어썼다.

-무우우.

“이 사고뭉치가 진짜…….”

-무우우. 무우우!

녀석은 흠뻑 젖어서 내게 놀자고 애교를 부렸다.

해맑은 작은뿔의 모습에 화가 가라앉으면서 피식 웃음을 흘렸다.

또 이렇게 당해주면 안 되는데.

저 녀석은 사고 친 뒤에 애교부리는 기술만 들었다니까.

“그래. 놀자, 놀아!”

-무우우!

나는 완전히 호수에 몸을 담그며 작은뿔과 물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 * *

“쯧쯧, 네가 애도 아니고…….”

“…….”

흠뻑 젖어서 돌아온 나를 카네프가 한심하게 쳐다봤다. 민망함에 나는 아무런 대꾸도 할 수 없었다.

“갈아입을 옷 안 가져오셨죠? 이렇게 젖어계시면 추울 텐데.”

“괜찮아요. 날씨가 좋으니 금방…… 에취!”

“이것 보세요. 금방 감기 걸리신다고요.”

확실히 리아네의 말이 맞았다. 따뜻한 봄 날씨임에도 물에 완전히 젖으니 금방 몸이 으슬으슬해졌다.

-무우우…….

내 옆에 작은뿔도 흠뻑 젖어서 몸을 떨었다.

그나마 은율이는 물에 못 들어오게 한 게 정말 잘한 일이었다.

“선배, 마차 구석에 있던 모포인데. 이거라도 덮으세요.”

“으, 응. 고마워.”

나는 젖어버린 겉옷을 벗고 엘프리드가 가져다준 모포를 덮었다.

모포에서 텁텁한 느낌이 났지만, 어느 정도 추위를 피할 수 있었다.

“야! 안드라스, 저기 멍청한 두 놈 데리고 와.”

“시현 님. 저쪽으로 가시죠. 자리를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나와 작은뿔은 안드라스를 따라갔다. 그곳에는 천막이 처져 있었고 테이블과 의자도 마련돼 있었다.

그는 장작을 쌓아 불을 피워놓은 근처에 의자를 가져다주었다.

의자에 앉자 작은뿔이 내 무릎 위로 폴짝 뛰어올랐다.

카네프가 우리를 보며 말했다.

“거기 꼼짝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

그가 손짓하자 장작불에서 뜨거운 기운이 나와 작은뿔 주변을 감쌌다.

훈훈한 기운에 추위가 금방 사그라들었다.

-무우우…….

작은뿔도 무릎 위에 축 늘어져 기분 좋은 울음소리를 냈다.

“감사합니다. 사장님.”

“갈아입을 옷도 없이 물에는 왜 들어가?”

“하하, 그게 어쩌다 보니…… 생각보다 물이 차갑네요.”

나는 괜히 민망해져서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이것들은 어디서 가져오신 거예요? 굉장히 재질이 좋아 보이는데.”

“가져온 거 아니야.”

“그럼……?”

“흠흠. 제가 직접 만들었습니다.”

“네? 안드라스 씨가 직접 만드셨다고요?”

나는 깜짝 놀라며 되물었다.

“그냥 빌려올까 하다가, 이왕 제대로 준비하고 싶어서 직접 만들어봤습니다.”

안드라스가 준비한다고 했었는데 이걸 직접 만들 줄이야.

거기다 대충 만든 것 같지도 않았다. 누가 봐도 캠핑용품 가게에서 파는 것처럼 완성도가 높았다.

“마음에 드십니까?”

“당연히 마음에 들죠. 천막도 튼튼해 보이고, 의자도 엄청 편해요.”

“튼튼한 재료와 비싼 원단으로 만든 보람이 있군요. 시현 님이 마음에 드셨다니 다행입니다.”

내 반응에 안드라스는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근데 부탁드린 지 얼마 안 됐는데, 언제 이걸 언제 다 만드셨어요?”

“음…… 그게…….”

대답을 망설이는 모습에 카네프가 입을 열었다.

“저 녀석 아마 부단장으로 일해야 하는 시간에 이거 만들었을걸?”

“아…… 정말이요?”

“…….”

내가 염려스럽게 바라보자, 안드라스는 슬쩍 내 시선을 피해버렸다.

괜히 무리해서 만든 게 아니었으면 좋으련만…….

“아빠, 이제 괜찮아?”

은율이가 내 곁으로 다가와 물었다.

“응, 이제 괜찮아. 작은뿔, 너도 괜찮지?”

-무우우! 무우우!

작은뿔도 다시 활기를 되찾고 힘차게 울음소리를 냈다.

은율이는 뭔가 아쉬운 표정으로 내 무릎 쪽을 바라봤다.

금방 그 속내를 알아채고 은율이를 안아 올려 무릎 위에 올려줬다.

“헤헤.”

은율이는 만족한 고양이 같은 미소를 지었다.

무릎 위가 조금 비좁아지기는 했지만, 나도 웃으며 아이들을 가까이 꼭 끌어안았다.

“물에 빠진 두 녀석도 이제 괜찮은 것 같으니. 슬슬 점심 준비해 볼까?”

“그럼 저도…….”

“너는 앉아 있어. 도와주는 건 안드라스면 충분하니까.”

“……예?”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오히려 카네프가 별일 아니라는 듯 대꾸했다.

“뭘 그런 표정을 지어? 번거로운 재료 준비는 네가 다 해놨으니, 굽는 것 정도는 별로 어렵지도 않잖아?”

“그렇긴 한데…….”

“시현 님,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카네프 님은 생각보다 요리 실력이 뛰어나시거든요.”

“그런…… 가요?”

정말 맡겨도 되는 걸까? 저번에 내가 아팠을 때, 만들어 준 죽을 생각하면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잠깐! 이상하네…….

사장님이 기본적인 요리 실력을 갖추고 있었으면. 왜 내가 오기 전까지 리아네 씨에게 요리를 맡기셨던 거지?

카네프와 안드라스는 요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의심과 기대가 뒤섞인 내 눈빛이 그들의 뒷모습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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