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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96)화 (96/426)

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96화

딸기밭의 불청객(6)

아니, 아꿍이가 어떻게 여기에……?

조금 전 딸기밭을 달려오기 전에 기억을 더듬었다.

급한 마음에 축사의 문을 제대로 닫지 않았다는 사실을 금방 깨달았다.

“시현, 이 녀석은 뭐야? 너를 굉장히 많이 따르는 것 같은데?”

“그러게요. 형님이 키우시는 겁니까?”

수인들은 처음 보는 아기 야쿰을 보고 관심을 드러냈다.

아무래도 수인들은 아꿍이의 정체가 야쿰이라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나는 일단은 야쿰을 품 안에 안아 들며 소개했다.

“으…… 응. 내가 키우고 있는 ‘아꿍이’라고 해.”

-무우우.

아꿍이는 자신을 소개한다는 걸 알고 귀엽게 울음소리를 냈다.

레빌과 그렉뿐만 아니라 다른 수인들도 신기한 듯 아기 야쿰을 바라봤다.

아꿍이에게 더 관심이 쏠리기 전에 재빨리 화제를 전환했다.

“일단 아꿍이를 금방 데려다주고 올게요. 지금은 미루의 일이 더 급하니까요.”

미루의 이야기를 언급하자 수인들도 긴급한 지금의 상황을 자각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아꿍아, 농장에 돌아가자.”

급하게 농장으로 돌아가려고 하는데 품 안의 아꿍이가 버둥거리기 시작했다.

“아, 아꿍아. 왜 그래?”

-무우우! 무우우!

“안 돼. 지금 중요한 일이 있어서 너랑 놀아줄 시간이 없어.”

-무우우! 무우!!

갑작스러운 아꿍이의 행동에 당황하고 있을 때, 규리가 옆으로 스르륵 날아와 말을 걸었다.

「아꿍이도 도와주고 싶다는 것 같은데, 뾰?」

“도와주고 싶다고? 아꿍이가 어떻게……?”

「시현이 들고 있는 물건의 주인을 찾는 거잖아, 뾰! 아꿍이가 뭔가 알아낸 것 같은데, 뾰?」

규리의 말에 나는 한쪽 손바닥을 펼쳐 보였다. 그 위에는 레빌에게 전해 받았던 미루의 머리 장식이 있었다.

-무우우. 무우우.

-킁, 킁킁!

품 안에 있던 아꿍이는 손바닥 위로 머리를 내밀어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잠시 후, 아꿍이는 뭔가를 발견한 듯 눈을 반짝이더니, 내 품을 쏙 빠져나와 어디론가 달려나갔다.

“어엇?! 아꿍아?”

나는 다급히 그 뒤를 쫓았다.

아꿍이는 딸기밭을 벗어나 풀숲으로 향했다.

작은 몸집으로 용케도 길게 자라난 풀들을 헤치고 앞으로 나아갔다.

얼마나 풀숲을 헤치고 나갔을까?

-무우우!!

뭔가를 발견한 것 같은 아꿍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풀들을 헤치고 도착한 그곳에는 버려진 마차를 발견할 수 있었다.

뒤늦게 도착한 다른 일행들도 마차를 발견하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안드라스는 마차를 살피며 금방 침입자들의 계획을 추측했다.

“이렇게 딸기밭 가까운 곳에 마차를 숨겨 놓았다니. 아마 저장고에서 딸기를 훔쳐내 이 마차로 옮길 생각이었나 보군요.”

레빌도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에 동의했다.

“맞습니다. 그리고 말발굽 자국이 가장 선명하게 남아 있는 걸 보니, 마을에서 붙잡지 못한 놈들이 마차를 버리고 도망간 게 분명합니다.”

풀숲에 숨겨진 마차가 침입자의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 자연스레 마차를 찾아낸 아꿍이에게 사람들의 시선이 몰렸다.

「오오! 아꿍이 대단하다, 뾰!」

“형님, 그 녀석 재주가 대단한데요?”

“확실히 대단하군. 우리도 딸기밭 주변을 뒤졌지만, 이런 곳에 마차가 있을 거라고는 전혀 예상 못 했거든.”

-무우. 무우.

아꿍이는 사람들의 칭찬을 알아듣고 자신감 넘치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초롱초롱한 눈동자로 나를 올려다봤다. 칭찬을 원하는 눈빛이었다.

나는 웃으며 아꿍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그래, 잘했어 아꿍아.”

-무우우. 무우우.

아꿍이는 내 칭찬에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기분 좋은 울음소리를 냈다.

그러고 보니 개미굴을 탈출할 때도 도움을 받았었지. 어쩌면 미루를 구출해 내는 일에도 아꿍이의 능력이 꼭 필요할지도 몰라.

마차 주변에서 더 특별한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다.

우리는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기 위해 엘든 마을로 향했다.

* * *

“저, 저는 아무것도 몰라요. 그냥 데릭이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에요.”

“그냥 한 번만 못 본척하면 된다고 해서…….”

“저는 잘못한 게 없어요. 야간 순찰을 하다가 우연히 거기 있었던 거라고요!”

데릭에게 속아 배신했던 자경단원들은 억울한 표정으로 자신들도 피해자인 양 행동했다.

그들의 역겨운 행태에 흥분한 레빌이 달려들 뻔했다. 옆에서 라구스가 말리지 않았다면 정말로 죽일 것 같은 무시무시한 기세였다.

배신한 자경단원들에게 쓸 만한 정보를 얻지 못했다.

붙잡힌 도마뱀 수인 쪽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냥 안내해 준 집에서 금고만 털면 되는 줄 알았다니까. 납치? 그런 건 애초에 계획에 없었어!”

오히려 이놈은 당당하게 우리를 협박하기도 했다.

“너희들 ‘붉은 어금니’가 어떤 곳인지 몰라서 이러는 거야? 우리 두목님을 화나게 만들면, 이딴 시골 마을은 순식간에 폐허로 변할걸?”

뻔뻔한 태도에 모두가 분노를 참기 쉽지 않았다.

흥분한 그렉은 특유의 킁킁대는 소리와 함께 목소리를 높였다.

“킁! 빌어먹을! 이 재수 없는 자식 고문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고문을 해봤자 쓸 만한 정보를 얻기 힘들 겁니다. 그리고 지금은 이런 쓸데없는 놈에게 시간을 허비할 때가 아닙니다.”

“크흥, 끙!”

안드라스는 최대한 냉정하게 상황을 정리했다. 그의 말대로 시간을 낭비할 때가 아니었다.

“잡은 저 녀석을 인질 교환 형태로 사용하는 건 어때요?”

내 물음에 레빌이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저런 범죄자들에게 동료애가 있을 리 없지. 동료를 되찾는 것보다 편지에 적혀 있던 대로 딸기를 건네주길 원할걸?”

“으음…….”

“일단 우리 쪽에서 먼저 움직임을 보여야 합니다. 그래야 인질에게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서 위험한 행동을 하지 못할 테니까요.”

납치를 저지른 ‘붉은 어금니’라는 놈들은 이미 잃을 게 없었다. 만약에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안드라스의 말대로 잡혀 있는 미루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었다.

답답한 상황에 모두 얼굴을 찡그렸다.

마땅한 대책을 이야기하지 못하고 침묵이 이어지던 도중, 레빌이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저 쓰레기 같은 놈들을 내가 가장 잘 알아. 그러니 내가 저놈들을 끌어내겠어.”

“레빌 씨, 그게 무슨 뜻이죠?”

그는 차근차근 자신이 생각한 계획을 우리에게 설명했다.

단순하지만, 꽤 그럴 듯한 계획에 모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이러면 미끼 역할을 맡을 사람이 너무 위험할 것 같은데요?”

“걱정하지 마. 그 역할을 내가 맡을 거니까.”

“괜찮으시겠어요?”

내 걱정스러운 물음에 그는 아주 담담한 태도로 대답했다.

“시현, 너는 이미 딸기를 포기하기로 마음먹었잖아.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쉽게 갚지 못할 빚을 진 거야. 그러니 위험한 일은 내게 맡겨라.”

그의 눈동자는 굳은 결의로 가득 차 있었다.

레빌은 마지막으로 가장 친한 친구인 라구스 쪽을 슬쩍 바라봤다.

“너도 내가 가는 걸 말리지는 않겠지?”

“애초에 내가 말려도 갈 거면서…….”

“푸핫! 역시 잘 알고 있네.”

레빌은 쾌활하게 웃음을 터뜨렸고, 라구스는 그 모습을 보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더 좋은 의견 없으면 내 계획대로 가자고.”

“위험부담이 조금 있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최선의 방법인 것 같습니다.”

안드라스를 시작으로 엘프리드, 나머지 수인들도 동의의 뜻을 내비쳤다. 마지막으로 모두의 시선이 내게 쏠렸다.

나도 결심을 굳히고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그렇게 해보죠.”

* * *

도시 칼디니움의 성문은 항상 출입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주변에서 가장 큰 도시인 만큼 상인, 용병, 모험가 등등…… 많은 사람이 오가는 곳이었다.

그런 칼디니움의 성문 앞으로 평범한 마차 한 대가 천천히 다가왔다.

짐을 잔뜩 살린 마차를 본 경비병이 마차 쪽으로 다가왔다.

마차를 모는 사람이 수인이라는 걸 확인하고, 경비병은 고압적인 목소리로 외쳤다.

“이봐! 영주님께 인정받은 상인이 아니라면, 성문을 통과하는 마차는 모두 짐을 검사받아야 한다. 모두 마차에서 내려!”

경비병의 태도에 마차를 몰던 그렉과 헤론은 살짝 겁먹은 표정을 지었다.

“저…… 경비병님. 저희는 성문을 통과하려는 게 아닙니다.”

“뭐? 그러면 여기는 뭐하러 찾아온 거야? 지금 나한테 장난이라도 치는 거야?”

“그게 아니고요…… 혹시 딸기 드셔보셨습니까?”

“뭐?”

경비병의 짜증이 머리끝까지 치솟으려는 순간, 헤론은 마차의 짐칸에서 신선한 딸기를 꺼내 경비병에게 내밀었다.

“한번 드셔보시죠.”

헤론의 손에 올려진 새빨간 빛깔의 딸기에 경비병의 얼굴에 순간 짜증이 사라졌다.

경비병은 딸기라는 존재를 들어보긴 했지만, 실제로 본 적은 없었기에 반신반의하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음? 이게…… 딸기라고?”

“네! 저희 엘든 마을 사람들이 직접 수확한 딸기입니다. 정말 맛있습니다.”

“흠흠. 수인 마을에서 딸기를 재배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긴 했지.”

경비병은 딸기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망설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는 새빨간 유혹을 참아내지 못하고 딸기를 덥석 집어 들었다.

-오물오물…….

“어떠십니까?”

“오오! 진짜 맛있잖아? 이런 맛이 나는 열매가 있다니?!”

처음 딸기 맛을 본 경비병이 진심으로 감탄을 터뜨렸다. 성문 앞에 있던 많은 사람의 시선이 마차로 향했다.

“무슨 일이야?”

“조장님! 딸기가 엄청 맛있습니다.”

“갑자기 무슨 딸기 타령이야?”

성문의 경비 조장은 후임 병사의 뜬금없는 소리에 인상을 팍 찌푸렸다.

“경비 조장님도 오셨군요. 딸기 드셔보시겠습니까?”

헤론이 건넨 딸기를 짜증 나게 쳐다보던 경비 조장도 직접 맛을 보고 난 뒤에는 행복한 표정이 되었다.

-웅성웅성.

“저기 경비병들이 먹고 있는 게 뭐야?”

“그것도 몰라? 요즘 귀족들이 ‘딸기’라면 사족을 못 쓰잖아. 요즘에는 마왕님도 식사 뒤에는 꼭 챙겨 드신다고 하더라.”

“오, 그래? 나도 하나만 맛볼 수 있으면 좋겠네…….”

주변 모든 사람의 시선이 딸기 가득 실은 마차로 향했다. 그때, 마부석에 있던 헤론의 입에서 충격적인 말이 흘러나왔다.

“딸기 드시고 싶으신 분 계세요? 혹시 드시고 싶으시면 이쪽으로 오세요. 많이는 못 드려도 맛볼 수 있게 해드리겠습니다.”

값비싼 딸기 맛을 보여준다는 말에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더욱 커졌다. 믿기 힘든 상황에 모두 섣불리 움직이지 못했다.

그러던 중 입장을 기다리던 중년 모험가 한 명이 마차 쪽으로 다가왔다. 그는 꽤 정중한 어투로 헤론에게 말을 걸었다.

“멀리서 온 모험가인데. 나도 그 딸기라는 것 좀 맛볼 수 있겠소?”

“물론이죠. 받으세요.”

헤론은 반갑게 웃으며 그에게 딸기를 건네줬다.

“고맙소. 그럼…….”

중년 모험가는 딸기 하나를 조심스럽게 베어 물었다.

그가 딸기를 먹는 순간 주변은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조용해졌다.

딸기 맛을 천천히 음미하던 모험가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걸렸다.

“이건…… 제가 대륙을 돌아다니며 먹어본 그 어떤 열매보다 맛있구려.”

“하하, 감사합니다.”

“혹시 하나만 더 받을 수 있겠소?”

“원래는 하나씩만 나눠드리려고 했는데. 더 찾는 분들이 없는 것 같으니…….”

“자, 잠깐! 나도 하나만 줘보게!”

“나도! 나도!”

마치 투명한 장막이 사라진 것처럼, 성문 앞에 있던 모든 사람이 마차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도시에 들어가려던 사람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성문 안쪽에 있던 사람들도 딸기 소식을 듣고 우르르 몰려나오기 시작했다.

“으어어! 잠깐! 정지!”

마차 근처에 있던 경비병들은 순식간에 인파에 휘말렸다.

성문을 지키던 경비병들은 졸지에 딸기 마차를 지키게 됐다.

헤론과 그렉은 몰려드는 사람들에게 친절히 딸기를 하나씩 나눠줬다.

“어어, 밀지 마쇼!”

“여기서 정말 딸기를 나눠주는 거예요?”

“야! 새치기하지 마!”

점점 사람들이 몰려 혼란스러운 틈바구니에서 쥐의 모습을 한 수인 한 명이 딸기를 받아 빠져나왔다.

“땅바닥에 떨어뜨릴 뻔했네. 키야! 이게 그 소문의 딸기란 말이지. 어디 한번 맛 좀 볼까?”

딸기를 입안에 넣자마자 새콤달콤한 과즙이 확 퍼져 나왔다.

눈이 확 뜨여지는 맛에 행복함을 느끼고 있을 때.

쥐 수인 뒤쪽으로 누군가 은밀하게 다가오더니, 등 뒤쪽에 서늘한 예기가 느껴졌다.

쥐 수인은 본능적으로 위협을 감지하고 동작을 멈췄다.

“오랜만이야, 뻐드렁니!”

“누…… 누구?”

“벌써 내 목소리를 잊었냐?”

“……헉?! 레빌 형님?”

“형님 소리는 집어치워. 그 더러운 조직에서 손 씻은 지 오래다.”

“…….”

“아직도 ‘붉은 어금니’에서 일하고 있겠지? 그 못생긴 어금니 놈에게 전해라. 1시간! 1시간 안에 납치한 소녀를 데리고 우리를 찾아오라고. 안 그러면 마차에 가득 실린 딸기는 전부 공짜로 나눠줄 거니까.”

“그, 그게 무슨?!”

“나는 1시간이라고 분명히 말했다. 빨리 꺼져!”

-퍽!

레빌은 말이 끝남과 동시에 엉덩이를 세게 걷어찼다. 쥐 수인은 충격과 고통에 뒤뚱거리다 겨우 자세를 잡았다.

울컥하는 마음에 고개를 돌려 레빌을 노려보았지만, 시릴 만큼 차가운 눈빛에 금방 시선을 피해버렸다.

‘젠장! 조직에서 나갔으면 시골에나 처박혀 있을 것이지…… 일단 두목에게 빨리 알리러 가야겠다.’

쥐 수인은 아직도 얼얼한 엉덩이를 부여잡고 성문 안쪽으로 뛰어들어 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레빌은 어디론가 조용히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사람들 틈에 섞여 있던 세 사람이 쥐 수인을 뒤따르기 시작했다.

로브와 모자를 뒤집어쓴 세 사람.

평소 같았으면 수상한 복장 때문에 성문 출입이 쉽지 않았겠지만, 딸기 때문에 모여든 인파로 경비병이 제대로 검문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레빌은 무사히 성문을 통과하는 세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슬쩍 입꼬리를 올렸다.

‘시현, 미루를 부탁한다.’

그렇게 마계농장 3인방은 미루를 구출하…….

-무우우!

흠흠.

마계농장 3인방과 귀여운 마수 한 마리는 미루를 구출하기 위해 조용히 칼디니움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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