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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104)화 (104/426)

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104화

바쁘게 보내는 휴일(5)

약속 장소로 향하던 도중 휴대폰 알람이 울렸다.

화면을 확인해 보니 C조 3팀 단톡방에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었다.

-[정태호] : 아저씨 언제 와!!

-[윤세희] : 늦으시는 거예요? 저희는 지금 모두 도착했어요.

-[남진혁] : 형 멀리 있으면 우리가 형 쪽으로 움직일까?

시간을 확인해 보니 아직 약속했던 시간이 되기 거의 직전이었다.

-[나] : 조금만 기다려. 거의 다 왔어.

짧은 메시지를 남기고 걸음을 조금 더 재촉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멀리서 세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아저씨! 여기야 여기!”

정태호는 나를 발견하자마자 양팔을 머리 위로 흔들며 냅다 소리를 질렀다.

여전히 주변 시선은 신경 쓰지 않는 녀석의 모습에 무심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야, 좀 조용히 좀 해! 다른 사람들이 쳐다보잖아.”

“뭐 어때서? 아저씨 반가워서 그러지. 넌 안 반가워?”

“나, 나도 당연히 반갑지. 오늘을 얼마나 기다렸는……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이 멍청아!”

둘이 티격태격하는 것도 여전하네.

그래도 처음 만났을 때처럼 날카롭게 신경전을 부리는 게 아니라, 친한 친구끼리 티격태격하는 느낌이었다.

물론 본인들은 전혀 그렇게 생각 안하겠지만…….

“안녕! 모두 잘 지냈어?”

“하이!”

“아,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야, 형.”

정태호, 윤세희, 남진혁과 차례로 인사를 나눴다.

“다시 이렇게 모이는 건, 지난번 회식 이후로 처음인가?”

“맞아. 아저씨한테 계속 같이 놀러 가자고 했는데 바쁘다고 다 거절했잖아.”

“나는 진짜로 바쁘니까. 오늘도 농장에 휴가 내고 나온 거야.”

“으엑! 휴가를 내고 또 일하러 온다고?! 으으. 상상도 하기 싫어.”

정태호는 내 이야기에 온몸을 부르르 떨며 질색한 표정을 지었다.

그 반응이 너무 재미있어서 다시 한번 더 미소가 흘러나왔다.

“아저씨, 너무 무리하시는 거 아니에요?”

윤세희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괜찮아. 정말로 몸에 무리가 갈 정도로 일하는 건 아니니까. 거기다 오늘 일정 끝나면 휴가가 2일 정도 더 남아 있거든.”

“네. 그래도 몸 생각하면서 하세요.”

“걱정해 줘서 고마워, 세희야.”

그녀는 살짝 부끄러워하며 고개를 숙였다.

진심으로 걱정을 해주는 모습에 마음이 뿌듯해졌다.

순간 이런 여동생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형, 그러니까 농장은 그만두고 길드 공격대원에 지원하는 게 어때? 예비대원으로만 있어도 그렇게 힘들게 일 안 해도 된다니까.”

남진혁은 이때다 싶어 공격대원으로 들어오라 유혹했다.

길드장과 면담 때, 공격대 채용에 대해 완곡한 거절 의사를 드러냈었다.

하지만 남진혁은 아직도 포기하지 않았는지, 가끔 이렇게 깨알같이 어필을 해왔다.

“안 한다니까. 나한테는 농장일이 제일 중요해.”

“쳇…….”

그래도 딱 한 번 거절 의사를 드러내면 계속 귀찮게 하지는 않았다.

“그것보다 다리는 이제 좀 괜찮아? 얼마 전까지는 깁스하고 있었잖아.”

“이제 괜찮아. 그러니까 이렇게 나와 있는 거지. 완전히 치료됐다는 결과가 없으면 길드에서 절대 활동 못 하게 막거든.”

예전에 비하면 길드 활동의 위험성이 많이 떨어졌다고 하지만, 모든 위험성을 배제할 수는 없는 일이다.

당연히 개개인의 몸 상태가 아주 중요했다.

서로 한마디씩 던지며 계속 대화를 이어나가다 보니 여기서 꽤 시간이 흘렀다.

슬쩍 시간을 확인한 남진혁이 중얼거리듯 말했다.

“목적지까지 거리를 생각해 보면…… 이제 슬슬 출발해야겠네.”

“가는데 시간 좀 걸리지 않나? 근처에 카페 있으면 마실 거라도 사가는 게 어때?”

“형이 사는 거야?”

“차도 얻어타는데 당연히 내가 사야지. 너희들도 괜찮지?”

“아저씨가 사주는 거면 당연히 좋지!”

“저도 좋아요.”

우리는 출발하기 전 카페에 들렸다.

나는 무난하게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정태호는 휘핑크림과 초코칩이 잔뜩 올라간 아이스 초코 라떼, 윤세희는 아이스 민트초코 라떼, 남진혁은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진혁아, 이제 여름인데 안 뜨겁냐?”

“나는 기관지가 별로 안 좋아서 차가운 음료는 잘 안 마셔. 그리고 원래 커피는 따뜻하게 먹어야 하는 거야.”

“으으. 한여름에 뜨거운 아메리카노라니…….”

나와 남진혁은 서로를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쳐다봤다.

“민트초코 그거 무슨 맛으로 먹어?”

“왜? 얼마나 맛있는데.”

“그거 그냥 치약 맛이잖아.”

“치약 맛이라니?!”

정태호와 윤세희는 민트초코를 가지고 논쟁을 시작했다.

음료를 하나씩 시켰을 뿐인데도 네 사람의 취향이 각자 확연하게 차이가 났다.

어떻게 모아도 이렇게 개성 넘치는 사람들로 모았는지……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신기하게 느껴졌다.

* * *

네 사람을 태운 차량은 고속도로를 타고 빠르게 나아갔다.

운전석에는 당연히 남진혁이, 그리고 조수석에는 정태호. 나와 윤세희는 뒷좌석에 나란히 앉았다.

“진혁 형, 목적지까지 얼마나 걸려?”

“글쎄? 내비게이션에는 한 시간 조금 넘게 걸린다고 하니까. 넉넉잡아 한 시간 반이면 도착하겠지?”

“진혁아, 우리가 춘천으로 가는 거라고 했지?”

“어. 춘천 근처에 생겨난 중형 균열을 정리하러 가는 일정이야. 아마 위험등급은 별로 안 높을 거야.”

가디언즈 길드에 가입하고 첫 균열 일정.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가입했던 신규 길드원들은 벌써 첫 균열 일정을 소화했다고 했다.

나는 농장의 일이 바쁘다 보니 뒤늦게 일정을 배정받게 됐다.

원래는 정태호와 윤세희도 더 일찍 갈 수 있었는데, 첫 균열을 나와 함께 가고 싶다며 억지로 미뤘다고 한다.

“근데 진혁아. 균열에 우리끼리만 들어가는 거 아니지?”

“맞아. 아직 세 사람은 아직 수습 길드원이라서, 길드의 규칙상 경험 많은 길드원이 무조건 따라붙어야 해. 아마 나 빼고 3명 정도 더 합류할 거야.”

“그럼 총 7명이네?”

“위험도가 높지 않은 중형 균열을 적으면 4명, 많으면 6명이 들어가는데, 여기 세 사람 모두 첫 균열이니까 일부러 더 투입하는 거야.”

많은 인원이 참여한다는 말에 정태호가 맥빠지는 목소리를 냈다.

“에이∼. 그럼 재미없는데. 사람이 너무 많으면 내가 활약할 기회가 줄어들잖아.”

“하핫! 그건 걱정 안 해도 돼. 이번 균열 일정의 목적은 수습 길드원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거니까. 활약할 기회는 걱정 안 해도 될 거야.”

“그러면 다른 분들도 모두 다 따로따로 목적지에 모이는 거야?”

“으음, 그게…….”

내 물음에 남진혁은 살짝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정태호와 윤세희도 순간 조용해졌다.

뭔가 부자연스러움을 느끼고 백미러를 통해 운전석으로 계속 눈빛을 보냈다.

결국, 압박에 견디지 못한 남진혁이 천천히 이야기를 풀어놨다.

“원래는 개인적으로 이동해도 되는데. 일단은 길드에 모여서 함께 이동하는 게 일반적이야. 신입 길드원에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고.”

“어? 그러면 우리는 이렇게 이동하면 안 되는 거 아냐? 너 나한테는 그런 말 안 해줬잖아?”

“형은 오늘 일정이 있어서 어쩔 수 없었잖아. 집합 시간에 늦을 것 같아서 내가 직접 데려다준다고 한 거지.”

음.

확실히 그런 대화를 나눈 기억이 났다. 오전에는 연구소에 방문하는 일 때문에 바빴으니까.

“그럼 태호랑 세희는?”

“얘들은…… 쩝.”

“……?”

눈치를 보던 윤세희가 우물쭈물 입을 열었다.

“원래는 버스로 같이 이동해야 한다고 들었는데. 진혁 오빠랑 아저씨가 같이 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냥 이쪽으로 따라왔어요.”

“태호 너도?”

“으, 응.”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파악한 나는 조금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그냥 아저씨랑 좀 더 이야기하면서 가고 싶어서…… 죄송해요.”

“나도 같이 모여서 가면 재밌을 것 같아서…….”

“너희들 마음대로 움직이면 어떻게 해? 다른 길드원분들이 어떻게 생각하겠어?”

“…….”

“…….”

철없는 행동에 실망감을 드러내자, 두 사람은 아무 말도 못 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

“진혁아, 네가 애들을 말렸어야지. 너는 길드에서 꽤 오래 활동해서 잘 알잖아?”

“형이 무슨 말 하는지 알아. 그런데 나도 생각이 있어서 두 사람을 같이 데려온 거야.”

“그게 무슨 말이야?”

“상황이 좀 복잡한데…… 태호나, 세희에 대해서 마음에 안 들어 하는 사람들이 길드에 좀 있어.”

“뭐?”

나는 깜짝 놀라며 되물었다.

“길드에서 별로 활동한 것도 없는데 두 사람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고?”

“독개미굴에서 있었던 일 때문에 길드 사람들끼리 말이 많아.”

“그게 왜?”

“직접 경험해 봐서 알겠지만, 독개미굴은 절대 만만하게 볼 수 없는 곳이야. 최소 숙련된 길드원 6명은 있어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었어.”

독개미굴…… 정말 힘들었지.

솔직히 마지막에는 정말 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슬아슬했다.

“그런데 균열 전투 경험도 별로 없는 세 사람을 데리고 여왕 독개미까지 완벽하게 클리어해버린 거야. 사람들이 뭐라고 생각하겠어?”

“아마도 믿기 힘들겠지?”

“맞아. 거기다 길드에서 예비 공격대원으로 뽑는다는 말이 나와서 더욱 그런 분위기가 심해졌어. 오랫동안 활동했음에도 공격대원으로 뽑히지 못한 길드원들이 박탈감을 느낀 거야.”

머릿속에서 상황이 정리됐다.

한마디로…….

“질투한다는 거네?”

“그렇지. 물론 길드원 모두가 그렇다는 건 아니야. 오히려 인재가 들어왔다고 반기는 길드원들도 많아. 하지만 꼭 삐뚤어진 사람이 한두 명씩은 있잖아?”

“어디든 사람이 모이면 꼭 한두 명이 문제지.”

“이번에 같이 가게 된 사람 중에 좀 그런 사람이 있거든. 나랑 형이 없는 곳에서 혹시 얘들한테 안 좋은 소리 할까 봐. 그래서 그냥 다 데리고 가기로 한 거야.”

남진혁의 이야기를 전부 듣고 나니 그의 행동이 이해가 됐다.

길드 내에서 그런 반응이 있을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살짝 풀이 죽어 있는 태호와 세희를 보자 마음이 안쓰러웠다.

“진혁아,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간단하지. 제대로 실력을 보여주면 되는 거야. 직접 보여주면 이러쿵저러쿵 뒤에서 떠들어대는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사라져.”

남진혁의 이야기가 정론이라고 느껴졌다.

실력을 의심하는 사람이 있다면, 다시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제대로 실력을 보여주면 되는 법!

나는 쳐져 있는 태호와 세희에게 힘찬 목소리로 말했다.

“힘내, 얘들아! 이렇게 된 거. 오늘 균열에서 제대로 실력 보여주자. 다시는 길드에서 이런 말이 나오지 않도록!”

다행히 내 말에 힘을 얻었는지 두 사람의 표정이 밝아졌다.

“아저씨 말이 맞아! 오늘 제대로 보여주면 되잖아.”

“저도 열심히 해볼게요.”

남진혁도 고개를 끄덕이며 한마디 거들었다.

“좋은 기세야. 세 사람이 독개미굴에서 보여준 실력의 반만 보여줘도 아마 깜짝 놀랄 거야.”

차 안의 분위기가 열정으로 달아올랐다.

“잠깐! 그런데 우리 중요한 사실을 잊고 있었어.”

“……?”

갑자기 정태호가 정색하며 외쳤다.

평소답지 않은 진지한 모습에 모두 긴장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휴게소가 3km밖에 안 남았어.”

“…….”

“모두 버터구이 통감자 안 먹을 거야?”

정태호는 장난기 없는 진지한 눈빛으로 모두를 바라봤다.

보통은 이때 윤세희가 나서서 핀잔을 주는데, 지금은 조용히 눈치만 봤다.

얘도 먹고 싶은가 보네.

남진혁은 피식 웃으며 내게 물었다.

“형, 어떻게 할까?”

“에휴, 그래 통감자 먹으러 가자.”

“아싸!”

“…….”

정태호는 기뻐하며 격하게 환호성을 내질렀다.

윤세희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슬쩍 올라가는 입꼬리를 막을 수 없었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담담하게 행동했지만.

솔직히…….

통감자는 못 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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