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106화
바쁘게 보내는 휴일(7)
균열은 여러 가지 규모와 형태로 나타난다. 그에 따라 많은 분류 방법이 있는데.
상시개방형 또는 불안정개방형 등등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국가기관이나 길드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는 분류 방식은 소, 중, 대형으로 나누는 방식이다.
소형 균열은 말뜻 그대로 규모가 작은 균열이다.
자연 소멸한다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 시골이나 산속 깊은 곳에 발생한 소형 균열은 불안정한 형태가 아니라면 그대로 내버려 둔다.
문제는 사람이 많은 도심에서 발생했을 때인데, 이때는 균열이 발생하는 시점에 맞춰 곧바로 ‘봉인’해 버린다.
천족에게서 전해 받은 봉인 기술은 균열에 들어가지도 않고, 몬스터와 싸울 필요도 없다.
몇몇 장비와 간단한 절차만 있으면 금방 균열 발생을 막을 수 있다.
다음은 중형 균열.
중형 균열의 특징은 자연 소멸하는 소형과는 다르게, 특정한 조건을 달성해야 소멸시킬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모든 괴수를 없애거나, 보스를 쓰러뜨리거나, 가끔 등장하는 균열핵을 파괴해야 한다.
보통 길드에서 일한다고 하면, 대부분 중형 균열을 들락거리게 된다.
여기서부터 가장 중요한 마석과 영혼석이 나오고, 시체에서 부산물도 챙길 수 있다.
국가기관은 중형 균열부터 위험도, 형태를 면밀히 구분해서 공지하고. 길드는 절차에 맞춰 균열을 배정받는다.
가끔 위험도가 높은 균열은 유명한 길드에 의뢰를 넣는 일도 있다.
마지막은 대형 균열.
중형 균열은 인간이 완벽하게 정복했다는 의견이 대다수지만, 대형 균열은 아직도 많은 국가가 두려워하는 현상이다.
일단 대형 균열이 발생하면 영토에 포함된 국가는 물론이고, 주변 국가와 국제기구가 자동으로 연계된다.
대형 균열이 발생했을 때, 외부의 도움 없이 막아낼 수 있느냐, 없느냐로 그 국가의 위상이 많이 달라지는데.
한국은 7년 전에 주변의 도움 없이, 세계에서 5번째로 대형 균열을 막아내며 균열 대항 능력을 전 세계에 인정받았다.
지금도 한국은 대항 능력이 떨어지는 많은 국가로부터 도움을 요청받을 정도로 그 힘을 인정받고 있다.
* * *
일행은 별문제 없이 균열 내부에 입장했다.
들어오자마자 눈 앞에 펼쳐진 건, 생명의 흔적을 찾기 어려운 황무지의 모습이었다.
곳곳에 삐죽삐죽 솟아난 커다란 돌들, 멀리 커다란 돌산의 모습도 보였다.
조재헌은 간단하게 인원 체크를 끝내고 신효원에게 지시를 내렸다.
“효원 씨, 출발하기 전에 정찰 좀 부탁해.”
“네, 알겠어요.”
신효원은 팔찌처럼 손목에 착용한 영혼석을 발동시켰다.
그러자 허공에서 연두색 깃털을 가진 새 한 마리가 소환됐다.
-삐이익!
“부탁해, 미미야.”
그녀의 부탁을 듣고 연두색 새는 곧바로 하늘로 날아올랐다.
빠르게 주변을 살핀 소환수가 금방 주인에게 되돌아왔다.
-삑! 삐이익! 삑!
“응……. 그래.”
소환수는 주변 사람은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울음소리로 대화를 나눴다.
아마도 주변의 정보를 알려주는 듯했다.
“이 주변에는 특별한 위험요소는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12시 방향 커다란 돌산 아래에 괴수들 몇 마리를 발견했데요.”
“좋아! 그러면 일단 효원 씨가 말한 돌산 쪽으로 이동합니다. 경험 많은 세 명이 일단 앞장서고. 신입들은 일단 뒤로 빠져. 남진혁 길드원이 신입들 좀 챙겨줘. 자∼ 출발!”
조재헌을 중심으로 최선오, 신효원이 앞장섰다. 우리는 후방에 위치하며 그들의 뒤를 따랐다.
정태호는 뒤로 빠지게 된 게 불만인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진혁 형, 우리는 계속 뒤에서 지켜봐야 해?”
“실력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은 알겠는데, 일단 경험 많은 분들이 어떻게 싸우는지 잘 지켜봐. 다른 사람의 전투를 지켜보는 것도 아주 중요해.”
“응……. 알았어.”
남진혁의 진지한 대답에 정태호도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신효원의 소환수가 보았던 돌산 근처로 향하던 중, 멀리서 접근하는 괴수의 기운이 느껴졌다.
이걸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거리상으로는 아직 멀리 떨어져 있어서 조금 고민스러웠다.
그래서 일단 남진혁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진혁아, 멀리서 괴수들이 접근하는 것 같은데?”
“어디서요?”
“저쪽. 아까 소환수로 정찰했던 돌산 방향.”
남진혁은 내가 가리킨 방향을 한동안 지긋이 바라봤다.
넓게 펼쳐진 황무지만 보일 뿐, 아직 괴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진짜 신기하네. 저번 독개미굴에서도 느꼈지만, 어떻게 눈에 보이지도 않는 놈들을 척척 알아내는 거야?”
“뭐……. 그냥 내 능력이지.”
“아오! 진짜 형 같은 사람이 무조건 공격대에 있어야 하는데.”
또 공격대에 들어오라고 잔소리를 시작할 것 같아서,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그래서 어떻게 할까? 앞에 계신 분들에게 말해줘야 하는 거 아냐?”
“일단 가만히 있어. 어차피 알려줘도 믿지도 않을 것 같고. 경험이 많은 분들이니까 알아서 잘할 거야.”
남진혁의 말대로.
내가 발견한 것보다는 조금 늦었지만, 공중에서 주변을 정찰 중이던 소환수가 접근하는 괴수를 발견해냈다.
-삐익! 삐익!
“2시 반 방향에서 괴수가 접근 중이에요.”
“모두 전투 준비!”
신효원이 괴수의 위치를 말하자마자 조재헌은 전투 준비를 지시했다.
뒷줄에 있던 우리도 당연히 전투를 대비했다.
곧이어 괴수 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키릭! 키키킥!
-키키킥!
도마뱀의 모습에 두 발로 선 괴수는 공룡 영화에서 흔히 볼 법한 랩터와 비슷한 외형.
날렵한 체형의 기다란 꼬리. 날카로운 손톱을 가진 앞발과 커다란 갈고리 같은 뒷발이 눈에 띄었다.
사람들은 이 녀석들을 도마뱀 괴수 또는 편하게 랩터라고 불렀다.
잠시 슬금슬금 거리를 조절하며 탐색전을 벌이더니, 가장 커다란 덩치의 랩터가 먼저 달려들었다.
“하아압!!”
-콰앙!
조재헌은 커다란 방패를 들이밀며 괴수의 돌진을 막아냈다.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나머지 한 손으로 괴수의 옆구리에 검을 쑥 찔러넣었다.
-키아아악!
랩터는 고통에 몸부림쳤다.
조재헌은 굳이 숨통을 끊으려 밀어붙이지 않았다.
발악하는 녀석을 방패로 적당히 밀쳐내며 다시 자세를 잡았다.
빠르게 물러선 덕분에 다른 괴수에게 공격당할 틈을 주지 않았다.
그가 앞에서 시선을 끄는 사이.
최선오는 마법을, 신효원은 화살을 메겨 활시위를 당겼다.
<불타올라라, 일렁이는 화염의 손길!>
-화르르륵!
-쐐애애액!
커다란 불꽃이 랩터를 강타했다.
곧이어 푸른 기운이 담긴 화살이 괴수의 목을 꿰뚫었다.
공격을 당한 랩터는 다시 일어서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졌다.
-키키킥!
-키아아악!
동료를 잃은 랩터가 더욱 날뛰기 시작했다.
한 마리가 엄청난 탄력으로 높게 뛰어오르더니, 떨어지는 무게를 이용해 조재헌을 덮쳤다.
“흐아아아압!!!”
-꽈아앙!!!
그는 기합과 함께 무게가 실린 공격을 가뿐히 받아냈다.
커다란 덩치의 괴수였는데도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대단하네. 꽤 강력한 공격인데도 능숙하게 받아내다니.”
“뭐, 당연한 이야기지. 이 업계도 만만치 않은 곳인데 길드에 오래 버텼다는 건, 실력 하나만큼은 진짜라는 뜻이니까. 물론 성격이나 인성적인 부분은……. 쩝.”
남진혁은 말끝을 흐렸다. 굳이 듣지 않아도 충분히 뒷말을 알 것 같았다.
“세희랑 태호도 잘 봐둬. 저 랩터들은 의외로 지능이 높아서 무작정 돌진만 하지 않아. 옆으로 돌아서 뒷줄을 공격한다든가, 서로 시선을 끌어주면서 빈틈을 노리기도 하니까.”
실제로 랩터들은 억지로 조재헌만 공격하는 게 아니라, 뒤에 방어가 약해 보이는 최선오나 신효원을 노리기도 했다.
하지만 경험이 많아서 그런지.
두 사람은 뒷줄로 공격이 들어올 때마다 적절히 위치를 변경하면서 거리를 벌렸다. 그리고 서로를 엄호해 주는 방식으로 상대의 움직임을 제한시켰다.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완벽한 전술.
길드에서 괜히 이 사람들을 신입과 함께 보낸 게 아니라는 걸 직접 느낄 수 있었다.
황무지 위에 랩터들의 시체가 가득해졌다.
전투가 끝나고 조재헌은 살짝 거칠어진 숨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후우우! 부상자 확인!”
“저는 괜찮습니다.”
“저도요.”
“좋아, 우리는 휴식하고. 남진혁 길드원! 신입들 데리고 뒤처리 좀 부탁해.”
남진혁의 눈썹이 움찔 떨렸다.
“저기, 신입 길드원들이 아직 뒤처리 경험이 없어서 도움이 좀 필요…….”
“뒤처리하는 게 뭐 힘들다고 엄살이야. 남진혁 길드원이 대충 시범 보여주면 되잖아? 원래 이런 건 하면서 배우는 거라고.”
“하아…… 알겠습니다.”
그는 체념한 표정으로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는 휴식을 취하고 있는 세 사람을 지나쳐 괴수의 시체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일단 내가 먼저 시범을 보여줄게. 지금 이 녀석들은 특별히 중요한 부산물이 없어서, 마석과 영혼석만 신경 써서 꺼내면 돼. 해체 장비는 다 챙겨왔지?”
남진혁은 괴수의 부산물을 챙기는 법을 설명했다.
챙겨온 장비 중 단검을 꺼내 시체를 갈랐다.
“랩터는 이 부분의 가죽이 제일 약하니까 잘 봐둬. 여기서 읏차! 이렇게 몸을 돌리면 심장 부분이 보이지? 보통 이 근처에 마석이나 영혼석이 있으니까. 꼼꼼하게 확인해야 해.”
주변에 괴수의 피비린내가 확 퍼져 나왔다.
정태호는 그다지 변화가 없었지만, 윤세희는 얼굴이 크게 일그러졌다.
아무래도 시체를 헤집는 모습이 아직 익숙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 뒤로도 남진혁은 가죽을 손질하는 법, 갈무리한 것들을 깔끔하게 보관하는 법 등등.
여러 가지 기술들을 상세하게 알려줬다.
그의 설명이 끝나고. 우리는 각자 해체 장비를 가지고 직접 갈무리하기 시작했다.
불쾌하게 미지근한 피와 비린내, 살을 헤집는 느낌은 그다지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다.
한창 갈무리를 하고 있을 때, 일찍 휴식을 끝낸 최선오가 다가왔다.
“심장 뒤쪽에도 잘 살펴보셔야 해요.”
“네?”
“가끔 심장이랑 혈관이 연결된 부분에 마석이 끼어서 잘 안 보이는 때도 있거든요.”
그는 말대로 심장 뒤쪽을 살피자 정말로 숨어 있던 마석이 드러났다.
“아! 이런 곳에도 있었군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 인사에 그는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신입 길드원 중에 내가 가장 먼저 괴수 갈무리를 끝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정태호도 자신의 몫을 마무리했다.
반면에 아직도 갈무리 작업 중인 윤세희는 여러모로 애를 먹고 있었다.
“으으…….”
괴수의 시체를 헤집을 때마다 그녀의 입에서는 신음이 흘러나왔다.
너무 괴로워하는 모습에 도움을 주려는 순간, 남진혁이 팔을 들어 멈춰 세웠다.
“…….”
“…….”
그는 나를 바라보며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눈빛만으로도 그의 의도를 읽어낼 수 있었다.
나는 마음속으로 윤세희를 응원하며 얌전히 자리를 지켰다.
“뭐야? 아직도 안 끝났어?”
휴식을 끝낸 조재헌이 아직 갈무리 중인 윤세희를 보며 혀를 찼다.
“쯧쯧, 저렇게 굼떠서야. 이렇게 갈무리가 오래 걸리면 괴수들에게 습격당할 수 있다는 것도 모르는지 원…….”
“…….”
“중학생 꼬맹이처럼 작으면 애 취급해 줄 줄 알았나? 이러다 엄마랑 아빠도 데려오겠네.”
“……!!”
이건 말이 심한 것 같은데.
그것도 세희가 가장 싫어하는 말을…….
조재헌은 하필이면 윤세희가 신경 쓰는 부분을 콕 찍어 말했다.
너무 심한 인신공격성 발언에 내가 울컥하며 나서려는 순간.
-푸우우욱!
-팟, 팟!
윤세희에게서 지지부진하던 모습은 사라지고, 빠르고 정확하게 갈무리 작업을 진행해 나갔다.
금방 작업을 끝낸 그녀는 당당하게 마석과 영혼석을 조재헌에게 내밀어 보였다.
약간의 광기까지 느껴지는 그녀의 차가운 눈빛에 조재헌은 움찔하며 시선을 돌렸다.
“어, 어흠! 그, 그럼 다시 출발해 볼까?”
그는 당황한 듯 말을 더듬으며 앞쪽으로 몸을 피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머지 사람들은 억지로 웃음을 참아야 했다.
“세희야, 괜찮아?”
“괜찮아요. 아저씨. 저 때문에 많이 기다리셨죠.”
“아냐, 잘했어. 처음에는 다 그런 거지. 마지막에는 진혁이도 침착하게 마무리 잘했다고 칭찬했어.”
“……헤헷.”
살짝 머리를 쓰다듬으며 칭찬하자, 굳어 있던 윤세희의 얼굴이 눈 녹듯이 부드러워졌다.
“아저씨, 나는? 내가 엄청나게 빨리 끝내는 거 봤지?”
“너도 잘했어, 쨔샤!”
나는 잘난 척하는 정태호의 머리를 세게 헝클어뜨렸다.
녀석은 그래도 기분이 좋은지 실실 웃으며 말했다.
“헤헤헤, 아저씨 조심하는 게 좋을걸? 다음에는 내가 더 빨리 끝낼 거니까.”
“꿈도 야무지네. 절대 그럴 일 없을걸?”
“아까 나한테 안 지려고 마지막에 허겁지겁 작업하는 거 봤거든?”
티격태격하는 우리를 보며 남진혁과 윤세희는 살짝 웃음을 터뜨렸다.
“이봐! 거기서 뭐 해? 안 갈 거야!”
신경질적인 조재헌의 목소리에 우리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첫 전투가 이뤄진 다음.
그 뒤로 몇 차례 괴수와의 전투가 이어졌다.
하지만 나를 포함한 신입 길드원 세 사람은 전투에 전혀 참여할 수 없었다.
계속 전투 뒤처리 작업만 우리에게 떠넘길 뿐이었다.
남진혁이 대표로 불만을 표하면.
그때마다 조재헌은…….
“아직 경험이 덜 쌓였어. 그냥 지켜보기만 해!”
“조금 전까지 우리 전투했던 거 못 봤어? 당연히 구경만 했던 사람이 뒤처리를 맡아야지.”
……같은 말을 반복했다.
아무리 좋게 보려고 해도, 그냥 우리에게 귀찮은 뒤처리를 떠넘기려는 모습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불만이 점점 쌓여가고 있을 때, 조재헌은 마치 선심이라도 쓰는 듯 우리에게 말했다.
“이번 전투는 신입들에게 맡겨 볼까?”
“예? 신입들만 전투에 투입한다고요?”
“좀 위험하지 않을까요? 이제 무리 숫자도 늘어나고, 상위 개체가 출현할 텐데…….”
최선오와 신효원이 차례로 우려를 나타내자, 조재헌은 특유의 억지스러운 말투로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껏 우리가 싸우는 모습 실컷 구경했잖아. 길드에서 최고의 재능이라고 소문이 자자하던데. 이 정도는 당연히 해줘야지, 안 그래?”
“그래도…….”
“신입들이 무섭다고 한다면 그냥 우리가 처리하지 뭐. 남진혁 길드원은 어떻게 생각해?”
남진혁은 일그러지려는 얼굴을 억지로 참아냈다.
“잠깐 신입 길드원들이랑 이야기 좀 나눠봐도 되겠습니까?”
“그래, 그렇게 해. 아직 괴수들과 만나려면 시간이 좀 남았으니까.”
그는 이죽거리는 조재헌을 뒤로하고, 우리 쪽으로 다가와 불러모았다.
다른 사람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우리를 골탕 먹이려는 속셈이야.”
“진혁아, 뭐가 어떻게 되는 건데?”
“이제부터는 괴수의 무리도 늘어날 거고, 강력한 상위 개체도 출현해. 조재헌은 그걸 알고서 우리에게 기회를 주려는 거야.”
“쓰레기 같은…….”
“그래놓고 우리가 위험해지면 뒤늦게 도와주면서 또 잘난 척을 하려는 거겠지.”
남진혁은 한 사람 한 사람과 눈을 마주쳤다.
“조금 위험할 수 있으니까 포기하는 것도 괜찮아…… 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벌써 모두 다 마음을 정한 것 같네?”
“당연하지, 형! 우리 차 타고 오면서 했던 말 기억 안 나? 더는 길드에서 이상한 말 안 나오도록 제대로 보여주자고 했잖아.”
“태호 말이 맞아요. 여기서 물러나면 계속 이상한 소문에 시달려야 할 거예요. 그리고 제가 꼬맹이가 아니라는 걸 직접 보여줘야겠어요.”
윤세희는 아까 들었던 말을 계속 마음에 담고 있었는지, 눈에서 복수의 불꽃이 파바박 튀었다.
마지막으로 모두의 시선이 내 쪽으로 쏠렸다.
대답을 기다리는 세 사람을 보며 입꼬리를 올려 씨익 웃었다.
“자, 보여줄 준비 됐지? 소문의 C조 3팀이 얼마나 대단한지.”
세 사람 모두 나처럼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결정 났어? 무서우면 무리 안 해도 돼.”
“아뇨, 다음 전투는 신입 길드원이 맡도록 하겠습니다.”
“오! 그래? 이거 기대되는걸?”
“기대하셔도 좋을 겁니다.”
남진혁과 조재헌은 둘 다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서로를 응시했다.
-삐이익! 삐이익!
하늘에서 신효원의 소환수가 울음소리를 냈다.
괴수 무리가 다가오고 있다는 신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