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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108)화 (108/426)

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108화

바쁘게 보내는 휴일(9) 

랩터 무리가 잠시 주춤하며 멈춰 섰다.

-키리릭…….

-키이익. 키익?

갑자기 나타난 장군 독개미의 모습에 혼란스러운 듯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들이 접근을 멈춘 사이 남진혁이 나서서 전투를 위한 전열을 가다듬었다.

“시현 형이 소환수로 붉은 랩터를 막아줘. 그사이에 우리가 나머지 일반 랩터들을 정리할게.”

“알았어.”

“나머지 분들은 방금 말한 대로 일반 랩터들을 최대한 빠르게 정리해 주세요. 랩터들이 난입해서 전열이 무너지면 우리가 많이 불리해질 겁니다.”

“대장 랩터는 어떻게 하죠?”

최선오의 질문에 남진혁이 결의에 찬 눈빛으로 대답했다.

“저 혼자서 최대한 막아보겠습니다.”

“…….”

최선오와 신효원은 미안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도 한 명에게 보스 몬스터를 맡기는 일이 가혹하다는 건 알지만, 딱히 다른 방법이 없는 상황이었다.

-키에에에엑!!

검붉은 무늬의 대장 랩터가 우리를 향해 괴성을 내질렀다.

혼란스러워하던 랩터 무리가 금방 정신을 되찾았다.

-키리릭!

-키익, 키에엑!!

흥분한 랩터들이 빠르게 우리를 향해 접근했다. 다가오는 랩터 무리를 보며 남진혁이 소리쳤다.

“힘을 아끼지 말고 쏟아내야 합니다. 모두 공격!!”

-쐐애애액!!

-켁…… 케엑!!

신효원의 화살 공격을 시작으로. 화려한 마법들이 랩터 무리를 향해 쏟아졌다.

-콰콰콰쾅!!

-키에엑!!

폭발음과 비명이 사방에서 터져 나왔다.

꽤 많은 랩터가 땅바닥에 쓰러졌음에도 놈들의 기세는 쉽사리 꺾이지 않았다.

이제 너희들이 나설 차례야!

나는 소환석을 통해 장군 독개미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츠츠츠츳!!

장군 독개미는 날카로운 앞발과 커다란 집게 턱을 까딱 꺼리며 적을 향해 나아갔다.

생각 없이 달려든 일반 랩터들은 장군 독개미들이 휘두르는 앞발에 맥없이 튕겨 나갔다.

-키에엑!!

-츠츠츠츳!!

생각보다 강력한 장군 독개미들의 위력에 놈들의 기세가 살짝 주춤했다.

하지만 약삭빠른 랩터들은 장군 독개미의 느린 스피드가 약점이라는 걸 금방 알아냈다.

빠른 발을 이용해 사방으로 도망치거나, 뒤를 노리는 전략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빠르고 조직적인 움직임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던 그때.

“아저씨, 우리가 도와줄게!”

붉은 불꽃을 휘두른 정태호가 장군 독개미의 전투에 합류했다.

거기다 정령을 소환한 윤세희가 랩터의 빠른 움직임을 방해하기 시작했다.

최선오와 신효원도 장군 독개미를 엄호하면서 전세가 팽팽히 유지됐다.

-키리릭!!

랩터 무리는 어떻게든 전열을 무너뜨리려고 사방에서 날뛰었다.

그중 몇 마리가 장군 독개미를 뛰어넘어 신효원에게 달려들었다.

순간 대처가 늦은 탓에 그녀의 코앞까지 랩터가 들이닥쳤다.

-키에에엑!

“아앗…… 어?”

그녀는 눈앞에 멈춰선 랩터들을 보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검을 꺼내 놈들의 약점에 찔러넣었다.

순식간에 랩터 놈들이 땅바닥에 쓰러졌다.

“괜찮으세요?”

“예? 예…… 도,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녀의 눈동자에 궁금증이 잠시 떠올랐다.

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짧은 인사만 남기고 다시 전장을 향해 활시위를 겨눴다.

다시 전투에 참여하는 그녀를 보면서 뒤늦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휴, 하마터면 정신 제어가 늦을 뻔했네.

마계의 벌이나 독개미들과는 달리, 랩터에게는 정신 제어 능력을 사용하기가 상대적으로 까다로웠다.

벌과 개미는 수십 마리를 통제해도 아주 어렵지 않았는데, 랩터는 몇 마리만 통제하려 해도 저항이 아주 심하게 느껴졌다.

종족에 따라 특성이 다른 듯했다.

그래도 지금은 다른 방법이 없었다.

파티원이 위험에 빠지려 할 때마다, 최대한 의식을 집중해 정신 제어를 사용했다.

덕분에 전열을 계속 유지할 수 있었다.

정신없이 전투가 이어지는 상황.

옆에서 최선오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장 랩터가 옵니다.”

일반 랩터보다 2∼3배는 더 큰 덩치, 검붉은 무늬의 대장 랩터가 천천히 접근을 시작했다.

“제가 막겠습니다.”

남진혁이 곧바로 마법을 준비했다.

<얼어붙어라, 날카로운 얼음의 창!>

<전율해라, 파괴하는 번개의 일격!>

<휘몰아쳐라, 무자비한 폭풍의 일격!>

그의 주특기, 다원소 마법이 모습을 드러냈다. 위력적인 마력의 파동에 잠시 랩터 무리 움직임이 멈출 정도였다.

-파지지직!

-파아앗!

얼음 창은 살 떨리는 굉음을 내며 곧장 대장 랩터에게 쏘아졌다.

대장 랩터는 그 짧은 순간에 몸을 비틀며 마법을 피하려 했다.

-콰아앙!

-케에에엑!!

고통스러운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오른쪽 등에 커다란 상처를 입었지만, 녀석은 쓰러지지 않았다.

오히려 흉포한 기세를 더욱 내뿜었다.

대장 랩터는 곧바로 장군 독개미에게 달려들었다.

계속된 전투로 약간 힘이 빠진 장군 독개미는 대장 랩터의 돌진을 막아낼 수 없었다.

-쿵!

커다란 충돌과 함께 장군 독개미 한 마리가 땅바닥에 쓰러졌다.

놈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다른 장군 독개미에게 달려들었다.

대장 랩터가 날뛰는 바람에 전열이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했다.

랩터 무리는 쓰러진 장군 독개미를 뛰어넘어 남진혁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가 가장 위험한 적이라는 걸 눈치챈 듯했다.

대장 랩터에 추가 공격을 준비하던 남진혁은 어쩔 수 없이 몸을 움직여 피했다.

전투는 점점 난전으로 흘러갔다.

계속 이런 식으로 흘러가면 누가 언제 크게 다쳐도 이상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상황을 반전시킬 돌파구가 필요했다.

지금 가장 큰 문제는 저 대장 랩터인데…….

나는 대장 랩터의 움직임을 막으려 의식을 집중해 정신 제어 능력을 사용했다.

-키리릭! 케엑!

“끄응…….”

정신 제어 능력이 통하지 않는 건 아니었지만, 움직임을 통제할 정도로 억제하기는 힘들었다.

확실히 보스급 괴수를 통제하는 건 쉽지 않았다.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던 와중에 대장 랩터에게 달려드는 새 한 마리가 보였다.

-삐익! 삐익!

-키에에엑!!

신효원의 소환수가 대장 랩터의 머리 주변을 날아다녔다.

집요하게 시선을 빼앗는 통에 대장 랩터는 짜증이 담긴 울음소리를 냈다.

그 모습을 보고 뭔가 번뜩 떠올랐다.

움직임을 억지로 통제하는 일은 불가능해도, 저 소환수처럼 단순히 주의를 돌리는 것 정도라면?

나는 다시 대장 랩터에게 의식을 집중했다. 교감 능력을 바탕으로 녀석의 감정이 읽어나갔다.

“신효원 선배!”

“네?”

“지금 저 소환수를 제가 말하는 곳으로 보내주실 수 있나요?”

“갑자기 그게 무슨…….”

나의 갑작스러운 요구에 그녀는 당황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구구절절 설명하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대장 랩터를 따돌릴 거예요. 한 번만 믿어주세요.”

“……알았어요.”

그녀는 내가 시키는 대로 소환수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나는 대장 랩터의 감정에 집중했다.

녀석의 분노, 적개심 같은 감정을 최대한 소환수에게 향하도록 했다.

끄으응…… 이것도 생각보다 어려운데?

워낙 본능이 강한 놈이라 불쑥불쑥 제어하기 힘든 감정이 튀어나왔다.

거기다 기본적으로 보스급 괴수라 그런지 정신력이 가볍지 않았다.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계속 대장 랩터의 감정을 제어하려 시도했다.

-키리릭…….

잠시 후, 대장 랩터가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의 적개심이 조금씩 소환수로 옮겨가더니, 잠시 움직임을 멈췄다.

사방으로 난동을 부리던 대장 랩터는 천천히 신효원의 소환수를 쫓기 시작했다.

“어? 어?! 대장 랩터가?”

그녀는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 듯 얼떨떨한 반응을 보였다.

“집중하세요! 대장 랩터가 계속 쫓을 수 있게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 주세요. 놈을 완전히 여기서 떨어뜨려 놔야 해요!”

“아, 알았어요.”

신효원은 내가 지시한 대로 소환수를 이용해 대장 랩터를 유인해냈다.

녀석이 사라진 것만으로도 좀 더 쉽게 랩터 무리를 상대할 수 있었다.

-키리릭! 키엑!

대장 랩터의 정신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쉽게 잡을 수 없는 사냥감에 대한 짜증과 풀리지 않는 욕구로 감정이 폭주하기 직전이었다.

놈은 본능적으로 새로운 사냥감을 원하고 있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됐다!

“신효원 선배, 지금이에요. 소환을 해제해 주세요.”

그녀는 내가 말하는 타이밍에 맞춰 소환수를 돌려보냈다.

대장 랩터는 시선에서 사냥감이 사라지자 어리둥절하며 그 자리에 멈춰 섰다.

-키리릭…….

놈의 마음속에 쌓일 대로 쌓인 파괴, 사냥 욕구는 곧바로 새로운 사냥감을 찾게 했다.

그리고 놈의 시선이 아래쪽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검과 방패를 든 새로운 사냥감을 발견했다.

“뭐, 뭐야? 이놈이 왜 여기로 온 거야?!”

조재헌의 비명 같은 외침이 내가 있는 곳까지 생생히 들려왔다.

그다음부터는 어렵지 않았다.

터져 나올 것 같은 대장 랩터의 사냥 욕구가 자연스럽게 조재헌에게 향하도록 해줬다.

-키에에엑!!

“이런 젠장!!”

조재헌과 대장 랩터의 전투 소리가 들려왔다.

그래도 실력은 꽤 출중한 터라 허망하게 당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이 작전에 도움을 준 신효원이 기묘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다가 슬쩍 엄지를 들어 올렸다.

나도 함께 엄지를 들어 보이며 작전의 성공을 함께 축하했다.

대장 랩터가 사라진 뒤에는 전투가 어렵지 않았다.

장군 독개미를 중심으로 랩터 무리를 하나씩 쓰러뜨렸다.

-키엑…… 털썩.

마지막 랩터가 짧고 굵은 울음소리를 내며 바닥에 쓰러졌다.

“하악…… 끝났다!”

정태호가 검을 번쩍 들어 올리며 전투의 끝을 알렸다.

일행 모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무기를 내렸다.

모두 격렬한 전투로 지친 기색이었다.

남진혁은 일행을 둘러보며 말했다.

“하아…… 다친 분은 없으신가요?”

“저는 괜찮습니다.”

“저도요!”

그 자리에 주저앉은 최선오와 신효원이 힘없이 웃으며 대답했다.

“나는 아직 쌩쌩하다고!”

“으유, 저 멍청이가…… 저도 이상 없어요, 오빠.”

다행히 정태호와 윤세희도 다친 곳은 없는 것 같았다.

격렬했던 전투를 생각해 보면 정말 기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형도 괜찮지?”

“어, 나는 뭐 안전한 곳에서 지원만 했으니까. 다른 분들이 고생이 많았지.”

“무슨 소리야. 알게 모르게 많이 도와줬으면서. 거기다 저 장군 독개미들이 없었으면 저 많은 랩터를 절대 못 막았을 거야.”

장군 독개미의 활약에 대해서는 나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때맞춰 장군 독개미들이 내 쪽으로 다가왔다.

“너희들 정말 고생 많았어. 덕분에 아무도 다치지 않고 전투를 끝낼 수 있었어. 고마워!”

-츠츠츠츳!!

-츠츠츳!!

장군 독개미들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내 칭찬을 알아들었는지 기뻐하는 감정이 은근하게 느껴졌다.

정태호는 아직도 기운이 남았는지, 장군 독개미들의 주변을 신나게 뛰어다니며 말했다.

“아저씨, 내가 말했잖아. 이 녀석들 키우면 좋을 거라고. 내 말 맞지?”

“그러게. 이 녀석들 없었으면 어쩔뻔했나 싶네.”

정태호의 의견이 바보 같다던 윤세희도 이번에는 인정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그 소문의 독개미굴에서 데려온 장군 독개미군요? 이렇게 강한 소환수를 한 마리도 아니라 세 마리씩이나…….”

“정말 든든하시겠습니다. 웬만한 동료보다 훨씬 믿음직스럽겠어요.”

최선오와 신효원도 장군 독개미들을 바라보며 감탄과 부러움의 시선을 보냈다.

자연스레 나의 어깨에 힘이 들어갔음은 말할 것도 없었다.

아무래도 이번 균열 공략의 다크호스는 장군 독개미들이 아닐까…….

“끄아아아악!!”

일행의 시선이 처절한 비명이 들린 곳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아직 대장 랩터와 사투를 벌이는 조재헌이 보였다.

그는 위태위태하게 매서운 공격들을 막아내고 있었다.

“도, 도와줘! 정말 죽을지도 모른다고!”

조재헌은 다급하게 우리가 있는 쪽으로 외쳤다.

일행은 도움을 요청하는 그를 싸늘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모두의 눈빛에서 당해도 싸다는 감정이 절절하게 느껴졌다.

이런 상황을 만들어 낸 나도 전혀 도와줄 마음이 들지 않았다.

물론 그렇다고 죽는 걸 두고 보지는 않겠지만, 아직 자기가 저지른 죗값을 치렀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우리 조금만 쉬었다가 다시 생각해 볼까요?”

내 물음에 모두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키에에엑!!

“허억! 안 돼…… 제발!!”

일행은 조재헌의 사투를 구경하며 전투의 피로를 조금씩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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