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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109)화 (109/426)

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109화

바쁘게 보내는 휴일(10) 

가장 먼저 손을 들고 나선 건 신효원이었다.

“이제 도와줘야 하지 않을까요?”

혹시나 크게 다칠까 봐 불안한 표정이었다. 바로 다음으로 최선오도 그녀의 의견에 동의했다.

“이 정도면 충분한 것 같습니다. 물론 잘못의 죗값은 더 치러야 하겠지만요.”

두 사람을 제외한 나머지 세 사람은 내 쪽을 빤히 쳐다봤다.

아무래도 나에게 결정을 맡기려는 것 같았다.

“그럼 슬슬 나서서 도와주도록 할까요?”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조재헌과 대장 랩터 쪽으로 다가갔다.

대장 랩터의 처리는 어렵지 않았다.

이미 남진혁의 전력을 다한 마법을 한 번 제대로 맞았었고, 주변에 따르는 무리가 없는 대장 랩터는 그렇게 까다로울 상대는 아니었다.

-케에엑!!

[‘랩터 우두머리’를 쓰러뜨렸습니다.]

[‘대지 영혼의 파편’을 흡수합니다.]

[‘대지 영혼의 파편’이 조금 더 완전해집니다.]

손쉽게 대장 랩터를 해치우고 알람이 울렸다. 그리고 완전히 탈진한 조재헌도 그 자리에 쓰러졌다.

나와 남진혁이 먼저 다가가 상태를 살폈다.

“흐음…… 형, 다친 곳은 따로 없어 보이네. 그냥 완전히 힘을 다 써서 기절한 것 같아.”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었지만, 그래도 실력은 확실하네. 그렇게 격렬히 대장 랩터와 싸워놓고 큰 상처 하나 없다니.”

한발 늦게 다가온 최선오가 말을 덧붙였다.

“그 실력 때문에 지금까지 길드에 남아 있었던 거죠. 원래도 소문이 굉장히 안 좋아서 길드원끼리도 말이 많았는데. 설마 이런 일을 저지를 줄이야…….”

“그럼 이제 조재헌, 이 사람은 어떻게 되는 거죠?”

“균열 내부에서 의도적인 방해 행위는 엄연한 범죄입니다. 길드에 보고하면 자연스럽게 협회에 사건이 접수될 겁니다. 죄가 인정되면 곧바로 형사 처벌을 받겠죠.”

“그렇게 쉽게 진행되나요? 만약에 이 사람이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않으면요?”

내 질문에 최선오는 살짝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왜 그런 반응을 보이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때, 남진혁이 팔꿈치로 내 옆구리를 툭 쳤다.

“형, 그것도 몰라? 길드 필기시험 때 공부 안 했어?”

“어…… 미안, 그때 시간이 부족해서 기출 문제만 계속 풀었거든.”

“어휴, 이런 건 중요한 문제니까 좀 제대로 알아놔.”

“쩝.”

남진혁이 한심한 듯 바라보자 멋쩍은 표정으로 뒷머리를 긁적였다.

최선오는 작게 웃으며 다시 설명을 이어나갔다.

“아마 무조건 죄를 인정할 겁니다. 경찰 조사 때 죄를 인정하지 않으면, 천족의 심판관들이 개입합니다. 심판관이 죄를 밝혀낼 때는 단순히 형사 처벌로 끝나지 않습니다. 심판관들에 의해 가중처벌을 받죠.”

“천족들이 이런 일도 나서는군요?”

“균열을 소멸시키는 일도 균형을 맞추는 일의 일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걸 방해하는 일도 무척 싫어한다고 들었습니다.”

“오오…….”

처음 듣는 사실에 신기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형사 처벌이 확정되면. 길드에서 추방당하는 건 물론이고 각성자로서 활동 역시 정지될 겁니다. 그동안의 경력도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는 거죠.”

나는 기절한 조재헌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왜 그런 짓을 한 걸까요?”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하지 않습니까? 어쩌면 각성자로 활동하면서 쌓아온 안 좋은 감정들이 이번에 터진 걸지도…….”

나를 포함한 세 사람의 얼굴에 씁쓸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그렇다고 동정심이 생기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다 자업자득인 거니까.

“아저씨! 언제까지 거기 그러고 있을 거야? 빨리 뒤처리하는 거 도와줘! 여기 해야 할 일이 산더미야!”

멀리서 정태호의 외침이 들려왔다.

우리는 기절한 조재헌은 일단 내버려 두고 다른 일행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으아! 뭐 이렇게 많아?”

엄청나게 많은 랩터의 시체를 보며 나는 앓는 소리를 냈다.

이 많은 걸 전부 갈무리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머리가 어질해졌다.

그렇다고 이 많은 시체들을 그냥 놔두고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니…….

갈무리 작업을 하는 정태호와 윤세희는 얼굴에 힘든 기색이 역력했다.

이런 상황에 익숙한 최선오와 신효원도 힘들어하는 상황이었다.

편하게 기절해 있는 조재헌이 다시 한번 원망스러워졌다.

“진혁아, 원래 이렇게 마지막까지 힘든 거냐?”

“보통 임시로 모이는 소규모 파티는 어쩔 수 없지. 이런 거 하기 싫으면 공격대에 들어오면 돼.”

“…….”

“공격대에서는 갈무리 작업하는 인원이 따로 있거든. 어때, 형? 공격대 들어올래?”

이 와중에 또 공격대 이야기를 꺼내는 남진혁.

이제는 상대할 힘도 없어서 그냥 고개를 돌려 무시해 버렸다.

힘들게 갈무리 작업을 하던 중에 장군 독개미 한 마리가 내 쪽으로 다가왔다.

-츠츠츠츳. 츠츳.

“응? 하고 싶은 말 있어?”

-츠츠츳!

“……?”

장군 독개미는 랩터 시체를 가리키며 뭔가를 열심히 나에게 설명했다.

잠시 후, 장군 독개미의 의도를 깨닫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 그게 된다고?”

-츠츠츳!

장군 독개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긴가민가한 표정으로 잠시 생각에 잠겼다.

으음…….

뭐, 시도해 본다고 큰일이 나는 것도 아니고. 장군 독개미 말대로 한번 해볼까?

나는 소환석을 손에 쥐었다. 의식을 집중해서 영혼의 이끌림을 찾았다.

-우우우웅!!

-우우우웅!!

소환석에서 강한 빛과 진동이 흘러나온 뒤, 내 눈앞에 작은 빛무리들이 하나둘 나타났다.

그 속에서 또 다른 독개미들이 형체를 갖춰나갔다.

-츠츠츳!

-츠츳!

장군 독개미보다 훨씬 작은 일꾼 독개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녀석들은 잠시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내 쪽으로 몰려와 얌전히 나를 올려다봤다.

아무래도 명령을 기다리는 것 같았다.

“으음, 나 좀 도와줄래?”

-츠츠츳!

-츠츠츳!

내 말을 들은 일꾼 독개미들은 곧바로 순식간에 흩어져 일을 시작했다.

녀석들은 엄청 빠르게 랩터의 시체에서 영혼석과 마석을 찾아내기 시작했다.

“어…… 어엇?!”

“이, 이것도 시현 씨가 소환하신 거죠?”

“와아! 아저씨, 얘네들 좀 봐. 일하는 게 엄청나게 빨라!”

일행은 순식간에 일을 처리하는 일꾼 독개미들을 보며 감탄을 터뜨렸다.

영혼석과 마석을 찾아내는 것뿐만 아니라, 랩터의 고기와 가죽도 깔끔하게 분리해냈다.

지지부진했던 갈무리 작업이 몇 배는 빠르게 진행됐다.

남진혁이 얼빠진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와…… 형, 이 정도면 1인 뒤처리 사업해도 되겠다. 얘네들은 인건비도 안 들 거 아냐?”

“인건비가 안 들긴 하지. 소환석만 구매해 주면 되니까.”

“혹시 저 독개미들 빌려주는 건 안 되나요? 균열에 들어갈 때마다 몇 마리씩 데려가면 정말 편할 것 같은데.”

“허어…… 길드에서 돌던 소문이 과장된 게 아니라, 오히려 축소된 것 같습니다. 이런 식으로 소환수를 사용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어요.”

신효원과 최선오도 각자 부러움과 놀라움을 드러냈다.

꽤 오래 걸릴 거라 생각했던 작업은 순식간에 끝났다.

일행 앞에는 깔끔하게 분류된 마석, 영혼석 그리고 랩터 가죽과 고기가 놓였다.

다시 내 앞에 모여든 일꾼 독개미.

그중 한 마리가 내 쪽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츠츳, 츠츳!

“응?”

-츠츠츳, 츠츳!

“아…… 알았어. 잠시만.”

나는 일꾼 독개미의 말을 알아듣고 일행들을 불러모았다.

“저기, 여기 있는 랩터 고기 필요한 건가요?”

내 질문에 최선오가 대답했다.

“고기요? 흐음…… 가져가면 팔 수 있기는 하지만, 그렇게 가치가 높은 물건은 아닙니다. 가죽만 챙기는 게 일반적이죠.”

“그럼 괜찮으시다면 독개미들에게 나눠줘도 될까요? 얘들이 고기를 먹고 싶어 하는 것 같아서요.”

“저는 상관없습니다.”

“이렇게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당연히 내줘야죠.”

“나도 괜찮아, 형.”

“저도요.”

“아저씨! 이 고기를 개미들한테 먹이는 거지? 내가 먹여줘도 돼?”

모든 일행의 동의를 받고 난 다음, 일꾼 독개미들에게 고기를 먹어도 좋다는 허락을 해줬다.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일꾼 독개미들은 다시 바쁘게 움직였다.

그들은 랩터 고기를 가지고 먼저 장군 독개미들에게 다가갔다.

일꾼 독개미들이 고기를 건네주면 장군 독개미는 가만히 받아먹었다.

그리고 동시에 녀석들은 나에게도 고기를 건넸다.

“나는 괜찮아. 너희들 많이 먹어.”

-츠츳, 츠츳?

일꾼 독개미는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른 녀석들까지 합류해 나에게 계속 고기를 가져다줬다.

억지로라도 나를 챙겨주려는 모습이 조금 귀엽게 느껴졌다.

“진짜 괜찮아. 나는 안 먹어도 돼.”

-츠츠츳. 츠츠츳.

몇 번을 거절한 뒤에야 일꾼 독개미들은 다시 고기를 가져가 자신들이 먹기 시작했다.

[랩터 고기의 영향으로 ‘장군 독개미’의 능력치가 상승했습니다.]

[랩터 고기의 영향으로 ‘일꾼 독개미’의 능력치가 상승했습니다.]

오! 이런 효과도 있구나!

랩터 고기가 만족스러웠는지 독개미들에게서 기쁨의 감정이 전해졌다. 그리고 모든 독개미는 다시 빛무리에 휩싸여 소환이 해제됐다.

“독개미 덕분에 뒤처리도 깔끔하게 끝났으니. 이제 슬슬 나가볼까요?”

남진혁의 말에 모두가 기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 *

일행은 새롭게 생성된 출구를 통해서 밖으로 나왔다.

나오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은 구급차로 기절한 조재헌을 병원으로 이송시키는 일이었다.

그는 구급차에 실리기 직전에 의식을 되찾았으나, 그저 멍한 표정만 지을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균열에서 획득한 영혼석은 모두 다 공무원에게 제출했다.

동시에 남진혁과 최선오는 균열 안에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 증언했다.

처음에 공무원은 조재헌의 돌발행동에 대해서 믿지 않는 눈치였으나, 다른 일행 모두의 일관된 증언에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경찰을 대동해서 사실관계를 확인해 보겠습니다. 만약에 지금 말씀하신 내용이 사실이라면 절차에 따라 조재헌 씨의 각성자 신분은 박탈될 겁니다.”

균열 안에서 최선오가 했던 말과 똑같은 내용이었다. 추가로 길드에 보고하는 일은 남진혁이 맡겠다고 했다.

조재헌에 대한 일 처리를 끝내고.

일행은 마지막 뒷정리에 들어갔다.

몇몇은 균열에서 획득한 마석과 랩터 가죽을 버스에 실었고, 나머지는 더러워진 길드 공용 장비를 정비했다.

물론 개인 장비가 있는 사람들은 각자의 장비를 알아서 점검했다.

남진혁은 나에게 장비를 정비하는 법을 알려주며, 자신의 장비를 엄청 꼼꼼하게 살펴봤다.

“엄청 자세하게 살펴보네. 귀찮지 않아?”

“귀찮아도 꼭 해야지. 내 목숨과도 연관 있는 일이잖아?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일걸?”

그의 말대로 최선오와 신효원도 피곤한 와중에도 열심히 장비를 살피고 있었다.

확실히 나도 개인 장비가 있으면 느낌이 다를 것 같았다.

“나도 개인 장비를 맞춰야 하나? 무기가 너무 답답하니까 싸울 의지가 안 생길 정도야.”

“개인 장비를 천천히 맞추는 것도 나쁘지 않아. 우리 길드의 공용 장비는 꽤 수준이 높은 편이니까. 그리고 무기는 강화 마법부터 배우고 난 다음에 생각해 보는 게 어때?”

“강화 마법이라…….”

“내가 길드에서 도움을 줄 만한 분 소개해 줄까?”

“아냐, 괜찮아. 지금도 도움을 받는 사람이 있어서.”

엘프리드를 떠올리며 남진혁의 제안을 거절했다.

그는 필요하면 언제든지 부탁하라는 말을 남기고 다시 장비 점검에 몰두했다.

꽤 오랜 시간이 걸린 끝에 점검이 끝났다.

처음 해보는 일이라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옆에서 끙끙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윤세희가 아직도 장비들과 씨름을 하고 있었다.

“세희야, 내가 도와줄까?”

“네? 아, 아뇨. 저 혼자 할 수 있어요.”

윤세희는 혼자 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얼마나 힘을 썼는지 얼굴이 많이 상기돼 있었다.

나는 그녀의 장비를 뺏다시피 하며 앞으로 가져왔다.

“죄송해요, 아저씨…….”

“괜찮아, 괜찮아. 이것만 하면 끝나는 거지? 먼저 손 씻고 기다리고 있어. 내가 금방 끝낼 테니까.”

윤세희는 미안한 마음에 우물쭈물하며 내 곁을 떠나지 못했다.

몇 번을 괜찮다고 말해주고 나서야 그녀는 먼저 씻으러 갔다.

-♩♬∼♪♬∼♪

한창 장비를 정리하고 있던 도중 옆에 빼두었던 휴대폰에서 벨 소리가 들려왔다.

“형, 휴대폰 전화 온 것 같은데요?”

“으으, 거의 다 했는데.”

두 손이 더러워진 상황이라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먼저 손을 씻고 온 윤세희가 후다닥 달려왔다.

“제가 확인해 드릴까요?”

“일단 누구인지 확인만 해줄래?”

“어…… 서예린 님에게 온 전화인 것 같은데요.”

“음…….”

혹시 아이들 관련해서 급하게 온 전화일까 봐 약간 고민됐다.

“제가 대신 받아볼까요?”

“그럼 급한 일 아니면 나중에 연락해달라고 좀 말해줘.”

“잠시만요.”

윤세희는 나를 대신해서 전화를 받았다.

“시현 아저씨 휴대폰입니다…… 네, 지금 옆에서 장비 정리하고 계세요. 아저씨가 급한 일 아니면 나중에 연락해 달라고…… 네?”

“……?”

“아저씨, 급한 일이라고 하시는데. 어떻게 할까요?”

“끄응…… 세희야, 미안한데 스피커 폰으로 잠시만 들고 있어 줄래?”

내 부탁대로 윤세희는 스피커 폰 상태로 변경해 줬다.

이 결정으로 인해 생겨날 커다란 사건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채…….

“왜 전화했어?”

-글쎄, 엄청난 일이야!

엄청나게 흥분한 서예린의 목소리가 휴대폰을 타고 흘러나왔다.

그녀의 큰 목소리 때문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자연스레 몰려들었다.

이거 괜히 스피커 폰으로 했나…….

생각보다 큰 목소리에 살짝 후회가 몰려왔다.

더 일이 커지기 전에 빨리 전화를 끊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일인데?”

-글쎄, 아이들이 엄청 어려운 레고를 끝까지 완성했어. 정말 대단하지 않아?

“…….”

그녀의 목소리 뒤에서 아이들의 왁자지껄한 웃음소리가 함께 들려왔다.

어이가 없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이들이 잘 놀고 있는 것 같아서 안심됐다.

“알았어. 급한 일 아니면 나중에 내가 연락할게. 끊는다.”

-은율아? 너도 통화하고 싶어?

“야! 자, 잠깐?! 이거 스피커 폰…….”

내가 미처 말을 끝맺기도 전에 발랄하고 귀여운 목소리가 휴대폰을 타고 퍼져 나왔다.

-아빠! 언제 와?

“…….”

아빠! 언제 와…… 아빠! 언제 와…… 아빠! 언제 와…… 아빠! 언제 와…… 아빠! 언제 와…….

마치 노래방 에코를 최대로 넣은 것처럼.

은율이의 목소리가 주변에 메아리쳤다.

손이 더럽다는 사실도 망각한 채, 윤세희 손에 있던 휴대폰을 빠르게 낚아챘다.

“으응…… 나중에 연락할게.”

한 마디만 남기고 재빨리 통화를 종료시켰다.

“…….”

“…….”

“…….”

주변에 너무나도 무거운 정적이 흘렀다.

일행 모두가 얼굴에 놀라운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아마 대장 랩터의 가죽이 다시 살아 움직여도, 지금보다 더 놀라지는 않을 것 같았다.

“크흠, 큼! 장비 정리가 다 끝났네. 나도 슬슬 씻으러 가볼까?”

국어책을 읽는 것 같은 발연기를 하면서 이 상황을 탈출하려 시도했다.

하지만 어림도 없지!

곧바로 남진혁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나를 멈춰 세웠다.

“형…….”

“으…… 응?”

“어차피 우리 같이 차 타고 가야 하는 거 알지?”

“……나 급한 일이 있어서 그러는데, 혼자 택시 타고 가면 안 될까?”

“절대! 꿈도 꾸지 마!”

“…….”

온종일 바빴던 일정의 마지막은 아무래도 굉장히 험난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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