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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111)화 (111/426)

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111화

여유롭게 보내는 휴일(2) 

작은 규모의 서점은 주인의 친절한 미소와 어우러져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공간만 작았을 뿐이지 여러 종류의 책이 깔끔하게 분류되어 책꽂이에 꽂혀 있었다.

“어머? 강아지가 아니었네요?”

아꿍이를 가까이서 본 주인분이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멀리서 보고 강아지라고 생각했나 보다.

하지만 놀라는 것도 잠시.

-무우?

아꿍이가 순진한 눈동자로 빤히 바라보자, 서점 주인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이 아이는 무슨 동물이에요? 너무 귀엽네요.”

“야쿰이라는 동물인데. 아직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기예요.”

“야쿰? 어머나! 이름도 정말 귀엽네요. 한번 만져봐도 될까요?”

“네, 순한 녀석이라 괜찮아요.”

내 대답을 들은 서점 주인은 조심스럽게 아꿍이를 쓰다듬었다.

아직 어리광쟁이인 아기 야쿰은 부드러운 손길에 기분 좋은 울음소리를 냈다.

-무우우…….

아꿍이의 등 뒤에 숨어 있던 규리가 불쑥 튀어나왔다.

「으악! 너무 흔들려서 어지럽다, 뾰!」

“아앗! 이…… 이건?”

갑작스러운 규리의 등장에 서점 주인은 깜짝 놀라며 탄성을 질렀다. 그리고 날아다니는 요정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

“호, 혹시 각성자이신가요?”

“네. 맞아요.”

“아∼! 이게 그 소환수나 정령 같은 거죠? 실제로 이렇게 가까이서 본 건 처음이에요.”

물론 규리는 그런 것과는 거리가 좀 멀었지만, 굳이 복잡한 사정을 설명할 수는 없어서 조용히 고개만 끄덕였다.

“앗! 내 정신 좀 봐…… 무슨 책을 보러 오셨나요?”

“이 아이가 볼만한 책 좀 사려고요.”

서점 주인의 시선이 내 다리 쪽으로 향했다. 거기에는 은율이가 낯을 가리는 모습으로 서 있었다.

“어머…… 너무 귀여운 아이네요.”

그녀는 세 번째로 감탄을 터뜨리며 은율이의 귀여움에 눈을 떼지 못했다.

“지금 몇 살인가요? 글은 읽을 줄 아는 거죠?”

“어…… 5살이고요. 웬만한 쉬운 글은 다 읽을 줄 알아요.”

나이를 묻는 말에 살짝 움찔했지만, 최대한 아무렇지 않게 넘어갔다.

서점 주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유아용 책이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

“부모님이 읽어주거나, 아이들이 직접 읽을만한 책들이에요. 이쪽에 쉽게 한글이나 영어, 수학을 배울 수 있는 책들도 있고요.”

그녀가 안내해 준 곳에는 유아용 책이 가득 꽂혀 있었다.

아기자기한 그림이 그려져 있는 동화책부터, ‘5살부터 즐거운 영어’ 같은 학습에 도움을 주는 책도 있었다.

아직은 다른 공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지금은 안드라스 선생님의 교육만으로 충분한 것 같았다.

오늘은 은율이가 흥미를 보이는 책 위주로 찾아보기로 했다.

책들을 잘 구경할 수 있게 한팔로 안아 들었다.

“은율아, 이 중에 보고 싶은 책 있어?”

“으으응…… 저거!”

은율이가 고르는 책들을 하나씩 살펴봤다.

내가 어렸을 때는 전래 동화라든지, 이솝 우화 같은 동화책이 거의 전부였는데.

지금은 여러 가지 종류의 동화책들이 다양하게 존재하는 걸 보고 조금 신기하게 느껴졌다.

「시현, 저거 나랑 닮은 것 같다, 뾰!」

옆에서 지켜보던 규리가 갑자기 동화책 하나를 가리켰다.

표지에는 여자아이 주인공과 규리를 닮은 요정이 그려져 있었다.

은율이도 관심을 보여서 그 동화책을 잠시 살펴봤다.

주인공이 요정의 도움을 받아, 엄마의 심부름해내는 내용이었다.

“마음에 들어? 이거 읽을까?”

“응, 이거 읽을래.”

「나도 같이 읽을 거다, 뾰!」

“하하, 알았어.”

나는 그 동화책을 챙겨 들었다.

그 뒤에 다른 동화책과 색칠 놀이 그림책 몇 번을 추가로 챙겼다.

책을 가지고 계산하는 곳으로 갔다.

그곳에는 어머니와 서점 주인이 아꿍이를 사이에 두고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무우! 무우!

아꿍이는 서점 주인이 건네주는 블루베리를 받아먹으며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아꿍이, 블루베리가 마음에 들었나 보네.”

-무우우. 무우우.

방금 처음 만난 서점 주인에게 블루베리를 넙죽넙죽 받아먹더니, 이제는 아예 품에 안겨서 애교를 부렸다.

“얘 애교 부리는 것 좀 봐. 블루베리가 그렇게 좋아?”

“호호, 우리 아꿍이가 여기 주인분이 마음에 들었나 봐요.”

“시골에 아버지가 직접 키우신 블루베리인데, 좀 가져다 드릴까요?”

“죄송해서 그걸 어떻게 받아요. 벌써 아꿍이가 먹은 것만 해도 한가득인데…….”

“괜찮아요. 어차피 아버지가 많이 보내주셔서 이웃들에게 나눠주려고 했어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서점 주인분이 재빨리 서점 안쪽으로 들어가시더니, 블루베리가 가득 담긴 종이 가방을 가져와 건네주셨다.

은율이의 책을 계산하면서도 오히려 죄송한 마음이 들 정도였다.

“다음에 또 오세요.”

아꿍이는 블루베리와 서점 주인분이 마음에 들었는지, 유모차에서 얼굴을 쑥 내밀어 인사에 화답했다.

-무우우! 무우우!

그녀는 감격한 표정으로 아꿍이에게 손을 흔들었다.

“아꿍아, 지난번에 시식 코너에 갔을 때도 느꼈는데. 너는 어디 가도 굶지는 않겠다.”

“호호호!”

-무우?

어머니는 내 말에 공감하듯 웃음을 터뜨렸다. 아꿍이는 귀엽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 * *

거리를 걷다가 고소하고 달콤한 냄새에 이끌려 어떤 가게에 앞에 도착했다.

입구에서부터 아이들의 눈길을 확 잡아끄는 와플 가게였다.

동그래진 눈으로 와플 가게와 나를 빤히 바라보는 아이들, 너무나도 순진한 아이들의 반응에 피식 웃음이 흘러나왔다.

“은율아, 와플 먹고 싶어?”

“와…… 플?”

“같이 들어가서 와플이 뭔지 구경해 보자.”

음식점이라 아꿍이는 어머니에게 맡기고, 나는 은율이와 함께 와플 가게로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가게 직원이 톤이 높은 목소리로 우리를 반겼다.

“안녕하세요.”

“…….”

은율이는 가게에 들어오자마자 화려한 메뉴판에 온 정신을 뺏겨버렸다.

재미있게도 가게 직원은 은율이의 귀여움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나는 헛기침을 하며 멍한 직원의 주의를 끌었다.

“크흠, 와플은 처음 먹어보는데. 아이한테 어떤 메뉴가 좋을까요?”

내 질문에 가게 직원이 퍼뜩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

“에? 아! 죄송합니다. 저희 가게에서는 애플시나몬 와플, 스노우 와플이 가장 인기가 많고요. 과일 토핑이 올라간 것도 많이 좋아해 주세요.”

“그런가요? 은율아, 뭐가 맛있을 것 같아?”

“우웅…….”

은율이는 세상 진지한 표정으로 메뉴판을 바라봤다. 가게 직원분이 긴장할 정도로 고심한 끝에 은율이는 입을 열었다.

“나는…… 딸기가 들어간 게 좋아.”

“그래? 알았어.”

은율이의 선택대로 딸기가 들어간 와플 하나와 바나나가 들어간 와플 그리고 복숭아 에이드 두 잔을 주문했다.

가게 안쪽에서 와플이 만들어지는 동안, 주문을 받았던 가게 직원분이 은율이가 너무 귀엽다고 사탕과 과자를 챙겨줬다.

“은율아, 선물을 받으면 ‘감사합니다’하고 인사해야지.”

“감사…… 합니다.”

은율이는 어색한 인사말과 함께 고개를 꾸벅 숙였다.

직원분은 그 인사에 황송하다는 표정으로 어찌할 줄 몰랐다.

“주문하신 와플 나왔습니다. 감사합니다. 또 방문해 주세요.”

직원분은 정중한 인사말이 끝나고 아래쪽을 보고 손을 흔들었다.

은율이는 거기에 응답하듯 짧게 손을 흔들고는 부끄러워하며 내 뒤로 쏙 숨어버렸다.

직원분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는지 아주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와플 가게를 빠져나와 어머니와 합류해 가까운 공원으로 향했다.

사람이 없는 나무 벤치에 찾아 그곳에 자리를 잡았다.

혹시 옷이 더러워질까 봐 은율이는 내 무릎 위에 앉혔다.

포장된 와플을 꺼내자 따끈따끈한 기운과 함께 고소한 냄새가 사방으로 퍼져 나왔다.

와플을 반으로 잘라 혼자서 잡을 수 있도록 해줬다.

와플을 양손으로 받아든 은율이의 눈동자가 반짝거렸다.

입을 크게 벌리고는 와플을 앙 베어 물었다.

-와앙∼!

자기 딴에는 최대한 크게 베어 물었는데도 와플에 작은 흔적만 남은 모습이 뜬금없이 귀엽게 느껴졌다.

“맛있어?”

“응! 엄쩡 마시써!”

입안에 남은 와플 때문에 살짝 어눌하게 대답했다.

생각보다 입맛에 맞은 모양이었다.

너무 잘 먹네? 농장에 와플 만드는 기계라도 하나 장만해야 하나? 만드는 방법은 별로 어렵지 않을 것 같은데…….

「나도 먹고 싶다, 뾰!」

“알았어. 잠깐만 기다려 봐.”

반으로 잘라내고 남은 와플을 규리가 먹을 수 있도록 아주 작게 찢어줬다.

「왁! 이거 엄청 달콤하다, 뾰! 근데 딸기는 우리가 만든 딸기가 더 맛있는 것 같다, 뾰!」

“응, 맞아. 딸기는 농장에서 만든 딸기가 더 맛있어.”

“그래?”

정말로 농장의 딸기로 와플을 만들어봐야겠는걸?

내가 은율이와 규리를 챙겨주는 사이, 어머니는 아꿍이를 챙겨주고 있었다.

-무우! 무우!

아꿍이는 와플의 다른 부분은 먹지 않고 바나나만 맛있게 먹었다.

어머니는 손수 바나나를 골라내서 아꿍이가 편히 먹을 수 있게 해줬다.

“엄마, 그 와플 바나나 없으면 맛없지 않아? 내 거랑 바꿔 먹을까?”

“괜찮아. 이렇게만 먹어도 먹을 만해.”

어머니는 남은 와플을 먹으며 무릎 위의 아꿍이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만족스러웠던 와플 간식 시간이 끝나고. 우리는 다시 공원을 벗어나 걷기 시작했다.

집 근처인데도 평소에 잘 가지 않던 곳까지 걷다가 처음 보는 전자제품 판매장을 발견했다.

원래 이런 매장이 있었었나?

별다른 생각 없이 매장을 바라보다가 집에 에어컨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번뜩 생각났다.

“엄마! 집에 에어컨 필요하지 않아?”

“에어컨? 그냥 선풍기 몇 대만 있으면 되지 않니?”

“에이, 요즘 에어컨 없는 집이 어디 있다고. 조금 있으면 훨씬 더워질 텐데 지금 사러 가자.”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에어컨을 상상하기도 힘들 정도로 어려웠었다.

그때는 더위를 참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이 많았으니…….

하지만 지금은 전혀 그럴 필요가 없었다. 어머니도 다시 건강해졌고, 은행의 계좌도 넉넉해졌다.

어려웠던 시절의 기억 때문인지 어머니는 내키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나는 억지로 어머니를 이끌고 전자제품 매장으로 향했다.

“어서 오세요, 고객님!”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직원 한 명이 쏜살같이 뛰어나와 우리를 맞이했다.

“집에서 쓸 에어컨 좀 보려고 왔는데요.”

“아∼! 정말 잘 찾아오셨어요, 고객님!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여름을 맞이해서 저희 매장에서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거든요. 지금 바로 안내해 드릴게요.”

직원은 신속하게 우리를 에어컨 제품이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

평일 오전임에도 매장 안에는 다른 고객들도 많았다.

혹시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유모차의 아꿍이와 규리에게 잠시만 조용히 있어 달라고 부탁했다.

매장 직원은 최신형 에어컨부터 가장 인기 있는 제품들까지, 하나하나 자세하게 설명해 줬다.

물론 기능이 어떻고, 어떤 최신 시스템이 탑재되어 있고…… 절반은 잘 알아들을 수도 없는 설명이라 대충 고개만 끄덕였다.

“거실에 하나, 어머니 방에 하나, 제 방에 하나 이렇게 설치하려고 하는데요.”

내가 세 대의 에어컨을 설치한다고 하자.

어머니는 깜짝 놀라고, 직원의 눈동자에 불이 켜졌다.

“어머?! 내 방에는 설치해서 뭐하게? 나는 선풍기만 있으면 된다니까.”

“엄마도 여름에 시원하게 자야지. 다른 집도 다 이렇게 설치해.”

“아드님 말씀이 맞습니다, 어머님! 방마다 에어컨을 설치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묶음으로도 상품이 나오거든요. 요즘은 여름이 더워져서 에어컨 없으면 안 돼요.”

“…….”

아직도 망설이는 표정을 짓는 어머니.

“나중에 은율이가 할머니 집에 놀러 오면 시원하게 지내야 할 거 아냐. 그리고 에어컨 없으면 은율이가 더워서 할머니랑 잘 수 있겠어? 은율아, 너도 할머니랑 같이 자고 싶지?”

“응, 할머니랑 같이 자고 싶어.”

역시 우리 은율이! 내 마음을 딱 알아준다니까.

은율이 핑계가 통했는지, 어머니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괜찮겠니?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야?”

“걱정하지 마. 아들 돈 잘 벌고 있으니까. 다 엄마랑 은율이를 위해 버는 거야.”

-무우! 무우!

「뾰! 뾰!」

아꿍이와 규리가 서운하다는 듯 소리를 냈다.

“그래, 알았어! 너희들도 소중해.”

매장 직원이 살짝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유모차를 바라봤지만, 에어컨을 구매하겠다는 말에 금방 영업용 미소를 되찾았다.

구체적인 에어컨 설치 날짜와 매장에서 진행 중인 이벤트에 관해서 설명을 듣던 도중.

갑자기 은율이가 어디론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 은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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