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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115)화 (115/426)

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115화

잠시 농장의 일상(2)

은율이의 귀여운 애교 덕분에 분위기는 한결 차분해졌다.

슬쩍 눈치를 보던 리아네는 빨래가 남아 있다는 핑계로 은율이와 함께 앞마당으로 돌아갔다.

귀엽게 손을 흔드는 여우 소녀가 시야에서 사라지고. 카네프는 담담한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방금 은율이에게 말한 대로 너한테 무리한 일은 시키지 않을 거야. 정말로 나한테 배우기 싫다면, 저놈이나 엘린에게 배워도 상관없어.”

그리고는 팔짱을 끼고 한발 물러섰다.

전적으로 내 선택에 맡기겠다는 의도처럼 보였다.

으음…… 어떻게 하지?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나서서 도와주겠다고 하는데 거절하기는 조금 그랬다.

특히 그 주인공이 카네프라서 더더욱 그렇게 느껴졌다.

하지만 안드라스가 해준 무시무시한 과거 이야기를 들어보면 굉장히 무섭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냥 배워? 아니면 엘린이나 안드라스 씨한테…….

에라 모르겠다!!

“저는 사장님한테 배울게요. 저렇게까지 말씀하시는데 거절할 수는 없죠.”

내가 결정을 내리자 카네프와 안드라스의 희비가 엇갈렸다.

카네프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반면에 안드라스는 염려가 된다는 표정이었지만, 내 의견을 존중하려는 듯 조용히 침묵을 유지했다.

나의 강화 마법 선생님이 정해지자마자 첫 번째 수업이 곧바로 시작됐다.

안드라스는 아직도 걱정스러운지 근처에 아예 자리를 잡아버렸다.

엘프리드는 역시 기대감 가득한 눈빛으로 그 옆에 함께했다.

“너 강화 마법이 뭔지는 알지?”

“모르는데요.”

“마법 체계에 대해서는?”

“그것도 잘…… 그쪽으로는 아예 지식이 없어서요.”

시작부터 카네프의 얼굴에 귀찮음이 떠올랐다.

“야, 안드라스! 네가 설명 좀 해줘.”

“가르치시는 건 카네프 님인데 제가 왜 설명을…….”

“싫어? 그럼 너는 가만히 있어. 내가 직접 마법을 사용해 시범을 보여주면 되니까.”

-촤르르륵!

사슬이 움직이는 공포스러운 소리.

“마, 마법의 체계는 5가지의 속성을 기초로 하고 있습니다.”

안드라스는 본능적으로 시범의 대상이 자신일 될 거라는 걸 직감하고 황급히 설명을 시작했다.

신속한 상황 판단 덕분에 교육용 샌드백 신세를 벗어날 수 있었다.

“강화, 원소, 질서, 파괴, 환상. 이렇게 5가지입니다. 극히 일부분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마법이 5가지의 속성을 기초로 합니다.”

불안했던 시작과는 달리, 안드라스는 점차 안정적으로 설명을 이어나갔다.

“5가지 속성에 대해서는 굉장히 할 이야기가 많지만, 더 복잡한 내용은 아직 필요가 없을 것 같으니 생략하고. 강화 마법에 대해서 설명하겠습니다.”

그는 설명을 중단하고 근처에 있는 나뭇가지를 하나 주워왔다.

평범해 보이는 나뭇가지를 내 쪽으로 내밀며 말했다.

“시현 님, 이 나뭇가지를 한번 부러뜨려보시겠습니까?”

나는 그것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고 양손을 이용해 힘을 가했다.

“어? 으으읏?!”

분명 평범한 나뭇가지인데 아무리 힘을 줘도 부러뜨릴 수 없었다.

한참을 끙끙댄 후에야 나뭇가지는 뚝하는 소리와 함께 부러졌다.

“이게 강화 마법?”

“맞습니다. 대상이 가진 본질적인 속성이나 기운을 강화해 주는 게 강화 마법입니다. 조금 전의 그 나뭇가지는 제가 마법으로 단단함을 강화해 놓은 상태였습니다.”

“오…….”

나는 신기한 표정으로 부러진 나뭇가지를 내려다봤다.

“강화 마법은 대상의 속성을 정확히 파악해야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5가지 속성 중에서 가장 기초적인 마법이라 평가받습니다. 기본적인 설명은 이 정도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안드라스는 말을 마무리하며 한 발 뒤로 물러섰다.

“설명 잘 들었지? 바로 시작해 볼까?”

“에? 이게 끝이에요?”

“그럼 뭐 필요한 게 더 있어?”

“아니…… 뭐, 복잡한 수식이라든지, 어려운 설명 같은 건?”

카네프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강화 마법은 그런 거 없어. 원리만 알면 1시간 안에 다 사용 가능한 마법이니까.”

“제가 생각했던 거랑은 좀 다르네요. 원래 마법이 다 그런 건가요?”

“강화 마법이 쉬운 거야. 저 녀석이 사용하는 질서 마법은 입문하는 데만 책 수십 권은 읽어야 할걸?”

“허어…….”

나는 질린 표정으로 안드라스를 바라봤다. 그는 별일 아니라는 듯 손을 내저으며 웃었다.

“쓸데없는 이야기는 이제 그만하고. 검이나 들어.”

검을 찾으려고 시선을 돌리자마자 엘프리드가 검을 가져다주었다.

곧바로 검을 들고 카네프의 앞에 섰다.

“강화 마법은 이론적인 부분은 엄청 쉽지만, 그만큼 숙련도가 많이 필요해. 가장 기초적인 강화 마법을 알려줄 테니 부지런히 연습해야 할 거야.”

“알겠어요.”

“그럼 먼저 검에 마력을 집어넣어 봐.”

“……그건 어떻게 하는 건데요?”

“못 들었어? 그냥 마력을 집어넣으면 돼.”

“그러니까 그걸 어떻게 하냐고요?”

“……??”

“……??”

우리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봤다.

옆에서 이 상황을 지켜보던 엘프리드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카네프 님. 시현 선배는 인간이라서 설명을 이해하지 못하는 게 아닐까요?”

“저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저쪽 세계의 인간은 마력을 다루는 능력을 선천적으로 가지는 경우가 드물다고 했습니다.”

“아∼! 맞다. 이 녀석 인간이었지?”

카네프는 귀찮아졌다는 표정으로 머리를 벅벅 긁었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

“마족은 그냥 마력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거예요? 어렸을 때 따로 배우는 게 아니라?”

“그렇지. 애초에 배운다는 개념 자체가 없어. 너도 팔이랑 다리 움직이는 법을 따로 배우지는 않았을 거 아냐?”

“그렇…… 죠.”

팔과 다리를 비유해서 설명하니 확실히 체감됐다.

마족의 마법적인 능력이 인간과 하늘과 땅 차이일 수밖에 없는 이유인 것 같았다.

“태생적인 차이는 어쩔 수 없는 일 아니겠습니까?”

“인간은 참 힘들겠어요. 마력을 다루는 방법도 따로 배워야 한다니.”

“그러게 말이야. 나는 답답해서 못 참을 것 같은데.”

“저기요, 여러분? 인간 차별은 그만하시고 마력을 다루는 방법을 좀 생각해 주실래요?”

내 말을 들은 세 명의 마족은 한동안 고민에 빠졌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난 뒤, 셋은 각자의 방법을 내게 설명했다.

“마신의 추종자 중 하나였던 제르무어는 마력과 의지의 밀접한 상관관계를 많은 책을 언급했습니다. 그가 중요하게 여겼던 부분은 깨끗하고 정돈된 생각에서 올바른 의지가 일어나고, 그에 맞춰 마력이 안정적으로…….”

너무나도 장황한 설명을 늘어놓는 안드라스.

“그냥 스윽! 끌어당기면 쑥! 빨려 들어가서 빡! 하고 되는 거 아냐?”

말을 알아들을 수조차 없는 카네프.

“저는 처음 검을 들었을 때부터 검이 나를 부르는 듯한 감각을 느꼈어요. 그 부름에 응답하고 싶어서 정신을 집중하니 자연스럽게 제 마력이 검으로 빨려 들어갔던 것 같아요.”

엘프리드의 설명이 그나마 도움이 되는듯했다.

“으음…….”

검을 들고 몇십 분 동안 이런저런 시도를 해봤지만, 마력을 움직인다는 감각은 너무나도 막연하게 느껴졌다. 지켜보는 세 명의 마족들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때, 리아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현 님, 은율이가 간식 먹고 싶다고 하는데. 제가 챙겨줘도 될까요?”

“아! 시간이 벌써 그렇게 됐나요? 냉장고에 푸딩 넣어놨으니까 챙겨 주실래요? 리아네 씨 것도 있으니까 같이 드세요.”

“감사합니다.”

리아네는 푸딩 이야기에 활짝 미소를 지었다.

입맛을 다시던 그녀는 이상한 분위기를 뒤늦게 깨닫고 걱정스럽게 물었다.

“그런데 무슨 일 있으세요? 모두 표정이 별로 안 좋은 것 같은데.”

나는 마력을 움직이지 못해 고생하고 있는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자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시현 님은 야쿰이랑 있을 때는 자연스럽게 마력을 사용하시잖아요?”

“네? 그게 무슨…….”

“잘은 모르지만, 항상 그렇게 느껴졌거든요. 아, 은율이가 기다릴 것 같아서 저는 먼저 가볼게요.”

리아네는 아리송한 말을 남기고 급히 농장 건물로 향했다.

야쿰이랑 같이 있으면 내가 자연스럽게 마력을 사용한다고? 그게 도대체 무슨 뜻이지?

한참 동안 리아네의 말을 곱씹던 내 머릿속에 실마리가 번뜩 떠올랐다.

아?! 교감 능력!

아마 리아네는 내가 야쿰에게 교감 능력을 사용하는 모습을 그렇게 표현한 것 같았다.

하지만 뭔가를 알아냈다는 기쁨도 잠시, 금방 또다시 새로운 문제에 봉착했다.

교감 능력으로 내 마력이 움직인다는 건 알겠는데, 이 검에 마력을 담는 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계속된 고민에 살짝 짜증이 났다.

일단 되든 안 되든, 뭐라도 해보자는 마음으로 다시 검을 잡았다.

뭔가를 시도하려는 모습에 세 사람의 시선이 조용히 모여들었다.

교감 능력을 사용하면 마력이 움직인다고 했지? 야쿰과 교감하는 느낌…… 야쿰과 교감하는 느낌…….

감정이 있을 리 없는 검을 향해 무작정 교감 능력을 사용했다.

잠시 후.

검을 쥔 손을 통해 뭔가가 빨려 들어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뭔가 되는듯한 느낌에 설렘과 기대감이 가득해졌다.

우렁찬 울음소리를 내는 큰뿔이의 모습을 떠올리며 계속 검에 의식을 집중했다.

그러다 점점 검을 향해 빨려 들어가는 무언가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주 미약했던 흐름이 순식간에 아주 격렬한 흐름으로 변해갔다.

이상함을 느끼고 멈추려 시도했지만, 이미 내 의지로 멈출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콰아아아앗!!

마치 산이 덮쳐오는 듯한 느낌.

끝까지 버티던 의식이 순간 아득해지더니. 온몸이 붕 떠오르는 듯한 감각과 함께 정신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의식이 완전히 가라앉기 전에 카네프와 안드라스의 목소리가 들려온 것 같았다.

* * *

리아네에게 뭔가를 전해 들은 임시현이 다시 검을 들었다.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하던 마족은 기대 반, 걱정 반인 마음으로 그 모습을 지켜봤다.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처음으로 임시현의 몸에서 마력의 흐름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 흐름이 검으로 이어지자 모두 성공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상황은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임시현의 몸에서 엄청난 기운이 솟아나더니, 그 모든 기운이 검으로 흘러 들어가기 시작했다.

“카네프 님? 뭔가 이상합니다.”

“나도 알아!”

안드라스의 말에 카네프는 인상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모두 물러서!”

-촤르르르륵!!

카네프의 손에서 푸른 사슬이 뻗어 나왔다. 사슬은 곧장 임시현과 검을 휘감았다.

안드라스는 아티팩트를 불러내 자신과 엘프리드를 충격에 보호했다.

-우우우우웅!!

-우우우우웅!!

엄청난 기운을 머금은 검이 비명 같은 진동음을 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마력의 폭발과 함께 강력한 충격파가 검을 중심으로 쏟아져나왔다.

카네프는 임시현을 보호하면서 검의 폭발을 최대한 억제했다.

-우르르릉!!

-콰아아앙!!

충격파는 농장을 넘어서.

멀리 떨어진 숲속의 새들까지 놀라 하늘로 날아오르게 했다.

충격의 여운이 사라지고. 수련장 땅바닥에는 카네프의 사슬 파편이 부서져 있었다.

폭주하던 리아네를 가뿐히 막아냈던 걸 생각하면, 충격이 얼마나 강했는지 가늠해 볼 수 있었다.

이 사건의 주인공인 임시현은 다행히 멀쩡한 모습이었다.

“시현 님!”

“시현 선배!”

“괜찮아. 그냥 정신만 잃은 거야.”

깜짝 놀라는 두 사람을 카네프가 진정시켰다.

그의 말대로 임시현이 안전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거죠? 시현 선배가 마력을 움직이는 것까지는 괜찮았던 것 같은데.”

엘프리드의 물음에 안드라스와 카네프의 표정이 굳어졌다.

“맞습니다. 거기까지는 문제가 없었죠. 그런데 갑자기…….”

안드라스는 자기 생각을 확신하지 못하고 말끝을 흐렸다.

“네 생각이 맞을 거야. 나도 그렇게 봤으니까.”

“그럼 정말로 시현 님이 투영(投影) 마법을 사용하셨다는 겁니까?”

“믿기 힘들겠지. 마력도 움직이지 못해서 힘들어하던 녀석이 갑자기 투영 마법을 사용했으니까.”

“그건 말이 안 되잖아요? 투영 마법은 속성 개화를 마친 존재만이 사용할 수 있는 건데…….”

“하지만 이 녀석이 사용한 건 분명 투영 마법이 분명해.”

카네프의 확신에 안드라스와 엘프리드는 입을 벌리고 멍한 표정을 지었다.

투영(投影) 마법.

속성 개화를 통해 경지에 오른 존재만이 사용할 수 있는 마법 중 하나였다.

여기서 그 마법을 펼쳐낼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카네프뿐이었다.

하지만 카네프가 놀라는 이유는 그것 때문이 아니었다.

임시현이 검에 투영했던 엄청난 기운. 그것은 카네프 자신조차도 감당하기 힘든 종류의 것이었다.

‘시현, 너는 도대체 무엇을 투영(投影)하려 한 거야?’

카네프는 편안한 표정으로 누워 있는 임시현의 얼굴을 복잡한 표정으로 내려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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