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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124)화 (124/426)

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124화

농장에서 취미생활(3) 

열정적으로 시작했던 첫 번째 계란말이는 처참하게 실패로 끝이 났다.

정말 웬만해서는 음식을 남기지 않는데. 남은 계란말이는 도저히 먹을 엄두가 나지 않아서 버려야만 했다.

그 뒤에도 몇 번 더 계란말이를 시도해 봤지만, 안타깝게도 음식물 쓰레기만 더 늘리는 결과만 남게 됐다.

“……뒷정리할게요.”

완전히 의기소침해진 리아네가 뒷정리하러 부엌으로 들어갔다. 눈치를 보던 엘프리드가 도와주기 위해 그녀의 뒤를 따랐다.

나는 이해를 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도대체 왜 이런 결과가 나오는 걸까요? 재료나, 조리 과정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는데!”

카네프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에효, 애초에 그런 문제가 아니니까.”

“네? 그럼 뭐가 문제인데요?”

“지난번 야유회 때 리아네가 어떻게 변했었는지 기억나?”

“야유회요?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당연히 기억나죠.”

여러 가지 의미로 많은 일이 있었던 야유회를 떠올렸다. 특히 숨겨져 있던 리아네의 또 다른 모습은 나에게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지금 리아네의 모습은 야유회 때 보여줬던 리아네를 억제한 상태야. 그때처럼 술을 마시거나 특정한 조건이 성립되면 억제된 리아네가 풀려나는 거지.”

“…….”

“그런데 지금의 상태도 완전히 혼돈의 힘을 제어한 게 아냐. 자기도 모르게 조금씩 그 힘을 흘리는 경우가 많거든.”

“설마……?”

“맞아. 리아네는 유달리 요리할 때 그 힘을 제어하지 못해. 혼돈의 힘은 모든 질서와 법칙을 어그러뜨리는데, 그 영향을 받은 음식이 맛있을 리가 없지.”

사장님께 들으며 두 가지 사실이 놀라웠다.

하나는 리아네가 가지고 있는 혼돈의 힘 그 자체가 놀라웠고, 카네프가 그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는 데 또 한 번 놀랐다.

“리아네 씨의 요리에서 뭐가 문제였는지 알고 계셨던 거예요?”

“뭐, 대충은…… 최근에는 예전보다 더 심해진 것 같기도 하지만.”

“그럼 뭐가 문제인지 왜 말씀 안 해주셨어요?”

“딱히 해결할 방법이 있는 일도 아니고. 요리를 가르쳐주겠다고 하니까 그렇게 좋아하는데, 억지로 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잖아.”

“리아네 씨도 알고 계신 거예요?”

“그래. 아마 방금도 요리하면서 힘을 자제하려고 꽤 노력했을 거야. 결국에 결과는 이렇게 나와버렸지만…….”

“…….”

카네프의 말에 잠시 할 말을 잃어버렸다.

리아네가 좋아하는 일을 응원하고 싶어 시작한 일인데,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해결이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야유회 때 폭주하며 괴로워했던 그녀의 모습이 떠올라 더욱 마음이 안 좋았다. 어떻게든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에 계속해서 고민을 해봤다.

“사장님…… 그럼 그 혼돈의 힘만 억제하면 정상적인 요리를 만들 수 있을까요?”

“아마도 그렇겠지. 너도 옆에서 봤다시피 요리방법이나 재료에 문제가 없다는 건 직접 봤잖아.”

“으음…….”

카네프와 대화가 딱 끊어지려는 순간, 부엌 뒷정리를 끝낸 리아네와 엘프리드가 밖으로 나왔다.

나는 뭔가를 결심하고 시무룩해져 있는 리아네에게 다가갔다.

“리아네 씨, 우리 한 번만 더 계란말이 만들어볼래요?”

“……한 번 더요?”

그녀는 자신 없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네. 다시 만들어봐요.”

“하지만…… 또 버리면 재료도 아깝고…….”

“괜찮아요. 이번에는 꼭 성공할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이번에는 무조건 제가 다 먹을게요.”

“서, 선배? 괜찮으시겠어요?”

“야, 너 그러다 골로 간다?”

엘프리드와 카네프가 걱정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나는 그런 두 사람의 반응은 무시하고 리아네의 대답만 기다렸다.

계속 망설이던 그녀는 다시 한번 용기를 내서 입을 열었다.

“그…… 그럼, 한 번만 더 해볼게요.”

* * *

이번에도 준비과정은 특별한 게 없었다.

계란물을 준비하고, 팬에 기름을 두르고 적당히 열을 받도록 조절했다. 이제 계란물을 부을 차례가 되었을 때, 나는 그녀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저기 리아네 씨, 혹시 괜찮으시면 요리를 하는 동안 제가 한 손을 잡고 있어도 될까요?”

“네? 갑자기 손이요?”

“네. 사장님한테 들었거든요. 리아네 씨가 힘을 조절하는데 힘들어하신다고…….”

“…….”

“그래서 혹시나 도움을 드릴 수 있을까 해서요.”

전혀 예상치 못한 제안에 리아네는 크게 당황하며 허둥지둥거렸다.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마음을 가라앉힌 리아네가 머뭇머뭇 왼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얼굴부터 목 아래쪽까지 새빨갛게 물들인 채 수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 내가 말을 꺼내긴 했는데

생각보다 굉장히 부끄럽네…….

내가 부끄러워하면 서로 더 민망해질 것 같았다. 억지로 담담한 척 표정을 유지하며 그녀의 왼손을 조심스럽게 잡았다.

부드러운 그녀의 손이 느껴지자 하마터면 표정을 무너뜨릴 뻔했다.

집중, 집중!

과거 야유회 때 폭주하던 리아네를 억눌렀던 기억을 떠올렸다. 손을 잡고 있어서 그런지 그녀의 몸을 타고 흐르는 거친 기운들이 더욱 잘 느껴졌다.

“리아네 씨, 제가 최대한 조절해 볼 테니까. 아까 같이 만들었던 대로 해보세요.”

“네!”

나와 손을 잡고 있어서 요리과정이 조금 불편해졌지만, 리아네는 남은 한 손만으로도 곧잘 계란말이를 요리해나갔다.

슬쩍슬쩍 요리과정을 살피며 그녀의 기운이 요리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통제했다.

잠시 후.

펜 위에 노릇노릇하게 잘 만들어진 계란말이가 완성됐다. 겉모양뿐만 아니라, 냄새도 평범한 계란말이와 전혀 차이가 없어 보였다.

접시에 계란말이를 조심스럽게 옮겨 담아 카네프와 엘프리드에게 가져갔다. 두 사람은 긴장한 표정으로 계란말이를 살폈다.

“겉보기에는 괜찮은 것 같은데요? 냄새도 이상하지 않고?”

“먹어보기 전까지는 모르는 일이지…….”

망설이는 두 사람보다 먼저 계란말이 한 조각을 집어 들었다. 큰 고민 없이 입안에 던져넣었다.

-우물우물.

직접 계란말이를 만든 리아네 그리고 카네프와 엘프리드의 시선이 나의 얼굴에 고정됐다.

계란말이 한 조각을 꼭꼭 씹어 꿀꺽 삼켰다.

“……맛있어요.”

“정말…… 요? 거짓말하시는 거 아니죠?”

리아네는 못 믿겠다는 얼굴로 물었다.

“아니에요. 정말 평범하게 맛있어요.”

“진짜 맛있다고?”

“선배가 거짓말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요?”

두 사람은 의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계란말이를 집어 먹었다. 그리고 이내 얼굴에 남아 있던 의심은 금방 사라져갔다.

“어? 진짜 맛있잖아?”

“으음! 아까랑 완전 딴판인데요? 리아네 선배!”

카네프와 엘프리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리아네의 얼굴에도 미소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아빠∼!”

그리고 때마침 잠시 위층에 올라가 있었던 은율이와 엘프리드가 돌아왔다. 은율이는 오자마자 계란말이 냄새를 맡고 쪼르르 달려왔다.

“계란말이 냄새! 계란말이 먹을래!”

리아네는 약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내 쪽을 바라봤다. 나는 고개를 끄덕여주며 그녀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줬다.

“은율아, 이거 언니가 만든 계란말이인데. 한 번 먹어볼래?”

그녀는 접시에 계란말이를 담아 은율이 앞으로 가져다줬다. 은율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의 하나인 만큼, 계란말이를 덥석 입안으로 가져갔다.

모든 농장 식구가 숨죽이고 여우 소녀의 반응을 지켜봤다.

-우물우물.

은율이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피어났다.

“맛있어, 리아네 언니!”

“저, 정말?”

“응, 나 더 만들어줘!”

마지막으로 은율이의 인정까지 받게 되자, 리아네는 정말 감동한 표정으로 눈물을 글썽였다.

“시현 님, 드디어 제가 해냈어요!”

“축하드려요. 리아네 씨.”

라아네는 벅차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나에게 와락 안겨들었다. 얼마나 세게 껴안았는지 살짝 답답한 느낌과 함께 기분 좋은 향기가 코끝에 맴돌았다.

그녀의 돌발스러운 행동에 당황스러웠지만, 그녀의 마음이 진정될 때까지 살짝 끌어안아 주었다. 다른 농장 식구들의 시선이 조금 따가웠지만.

“아빠, 나도 같이 안을래!”

질투가 난 은율이까지 억지로 끼어 들었다.

한동안 두 사람을 달래기 위해 꼼짝없이 안겨 있어야 했다.

* * *

손바닥 위에 올려진 작은 돌멩이.

나는 말 없이 돌멩이를 계속 응시했다.

“…….”

잠시 후.

-우우우우웅!!

-파삭!

돌멩이 주변으로 잠시 진동음이 울리더니, 외부의 힘을 버티지 못하고 금방 부서져나 갔다.

“하아…….”

나는 부서진 돌멩이 파편을 손바닥에서 털어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미 바닥 주변에는 작은 돌멩이 파편이 이곳저곳에 흩뿌려져 있었다.

“쯧쯧! 아직도 힘 조절을 못 하다니. 이걸 재능이 없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넘친다고 해야 할지…….”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카네프가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그래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조금만 힘 조절에 더 익숙해지면 금방 괜찮아지실 겁니다.”

안드라스의 위로에 나는 힘없이 웃어 보였다.

지난번 강화마법을 처음 배우고 기절했던 날 뒤로 계속 카네프에게 강화마법을 배우고 있었다.

분명 다른 마법에 비해서 굉장히 쉽다고 들었는데, 나는 아직도 마력을 불어넣는 단계를 넘지 못했다.

애초에 여기서 막히는 경우가 없어서 단계라고 표현하기도 애매한 수준이라고…….

답답한 마음에 괴성을 지르며 땅바닥에 대자로 누워 버렸다.

“으아악! 더는 못해요. 너무 집중했더니 머리가 깨지는 것 같아요.”

“겨우 그 정도 가지고 엄살은…….”

“고생하셨습니다. 시원한 물이라도 드시겠습니까?”

나는 땅바닥에 누운 채로 안드라스에게서 물병을 받아 입가로 가져갔다. 시원한 물 덕분에 어지러웠던 머리가 조금 맑아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카네프는 누워있는 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나 없어도 수련 게을리하지 마. 최소한 하루에 30분은 집중해서 연습해.”

“예? 사장님 없을 때는 절대 수련하지 말라면서요?”

“이야기 안 했었나? 나 며칠 뒤면 농장에 없을 거야. 멀리 가야 할 곳이 있거든.”

“네에?!”

나는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사장님이 농장을 떠나신다고요?”

“뭘 그렇게 놀라? 내가 죄를 짓고 여기에 갇힌 것도 아니고. 원하면 나갈 수도 있지.”

별일 아니라는 듯 말하는 카네프.

나는 뭔가를 생각해내고는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 그렇게 된 거군요?”

“뭐? 그 표정은 뭐야?”

“평소에 보고서를 그렇게 성의 없게 써내시더니…… 결국, 마왕성에서 결단을 내렸나 보군요?”

평소에 근무 태도를 보면 사실 오래 버텼다고 할 수도 있지…….

“너 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예? 농장 책임자 자리에서 잘리신 거 아니에요?”

“잘리긴 누가 잘려!!”

카네프는 화가 난 듯 버럭 소리를 질렀다. 옆에서 지켜보던 안드라스는 끅끅 소리를 내며 웃음을 참지 못했다.

“평소에 너무 대충대충 일하시길래 드디어 쫓겨났나 했죠.”

“꿈 깨!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거니까. 그리고 설령 마왕성에서 내쫓는다고 해도, 나는 계속 여기서 빈둥대면서 지낼 거야.”

“와…… 그것도 나름대로 무서운 상황이네요.”

나는 살짝 김빠진 표정으로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럼 어딜 가시는 건데요? 평소에 그렇게 집 밖에 나가시는 걸 싫어하시더니.”

“카네프 님이 속한 가문의 일 때문에 잠시 농장을 비우시는 겁니다.”

“그…… 유명한 대장장이 가문이라고 했던?”

“맞습니다. 지난번에 말씀드렸던 걸 잘 기억하고 계셨군요.”

카네프는 엄청 귀찮다는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거렸다.

“웬만하면 가고 싶지 않지만. 한 번씩 영지를 관리해야 하는 것도 있으니까.”

“와아…… 사장님 영지도 가지고 계셨어요?”

“내 영지가 아니야. 잠시 대신해서 맡고 있을 뿐이야.”

“그럼 얼마나 자리를 비우시는데요?”

“이 주일 정도 걸릴 거다.”

“이 주일이나요?”

생각보다 긴 부재 기간에 다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

평소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건 아니었지만.

항상 농장을 지킨다고 생각했던 카네프가 자리를 비운다고 하니 기분이 약간 이상했다.

조금 불안하기도 하고

쓸쓸하기도 하고…….

이런 내 마음을 읽었는지, 카네프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게 불안해하지 않아도 될 거다. 최대한 빨리 일 끝내고 돌아올 거니까. 생각 없이 빈둥거리기에는 이곳만 한 곳이 없거든.”

“아니, 뭐, 불안해하는 건 아니고…….”

괜히 민망해진 기분에 어색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실실 웃던 카네프는 조금 진지해진 표정으로 말을 이어나갔다.

“내가 없으면 이제 네가 농장의 관리자야. 무슨 일 있으면 알아서 잘 해결해.”

“저요? 안드라스 씨나 발레리안 씨도 있는데…….”

“두 녀석은 농장에만 묶여 있는 놈들이 아니잖아. 그리고 농장에 대해서는 네가 제일 잘 알면서 누구에게 책임을 떠넘기려고.”

“…….”

“너무 걱정하지 마. 지금까지 했던 대로만 하면 문제없을 거야.”

카네프는 뒤를 부탁한다는 눈빛으로 내 어깨를 무겁게 두드렸다.

“그럼 부탁한다.”

“끄응, 알았어요. 사장님이 돌아오시기 전까지. 농장을 잘 지키고 있을게요.”

옆에 있던 안드라스가 나의 부담을 줄여주려는 듯 말을 걸었다.

“저도 옆에서 최대한 도울 테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그렇겠죠? 겨우 이 주일인데…… 설마 무슨 일이 있겠어요?”

약간의 불안함을 떨쳐내려 내뱉었던 이 말은.

며칠 뒤, 카네프가 농장을 떠나가자마자 어긋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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