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127화
위기의 딸기밭(3)
-파앗!
바람을 가르며 뛰쳐나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내 움직임에 맞춰 엘프리드가 한발 빠르게 글라디온에게 쇄도했다.
엘프리드의 손에서 섬광이 뿜어져 나오고.
-까앙!!
“으윽?!”
날카로운 금속음 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당황한 글라디온의 신음과 함께 그의 손에서 단검이 튕겨 나왔다.
엘프리드 보다 한발 늦게 도달한 나는 글라디온의 손에서 떨어지는 캐시를 안전하게 받아냈다.
“캐시야, 괜찮아?”
“으아아앙, 꽁자님…….”
작은 아기 토끼는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내 품에 안겼다. 이렇게 작고 귀여운 아이에게 단검을 들이밀었다는 사실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소영주님이 공격당했다!”
“모두 전투 준비!”
셀베르크 가문의 기사와 병사들이 우리에게 무기를 겨누며 달려들려는 순간.
-우우우웅!!
-우우우웅!!
안드라스의 아티팩트들이 우리를 엄호하며 병력의 움직임을 억제했다.
“모두 가만히 계십시오. 적대적인 움직임을 보인다면 슈나르페 가문의 아티팩트 기술을 직접 체험하시게 될 겁니다.”
“윽…….”
그가 빠르게 대응한 덕분에 무력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금방이라도 일이 터질 것 같은 긴장감이 주변을 가득 채웠다.
하지만 그 긴장감은 의외로 쉽게 해소됐다.
“아아∼ 됐어. 모두 과하게 반응하지 마. 나는 괜찮으니까.”
“소영주님?”
글라디온이 아무렇지 않다는 듯 기사와 병사들을 진정시켰다. 단검을 잡았던 손에 약간 충격이 있는지 오른손목을 매만졌다.
“아무리 가문에서 쫓겨난 문제아더라도 비겁하게 습격을 하진 않겠죠. 안 그렇습니까, 베르딕 공자?”
역시…….
안드라스의 말대로 글라디온은 우연히 우리를 만난 게 아니었다. 이미 우리의 존재에 대해서 전부 알고 있었다.
엘프리드는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가 그 입을 계속 재수 없게 놀린다면 나도 어떻게 움직일지 모르지.”
“하하, 설마 그러시겠습니까. 그랬다가는 가문에서 쫓겨나는 거로 끝나지 않을 텐데요?”
글라디온은 시종일관 얄미운 표정으로 아픈 부분을 건드렸다. 다행히 엘프리드는 표정을 약간 일그러뜨릴 뿐, 상대의 도발에 넘어가지 않았다.
나는 캐시를 품에 안고 엄마가 있는 곳으로 데려다줬다. 캐시는 엄마의 품으로 돌아가 안정을 되찾았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시현 님…….”
그녀는 캐시를 안고 나에게 거듭 고개를 숙였다. 그녀가 어떤 심정으로 나에게 사죄하는지 알기에, 최대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그녀를 위로했다.
“괜찮아요. 너무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
“꽁자님…….”
캐시는 엄마 품에 안겨 글썽글썽한 눈망울로 나를 올려다봤다. 나는 피식 웃으며 아기 토끼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줬다.
“나중에 보자, 캐시야.”
짧은 인사를 남기고 두 사람을 뒤로했다.
아직도 대치상태 중인 글라디온과 엘프리드 쪽으로 다가갔다. 자연스럽게 글라디온의 시선이 나에게로 향했다.
“특이하신 분이군요. 마족의 뿔도 없으면서, 슈나르페 가문과 베르딕 가문의 인물을 수족으로 부리다니…….”
“두 분과는 그런 관계가 아닙니다. 같은 동료로서 도움을 받고 있을 뿐입니다.”
나의 뾰족한 반응에도 그는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소영주면 장차 영지를 다스릴 책임이 있는 위치 아닌가요? 영지의 주민들을 이렇게 함부로 다뤄도 되는 겁니까?”
“옳으신 말씀입니다. 하지만 아까도 말했다시피 이들은 영지에 빌붙은 쓰레기나 다름없습니다.”
“…….”
“거기다 소영주의 말을 무시하고, 중죄를 저지른 범죄자들을 숨겨주려 하고 있으니. 모두 이 자리에서 처형시켜도 모자랍니다.”
글라디온이 ‘처형’이라는 단어를 강조하며 눈을 차갑게 빛냈다. 마치 나에게 마을 사람들 모두를 처형하겠다고 협박을 하는 것 같았다.
“……제가 그렇게 두지 않겠다면요?”
“영지 내부에서 일어난 일은 그 누구도 관여할 권한은 없습니다. 아무리 슈나르페, 베르딕 가문 출신의 두 분이라고 해도 그런 무례한 행동을 하시지는 않겠죠.”
안드라스와 엘프리드의 표정으로 보아 지금의 행동도 꽤 부담스러운 듯했다. 만약에 가문 간의 문제로 번진다면 여러 가지로 상황이 골치 아파질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나는 두 사람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는 않았다.
“도시에 침입한 자들을 찾는다고 했었죠? 만약에 내가 침입자의 정체를 알려준다면…….”
“시현 님!”
“시현 선배!”
“안돼, 시현!”
다른 사람들의 다급한 외침에도 나는 꿋꿋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아까 약속한 대로 더는 마을 사람들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을 겁니까?”
“물론이죠. 제가 납득할 만한 대답이라면 당연히 그렇게 할 겁니다. 셀베르크 가문의 이름을 걸고 약속드리죠.”
글라디온은 기대감에 찬 얼굴로 눈을 빛냈다.
아마도 그는 처음부터 이런 상황을 준비한 거겠지…… 함정이나 다름없다는 걸 알지만, 나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당신이 찾는 침입자는 저입니다. 붉은 어금니라는 범죄 조직이 아이를 납치했기 때문에 벌인 일입니다.”
나는 도시에 침입했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했다.
엘프리드는 인상을 찡그렸고, 안드라스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안타까운 표정으로 고개를 떨궜다.
글라디온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퍼져나갔다.
“이런! 전혀 생각지도 못한 분이 스스로 죄를 인정하셨군요.”
“…….”
그는 전혀 몰랐다는 듯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 물론 여기에 있는 모든 사람이 그것이 가증스러운 연기라는 것을 금방 눈치챘다.
“그런데 아직 당신의 신분은 밝히지 않은 것 같은데…… 정확히 신분을 밝혀주시겠습니까?”
나는 담담하게 마계에서 내가 가지고 있는 신분을 밝혔다.
“저는…… 마왕님께 ‘카디스’의 칭호와 ‘에스테르’의 지위를 인정받은 임시현이라고 합니다.”
처음으로 많은 사람 앞에서 칭호와 에스테르의 지위를 밝혔다. 마을 사람들의 얼굴에는 놀라움이 가득해졌다.
“마왕님께서 인정한 에스테르님을 이런 상황에서 만나게 되다니…… 굉장히 유감스럽군요.”
유감스럽다고 말하는 글라디온의 얼굴에는 싱글벙글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그는 약속했던 대로 기사와 병사들에게 물러날 것을 명령했다.
그의 말에 따라 기사와 병사들은 무기를 집어넣고, 억압하고 있던 마을 사람들을 모두 풀어주었다.
“약속한 대로 오늘은 이만 물러나도록 하겠습니다. 짧은 만남이 아쉽기는 하지만, 머지않아 또 뵙게 될 일이 있을 것 같군요.”
글라디온은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 채, 미련 없이 병력을 이끌고 마을을 떠나갔다.
셀베르크 가문의 사람들이 마을을 떠나자. 마을 사람들은 긴장으로 굳어있던 표정을 풀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 *
셀베르크 가문과 만나고 바로 다음 날.
나에게 한 통의 편지가 안드라스를 통해 전달됐다. 바로 셀베르크 가문에서 내게 보낸 편지였다. 아무래도 중요한 내용일 것 같아서 안드라스에게 편지 해석을 부탁했다.
대신 편지를 읽어 내려가는 안드라스는 표정이 점점 굳어졌다.
“역시 셀베르크 가문이 노린 건 시현 님이었군요.”
“무슨 내용인가요?”
“시현 님께서 셀베르크 가문에 여러 가지 피해를 줬다는 내용과 그 증거에 대한 설명. 그리고 피해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셀베르크 가문은 내가 여러 가지 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첫 번째는 자신들의 소유한 도시에 무단으로 침입하고, 불을 질러 재산에 피해를 준 죄.
두 번째는 영지민을 영주의 허락 없이 마음대로 데려가 노동에 동원한 죄.
세 번째로 에스테르라는 지위를 이용해, 셀베르크 가문의 명예를 더럽힌 죄.
이 세 가지가 그들이 주장하는 나의 죄였다.
“첫 번째는 어쩔 수 없다고 해도. 두 번째, 세 번째는 완전 억지를 부리는 수준입니다. 영지민 고용에 허락을 받는 것도 사문화된 법이나 다름없고, 명예를 더럽혔다는 것도 저들의 일방적인 주장입니다.”
“안드라스 선배의 말이 맞아요.”
엘프리드도 그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안드라스는 편지를 계속 읽어내려가다가 흠칫 몸을 떨었다.
“이런…….”
“왜 그러세요?”
“셀베르크 가문에서는 피해에 대한 보상으로 딸기밭의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
“완전 도둑놈 심보 아냐?!”
딸기밭을 원한다는 말에 엘프리드가 흥분해서 소리쳤다.
“그리고 셀베르크 가문 쪽에서 정식으로 시현 님께 명예 결투를 신청했습니다.”
“명예…… 결투?”
‘명예 결투’가 언급되자 안드라스와 엘프리드의 표정이 사정없이 구겨졌다. 의아해하는 내 표정을 보고 안드라스가 추가로 설명을 이어나갔다.
“귀족끼리 분쟁이 생겼을 때, 서로의 명예를 걸고 결투를 벌이는 의식입니다. 결투에서 이기면 원하는 대로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권한이 생깁니다.”
“그러니까 저에게 결투를 신청했다는 거죠?”
“네. 지난번에 봤던 셀베르크 가문의 소영주가 직접 시현 님에게 결투를 신청했습니다.”
멍한 표정으로 허공을 바라봤다.
정말 영화나 소설 속에서나 볼법한 결투 신청을 받게 될 줄이야…… 그것도 무려 딸기밭이 걸려 있는 결투였다.
나는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안드라스를 바라봤다.
“그럼 어, 어떻게 해야 하죠?”
“방법은 두 가지밖에 없습니다. 결투를 받아들이든가, 아니면 무시하든가.”
“결투 신청을 무시해도 되나요?”
“가능은 합니다만, 이것도 완전한 해결책은 아닙니다. 명예 결투를 회피하면 어쩔 수 없이 불이익이 따릅니다. 아마 이것을 근거로 딸기를 거래하는 상인들의 출입을 막거나, 마왕성에 정식으로 딸기 판매 금지를 요청할 수도 있을 겁니다.”
두 가지 방법 다 그다지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못했다. 말 그대로 진퇴양난인 상황.
“아무래도 셀베르크 가문에서는 철저히 지금의 상황을 준비한 것 같습니다. 어쩌면 붉은 어금니가 움직였던 것도 셀베르크 가문이 뒤에서 술수를 부렸을 가능성이 큽니다.”
“붉은 어금니는 범죄 조직이잖아요?”
“아무리 범죄 조직이라고 해도 영지를 다스리는 가문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때에 따라서는 은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할 수도 있죠.”
“그럼…….”
안드라스의 설명에 지금까지 있었던 사건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붉은 어금니의 습격…… 미루의 납치…… 구출…….
그리고 셀베르크 가문의 등장까지.
모든 게 자연스럽게 이어졌지만, 한 가지 의문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만약에 모든 걸 셀베르크 가문에서 계획한 일이라면, 왜 이렇게 늦게 행동한 거죠? 그전에도 언제든지 움직일 기회가 있었을 텐데…….”
내 물음에 안드라스는 잠시 고민을 하더니 조심스럽게 대답을 내놓았다.
“확실한 건 아니지만. 아마 그들은 최대한 변수를 없애고 싶었을 겁니다.”
“……?”
“지금 농장에서 가장 큰 변수가 사라진 상태이지 않습니까?”
“그게 무슨…… 아?!”
안드라스가 말하는 농장의 최대 변수.
바로 잠시 자리를 비운 카네프였다.
“정말 그것까지 생각해서 계획을 세웠단 말이에요?”
“저라면 그렇게 했을 것 같습니다. 카네프 님이 이 시기에 가문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대단한 비밀도 아니니까요.”
여유롭게 웃고 있던 글라디온의 모습이 떠올랐다. 이렇게 철두철미하게 계획을 세웠을 줄이야…….
“죄송합니다, 시현 님.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먼저 예상했어야 했는데…….”
“그런 말씀 마세요. 안드라스 씨 잘못이 아니잖아요.”
안드라스는 정말로 크게 상심한 듯 얼굴을 어둡게 했다. 나는 애써 밝은 목소리로 그를 위로했다.
“시현 선배 말이 맞아요. 그리고 아직 끝난 게 아니에요. 분명히 방법이 있을 거예요.”
엘프리드도 함께 위로하자 안드라스는 다시 고개를 들었다.
“죄송합니다. 엘린 군의 말대로 아직 끝난 게 아닌데…… 저도 나름대로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마왕성에도 저희들의 억울한 부분을 알리고, 리안에게도 조언을 부탁해 보겠습니다.”
“저도 최대한 방법을 찾아볼게요.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시현 선배!”
“그래! 모두 열심히 해봅시다.”
우리는 아직 방법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품고 서로의 기운을 북돋아 줬다.
* * *
셀베르크 가문에서 편지가 도착하고 다시 이틀이 흘렀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아직 이렇다 할 해결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덕분에 나는 약간 침울한 표정을 한 채, 축사에서 아기 야쿰들을 돌보고 있었다.
“하아…… 어쩌지 얘들아? 이러다 너희들이 좋아하는 딸기를 전부 뺏기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무우우?
-무우! 무우!
얌꿍이와 아꿍이는 우울한 내 마음을 눈치채고 몸을 비비적거리며 애교를 부렸다. 녀석들의 행동은 기특했지만, 나의 입가에는 씁쓸한 미소만 걸릴 뿐이었다.
그때.
-우우우웅!
축사 바깥쪽에서 마력의 파동이 느껴졌다. 누군가 농장으로 차원을 도약해서 올 때마다 느껴지는 파동이었다.
음? 안드라스 씨가 오셨나?
나는 아기 야쿰들을 떨어뜨려 놓고 천천히 축사 밖으로 나섰다. 커다란 덩치의 안드라스를 찾으며 농장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런데 울타리 쪽에서 안드라스의 반도 안 될 것 같은 작은 뒷모습이 보였다. 농장의 식구라면 곧바로 알아차렸을 텐데. 완전히 처음 보는 뒷모습이었다.
조심스럽게 낯선 방문자에게 다가섰다.
“저기…… 누구세요?”
내 말을 들은 방문자의 고개가 느릿하게 내 쪽으로 향했다. 8살? 9살? 그쯤 돼 보이는 남자아이가 투명한 눈동자로 나를 올려다봤다.
칠흑같이 어두운 머리칼과 눈동자.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아주 커다란 마족의 뿔과 깊은 눈동자를 가진 남자아이였다.
“네가 농장에서 일하고 있다던 에스테르인게냐?”
겉모습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뜬금없는 말투에 나는 당황하며 말을 더듬었다.
“네? 어…… 음, 맞아. 그런데 너는 누구니?”
“나는 베르딕 가에서 왔다. 아무래도 그 천둥벌거숭이 같은 놈은 없나 보군.”
베르딕 가? 거긴 엘프리드의 가문이잖아?
그러고 보니 남자아이의 겉모습에서 약간이나마 엘프리드의 모습이 연상되는 것 같았다.
“혹시 엘린의 동생이니? 아니면 친척?”
남자아이의 눈빛이 순간 묘해졌다.
“엘린…… 여기서는 그 아이를 그렇게 부르는 모양이구나.”
“……??”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 때쯤, 누군가 허겁지겁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처음에 찾으려 했던 커다란 덩치의 안드라스였다.
“허억, 헉! 여기 계셨군요. 갑자기 사라지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먼저 구경 좀 하고 있었느니라. 이야기는 이미 여러 번 들었지만, 이렇게 얌전한 야쿰들의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다니…… 정말 오래 살고 볼 일이구나.”
계속 애늙은이 같은 말을 사용하는 남자아이.
나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안드라스에게 물었다.
“저기…… 안드라스씨? 이 아이는 누구예요? 베르딕 가에서 왔다던데. 혹시 엘린의 동생인가요?”
“허업!! 그게 아닙니다. 이분은…….”
“……?”
“엘린 군의 할아버님 되시는 분으로, 베르딕 가문의 전대 가주님이십니다.”
“……??!!”
생각지도 못한 정체에 나는 순간 정신이 멍해졌다.
남자아이는 이런 내 반응이 즐거운지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잘 부탁한다. 새로운 시대의 에스테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