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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145)화 (145/426)

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145화

사장님이 뿔났다(4)

나와 안드라스, 그리고 엘프리드는 벌꿀 맥주를 가지고 황급히 농장으로 돌아왔다.

조금 있으면 벌써 저녁을 먹을 시간.

나는 황급히 음식을 만들 준비를 했다.

필요한 요리 재료를 구하기 위해 잠시 저쪽 세계에 있는 발레리안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죄송합니다, 리안 씨. 업무로 바쁘실 텐데 갑자기 이런 부탁을 드려서…….”

-하하, 괜찮습니다. 아무리 바빠도 제가 어떻게 시현 씨의 부탁을 거절하겠습니까. 그리고 어떤 의미에서는 농장의 비상사태라고 할 수 있으니 최대한 협력하겠습니다.

“말씀해 주신 재료들을 준비해서 연락해 주시면 엘린이 차원문 앞까지 가지러 갈 거예요.”

-이번에 카네프 님을 위해서 제대로 준비하시려는 모양이군요. 저도 최대한 빨리 재료를 준비해서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런데…….

발레리안은 은근한 목소리로 물었다.

-벌꿀 맥주가 그렇게 맛이 좋습니까?

나는 진지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지금까지 마셔본 맥주 중에서 단언컨대 최고였습니다.”

진심 200% 가득한 나의 대답에 발레리안이 입맛을 다시는 소리가 들려왔다.

-혹시 오늘 저녁 식사에 한 자리를 더 부탁드려도 될까요? 지난번 야유회 때 참석하지 못해서 아쉬웠거든요. 이번에는 꼭 참석하고 싶은데…….

“물론 되죠. 부담가지지 말고 오세요. 리안 씨 자리도 함께 준비할 테니까.”

-벌써 저녁 시간이 기다려지는군요. 말씀해 주신 재료가 준비되면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발레리안의 도움으로 가장 급했던 재료 준비는 해결됐다.

나는 곧바로 양팔을 걷어붙이고 부엌으로 향했다. 부탁한 재료가 도착하기 전까지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안드라스는 가져온 맥주통을 시원하게 유지하기 위한 아티팩트를 설치하는 중이었고, 리아네와 엘프리드는 나를 돕기 위해 대기했다.

“시현 선배, 무슨 음식을 만드실 생각이세요?”

“내가 사는 곳에서는 맥주 하면 무조건 떠오르는 음식이 있거든. 오늘은 그걸 만들어볼 생각이야.”

“오오. 그럼 당연히 맛있는 거겠죠?”

“어떤 음식인데요?”

저쪽 세계의 요리를 많이 맛본 두 사람의 눈동자에 기대감이 가득해졌다.

평소 같았으면 그 기대감을 부담스럽게 생각했을지 모르겠지만, 오늘은 전혀 부담된다거나 두렵지 않았다.

“치킨과 맥주! 우리는 보통 줄여서 치맥이라고 불러요.”

왜냐면 오늘은 ‘치’트키를 쓸 예정이니까.

* * *

발레리안의 보내준 재료가 도착하자마자 본격적으로 치킨을 만들 준비를 해나갔다.

과거 수많은 아르바이트로 어머니와 나의 생계를 유지하던 시절, 치킨집에서 직접 치킨을 튀겼던 경험이 있었다.

물론 프랜차이즈 치킨 가게라 대단한 비법을 배워온 것은 아니지만. 간단히 소스를 만드는 방법과 기름 앞에서 직접 땀 흘리며 배운 튀김 기술은 아직도 머릿속에 선명히 남아 있었다.

잘 손질된 닭고기를 깨끗한 물에 씻어주고, 비린내 제거를 위해 우유에 재웠다.

잡내를 제거하는 동안 묽은 반죽과 튀김가루 그리고 소스를 준비했다.

시간에 맞춰 닭고기를 다시 깨끗이 씻어 소금과 후추로 적절히 밑간을 해줬다. 그리고 묽은 반죽과 튀김가루를 순서대로 꼼꼼히 잘 입혀줬다.

이제는 가장 중요한 튀기는 작업이 남았다.

치킨을 튀기는 일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름 온도와 튀기는 시간!

기름 온도가 충분히 올라오고. 나는 시험용으로 적당한 크기의 닭고기 하나를 조심스럽게 기름에 넣었다.

-치이이이익!!!

-파파팟!!

마치 비가 떨어지는 것 같은 튀김 소리가 흘러나오고, 주변에 고소한 기름 냄새가 물씬 퍼져 나왔다.

닭고기에 잘 입혀진 반죽과 튀김가루가 노릇노릇하게 익어갔다.

잠시 후.

적당히 익은 닭고기를 꺼내 기름을 털어내고 준비된 그릇 위에 올려뒀다.

엘프리드와 리아네의 시선이 완성된 치킨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

“이게 치킨…….”

“꿀꺽…….”

금방이라도 입에서 침이 떨어질 것 같은 모습에 나는 치킨을 세 조각으로 나눴다. 그리고 각자 한 조각씩 나눠줬다.

세 사람의 입으로 갓 튀겨진 치킨이 쏙 들어갔다.

“…….”

“…….”

“…….”

치킨을 맛본 우리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아니, 정확히는 말을 할 필요가 없었다. 서로의 눈빛과 표정만 봐도 모두 같은 생각이라는 게 너무나도 확실했으니까.

치킨의 고소한 기름 냄새, 바삭한 튀김의 식감 안쪽에 뜨겁고 촉촉한 닭고기의 속살까지…….

갓 튀겨낸 치킨의 맛은 감동적이라 표현하고 싶을 만큼 맛있었다.

이렇게 맛있는 치킨에 벌꿀 맥주까지 함께 한다면.

이건 정말 참을 수 없는 조합이지 않을까?

다시 한번 ‘치’트키의 위력을 확인한 나는 망설임 없이 닭고기를 튀겨내기 시작했다. 주방에는 아까보다 커다란 빗소리가 끊이지 않고 울려 퍼졌다.

* * *

급하게 준비를 하다 보니 평소보다 조금 늦은 시간에 식사준비가 완료됐다. 농장 식구들과 오랜만에 함께하러 온 발레리안이 자리했다.

식탁 위에 메인 자리에는 후라이드와 양념 치킨.

그 옆에는 양배추를 잘게 썰어 만든 샐러드와 새콤달콤한 치킨 무. 그리고 안주로 유명한 콘치즈와 은율이가 좋아하는 계란말이. 마지막으로 차갑게 준비된 벌꿀 맥주까지.

급하게 준비한 것 치고는 꽤 만족스럽게 식탁을 채웠다.

농장 식구들은 맛있는 음식들을 눈앞에 두고 침을 꼴딱꼴딱 삼켰다. 모두가 아직 채워지지 않은 한 자리의 주인을 기다렸다.

발레리안이 초조한 표정으로 물었다.

“카네프 님에게 말씀은 드린 거죠?”

“네, 준비가 끝나자마자 카네프 님에게 말씀드렸어요. 어렵게 벌꿀 맥주도 구해왔고, 오늘은 맛있는 음식으로 준비했다고요. 물론 이번에도 대답은 안 하셨지만…….”

리아네는 자신 없는 말투에 모두의 표정에 불안함이 생겨났다.

-꼬르륵…….

내 옆에서 꼬르륵하는 소리가 울렸다. 나는 배고픔을 참고 있는 은율이를 안쓰럽게 내려다봤다.

“은율아, 많이 배고프지? 사장님이 늦게 오시는 것 같으니까 먼저 먹을까?”

내 물음에 은율이는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사장님 오면 먹을래. 다 같이 먹었으면 좋겠어.”

식탁 앞에 앉은 모든 사람이 은율이를 훈훈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나도 그 기특한 마음을 존중하기 위해 조금만 더 기다려 보기로 했다.

준비된 음식들이 식어 맛이 없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들던 그 순간.

-저벅저벅.

식당 입구에서 발걸음 소리와 함께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여전히 부스스한 머리에 나른한 표정의 카네프였다. 그는 평소처럼 천천히 자신의 자리로 다가가 자리에 앉았다.

긴장하고 있던 모든 이들의 표정에 살짝 미소가 생겨났다. 카네프는 이런 분위기가 마음에 안 드는지 괜히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툭 내뱉었다.

“뭐? 내가 밥 먹으러 나온 게 마음에 안 들어?”

모두가 재빨리 얼굴에서 미소를 숨기며 표정을 관리했다. 오로지 은율이만 계속 싱글벙글한 얼굴로 카네프를 바라봤다.

그 시선을 느낀 카네프는 차마 은율이에게는 뭐라 하지 못하고 부자연스럽게 시선을 돌렸다.

약간 어색한 분위기 속, 발레리안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분위기를 주도했다.

“오랜만에 이렇게 모두 모이니까 정말 좋네요. 듣기로는 특별한 맥주도 준비됐다고 하던데. 음식이 식기 전에 빨리 맛보죠.”

“여기 시현 님이 어렵게 구해오신 벌꿀 맥주입니다. 모두 한 잔씩 나눠드리겠습니다.”

안드라스는 너구리 영감에게서 받아온 벌꿀 맥주를 잔에 담에 모두에게 나눠주었다.

그의 아티팩트 덕분에 맥주의 시원함이 잘 유지돼있었다.

식탁 주변에 벌꿀 맥주의 향기로운 향이 은은히 퍼져나갔다. 카네프도 그 향기가 마음에 들었는지, 심통 났던 표정이 어느새 부드럽게 변해있었다.

모두의 시선이 다시 카네프 쪽으로 향했다. 그 시선을 의식한 그는 천천히 벌꿀 맥주가 담긴 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꿀꺽, 꿀꺽!

카네프는 꽤 많은 양의 맥주를 한 번에 들이켰다. 그리고 잔을 입에서 뗌과 동시에 시원한 미소가 입가에 걸렸다.

“맛있네…… 좋은 맥주야.”

그 말을 시작으로 나머지 사람들도 벌꿀 맥주를 맛보기 시작했다.

“와아…… 너무 맛있어요.”

“향이 정말 독특하네요. 벌꿀, 꽃, 나무 향이 입안에서 계속 맴돌고 있어요.”

“벌꿀로 이런 술을 만들 수 있다니…… 선배, 당장 벌꿀로 만들어야 할 것 같은데요.”

모두가 벌꿀 맥주 맛에 감탄을 터뜨렸다.

나도 잔에 담긴 맥주를 입으로 가져갔다.

너구리 영감의 지하실에서 맛봤을 때보다 차가워서 그런지, 시원하고 상쾌한 느낌이 배가되는 것 같았다.

맛있는 맥주를 맛본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고소한 냄새의 치킨으로 손을 옮겼다. 맥주의 여운이 사라지기 전에 따끈따끈한 치킨이 모두의 입안으로 들어갔다.

“……!!”

“……!!”

그 뒤에는 따로 설명할 것도 없었다.

카네프는 물론이고 나머지 농장 식구들도 치맥의 맛에 홀딱 빠져 버렸다.

각자의 잔에는 맥주가 계속 비워졌다 채우기를 반복했고, 넉넉하게 준비한 치킨은 빠른 속도로 사라져갔다.

은율이는 당연히 벌꿀 맥주는 맛볼 수 없었지만, 치킨이 마음에 들었는지 작은 입을 오물거리며 계속 손을 움직였다.

나는 흐뭇하게 그 모습을 바라보며 치킨을 먹기 좋게 잘라줬다.

맛있는 술과 음식 덕분일까?

어색했던 분위기는 금방 사라지고, 식탁 위에는 농장 식구들의 즐거운 웃음소리와 이야기가 끊이질 않았다.

그걸 지켜보는 카네프의 얼굴에도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나는 그의 눈치를 보다가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사장님, 오늘 준비한 맥주랑 치킨은 마음에 드세요?”

“뭐, 괜찮네. 예전에 맛봤던 벌꿀 맥주만큼 맛있지는 않지만, 네가 가져온 이 맥주도 나쁘지 않아. 그리고 이 치킨이랑도 정말 잘 어울리고.”

“그…… 지난번에 맥주 일은 제가 잘못했어요. 사장님한테 허락을 먼저 구했어야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 마음대로 했던 것 같아요. 정말 죄송해요.”

내는 지난번의 맥주 사건에 잘못을 빌었다. 카네프는 잠시 나를 바라보더니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죄송해할 것 없어. 그때 화가 난 건 진심이었지만, 생각해 보면 어차피 네가 가져다준 맥주들이었고. 너는 너 나름대로 그 영감탱이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싶었던 거잖아?”

“…….”

“나도 너무 과하게 화를 냈던 것도 있으니까 이제 신경쓰지 마. 그리고…….”

그는 잔에 남아 있던 벌꿀 맥주를 시원하게 전부 들이켰다.

“그 덕분에 이렇게 맛있는 맥주를 맛봤잖아? 영감탱이는 이렇게 맛있는 맥주를 못 먹어봤다고 생각하니까 굉장히 기분이 좋아졌거든.”

카네프는 살짝 사악하게 웃으며 눈을 빛냈다.

다행히 그의 기분이 풀린 것 같아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옆에서 우리의 대화를 지켜보고 있던 은율이가 불쑥 끼어들었다.

“사장님, 이제 화 안 났어?”

은율이가 귀엽게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자, 카네프는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 화 안 났어. 그동안 걱정시켜서 미안해.”

“헤헤, 괜찮아.”

그는 배시시 웃는 은율이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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