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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150)화 (150/426)

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150화

부화(2) 

-삐이익! 삐이익!

-삑! 삐이익!

두 마리의 새끼 그리핀이 크게 울음소리를 냈다. 이미 여러 번의 경험으로 배가 고플 때 보내는 신호라는 걸 쉽게 알아챘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며칠을 굶겼다고 생각할 정도로 서럽게 울어대는 녀석들…….

나는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새끼 그리핀들을 내려다봤다.

“알았어. 금방 맘마 줄 테니까 조금만 참아. 너희들은 정말 뒤돌아서면 배가 고프구나?”

나는 새끼 그리핀들을 달래며 녀석들의 식사를 준비했다. 그래도 식사 준비는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녀석들에게 먹일 꿍유 한 병과 숟가락, 지저분해지지 않게 받쳐줄 깨끗한 손수건이 전부였다.

“시현 님, 여기 꿍유를 따뜻하게 데워왔어요.”

“고마워요, 리아네 씨.”

나는 리아네에게 약간 뜨겁게 데워진 꿍유를 받아들었다. 새끼 그리핀들은 꿍유 냄새를 맡고 더욱 적극적으로 나를 향해 입을 벌렸다.

그리핀들이 알에서 부화하고 5일이 지났다.

그사이 녀석들은 몸을 덮고 있는 솜털이 조금 더 빵빵해지고, 반쯤 감겨있던 눈은 완전히 초롱초롱해졌다.

열심히 먹고 자고는 일을 반복하더니. 태어날 때 살짝 야위었다 느껴졌던 몸이 어느새 빵빵해졌다.

움직임도 많이 활발해졌는데 아직 임시로 만들어 놓은 보금자리를 벗어나지는 못했다. 그래도 가까이 가면 나를 알아보고 울음소리를 내며 반기는 모습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었다.

눈이 땡글땡글한 작은 솜 인형을 보는 것 같았다.

나는 살짝 뜨거운 꿍유를 숟가락에 담아 조금 식힌 뒤, 자연스럽게 입을 벌리는 새끼 그리핀에게 조금씩 먹여주었다.

내가 주는 대로 넙죽넙죽 받아먹는 모습이 묘한 성취감을 느끼게 해줬다.

방금 꿍유를 가져온 리아네와 어느새 옆으로 다가온 은율이도 흐뭇하게 이 장면을 구경했다.

“아빠, ‘그리’, ‘피니’ 둘 다 꿍유를 잘 먹는 것 같아.”

“그러게, 처음에는 입 밖으로 흘리는 게 반이었는데, 지금은 하나도 안 흘리고 잘 받아먹네.”

‘그리’와 ‘피니’

두 새끼 그리핀들에게 지어준 이름이었다.

들으면 금방 알 수 있듯이 ‘그리핀’이라는 이름을 둘로 나눠서 간단히 지어준 이름이었다.

새끼 그리핀들의 이름을 놓고 식구들 사이에 진지한 토론이 열렸었다.

각자 나름의 이유를 들어가며 여러 가지 이름을 내놓았는데. 결국에는 은율이가 제시한 ‘그리’와 ‘피니’로 결정됐다.

많이 단순한 이름이었지만.

그만큼 직관적이고 간단해서 부르기 편했고 어감도 나쁘지 않았다. 그래서 첫째 그리핀에게 ‘그리’, 둘째 그리핀은 ‘피니’라는 이름을 붙이게 됐다.

은율이는 자신이 생각한 이름이 새끼 그리핀의 이름으로 사용되자 무척이나 기뻐했다.

그리고 자기가 지은 이름에 자부심을 느껴서인지, 아직 이름을 알아들을 수 없는 새끼 그리핀들을 꼬박꼬박 이름으로 불렀다.

배불리 꿍유를 받아먹은 새끼 그리핀들은 드디어 만족했다는 표정으로 잠잠해졌다.

녀석들은 아직 짜리몽땅한 네 다리를 열심히 움직이더니 내가 있는 쪽으로 슬금슬금 다가왔다.

손으로 두 새끼 그리핀을 들어 무릎 위에 올려주었다. 그러자 녀석들은 자연스럽게 허벅지 위에 몸을 말고 자리를 잡았다. 완전히 나를 믿고 의지하는 모습이었다.

리아네와 은율이는 이 모습을 부럽다는 듯 쳐다봤다.

그리와 피니는 태어나자마자 나를 보호자로 인식했는지,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의 접근은 굉장히 불안해했다.

내가 없을 때 누군가 가까이 다가오면 목이 터지라 울어대며 나를 찾기 일쑤였다.

부모가 따로 있었던 아기 야쿰들과는 다르게, 새끼 그리핀들에게는 의지할만한 존재가 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아기 야쿰이 태어났을 때보다 새끼 그리핀들에게 더 신경이 쓰였다.

어느새 곤히 잠든 새끼 그리핀들을 보며.

얼른 자라서 농장 식구들과도 친해지고, 은율이와도 즐겁게 놀 수 있는 날이 빨리 찾아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 *

“오오…… 거짓말이 아니었군요. 정말…… 정말로 그리핀의 알을 부화시키셨을 줄이야!”

알에서 태어난 새끼 그리핀을 본 베베토가 감격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는 멍하니 새끼 그리핀을 바라보다가 홀린 듯 손을 내밀었다.

“안 돼! 아빠가 아무렇게나 만지면 안 된다고 그랬어!”

은율이가 뾰족한 목소리로 경고했다. 베베토는 깜짝 놀라며 허둥지둥 손을 거둬들였다.

“죄, 죄송합니다, 아가씨.”

“아무래도 깨끗하게 씻은 손이 아니라면 이 녀석들을 직접 만지지 않는 게 좋습니다. 아직은 병이나 세균에 취약할 수 있으니까요.”

“그렇군요.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베베토는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연거푸 고개를 숙였다. 대신 새끼 그리핀들과 가까운 곳에서 이리저리 그들의 모습을 살폈다.

“건강에는 이상이 없는 겁니까?”

“네. 다행히 두 녀석 모두 건강하게 자라고 있습니다. 먹는 것도 아주 잘 먹고 있고요.”

내가 베베토와 이야기를 나누는 와중에도 새끼 그리핀들은 오로지 나를 초롱초롱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녀석들에게 손을 내밀자. 얼굴과 몸을 비비적거리기도 하고, 부리로 살짝살짝 깨물며 장난을 쳤다.

그 모습을 본 베베토의 얼굴이 다시 한번 감탄으로 물들었다.

“정말 놀랍습니다. 솔직히 소문을 듣고 시현 님께 그리핀의 알을 맡길 때만 해도 이렇게 손쉽게 좋은 결과를 내시리라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런가요?”

“바르바토스 가문에서 그리핀의 알을 부화시키기 위해 들인 노력을 생각해보면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큭큭, 저번에도 말했잖아. 마수에 관련된 일이라면 그냥 이 녀석한테 대충 맡겨놓으면 된다고. 괜히 우리가 야쿰 옆에서 편안히 생활하는 게 아니라니까.”

카네프가 키득거리며 나의 능력을 치켜세웠다. 베베토는 그의 말에 무조건 동의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옆에서 베베토와의 대화를 조용히 듣고 있던 안드라스가 불쑥 입을 열었다.

“바르바토스 가문에서도 굉장히 많이 기뻐하고 있겠군요?”

“아…… 무, 물론이죠. 가문의 상징인 그리핀이 다시 태어났다는 소식에 모두 흥분과 기대에 가득 차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말 다행이군요.”

“…….”

안드라스의 말에는 뭔가 뼈가 담겨있는 듯했다. 베베토는 안절부절못하며 안드라스의 그윽한 시선을 회피했다. 누가 보더라도 뭔가를 숨기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농장 식구들이 베베토를 바라보는 눈빛이 이상해지려는 순간, 베베토는 궁지에 몰리기 직전에 또 다른 화제를 끄집어냈다.

“아…… 아앗! 그러고 보니 새끼 그리핀 부화에 성공하셨으니. 약속한 대로 농장의 시설 건축을 무료로 해드리겠습니다. 어떤 시설을 원하시는지…….”

“당연히 맥주 양조장이지!”

“앗, 안 돼요! 주방이 먼저예요!”

“간단하게 수련장 먼저 해결하죠?”

“크흠, 아무리 생각해도 작업장을 먼저 건설하는 게…….”

“놀이터! 놀이터!”

베베토의 화제 돌리기는 성공적으로 먹혀들었다. 농장 식구들은 다음으로 건설될 농장 시설을 가지고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삐이익?

-삐익?

“얘들아. 너희들은 저런 거 배우면 안 된다. 항상 서로서로 배려하고 사이좋게 지내야 하는 거야. 알았지?”

-삐이익!

-삐이익!

나는 그리와 피니에게 진심을 담아 충고했다.

내 말을 알아들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녀석들은 크게 울음소리를 내며 다시 한번 내 손바닥에 얼굴을 들이밀며 애교를 부렸다.

* * *

새끼 그리핀들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해 나갔다. 그리고 그만큼 농장 생활에도 빠르게 적응해 나갔다.

녀석들은 침대 위에 마련해 둔 보금자리를 조금씩 답답해하더니, 어느새 내 방 곳곳을 빨빨거리고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하루는 침대 밑 아주 깊은 곳으로 숨어들었다가 먼지투성이가 된 채로 발견되었다.

먼지를 잔뜩 뒤집어쓰고도 녀석들은 재밌다는 듯 웃었지만, 리아네는 그 모습을 보고 손발이 떨릴 정도로 충격을 받아버렸다.

리아네는 그날 당장 내 방에 있던 가구들을 모두 치워내고 구석구석 먼지 하나 없이 청소해 버렸다. 덕분에 그리와 피니는 조금 더 자유롭게 방을 돌아다닐 수 있게 됐다.

그리와 피니가 익숙해진 것은 환경뿐만이 아니었다. 리아네와 은율이는 지속적인 노력 덕분에 새끼 그리핀들과 어느 정도 친해지는 데 성공했다.

내가 없어도 리아네와 은율이의 접근을 경계하지 않게 됐고, 한발 나아가 나를 대신해서 꿍유를 주는 일도 성공했다.

물론 내가 오랫동안 보이지 않으면 다시 불안한 울음소리를 내지만, 이것만 해도 관계의 큰 발전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안드라스와 엘프리드는 새끼 그리핀과 관계 발전에 성공한 두 사람이 부러웠는지. 최근에는 자주 눈도장을 찍기 위해 2층의 방을 자주 들락날락했다.

농장 밖에서도 기분 좋은 소식이 이어졌다.

얼마 전에 건설을 완료했던 딸기잼 공방이 약간의 시행착오를 거쳐, 본격적으로 딸기잼 생산을 시작했다. 공방에서 일하는 일꾼은 역시나 엘든 마을의 수인들이 맡게 되었다.

아주 당연하게도 공방 일꾼에 많은 이들의 지원이 몰렸다.

공방의 일꾼은 뽑는 과정은 상상 이상으로 엄격하게 진행됐다. 내가 그렇게 하라고 한 게 아니라, 마을의 촌장 라구스를 중심으로 자체적으로 사람들을 걸러냈다.

딸기밭에서 일정 기간 문제없이 일했으면 그 경력을 우대해주고, 또 마을에서 문제를 일으킨 전력이라던지 이웃들의 평판을 고려해 지원자를 가려냈다고 한다.

거의 대기업을 방불케 하는 수준이었다.

그렇게 살아남은 지원자는 라구스를 통해 서류로 정리되어 나에게 전달됐다.

“쩝…… 이렇게까지 복잡하게 뽑아야 하나요?”

“무슨 말씀입니까? 시현 님이 저희의 영주님이 되신 뒤로 처음 시작하시는 사업인데 허투루 진행할 수 없지요. 원래는 저 서류에 있는 지원자들 한 명, 한 명 시현 님의 면담을 진행하고 싶었지만, 바쁘신 시현 님의 일정을 생각해서 생략한 것입니다.”

“…….”

라구스의 이런 노력 덕분인지 딸기잼 공방은 순조롭게 딸기잼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예쁜 유리병에 딸기잼이 가득 담기면, 그곳에 요정과 딸기가 함께 그려진 라벨이 붙여져 상인들에게 팔려나갔다.

결과는 당연히 대성공!

대량으로 만들어진 딸기잼은 황금시계 상단과 오르펭 상단의 상인들을 통해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그리고 또 하나의 비장의 무기.

벌꿀을 넣어 만든 딸기잼은 ‘카디스 딸기잼’이라는 이름으로 귀족들에게 팔려 나갔는데, 성공이라는 표현도 부족한 엄청난 열풍을 일으켰다.

마왕님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순식간에 귀족 지위를 얻고, 온갖 위험한 마수들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신비한 능력까지.

이미 ‘카디스’라는 이름은 귀족들 사이에서도 뜨거운 화제였는데, 이번에 ‘카디스 딸기잼’ 열풍을 통해서 그 열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딸기잼의 대성공이 이어지자.

에르긴과 알고트는 어떻게든 ‘카디스 딸기잼’을 확보하기 위해 서로 쉴 새 없이 견제하며 나의 점수를 따기 바빴고.

심지어 엘프리드와 안드라스도 각자의 가문에서 ‘카디스 딸기잼’을 구해오라고 압력이 들어올 정도였다.

기분 좋은 소식이 이어지던 와중.

농장에는 다시 한번 바르바토스 가문에서 손님이 찾아왔다.

그는 앞서 그리핀의 알을 맡겼던 베베토보다 훨씬 오만하고 뻣뻣한 태도로 말했다.

“지금까지 바르바토스 가문의 그리핀들을 잘 돌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그 새끼 그리핀들을 바르바토스 가문으로 데려가겠습니다.”

“……예?”

아무런 존중 없는 일방적인 선언에 나는 물론이고 다른 식구들까지 순식간에 얼굴이 일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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