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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164)화 (164/426)

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164화

카디스 영주(4)

나무에 매달리는 매미처럼 내 다리에 딱 달라붙은 두 아이.

연분홍색 머리칼에 반쯤 감긴 두 눈, 그리고 앙증맞은 뿔과 오동통한 볼살. 얼마 전 바르바토스 저택의 정원에서 만났던 쌍둥이였다.

나는 잠시 기억을 더듬어 쌍둥이의 이름을 생각해냈다.

“레이……하고 샤샤……?”

-끄덕끄덕.

-끄덕끄덕.

아이들이 차례로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이름을 기억해 준 것이 기쁜지, 눈을 엄청나게 반짝이며 나를 올려다봤다.

아이들 특유의 순수한 호감이 느껴져서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쌍둥이와 시선을 맞추려고 상체를 숙였다. 그러자 두 아이는 자연스럽게 품 안으로 안겨들었다. 어떻게든 나에게 달라붙으려는 모습에 기분이 좋으면서 신기했다.

실제로 내가 아이들과 만났던 시간은 겨우 몇 시간 정도밖에 안 되는데, 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내가 친아빠라고 오해할 정도로 행동이 자연스러웠다.

“어머니, 제 말이 맞죠? 우리 쌍둥이가 시현 님을 엄청 좋아한다니까요.”

“호호! 정말이었구나. 나도 친해지는 일이 쉽지 않았었는데, 이렇게 쌍둥이가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있을 줄이야!”

떨어지지 않으려는 아이들을 품에 껴안으며 몸을 일으켰다. 눈앞에는 다이애나 대부인과 에르마가 나를 신기하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두 사람에게 물었다.

“두 분 모두 제 취임식에 참석하러 오신 건가요?”

“물론이죠. 혹시 저희가 폐가 됐으려나요?”

“아, 아뇨. 그런 뜻이 아니라…… 대부인께서 직접 방문해 주실 줄은 전혀 예상 못 했거든요.”

“그런가요? 사실은 둘째 아들도 함께 오려고 했었는데, 아직 가문의 내부 상황이 어수선해서 저와 에르마만 참석했답니다.”

그녀의 둘째 아들, 바르바토스 가문의 가주가 취임식에 직접 참여하려 했다는 말에 놀란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최근 귀족 예절이나 관습에 대해서 많이 배웠는데, 상대 가문과 지위, 명예에 따라 행동이 달라지는 건 기본이었다.

나는 이제 겨우 마왕에게 귀족의 지위를 인정받고, 영지를 가지게 된 경우였다.

마계의 역사와 함께한 5대 귀족 가문에 비교하면 갓난아기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나의 취임식에 가주가 직접 참여하려고 했다니……! 애초에 다이애나 대부인이 참석한 것만 해도 귀족 사회에서는 아주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만큼 바르바토스 가문에서 나를 존중하고 지지한다는 대대적인 표현이나 다름없었다. 그 뜻을 알기에 나는 두 손님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두 분이 참석해 주신 것만으로도 저에게는 충분히 기쁜 일입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꾹! 꾹!

내가 다이애나 대부인과 에르마만 언급하자, 품에 안겨 있던 쌍둥이들이 내 옷을 잡아당겼다.

“아! 너희들도 와줘서 정말 기뻐.”

쌍둥이들의 귀여운 투정에 세 사람은 함께 웃음을 터뜨렸다.

“말씀 중에 실례하겠습니다.”

안드라스가 급한 표정으로 우리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왜 그러세요, 안드라스 씨?”

“시현 님. 바르바토스 가문에서 사람과 짐이 계속 도착하는 중이라, 이야기는 나중으로 미루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아…….”

그의 말대로 주변에는 사람들과 짐이 계속 늘어나고 있었다. 꽤 넓은 공간 임에도 순식간에 가득 차버렸다.

“빨리 이곳을 정리하지 않으면 다른 손님들이 도착하는데 지장이 생길 겁니다.”

“안드라스 님 맞으시죠? 제가 가문의 사람들을 지휘할 테니. 어디로 짐들을 옮겨야 하는지 알려주실래요?”

“그렇게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에르마는 안드라스의 도움을 받아 사람들을 통솔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차원 도약을 방해하던 짐들은 순식간에 정리되어 다른 곳으로 옮겨졌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나는 두 가지 의미에서 놀랐다.

첫 번째는 약간은 가벼워 보이던 에르마의 능숙한 통솔력에 놀랐고, 두 번째는 바르바토스 가문에서 보낸 엄청난 수의 인원과 물건들에 놀랐다.

오늘 행사에 필요한 일꾼들부터, 음식을 준비할 요리사, 거기다 각자 악기를 하나씩 가지고 있는 수십 명의 악단까지. 정말 규모가 어마어마했다.

“와…… 뭔가 엄청나게 많네요. 저기 악기를 가지고 계신 분들은 악단인 거죠?”

“그렇습니다. 이런 행사에 음악이 빠질 수 없으니까요.”

내가 살아생전에 이런 대접을 받게 될 줄이야.

잠시 멍한 표정을 짓고 있자, 품에 안긴 아이들이 내 뺨을 쿡쿡 찔렀다. 그 덕분에 다시 정신을 되찾았다.

“원래 이렇게 화려하게 준비하는 건가요?”

“흐음……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거창해지긴 했습니다. 다이애나 대부인께서 직접 참석해 주실지도 몰랐고요.”

“저도 깜짝 놀랐어요.”

“아마 한동안 귀족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될 겁니다.”

“하아아…… 그래도 바르바토스 가주님이 직접 안 오신 게 다행일지도……. 안드라스 씨는 너무 부담스러운 손님을 초대 안 하셨겠죠?”

“…….”

“……안드라스 씨?”

안드라스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필사적으로 내 눈을 피하는 모습에 불안함을 느끼던 그때.

다시 한번 묵직한 마력의 파동이 느껴졌다. 정리가 끝난 공터에 또 다른 일행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냈다.

“시현 님.”

“네…….”

“일단 저는 엘린 군보다는 적당한 손님을 초대한 것 같습니다.”

“…….”

막 차원 도약을 끝낸 일행 중, 눈빛이 깊은 남자아이가 천천히 손을 흔들며 내게 다가왔다.

“오∼! 오랜만이야. 그동안 잘 지냈느냐?”

베르딕 가문의 전대 가주.

‘카엘 스켈드 베르딕’이 농장에 다시 한번 모습을 드러냈다. 어떤 의미로는 다이애나 대부인보다 훨씬 더 파격적인 손님이었다.

“허허허…….”

나도 모르게 허탈한 미소가 흘러나왔다. 품에 안긴 쌍둥이들은 내 속마음도 모르고 카엘을 향해 마주 손을 흔들었다.

* * *

황금시계 상단의 에르긴은 임시현의 취임식 소식을 듣자마자 곧바로 행사에 참석할 준비를 했다.

새로운 카디스 영주가 되는 그는 에르긴이 좋아하는 거래 상대 중 한 명이었다.

카디스 영주는 무난한 성격을 가졌지만, 일반적인 귀족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귀족 특유의 오만한 행동이나 상인을 무시하는 발언을 하지 않았고, 지위에 상관없이 예의를 지키고 상냥했다.

물론 임시현의 반듯한 성격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였지만, 역시 가장 큰 이유는 많은 이득을 가져다주는 상대였기 때문이었다.

딸기와 딸기잼 판매를 맡으면서 에르긴은 아주 빠르게 성장했다. 하지만 그는 여기서 만족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분명 딸기와 딸기잼이 끝이 아니야.’

그는 임시현을 통해서 또다시 큰 기회가 찾아올 거라 예감하고 있었다. 합리적인 추론이라기보단 상인 특유의 감! 황금 냄새를 맡았다는 표현이 더 어울렸다.

그래서 에르긴은 이번 취임식을 대비해서 축하 선물을 빵빵하게 챙겼다.

아끼는 은월족 아이를 위한 예쁜 옷, 신기한 장난감과 과자를 잔뜩 준비했고, 관심을 보였던 여러 종류의 향신료와 특이한 과일을 잔뜩 구매해뒀다.

물론 값비싼 장신구나 보석도 기본적으로 준비했다. 거절한다면 다시 가져오면 그만이니까.

사실 이런 선물들은 그다지 큰 의미가 없었다. 그가 따로 준비한 비장의 수는 따로 있었다.

“요른 지부장님! 정말 필요한 일이라니까요. 이번에 함께 취임식에 참석해서 황금시계 상회 지점에 설립에 대해서 누구보다 먼저 못을 박고 와야 합니다.”

바로 임시현이 다스리게 될 영지에 황금시계 소속 지점을 만드는 것! 하지만 에르긴의 야심찬 계획은 시작부터 난관에 막히게 됐다.

“흐음…… 아직 잘 모르겠네. 카디스 영지에는 딸기와 딸기잼이 있다고는 하지만, 당장 이득을 얻을 수 있는 거라곤 그것뿐이지 않은가? 굳이 칼디니움에 있는 지점을 왜 굳이 옮겨야 하는지…….”

황금시계 상회의 지부장인 ‘요른’을 취임식에 데려오는 일은 성공했지만, 지점 설립에 대해서는 번번이 설득에 실패하고 있었다.

‘이런 답답한 인간…… 칼다니움은 이미 의미가 없다는 걸 왜 모르는 거지?’

에르긴은 안정적인 선택만 고집하는 요른 지부장을 보며 답답함을 느꼈다. 아무리 설명해도 그는 원론적인 대답만 되풀이할 뿐 자신의 의견을 들어주지 않았다.

요른 지부장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에르긴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최근에 큰 성공으로 너무 조급해진 거 아닌가? 너무 무리한 투자는 상인이 아니라 도박꾼이나 다름없다네.”

에르긴은 속에서 튀어나오려는 험한 말을 억지로 참아냈다. 겉으로는 자신을 위해 조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자신에게 무안을 주려는 행동이었다.

‘도박꾼? 오히려 지부장이라는 자리에 안주하며 기회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당신이 잘못된 겁니다.’

직접 상인들을 이끌 때보다 훨씬 두툼해진 요른 지부장의 뱃살이 오늘따라 더 한심하게 느껴졌다.

‘이러다 오르펭 상회에 선수를 뺏기는 건 아니겠지? 하아아…….’

요른 지부장은 타들어가는 에르긴의 마음은 전혀 짐작하지 못한 채, 여유로운 미소로 느긋하게 중얼거렸다.

“오늘은 취임식에 참석해 머리를 좀 식히도록 하게. 어차피 이런 변두리 영주 취임식에 그다지 바쁠 것도 없을 것 같으니.”

“……알겠습니다.”

에르긴은 체념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도저히 머리가 꽉 막힌 요른 지부장을 설득할 자신이 없어졌다.

그는 조용히 입을 다물고 새로운 영주님에게 전할 축하 인사나 머릿속으로 준비했다.

황금시계 상회 일행은 취임식이 열리는 곳에 도착하기 전, 엘든 마을에 잠시 멈춰 섰다. 사슴 수인 라구스가 황금시계 상회의 깃발을 알아보고 마차로 다가섰다.

“에르긴 님 오셨군요.”

“오랜만에 뵙습니다, 라구스 촌장님. 마을에는 별일 없으십니까?”

“말도 마십시오. 시현 님의 취임식 때문에 손님들이 계속 몰려들어서 마을이 난장판입니다. 그나마 미리 길을 정비해둬서 천만다행이었습니다.”

“하하,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촌장님은 취임식에 안 가십니까?”

“조금만 더 취임식 손님들 안내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에르긴 님은 먼저 출발하시지요.”

에르긴은 라구스와 간단히 작별인사를 나누고 다시 마차에 올라탔다. 요른 지부장은 끝까지 마차에서 내리지 않고, 라구스의 인사에 고개만 까닥일 뿐이었다.

“에르긴, 저 수인도 영주 취임식에 참석하는 건가?”

“네. 아마도 라구스 촌장뿐만 아니라 꽤 많은 수인이 취임식에 초대받은 거로 알고 있습니다.”

“털 날리는 수인이랑 같이 동석을 해야 한다니! 허어∼ 그것참…….”

요른 지부장은 굉장히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며 눈살을 찌푸렸다.

“저…… 지부장님. 이곳의 영주님은 엘든 마을의 수인들을 각별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되도록 언행에 주의를…….”

“그건 내가 알아서 하겠네.”

“…….”

그는 에르긴의 말을 딱 자르며 냉정하게 대답했다. 감정이 제대로 상한 모양이었다. 에르긴의 마음이 다시 한번 초조해졌다.

‘으윽! 괜히 이 사람을 데리고 왔나? 일을 망치지만 않았으면…….’

냉담한 얼굴의 요른 지부장과 초조한 에르긴이 취임식이 열리는 곳 근처에 도착했다. 두 사람의 약간 어색했던 분위기는 마차에서 내리자마자 금방 사라졌다.

“이건?!”

“오…….”

야외에 멋들어지게 설치된 취임식장의 모습은 두 사람의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들었다.

요른 지부장은 물론이고, 에르긴마저 이렇게 화려한 식장이 기다리고 있을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거기다 먼저 도착해 있는 손님들의 모습이 심상치 않았다.

“저, 저분은?!”

“왜 그러십니까?”

요른 지부장은 백발의 노인을 조심스럽게 가리키며 말했다.

“저…… 저분은 제르무어 마법사단의 단장님이시지 않은가?”

“마법사단의 단장님이요??”

“그래! 아주 오래전 우리 상회와 마석 거래를 하실 때, 아주 먼발치에서 한 번 뵌 적이 있었지. 이런 자리에 얼굴을 잘 보이지 않는 분인 걸로 아는데…….”

놀라운 일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저분은 바르바토스 가문의 대부인?!”

요른 지부장이 다이애나 대부인을 알아봤다. 에르긴도 그녀와 옆에 있는 가족들을 금방 알아봤다.

“옆에 따님과 쌍둥이까지 있군요.”

“아니…… 바르바토스 가문은 왜…….”

“시현 님과 얼마 전에 인연을 맺었다고 들었는데. 생각보다 금방 친분을 쌓았나 봅니다.”

에르긴의 설명에 요른 지부장은 해괴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친분을 쌓는다고 해도, 이런 변두리 영주 취임식에 제르무어 단장이나, 바르바토스 가문의 대부인이 참석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커, 커헉?!”

“또 왜 그러십니까?”

“서, 설마…… 저분은…… 베, 베르딕 가문의 전설…… 카엘 님이 아니신가?”

“차원 전쟁을 종결시킨 그 카엘 님 말씀입니까?”

“나도 확실한 건 아닐세. 직접 만나 뵌 적은 없으니까. 예전에 카엘 님의 모습이 담긴 초상화를 매입했던 적이 있는데. 저기 계신 분과 그 모습과 똑같다네.”

떨리는 손으로 겨우 가리킨 곳에는 한 아이가 자리에 앉아, 부스스한 회색 머리칼 남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 마음속으로 요른을 욕했었지만, 많은 상인 경험을 통한 그의 눈썰미만큼은 자신도 무시할 수 없었다.

‘그, 그럼 이게 도대체…….’

요른 지부장은 굉장히 혼란스러운 모습으로 에르긴에게 물었다.

“혹시 실수로 다른 귀족 행사에 잘못 도착한 게 아닌가?”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방금 엘든 마을을 지나왔는데…….”

에르긴은 자신도 모르게 말끝을 흐렸다. 눈앞에 펼쳐지는 믿을 수 없는 장면에, 왠지 요른 지부장의 말이 설득력 있게 들리기 시작했다.

“어? 에르긴! 도착했군요?”

멀리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

뿔이 없다는 것만 제외하면, 아주 평범한 인상의 한 남자가 자신들이 있는 장소로 다가왔다. 에르긴은 바람이 빠지는 듯한 목소리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

“시현 님…….”

“먼길 오시느라 수고했어요…… 으음? 표정이 왜 그러세요. 혹시 마차를 너무 오래 타셔서 피곤하신 거예요?”

“아, 아뇨! 괜찮습니다.”

그는 화들짝 놀라 대답했다.

임시현은 염려하던 표정을 풀고 다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슬쩍 에르긴의 옆쪽으로 눈짓을 보냈다. 에르긴은 뒤늦게 자신의 실수를 눈치채고, 옆에 있던 요른 지부장을 소개했다.

“아앗! 죄송합니다. 이분은 황금시계 상회에서 지부장을 맡고 계신 요른 지부장입니다.”

“지부장님이셨군요. 반갑습니다. 과분하게도 이곳에 영주가 될 임시현이라고 합니다.”

“으어…… 어엇! ‘요른’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요른 지부장이 중간에 괴상한 소리를 내긴 했지만, 임시현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듯한 모습이었다.

“아…… 두 분 잠시만요. 사장님!! 카엘 어르신이랑 벌써 그렇게 맥주를 많이 마시면 어떻게 해요?!”

임시현은 회색 머리 남자와 카엘에게 소리치며 후다닥 뛰어갔다. 두 상인은 그 뒷모습을 멍한 표정으로 지켜봤다.

“…….”

“…….”

“에르긴.”

“네, 지부장님.”

“도대체 여기는 정체가 뭔가?”

“…….”

에르긴과 요른 지부장 사이에는 어색한 침묵이 한동안 계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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