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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179)화 (179/426)

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179화

선생님이 필요해(1) 

우리가 괴수 말벌을 처리한 뒤.

마을은 예전의 모습으로 되찾으며 평화로워졌다.

말벌이 마을까지 내려와 사람을 습격하는 일은 완전히 사라졌다.

무서워서 나오지 못하던 마을의 어르신들은 마음껏 밖을 돌아다녔고, 주민들은 산에서 나물이나 버섯을 캐는 일을 다시 시작했다.

특히 양봉 사업을 하는 강 씨네 가족은 완전히 웃음을 되찾았다.

말벌이 공격적으로 변하기 전부터 꿀벌을 잡아가서 골칫거리였는데, 지금은 신기할 정도로 말벌의 공격이 거의 없어졌다고…….

꽤 오랫동안 마을을 괴롭혔던 말벌이 사라지자, 주민들은 문제를 해결한 나를 칭송하기 시작했다.

“거참 신기하네. 군청의 공무원들도 쩔쩔맸던 일을 시현이가 단번에 해결하다니 말이야.”

“거기다가 돈도 한 푼도 안 받았다잖아요. 그렇게 실력 있는 각성자들을 불러오려면 원래는 비용이 엄청 많이 든 데요.”

“그런 사람들을 시현이는 어떻게 데려왔을꼬…… 아무튼, 우리 마을에서 대단한 인물이 나온 것 같아 기분이 좋구먼. 허허허!”

비용을 하나도 받지 않았던 것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었는지. 마을 사람들은 우리 집으로 직접 농사지은 채소, 과일, 쌀 등등을 선물로 보내기 시작했다.

얼마나 그 양과 종류가 많았으면, 함께 했던 가디언즈 길드 사람에게 넉넉히 나눠주고도 한참 남을 정도였다.

그리고 길드 사람들에게 선물을 전한 건 마을 사람뿐만 아니었다. 나도 선물을 준비해 그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했다.

“아저씨! 이거 포션 맞죠?”

“와아…….”

정태호와 윤세희는 영롱한 우윳빛 액체를 바라보며 감탄을 터뜨렸다. 신기한 장난감을 본 아이 같은 반응에 슬며시 아빠 미소가 지어졌다.

“시현 형? 정말 이걸 우리한테 주는거야? 딱 봐도 엄청 귀해 보이는 포션인데…….”

진지하게 포션을 살피던 남진혁은 걱정스럽게 물었다. 나는 그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가볍게 웃어 보였다.

“받아가. 어차피 이번에 쓰려고 한 것들이었어. 그리고 나보다는 너희들이 더 필요한 물건이잖아.”

내가 그들에게 건넨 건 발레리안이 전해준 포션이었다. 마왕성에서 꿍유를 넣어 만든 물건이니, 남진혁의 짐작대로 평범한 포션은 아니었다.

포션을 두고 갈등하는 남진혁에게 서예린이 가볍게 말을 건넸다.

“뭐해? 냉큼 챙기지 않고?”

“아니…… 너무 귀한 물건인 것 같아서…….”

“저 녀석은 원래 저래. 엄청 귀한 물건을 아무렇지 않게 내놓는단 말이지. 아마 이 포션도 효과가 장난 아닐걸?”

“…….”

“너 안 가져갈 거면 내가 가져간다?”

“으아앗!”

서예린이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손을 뻗자, 남진혁은 기겁하며 포션을 챙겨 들었다. 그는 서예린에게 한차례 경계의 눈빛을 보내준 뒤, 내게 머쓱한 얼굴로 인사했다.

“포션 고마워, 형. 잘 쓸게.”

뒤이어 다른 사람들도 내게 감사 뜻을 전했다.

“우리도 잘 쓸게, 아저씨!”

“고마워요.”

“시현아, 땡큐! 나중에 또 필요하면 언제든지 불러.”

모두들 포션 선물을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았다. 굉장히 흐뭇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그들의 감사 인사에 답했다.

그렇게 사건이 정리되고.

2주 정도 시간이 흘렀을 때.

사과 아저씨를 통해 뜻밖의 소식을 전해 들었다.

“김창수가 마을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고요?”

-그래! 가지고 있던 집과 땅을 다 내놓고 다른 지역으로 갔다더라. 뭐…… 다른 지역이라고 해봤자 바로 옆이지만.

“으음…… 그렇군요.”

소식을 들은 나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딱히 그 사람을 불쌍하게 여기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 도망치듯 마을을 떠나게 된 이유가 어렵지 않게 짐작됐다.

김창수가 아버지에 대해 막말을 했던 그 날. 나는 붉은 사슬의 영향을 받아 폭주했다.

다시 정신을 되찾았을 때, 김창수는 극심한 공포심에 거품을 물고 기절한 상태였고. 주변 사람들은 크게 충격을 받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말벌로 위협만 했을 뿐, 정말 공격하도록 하지는 않았다는 것이었다. 정말로 이성을 잃고 무작정 말벌들이 공격하게 했다면…….

아마도 상상도 하기 싫은 일이 벌어졌을지도 몰랐다.

나의 미적지근한 반응에 아저씨는 뭔가를 눈치챘는지, 일부러 과장된 목소리를 내며 분위기를 바꾸려 했다.

-김창수가 말벌에 기절했다는 소식을 듣고 마을 사람들이 뭐라는 줄 아냐? 욕심을 부리다가 산신령님에게 벌을 받은 거란다. 하하하하!

“하하, 그렇군요.”

아저씨의 농담에 조금은 어색하게 따라 웃었다.

내가 불편해하지 않도록 배려한 거겠지만, 폭주할 때의 모습을 생각하면 아직 찝찝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크흠, 큼! 그건 그렇고 좋은 소식이 있어.

“……?”

-이번에 김창수가 땅을 정리하면서, 너희 가족이 살던 집과 농장이 있었던 자리가 매물로 나왔다.

“아! 정말인가요?”

나는 깜짝 놀라며 물었다. 아저씨는 내 반응이 즐겁다는 듯 설명을 이어나갔다.

-그래. 원래 일부분만 김창수의 땅이었고, 나머지는 마을 공동 재산으로 관리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김창수가 완전히 땅을 내놓으면서 합쳐졌다. 혹시 땅을 구매할 생각 있어?

“가능하다면 꼭 사고 싶어요. 아직 예전에 살던 집도 그대로 있으니까요.”

-알았다. 그럼 마을 회의 때 내가 사람들에게 미리 말해 놓으마. 너는 이곳 출신인 데다가, 이번에 마을에 큰 도움도 줬으니 어렵지 않게 설득할 수 있을 거야.

“정말 고맙습니다, 아저씨.”

-고맙긴 뭘. 다시 옛날 집을 구하게 되면 자주 좀 내려와. 벌써 은율이가 보고 싶어서 죽겠다.

“하하하! 꼭 그렇게 할게요, 아저씨.”

내가 폭주했던 사실은 아직 찝찝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예전에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했던 집을 되찾을 수 있게 됐다.

특히 어머니가 이 소식을 듣고 정말로 많이 기뻐하셨다. 말씀은 따로 안 하셨어도 예전에 살던 고향 집을 많이 그리워하신 듯했다.

예상치 못한 일이 많았지만,

오랜만에 다녀온 고향에서 생각보다 많은 걸 얻게 된 것 같았다.

* * *

-♬♩∼♪♪♬♩∼

오디오에서 감미로운 발라드 노래가 흘러나왔다.

“흠흠∼ 흠∼!”

그 앞에 앉은 여우 소녀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음악에 푹 빠져있었다.

박자에 맞춰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거나, 좋아하는 부분에서는 여우 귀를 쫑긋거리기도 했다.

노래의 주인은 은율이가 좋아하는 발라드 가수 윤지운. 다른 가수의 앨범도 많이 사줬는데, 은율이는 특히 윤지운의 노래를 좋아했다.

농장 식구들은 신기한 듯 은율이를 바라봤다.

“아까부터 계속 똑같은 사람이 노래를 부르는 거죠? 은율이는 저 사람이 부르는 노래를 정말 좋아하네요.”

리아네의 말에 엘프리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요. 확실히 잘 부르기는 하는데, 저렇게 계속 들으면 질리지 않나?”

“뛰어난 예술 작품은 쉽게 질리지 않는 법이지요. 음악도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안드라스는 노래에 집중한 은율이를 흐뭇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카네프가 대꾸했다.

“끄응…… 나는 이 노래 별로인 것 같은데.”

카네프는 은율이가 좋아하는 노래라 짜증은 못 내고 인상만 살짝 찌푸렸다.

“사장님은 발라드 취향이 아니신 것 같네요.”

“에에? 이런 노래 좋지 않나요? 가사 내용은 잘 몰라도, 들으면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면서 기분이 좋은데.”

리아네는 감성적인 표현과 함께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안드라스는 그녀의 말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고, 엘프리드와 카네프는 질린 표정으로 거부감을 드러냈다.

같은 마족이라도 확실하게 취향이 갈리는 모습이 내게는 신기하게 느껴졌다.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노래가 끝이나고. 은율이는 나에게 포옥 안겨들었다. 노래 감상이 끝나면 이렇게 안겨 오는 게 작은 버릇 중 하나였다.

“은율아, 그렇게 윤지운 노래가 좋아?”

“응! 윤지운 노래가 제일 좋아.”

방긋 웃으며 대답하는 은율이.

그 반응을 보고 있자니…….

아주 유치한 질문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어른스럽지 못하다는 걸 알면서도 내 입에서는 그 질문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은율아. 윤지운이랑 아빠 중에서 누가 더 좋아?”

아…… 저질러 버렸다.

자신의 실책을 통감하며 농장 식구들의 부담스러운 시선을 애써 피했다.

하지만 후회도 잠시.

“아빠가 제일 좋아. 헤헤!”

은율이의 입에서 바로 튀어나온 대답에 내 얼굴은 기쁨의 미소가 가득해졌다. 눈앞의 작은 여우 소녀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온 힘을 다해 꽉 껴안았다.

“에구구! 역시 내 딸이야. 나도 은율이가 제일 좋아.”

“꺄하하하!”

내 품에 안긴 은율이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한참을 행복에 겨워하고 있는데.

순간 농장 식구들의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유치한 질문을 하고 저렇게 좋아하나?’라는 듯한 표정이었다. 특히 카네프는 한심하다는 감정까지 느껴졌다.

괜히 심술이 난 나는 다시 한번 더 은율이에게 물었다.

“은율아. 그럼 윤지운이랑 사장님 중에 누가 더 좋아?”

-움찔!

남 일처럼 쳐다보던 카네프가 몸을 크게 떨었다.

평소의 그답지 않게 긴장하며 은율이의 대답을 기다렸다. 다른 농장 식구들도 흥미진진하다는 표정으로 지켜봤다.

“으음…… 사장님이 더 좋아!”

-콱!

은율이의 대답에 카네프는 소리 없이 주먹을 꽉 쥐며 절제된 기쁨을 표현했다.

그리고 금방 거들먹거리는 표정을 지어 보이며 ‘봤어? 내가 이정도야?’라는 듯한 제스쳐를 취해 보였다.

카네프가 윤지운을 상대로 여유롭게 승리를 거두자, 다른 농장 식구들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모두 윤지운에게는 지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농장 식구들은 나를 향해 무언의 압박을 보내기 시작했다. 빨리 다음 대결을 요청하는 시선이었다.

이제 ‘누가 더 좋아?’는 유치한 질문이 아니었다.

농장 식구들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가 되었다. 나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은율이에게 차례로 질문을 던졌다.

“엘린 오빠가 더 좋아.”

“안드라스 선생님이 더 좋아.”

“리아네 언니가 더 좋아.”

다행히 나머지 식구들도 윤지운에게 승리를 거뒀다. 모두 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각자의 승리를 조용히 자축했다. 그리고 은율이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모두의 눈빛이 한결 더 진해졌다.

그렇게 농장 식구들이 공공의 적, 윤지운을 성공적으로 쓰러뜨리며 시간을 보내던 도중…….

-삑! 삐빅!

안드라스 쪽에서 이상한 기계음이 울려 퍼졌다.

“음? 시현 님. 엘든 마을 쪽에서 호출이 온 것 같습니다.”

“엘든 마을에서요?”

갑자기 무슨 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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