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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194)화 (194/426)

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194화

숲속의 토타라(2)

나는 너구리 영감과 함께 촌장 토타라와 대장 토타라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우리의 접근에도 둘은 그다지 경계심을 내비치지 않았다. 독거미들과 전투를 도와준 덕분에 꽤 신뢰를 얻은 것 같았다.

“잠깐만! 저 이상한 치료법 좀 멈춰봐.”

-쮸우?

“저렇게 무식한 방법으로는 중독된 동료들을 치료할 수 없어.”

입에 잔뜩 약초를 넣는 방법은 소용이 없다는 걸 설명했다. 처음에 둘은 내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계속 반복적으로 설명해 주자 조금씩 알아듣기 시작했다.

“너희들이 가지고 있는 약초를 우리에게 주면, 중독을 치료할 수 있는 해독제를 만들어 줄게. 저런 무식한 방법보다 분명 효과가 있을 거야.”

직접 해독제를 만들어 주겠다는 제안에 두 토타라의 반응이 엇갈렸다. 촌장 토타라는 제안에 회의적인 반응이었고, 대장 토타라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내가 나서기도 전에, 대장 토타라가 먼저 나서 촌장 토타라를 설득했다.

-쮸쮸! 쮸우우우! 쮸!

-쮸우…….

적극적인 대장 토타라의 설득에 촌장 토타라는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결국에 촌장 토타라는 자기 뜻을 굽히고 내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쮸! 쮸!

대장 토타라는 곧바로 우리를 데리고 약초가 쌓여 있는 곳으로 향했다. 가까이서 보니 약초가 거의 눈높이만큼 쌓여 있었다.

“엄청 많긴 많네요.”

“이 넓은 숲에 있는 약초들을 싹 쓸어왔으니…….”

“영감님, 이제 어떻게 하면 되죠?”

“내가 해독제에 필요한 약초들을 알려줄 테니. 최대한 그것들을 많이 모아주면 된다.”

너구리 영감은 나에게 해독제에 재료가 되는 약초들을 알려줬다. 나는 약초가 쌓여 있는 곳에서 그것들을 찾아내기 시작했다.

-쮸우! 쮸우!

영리한 대장 토타라는 시키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동료들을 불러모으더니. 나에게 필요한 약초들을 찾도록 지시했다.

워낙 많은 약초가 뒤엉켜 있어 찾기 쉽지 않았지만, 대장 토타라의 도움으로 필요한 재료들을 빠르게 찾을 수 있었다.

그렇게 찾아낸 약초들은 곧장 너구리 영감에게로 전해졌다. 그는 제대로 된 도구가 없다며 투덜거리면서도 능숙하게 해독제를 제조해 나갔다.

단검으로 잘게 조각낸 약초들을 배합을 맞춰 함께 짓이겨 준 뒤, 적당한 크기로 둥글게 말아주면 끝!

“제조법이 정말 간단하네요?”

“원래는 정제와 추출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야 약효를 제대로 낼 수 있어. 지금은 장비가 없으니 임시로 이렇게 만들 수밖에. 아! 그래도 저 근본 없는 무식한 치료법보다는 이게 훨씬 효과가 좋을 거다.”

너구리 영감이 만들어낸 해독제는 바로 중독된 토타라들에게 전해졌다. 해독제를 먹은 부상자들은 생각보다 빠르게 상태가 호전됐다.

대부분 해독제를 먹자마자 안색이 편안해졌고, 30분이 지나기도 전에 자리를 털고 일어나기도 했다.

죽다 살아난 토타라들은 나와 너구리 영감에게 다가와 고마움을 표했다.

[마수와 친밀도가 상승했습니다.]

[대상은 당신에게 ‘친밀’한 감정을 가집니다.]

[대상은 해독제를 만들어준 당신에게 고마워합니다.]

해독제를 받은 토타라들은 대부분 나에게 ‘친밀’한 감정을 느끼게 됐고. 대장 토타라를 비롯한 많은 토타라들의 호감도가 쭉쭉 상승했다.

그 덕분에 나는 귀여운 토타라들을 마음껏 쓰다듬을 수 있게 되었다. 특히 대장 토타라는 내 손길이 마음에 들었는지 계속 내 주변을 맴돌며 애교를 부렸다.

너구리 영감이 열심히 해독제를 만든 덕분에 중독됐던 토타라들은 모두 무사히 일어날 수 있었다.

그로 인해 나와 일행을 바라보는 토타라들의 시선에는 경계심이 완전히 사라지고, 호의와 신뢰가 가득해졌다.

이런 결말을 예상하고 온 건 아니었지만, 생각보다 일이 훨씬 잘 풀린 것 같았다.

이제는 우리가 이곳에 온 목적을 이뤄낼 시간이었다.

* * *

나는 숲속의 토타라들과 계약을 맺었다.

계약 내용은 간단했다.

토타라가 숲속에서 약초를 찾아 제공해주면, 우리는 그걸로 거미 독의 해독제를 만들어 주는 것.

그들이 미친 듯이 숲속의 약초와 버섯을 끌어모은 건, 독거미와 전투를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너구리 영감이 만든 해독제만 있으면. 그렇게 무식한 치료 방법도 필요 없고, 미친 듯이 약초와 버섯을 모을 필요도 없다.

자연스럽게 고통받던 숲 요정들의 문제도 해결된 것이다.

「커다란 요정님! 정말 고마워요, 뾰롱!」

“하하! 나는 요정이 아니래도.”

「혹시 저희가 필요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불러주세요, 뾰롱! 꼭 커다란 요정님께 은혜를 갚을게요, 뾰롱!」

숲 요정은 몇 번이고 감사 인사를 하고 우리를 떠나갔다.

너구리 영감도 원하는 것을 얻어냈다. 토타라 들이 숲을 싹싹 뒤진 덕에 굉장히 상태가 좋은 ‘정령의 숨결’을 다량으로 구할 수 있었다.

토타라에게서 얻은 ‘정령의 숨결’ 그리고 내가 준비해준 ‘꿍유’. 너구리 영감은 도저히 모을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재료들을 모두 모으자 감격의 눈물을 글썽거렸다.

“드디어 평생의 목표를 이룰 수 있겠구나!”

그는 치료제를 만들기 전, 비장함이 가득한 눈빛으로 내게 말했다.

“네 덕분에 마지막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이번 치료제에 나는 모든 걸 쏟아부을 생각이야. 아델라의 치료가 성공한다면 언제든지 나를 불러라. 어떤 일이든 주저하지 않고 도와줄 테니.”

너구리 영감은 마지막 말을 남긴 뒤, 곧바로 치료제 만드는 일을 시작했다.

* * *

“으으음…….”

감겨 있던 아델라의 눈이 천천히 떠졌다.

항상 잠에서 깨어나면 깊은 무기력감에 힘들어한다고 했었는데, 지금은 전혀 그런 기색이 느껴지지 않았다.

완전히 떠진 그녀의 눈동자가 천천히 움직였다. 그 깨끗한 눈동자에 걱정이 가득한 사람들의 얼굴이 비쳤다.

“…….”

“…….”

“…….”

“…….”

아델라는 침대 옆에 모인 사람들의 얼굴을 확인하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평소에는 주변의 도움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는데, 지금은 아주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그녀를 바라보는 모두의 얼굴에 놀라운 감정이 피어났다.

방 안에는 자연스럽게 기대감이 차올랐다. 그 감정은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모두의 가슴을 가득 메웠다.

“엄…… 마……?”

미루가 아주 조심스럽게 엄마를 불렀다.

고양이 소녀의 부름에 아델라는 자애로운 미소를 지었다. 창백한 얼굴에서 쥐어짜 내는 듯한 미소가 아니었다.

겨울을 이겨낸 씨앗이 훈훈한 봄이 찾아오자 수줍게 고개를 내미는 것처럼, 자연스럽고 아주 따스한 미소였다.

“미루야. 오래 기다렸지?”

“엄마…… 엄마…….”

“이제 걱정 안 해도 돼. 그동안 엄마가 미안했어.”

“흑…… 흐윽! 으아아아아앙!”

엄마 앞에서 항상 울음을 참던 미루가 처음으로 크게 울음을 터뜨렸다.

너무나도 서러운 울음소리임에도 지켜보는 사람들의 입가에는 훈훈한 미소가 걸렸다.

어른스러운 미루의 모습도 좋지만, 이렇게 엄마에게 어리광부리는 모습이 훨씬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미루를 끌어안은 아델라의 눈동자도 점차 새빨개졌다. 그녀는 복받쳐 오르는 감정에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고맙습니다, 영주님. 또 이렇게 평생 노력해도 갚기 힘든 은혜를 입었네요.”

“제가 뭘요. 여기 너구리 영감님이 제일 고생하셨죠.”

“영감님께 약을 받기 전에 들었어요. 저 때문에 얼마나 어려운 일을 해내셨는지……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나는 괜히 쑥스러워져서 어색한 미소만 지어 보였다. 하지만 절대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영감님도 정말 고맙습니다.”

“아니야. 오히려 내가 고마워. 이렇게 내가 빚을 갚을 수 있을 때까지 버텨줘서. 정말…… 정말 고마워!”

너구리 영감은 눈물을 주르륵 쏟아내며 지금껏 본 적 없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에 아델라도 진한 미소로 답했다.

아델라의 감사 인사는 레빌과 라구스에게도 이어졌다. 두 사람 모두 따뜻한 표정으로 그녀의 쾌유를 축하했다.

-와락!

엄마의 품에 안겨 있었던 미루가 어느새 나의 다리를 꼭 끌어안았다. 나는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미루를 양팔로 들어 올렸다.

얼마나 울었는지 얼굴 전체가 눈물범벅이었다. 나는 소매를 이용해 조심스럽게 눈물을 닦아주었다.

미루는 엉망이 된 얼굴이 부끄러운지 내 가슴에 얼굴을 폭! 하고 묻었다.

귀여운 행동에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물었다.

“미루야, 엄마가 건강해져서 좋아?”

-끄덕끄덕.

미루는 품에 안긴 채로 고개를 끄덕이다가 천천히 얼굴을 들어 환한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요, 사탕 아저씨.”

그리고 내 목을 꽉 끌어안으며 말했다.

“저 나중에 크면 아저씨랑 결혼할래요!”

“…….”

“어머머!”

미루의 폭탄 발언에 나는 멍한 표정을 지었고, 아델라는 입을 가리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때 옆에서 레빌의 볼멘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루야, 예전에는 크면 나한테 시집온다고 하지 않았어?”

“헤헤! 죄송해요, 레빌 아저씨.”

“끄으응…….”

“푸하하하하!!”

“하하하하!!”

버림받은 레빌이 앓는 소리를 내자 너구리 영감이 시원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이어서 라구스도 따라 웃기 시작했다.

한번 터진 웃음은 전염되듯 모두에게 번져 나갔고, 방 안에는 한동안 모두의 웃음소리가 계속 이어져 나갔다.

* * *

즐거운 퇴근 시간!

원래 퇴근 시간은 모든 직장인에게 행복한 시간일 테지만, 요즘 나에게는 더더욱 기분 좋게 느껴졌다.

조금은 힘들 거라 생각했던 아델라의 병도 치료했고, 복잡했던 영지 문제도 하나씩 해결되어 안정궤도에 들어섰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농장일 이외에 신경을 써야 할 것들이 많다 보니, 퇴근해도 항상 개운한 느낌이 아니었었다.

그런데 최근에 그 문제들을 모두 깔끔하게 해결됐다. 덕분에 다시 한번 열심히 일한 자만이 느낄 수 있는 성취감을 마음껏 누리고 있었다.

마계에서 인페리스 사무소로 돌아온 나는 활기차게 문을 열며 인사했다. 아니…… 인사하려 했다.

“리안 씨!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셨나요? 저는 정말 멋진…… 으응?”

“아! 오셨군요, 시현 씨.”

“시현 씨, 오랜만에 뵙습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

평소라면 발레리안만 사무실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어야 정상인데. 오늘은 두 사람이나 더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세 사람의 조합이 상당히 해괴했다.

차원관리본부의 이기석 본부장…….

페이슈타의 감시관, 천족 아슈미르…….

그리고 인페리스 사무소의 발레리안까지…….

뭐지 이 불길한 조합은?

조금 전까지 퇴근의 기쁨으로 가득했던 가슴이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마음 같아서는 다시 마계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었다.

이런 내 마음을 짐작한 발레리안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시현 씨.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는 잘 알겠습니다만. 일단 자리에 앉아주시겠습니까? 조금 중요한 이야기가 될 것 같아서요.”

“으음…….”

발레리안의 간절함이 느껴지는 부탁에 나는 어쩔 수 없이 세 사람이 모여 있는 자리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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