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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207)화 (207/426)

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207화

천족의 임무(3)

마지막 전투를 앞두고.

모든 인원은 휴식을 겸해 잠시 정비 시간을 가졌다.

아무것도 안 했는데 벌써 마지막이라니…… 너무 쉽게 여기까지 온 것 같아서 얼떨떨한 기분이 들 정도였다.

나는 옆에 있던 서예린에게 물었다.

“앞에서 열심히 전투하고 계신 분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너무 쉽게 진행되는 거 아냐? 그래도 명색이 천족의 임무인데…….”

“천족이 소집한 임무라고 꼭 어려울 필요는 없잖아?”

“뭐…… 그렇긴 한데…….”

근처에 앉아 쉬고 있던 남진혁이 웃으며 설명을 덧붙였다.

“선발된 인원이 너무 쟁쟁하신 분들이라 더 쉽게 느껴지는 걸지도 몰라. 평균적으로 보자면 지금까지의 해치운 괴수들도 만만치 않은 녀석들이니까.”

그런가?

나는 남진혁의 설명에 어느 정도 납득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느긋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그때.

앞쪽에 있던 윤대호가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남진혁이 그를 제일 먼저 발견하고 이름을 불렀다.

“어? 윤대호 대장님.”

“마지막으로 남은 전투에 대해서 드릴 말씀이 있어 잠시 찾아왔습니다. 그전에 별다른 문제는 없으셨습니까?”

우리의 상황을 확인하는 그에게 서예린이 장난스럽게 대답했다.

“앞쪽에서 윤대호 대장이 너무 활약한 덕분에, 우리는 부끄러울 정도로 여유로웠거든요. 조금 적당히 하지 그러셨어요?”

윤대호는 희미한 미소를 머금으며 되물었다.

“그러셨습니까? 그래도 마지막 전투 때에는 충분히 활약하실 기회가 있을 겁니다. 방금 정찰을 나갔던 인원들이 정보를 가지고 돌아왔는데, 꽤 만만치 않은 전투가 될 것 같거든요.”

그는 정찰대가 가져온 정보를 우리에게 풀어놨다.

“마지막 적은 거대한 버섯 모양의 괴수라고 합니다. 아마도 포자를 이용한 독 공격을 하는 것으로 보이고, 그 주변에는 작은 형태의 버섯 괴수들이 지키고 있는 상태입니다.”

“독이라…… 조금 번거롭겠는데요?”

남진혁의 말에 윤대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각자 보급으로 받은 해독 포션이 있지만, 전투가 길어진다면 피해가 계속 늘어날 겁니다. 그래서 다른 길드 분들과 짧게 이야기를 나눈 결과. 빠르게 전투를 끝내는 방향으로 결정했습니다.”

뛰어난 실력을 갖춘 몇몇 각성자들이 거대 버섯 괴수를 공격하는 동안, 나머지 인원들은 주변에 부하들을 상대하는 작전이었다.

윤대호와 남진혁을 제외한 인원들은 주변의 부하들을 막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

“시현 씨.”

“네?”

“소환수를 이용해 강력한 버프를 사용하실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지금까지는 그다지 필요 없었지만, 마지막 전투 때에는 도움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물론이죠. 바로 준비할게요.”

“감사합니다. 마지막 전투 때에는 조금 정신이 없을 수도 있으니. 가능하면 서예린 길드원의 지시를 잘 따라주십시오.”

그는 마지막 전투에 앞서 세심하게 길드원들을 챙겼다. 정말 한 살 동생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는 든든함이었다.

나는 곧바로 품에서 소환석을 꺼내 들었다. 이번에 임무에 투입되면서 새롭게 지원받은 소환석이었다.

-우우우웅!!

내 부름에 반응하듯 소환석이 공명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쏟아져나온 강한 빛무리는 두 개의 작은 형체를 갖춰나갔다.

-무우우우!!

「안녕이다, 뾰!!」

오랜만에 등장한 소환수 아꿍이와 규리.

녀석들은 평상시의 모습대로 곧장 나에게 안겨들었다. 이미 두 아이를 만나본 길드원들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고, 윤대호만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이, 이 아이들이 소환수인 겁니까?”

“네. 이 귀여운 털북숭이가 아꿍이고요. 여기는 규리예요.”

-무우우. 무우우.

「나는 규리다, 뾰!」

“어…… 어. 안…… 녕.”

전투에서는 완전 철벽같이 흔들림 없던 윤대호였는데. 아이들의 인사에 당황하는 모습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듣던 대로 시현 씨의 소환수는 굉장히 독특하군요.”

“하하!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그의 평가에 작게 웃어 보인 뒤.

곧바로 아이들에게 도움을 부탁했다.

“얘들아. 조금 있으면 여기 있는 사람들이 나쁜 녀석들이랑 싸우러 갈 건데. 힘낼 수 있도록 도와줄래?”

「알았다, 뾰! 나만 믿고 있어라, 뾰!」

-무우! 무우!

규리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하늘로 날아오르더니, 주변을 빠르게 돌아다니며 요정 가루를 뿌렸다.

[‘요정의 반짝이는 가루’ 효과를 받습니다.]

[‘마력’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마법 공격력이 상승합니다.]

[마법 공격 저항이 상승합니다.]

[이동속도가 상승합니다.]

[상태 이상 저항이 대폭 상승합니다.]

동시에 아꿍이도 덩실덩실 춤을 추기 시작했다.

[‘아기 야쿰의 응원’ 효과를 받습니다.]

[‘체력’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저항’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물리 공격 저항이 상승합니다.]

[마법 공격 저항이 상승합니다.]

[상태 이상 저항이 상승합니다.]

주변 모든 사람의 몸이 은은한 빛으로 반짝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수많은 능력치가 큰 폭으로 상승하자, 곳곳에서 놀라는 사람들의 반응이 이어졌다.

“헉! 갑자기 이게 뭐야?”

“누, 누가 이런 엄청난 버프 스킬을……?”

“도대체 누구야?”

사람들은 금방 버프의 효능은 확인했지만, 누가 사용했는지는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었다.

열심히 요정 가루를 뿌린 규리가 피곤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흐엑! 요정 가루를 너무 많이 뿌렸다, 뾰! 엄청 피곤하다, 뾰!」

“고생했어, 규리야. 잠시 들어가서 쉬고 있어.”

「끄응…….」

고생한 규리를 칭찬해 준 다음. 잠시 쉴 수 있도록 상의의 주머니에 넣어주었다. 그 모습을 본 아꿍이가 자신도 칭찬해 달라며 내 다리에 달라붙었다.

-무우우. 무우우.

“그래. 아꿍이도 고생했어.”

털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칭찬해주자 아꿍이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다행히 아꿍이는 규리와 비교하면 힘이 넘치는 모양이었다.

멍한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는 윤대호에게 물었다.

“윤대호 대장님. 이 정도면은 도움이 될까요?”

“무, 물론이죠! 엄청난 도움입니다. 완전히 기대 이상입니다. 이 정도의 효과라면 주변에 알려지지 않는 게 더 좋겠군요.”

그는 처음으로 약간 흥분한 모습을 보이며 연거푸 고개를 끄덕였다. 임무를 수행하는 처음으로 밥값을 한 것 같아 내심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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