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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210)화 (210/426)

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210화

천족의 임무(6) 

-콰아아앙!!!

거대 곰 괴수와의 전투는 더욱 격렬해졌다.

리아네와 서예린, 상처를 입은 윤대호 대장도 다시 합류해 싸우고 있었지만, 괴수에게 계속 밀려나는 상황이었다.

아무리 강력한 공격에도.

괴수는 붉은 사슬의 영향을 받아 금방 회복해 버렸다.

체력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윤대호는 비틀거리는 몸을 겨우 가누며 말했다.

“크흑…… 괴수가 순식간에 회복하지 못할 피해를 줘야 합니다. 이렇게 소모적인 전투를 이어나간다면 승산이 없습니다.”

리아네는 얼굴을 찡그리며 대꾸했다.

“그건 나도 알아. 하지만 지금 너희 꼬락서니를 보라고. 제대로 된 반격은커녕 버티는 것도 겨우 하고 있잖아?”

“…….”

확실히 그녀의 말대로 모든 각성자들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

그나마 또 다른 자아의 리아네가 활약해 주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버티는 것도 어려웠을 거다.

리아네는 폭주하는 곰 괴수를 바라봤다.

이제 놈은 붉은 사슬의 영향으로 완전히 이성을 잃어버려, 주변에 보이는 나무나 돌 같은 것들을 모조리 파괴하고 있었다.

괴수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동자에는 잠시 안타까움과 연민의 감정이 떠올랐다.

‘나도 언젠가는 저렇게 되는 걸까?’

리아네는 괴수를 통해 자신의 어두운 미래를 보았다.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 생각하며 오래전에 체념했었지만, 언젠가부터 그녀의 마음속에는 미련이 생기기 시작했다.

‘혹시 그 녀석이라면…….’

자신도 모르게 임시현의 얼굴을 떠올리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를 만난 뒤부터 그녀의 마음속에는 운명이 변할지 모른다는 희망이 생겨났다.

-크허어엉!!

커다란 괴수의 울음소리에 리아네는 정신을 차리고 현실로 되돌아왔다.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며 입가의 미소를 털어냈다.

지금은 그런 달콤한 생각을 할 때가 아니었다. 눈앞의 적을 쓰러뜨리는 데에 온 집중을 다 해야 했다.

“내가 저 녀석의 주의를 끌면서 어떻게든 빈틈을 만들어볼게. 그때 너희들이 기회를 노려.”

“리아네 씨, 괜찮겠어요?”

서예린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묻자, 리아네는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지금 나 말고는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도 없잖아. 그리고 언제까지 동생이 해결해 줄 거라 생각하며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안 그래?”

“…….”

담담한 이야기에 서예린은 면목 없다는 표정으로 대답을 삼켰다. 윤대호는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리아네 씨.”

“제대로 준비해 두라고. 기회는 딱 한 번뿐일 테니까.”

할 말을 마친 리아네는 괴수 쪽으로 몸을 돌렸고. 윤대호와 서예린은 다른 각성자들에게 상황을 전했다.

-크르르르…….

괴수는 다가오는 리아네를 바라보며 진득한 적대감을 드러냈다. 이성을 완전히 잃은 상태였음에도, 본능적으로 위험한 상대를 알아봤다.

-휘익!

-콰아앙!!

가볍게 휘두른 괴수의 공격에 바닥의 흙과 돌이 폭발하듯 터져 나갔다.

리아네는 가볍게 회피하며 괴수의 몸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붉은 사슬의 영향으로 이성을 잃어버리고 공격의 위력은 강해졌지만, 그 형태는 이전보다 훨씬 직선적이고 단순해졌다.

리아네는 그 점을 노려서 과감하게 움직였다. 상대의 큰 움직임을 만들어내 빈틈을 만들 생각이었다.

그녀가 괴수의 주의를 끄는 사이. 나머지 각성자들은 마지막 일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들이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허점을 기다리던 그때.

-휘이익!!

-콱!

괴수의 팔이 기이하게 움직이더니. 공격을 회피하려던 리아네의 옆을 스치고 지나갔다.

“으윽?!”

스치는 듯한 공격에 커다란 충격이 전해졌다. 리아네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리아네는 잠시 충격을 추스르기 위해 괴수와 거리를 벌리려 했지만, 괴수는 이 기회를 놓칠 생각이 없었다.

집요한 공격 끝에 괴수는 커다란 손으로 그녀를 붙잡는 데 성공했다.

지켜보던 각성자들의 입에서 안타까운 탄식이 터져 나왔다.

“아앗! 리아네 씨가!”

“이런……. ”

리아네는 어떻게든 벗어나려 몸을 버둥거렸다. 그러나 무지막지한 손아귀 힘을 쉽게 이겨낼 수가 없었다.

각성자들이 괴수에게 공격을 퍼부었지만, 그녀를 구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온몸에 가해지는 압박이 커졌다.

엄청난 고통과 함께 리아네의 의식이 점점 흐릿해졌다.

‘여기서…… 끝인 건가?’

그녀의 의식이 끊어지기 직전.

엄청난 영혼의 파동과 함께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부우우우우우우!!!

‘이 울음소리는……?’

“가자, 큰뿔아! 본때를 보여주는 거야!”

-무우우! 무우우!

「꺄하하하! 신난다, 뾰!」

커다란 발걸음 소리가 순식간에 가까워지더니, 엄청난 충돌음이 괴수의 옆구리 쪽에서 들려왔다.

-크허허허헝!!

괴수의 입에서 고통스러운 울음소리가 흘러나왔다. 동시에 꽉 쥐고 있던 손에서 힘이 풀렸고, 리아네는 허공으로 튕겨 나왔다.

반쯤 의식을 잃은 채 아래로 떨어지던 그녀는 누군가의 손에 의해 부드럽게 안착했다.

-와락!

* * *

엄청난 영혼의 파동과 함께 커다란 마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크고 아름다운 뿔의 모습만 보아도 그 존재를 금방 눈치챌 수 있었다.

-부우우우우우우!!!

큰뿔이는 특유의 울음소리와 함께 자신의 존재감을 마구 드러냈다.

-무우우! 무우우!

「와! 와! 대장이다, 뾰!」

아꿍이와 규리도 각자 큰소리를 내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나는 알 수 없는 뿌듯함을 느끼며 큰뿔이의 털을 쓰다듬어줬다.

“정말 와 줬구나!”

-부우우우우.

“반갑게 인사해 주고 싶은데. 지금 상황이 좀 안 좋거든?”

-부우우. 부우우.

큰뿔이는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듯 울음소리를 냈다. 그리고 다리를 구부리며 자세를 낮췄다. 나는 금방 그 뜻을 이해하고 아이들과 함께 큰뿔이의 등 위에 올라탔다.

-부우우우우우!!

큰뿔이는 우리를 등 위에 태우고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빠른 속도감에 살짝 엎드려 큰뿔이의 털을 꽉 붙잡았다.

독 포자 안개를 벗어나자마자 괴수와 대치 중인 각성자들의 모습이 보였다. 마지막으로 리아네가 괴수에게 붙잡힌 것도 발견했다.

마음이 급해진 나는 큰뿔이의 등을 두드리며 외쳤다.

“큰뿔아! 리아네 누님이 위험해!”

-부우우우우우!!

믿음직스럽게 대답한 큰뿔이는 곧바로 괴수에게 달려들었다.

-콰아앙!!

-크허허허헝!!

큰뿔이의 커다란 뿔이 옆구리를 제대로 찔렀다. 괴수는 고통스러운 울음소리를 내며 잡고 있던 리아네 누님을 풀어줬다.

“큰뿔아. 저쪽! 저쪽!”

큰뿔이가 빠르게 반응하며 리아네 누님이 떨어지는 방향으로 몸을 움직였다.

-와락!

덕분에 안전하게 그녀를 받아낼 수 있었다.

“리아네 누님! 괜찮아요?”

“으음…… 동생……?”

“네, 저예요.”

리아네 누님은 의식이 흐릿한 상태임에도 내 목소리에 반응했다.

그녀는 잠시 희미한 미소를 짓다가 완전히 의식을 잃어버렸다. 그녀의 안전을 확인한 나는 안도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큰뿔이에게 일격을 당했던 거대 곰 괴수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뿔에 찔린 상처는 벌써 회복이 되고 있었다.

-크르르르…….

놈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소름 끼치는 살기에 아이들이 몸을 떨며 내게 달라붙었다.

큰뿔이는 괴수의 살벌한 기세에도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부우우. 부우우.

“응, 알았어. 큰뿔아.”

큰뿔이는 나에게 멀리 떨어지라고 말했다. 나는 재빨리 리아네와 아이들을 데리고 등에서 내려왔다.

“시현아!”

우리가 바닥으로 내려오자 멀리서 서예린과 윤대호가 달려왔다.

“리아네 씨는 괜찮아?”

“응, 잠시 기절한 것뿐이야.”

“정말 다행이야.”

서예린은 걱정을 많이 했었는지 살짝 눈물을 글썽거렸다. 윤대호 역시 리아네가 무사하다는 소식에 마음이 편안해진 듯한 모습이었다.

“시현 씨. 그런데 저 커다란 녀석은 혹시…….”

“예. 맞아요. 제가 소환한 녀석이에요.”

“허어.”

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큰뿔이를 바라봤다.

-크르르르…….

-부우우우우!

큰불이는 우리를 지키듯 괴수의 앞을 가로막고 위협적인 울음소리를 냈다. 서로 만만치 않다는 것을 느끼고 계속 탐색전을 이어나갔다.

-크어어어엉!!

파괴본능을 이겨내지 못한 괴수가 먼저 공격을 감행했다. 큰뿔이도 기다렸다는 듯이 달려들었다. 둘은 엄청난 기세로 맞부딪쳤다.

-콰아아아앙!!

주변 모두를 움찔하게 할 정도로 커다란 충돌음이 울려 퍼졌다.

서로 한 치의 물러섬 없는 격돌.

하지만 승자와 패자는 허무할 정도로 쉽게 가려졌다.

-끄으으으윽!!

-부우우우우!!

상대의 힘을 감당하지 못한 괴수가 균형을 잃으며 쓰러졌다. 큰뿔이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괴수를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쾅…… 쾅…… 콰아앙!!

괴수는 손발을 허우적거리면서 반항해보려 했지만, 큰뿔이는 상대가 전혀 반격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쓰러진 상대를 뿔로 살벌하게 찌르며 마구 짓밟아 버렸다.

빠른 회복으로 버티는 것도 큰뿔이의 압도적인 힘 앞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서예린, 윤대호 그리고 각성자들은 경악을 넘어서 완전히 질린 표정으로 둘의 전투를 지켜봤다. 죽기 살기로 막아내던 괴수를 큰뿔이는 완전히 가지고 놀 듯이 밀어붙이고 있었다.

“시, 시현아. 저 커다란 뿔을 가진 소환수. 정말로 네 말을 듣고 있는 거 맞지? 갑자기 우리에게 달려들거나 하지는 않는 거지?”

“당연하지. 우리 큰뿔이가 얼마나 착한데. 저렇게 보여도 엄청 귀여운 구석이 많은 녀석이라고!”

“…….”

내 대답을 들은 서예린은 전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반면에 나는 큰뿔이의 귀여움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 안타까울 뿐이었다.

-쿵! 쿵! 쿵!!!

-부우우우!!

결국, 흥분한 큰뿔이의 울음소리와 동시에 거대 곰 괴수는 완전히 쓰러졌다.

“와아아아!!”

“쓰, 쓰러졌다! 저놈이 쓰러졌어.”

“이겼다! 이겼어!”

각성자들 사이에서 승리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서예린은 폴짝폴짝 뛸 정도로 기뻐했고, 표정 변화가 크지 않던 윤대호도 정말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부우우. 부우우.

조금 진정된 큰뿔이가 낮은 울음소리로 나를 불렀다. 아직도 의식이 없는 리아네 누님을 서예린에게 맡기고 큰뿔이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잘했어! 큰뿔아! 정말 덕분에 살았어.”

-부우우! 부우우!

나는 큰뿔이를 껴안으며 마구마구 칭찬해 줬다. 녀석은 내 칭찬이 마음에 들었는지 기쁜 울음소리를 냈다.

-크륵…… 크으으윽…….

힘없는 울음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깊은 상처를 입은 괴수가 고통스럽게 숨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함께 괴수를 바라보던 큰뿔이가 나를 향해 울음소리를 냈다.

-부우우. 부우우.

금방 그 울음소리의 뜻을 알아들었다.

잠시 망설이던 나는 큰뿔이를 바라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큰뿔아.”

나는 무거운 표정으로 쓰러져 있는 거대한 괴수의 위로 올라섰다. 놈의 숨소리와 함께 또 다른 소리가 들려왔다.

-두근…… 두근…… 두근……

괴수의 심장 소리가 느껴지는 곳으로 다가갔다. 양손으로 검을 꺼내 들며, 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겨눴다.

“…….”

-푸우욱!!

검이 심장 깊숙이 파고들었다.

괴수의 온몸이 크게 떨리다가 천천히 잦아들었다. 그리고 고통이 가득했던 얼굴에도 조금씩 평온이 찾아왔다.

[혼돈에 사로잡힌 영혼을 해방했습니다.]

[‘대지 영혼의 파편’을 흡수합니다.]

[‘숲 영혼의 파편’을 흡수합니다.]

[‘혼돈의 사슬 파편 조각’을 얻습니다.]

머릿속을 울리는 알림들.

그런데 마지막 알림이 울리면서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차원의 파편 조각’을 얻습니다.]

[《?????????》능력이 개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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