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212화
농장의 새로운 사업(1)
나와 리아네가 참여했던 천족의 임무는 여러 가지 의미로 많은 화제를 만들어냈다.
굉장히 강력한 전력이었음에도 많은 부상자와 피해를 만들어냈고. 자칫 잘못했으면 최악의 상황까지 일어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많은 관계자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임무에 선발된 각성자들의 준비가 부족했던 게 아니었냐는 부정적인 말들도 나돌았다.
이런 안 좋은 이야기들을 제치고. 가장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은 이야기는 따로 있었는데.
바로 임무의 성공에 가장 큰 공을 세운 두 사람에 관한 내용이었다.
마지막 괴수와 일대일로 전투를 벌이던 한 사람, 그리고 보스급 소환수를 소환해내 전투를 끝낸 한 사람.
바로 나와 리아네에 관한 이야기였다.
우리의 정체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곧바로 주목받지는 못했지만, 둘의 활약이 입에서 입으로 전달되며 암암리에 퍼져 나갔다.
임무가 있었던 다음날에 우리와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길드를 통해 연락한 곳까지 있을 정도였다.
이전에 TV에 나오는 게 괜찮을 것 같다고 잠시 생각한 적이 있긴 한데. 이렇게까지 많은 사람의 관심이 쏠리는 건 너무 부담스러웠다.
강희섭 길드장에게 적당히 무마해 달라고 부탁하고 그쪽 일은 아예 관심을 끊어버렸다.
그리고 남은 시간은 리아네, 아이들과 함께 즐겁게 보냈다.
이곳에서의 모든 일정을 끝내고 우리는 마계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리아네는 짧은 사이에 정이 많이 들었는지. 마중 나온 어머니와 서예린을 보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여기 있는 동안 지낼 수 있게 해주셔서 고마웠어요.”
“시현이가 농장에서 도움받는 걸 생각하면 별거 아니야. 언제든 환영할 테니까 또 놀러 와.”
“다음에도 저의 집에서 머물 거죠? 저도 기다리고 있을게요.”
“네! 다음에 꼭 올 수 있도록 해볼게요.”
다음에 또 언제 기회가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리아네는 꼭 찾아오겠다는 약속을 하며 작별 인사를 나눴다.
아이들과 리아네 그리고 농장에 가져갈 짐을 챙기고 발레리안의 사무실로 향했다. 그곳에는 역시나 천족 아슈미르도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오세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작은 친구들도 안녕?”
“…….”
발레리안은 살갑게 우리를 맞이했고. 아슈미르는 여전히 딱딱한 표정으로 눈인사를 보내왔다. 짧은 인사가 끝나자마자 아슈미르는 곧바로 본론을 꺼냈다.
“두 분께서 이번 임무에 큰 활약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조금 늦었지만, 어려운 임무를 수행해 주신 것에 대해 천족을 대표해서 감사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그녀는 엄숙한 표정으로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겉으로 보기에는 진정성이 가득한 감사 인사였지만, 왠지 모르게 나는 약간의 찝찝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천족을 조심해. 이번에도 위험했어.
꿈인지 현실인지 구별이 안 되던 곳에서 벨리온이 내게 말했다. 천족을 조심하라고…….
뭐 때문에 그런 말을 했을까?
단순히 꿈에서 들은 헛소리라고 하기에는 왠지 모를 이 찝찝함이 계속 나의 신경을 거슬리게 했다.
“약속한 대로 임시현 씨에게는 보상을 드릴 예정입니다. 만약에 따로 부탁하실 일이 있으면 말씀해 주십시오. 최대한 협조해드리겠습니다.”
“아…… 예, 알겠습니다.”
설명을 마친 아슈미르는 리아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리아네 씨, 저번에 문양을 새겼던 손을 보여주시겠습니까?”
그녀의 요청에 리아네는 순순히 한쪽 손을 내밀었다. 내민 손에는 이곳에서 새겼던 문양이 아직도 은은한 빛을 내며 남아 있었다.
“이곳에서 임무가 끝났으니 문양은 회수하겠습니다.”
“그럼 이제는 이곳에 있을 수 없는 거죠?”
“물론입니다. 이 문양이 없는 채로 이곳을 돌아다닌다면, 곧바로 감시관의 추적을 받게 될 겁니다.”
“네…….”
아슈미르는 리아네의 손등에 손을 올렸다. 지난번처럼 새하얀 빛이 쏟아져 나오더니, 손등에 있던 문양이 깔끔하게 사라졌다.
리아네는 허전해진 손등을 바라보며 얼굴을 어둡게 했다. 아마도 이곳에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사실이 굉장히 아쉬운 모양이었다.
“저기 리아네 씨.”
“네? 시현 님?”
“잠깐 저한테도 손을 줘 보실래요?”
“……?”
갑자기 왜 그랬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슬퍼하는 리아네의 표정이 너무 안쓰러워서 뭐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에 그랬는지, 아니면 알 수 없는 힘이 나의 의지를 조정한 것인지…….
확실한 것은 내가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무의식적으로 강하게 느꼈다는 것이다.
리아네는 어리둥절하면서도 순순히 내 쪽으로 손을 내밀었다. 나는 두 손으로 그녀의 손을 살포시 붙잡았다. 그러자 아슈미르가 그랬던 것처럼 새하얀 빛이 쏟아져나왔다.
-우우웅!
[《?????????》능력이 사용됩니다.]
“어……? 어엇? 시, 시현 님?!”
리아네가 말을 더듬으며 당황한 반응을 보였다. 그녀뿐만 아니라 아슈미르와 발레리안도 눈을 동그랗게 뜨며 상황을 지켜봤다.
잠시 후.
빛이 사그라들고 방안에는 잠시 정적이 찾아왔다.
-스윽…….
나는 천천히 리아네의 손등에서 두 손을 거둬들였다. 그곳에는 정말로 믿기 힘든 일이 벌어져 있었다.
“헉?! 이, 이게 어떻게?”
“시, 시현 님? 이게 지금…… 제가 보고 있는 게 맞나요?”
발레리안과 깜짝 놀란 표정으로 바라봤고. 리아네도 믿을 수 없다는 듯 자신의 손등을 계속 매만졌다.
“말도 안 돼…….”
심지어 표정 변화가 거의 없는 아슈미르가 얼굴을 와락 일그러뜨리며 리아네의 손등과 내 얼굴을 번갈아 쳐다봤다.
“도대체…… 인간이 어떻게 ‘차원의 문양’을 새길 수 있는 거죠?”
아슈미르는 복잡한 감정이 담긴 눈빛으로 나를 추궁했다. 그녀의 적극적인 태도가 부담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신선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녀의 적극적인 모습에도 나는 애매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저도 잘 모르겠는데요?”
“지금 장난하시는 겁니까? 방금 시현 씨가 직접 리아네 씨의 손등에 문양을 새기셨지 않습니까?”
목소리까지 높이는 아슈미르의 모습에 나는 난처한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정말이에요. 그냥 이렇게 하면 뭔가 될 것 같아서 해본 건데. 이렇게 진짜로 될 줄 몰랐어요.”
“…….”
내 변명에 아슈미르의 얼굴이 다시 한번 와락 구겨졌다. 솔직히 내가 생각해도 조금은 어처구니없는 변명이긴 했다.
심각한 분위기가 이어지던 와중.
은율이가 불쑥 끼어들었다.
“이제 리아네 언니도 계속 할머니한테 갈 수 있는 거야?”
모두의 시선이 순간 아슈미르에게 쏠렸다. 그녀는 떨떠름한 표정을 짓더니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계속 차원의 문양이 있는 한, 감시관들은 그녀를 쫓을 수 없습니다.”
“그 말은 다시 이곳에 올 수 있다는 말인가요?”
리아네가 기대감 가득한 표정으로 묻자, 아슈미르는 크게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 절차상으로는 문제없습니다.”
“와아!”
“리아네 언니! 다음에 또 할머니 집에 같이 올 수 있데!”
-무우우! 무우우!
「헤헤! 축하한다, 뾰!」
아이들은 리아네에게 달려들며 환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리아네도 정말 기쁜 듯 방긋 웃음을 지었다. 그 모습을 보며 나와 발레리안도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오로지 아슈미르만이 어두운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