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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216)화 (216/426)

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216화

농장의 새로운 사업(5)

“끄으응…….”

로커스의 입에서 앓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의 눈은 맥주와 피자를 즐기고 있는 마을 사람들에게 고정돼 있었다.

굶주려 있는 듯한 눈빛에 다리도 살짝 떠는 모습이 마치 금단 증상을 겪는 듯한 모습이었다.

결국, 참다못한 로커스가 나에게 후다닥 달려왔다.

“시현! 진짜 맥주 한 잔만 먹으면 안 될까? 거짓말 안 하고 딱 한 잔만 마실게. 응?”

나는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조금만 참으세요. 로커스 씨는 지금 한 잔 마시면 무조건 한 잔으로 안 끝나시잖아요.”

“으윽! 이렇게 맛있어 보이는 음식이랑 술을 눈앞에 두고 못 먹게 하다니…… 이건 고문이나 다름없다고.”

“저기 크록 씨는 아무렇지 않게 있잖아요.”

“저 녀석도 지금 엄청나게 참고 있는 거라고. 저것 봐봐. 맥주 근처에만 가면 꼬리가 살랑거린다니까?”

“……어? 진짜네.”

크록은 근처에 맥주가 지나가기만 해도 커다란 꼬리가 살랑살랑 흔들렸다. 거기다 눈에 맥주가 들어올 때마다 자동으로 입맛을 다셨다.

반응이 너무 노골적이다 싶을 정도로 즉각적이라, 약간은 안쓰럽게 보일 정도였다.

“아무튼, 조금만 더 참으세요. 저도 안 마시고 있잖아요.”

“쳇! 자기는 아까 상인들이랑 시원하게 한 잔 마셨으면서…….”

“큭큭, 억지 부리지 마시고 빨리 가세요. 나중에 따로 챙겨 드릴게요.”

투덜대는 로커스를 잘 타일러 다시 돌려보냈다.

“아저씨!”

나를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누군가 와락 안겨들었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귀여운 고양이 소녀가 방긋 웃고 있었다.

“미루 왔구나.”

“헤헤.”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자 미루는 기분이 좋은 듯 갸르릉거리는 소리를 냈다.

“어디로 그렇게 급하게 뛰어가나 했더니. 여기에 있었구먼.”

“안녕하세요, 영주님.”

너구리 영감과 아델라가 함께 내 쪽으로 다가왔다.

불치병을 이겨낸 아델라는 아직 약간 야위어 보이는 것만 빼면, 아주 건강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두 분도 함께 오셨군요. 피자는 드셔보셨어요?”

“네. 영주님 덕분에 맛있게 잘 먹었어요.”

“흠흠. 맛이 나쁘지 않더구나.”

“저도 맛있게 먹었어요. 아저씨.”

미루가 나를 아저씨라고 계속 부르자, 아델라가 조금 엄한 표정을 지으며 타일렀다.

“미루야, 이제 영주님이라고 불러야지.”

“아저씨라고 부르는 게 더 좋은데…….”

시무룩해진 미루의 어깨를 두드려 주며 말했다.

“괜찮아요. 미루가 예전부터 계속 그렇게 불러서, 이제는 저도 아저씨라는 호칭이 더 편하고 익숙하거든요.”

“다른 분들이 보시기에 불편하지 않을까 싶어서…….”

“제가 괜찮으니까 상관없을 거예요.”

조심스러워하는 아델라에게 별일 아니라고 안심시켜 줬다. 미루는 내가 편을 들어준 게 기쁜지 내 품에서 방긋방긋 미소를 지었다.

아델라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옆에서 눈치를 보던 너구리 영감이 헛기침하며 슬쩍 끼어들었다.

“크흠! 상인들의 벌꿀 맥주 반응은 어떻더냐?”

“반응이요? 당연히 최고죠. 벌써 그 맛에 빠져들어서 몇 번이고 잔을 다시 채우던걸요.”

상인들이 벌꿀 맥주를 마시고 보여준 반응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그러냐? 뭐 내가 만든 벌꿀 맥주인데 당연한 일이지.”

너구리 영감은 별로 관심 없다는 듯 덤덤하게 말했지만, 두툼한 너구리 꼬리가 크게 흔들리는 걸 보니 내심 굉장히 기쁜 모양이었다.

기분이 좋아진 모습을 확인하고 슬쩍 질문을 던졌다.

“영감님. 상인들이 벌꿀 맥주 사업에 관심을 보이던데. 우리 양조장에서 사업을 벌일 만큼 생산량을 늘릴 수 있을까요?”

“양조장에 알맞은 제조법을 확인했으니까. 이제 훨씬 더 많이 만들어낼 수 있을 거다.”

너구리 영감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동시에 앞으로 얼마나 생산량을 늘릴 것인지에 대해서도 대략 설명해 줬다.

“오오. 그렇게나 많이 만들 수 있나요?”

“그럼! 양조장에 일꾼만 추가로 더 보충해 준다면 큰 문제 없어.”

“그건 정말 좋은 소식이네요. 방금 해주신 이야기 덕분에 상인들과 좀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나만 믿고 있으라고. 맥주는 얼마든지 만들어줄 테니까.”

내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많은 생산량에 조금 안심이 됐다. 상인들에게 많이 판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농장에 도사리는 맥주 귀신을 만족시키는 게 가장 중요했다.

미루, 아델라 그리고 너구리 영감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나는 곧바로 다른 마을 사람들의 인사를 받아야 했다. 맥주로 얼굴이 상기된 마을 주민들이 연신 나에게 감사 인사를 해왔다.

인사를 전부 받아주다 보니 오랜 시간을 붙잡혀 있어야 했다. 그래도 피자와 맥주 한잔으로 순수하게 기뻐하는 마을 주민들의 모습은 내 마음을 굉장히 뿌듯하게 했다.

하늘의 해가 조금씩 기울기 시작할 때쯤.

축제처럼 떠들썩한 분위기는 조금씩 시들해졌다.

마을 주민들은 어질러졌던 주변을 치우기 시작했고, 화덕 앞에서 쉴 새 없이 피자를 구웠던 요리사들은 드디어 휴식을 취했다.

나는 휴식을 취하고 있는 요리사들에게 다가가 인사했다.

“오늘 고생 많으셨어요. 피자 정말 맛있었어요.”

“아닙니다, 영주님.”

“저희가 만든 피자가 맛있으셨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며칠 전부터 열심히 연습한 보람이 있었네요.”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있으면 불러주십시오.”

요리사들과 이야기를 끝마친 나에게 세 명의 상인이 다가왔다. 세 사람 모두 맛있는 음식과 맥주를 대접한 것에 대해 감사 인사를 전했다.

“맛있었다니 다행이네요. 혹시 입맛에 안 맞으실까 봐 조금은 걱정했거든요.”

내 말을 들은 에르긴이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아마도 피자와 벌꿀 맥주를 싫어할 존재는 이 마계에 몇 없을 겁니다. 제 이름을 걸고 보장할 수 있습니다.”

“그의 말이 맞습니다. 저도 술을 좋아하는 편인데. 오늘 마셔본 벌꿀 맥주는 완전 신세계였습니다.”

알고트는 벌꿀 맥주가 정말 마음에 들었는지, 콧수염이 떨릴 정도로 흥분한 감정을 드러냈다.

“저도 정말 맛있게 먹었어요. 특히 벌꿀 맥주는 뮤레인도 정말 좋아할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수린도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소감을 밝혔다. 그리고 마지막에 뭔가를 생각해 내고 재빨리 말을 이었다.

“그러고 보니 중요한 말씀을 안 드릴 뻔했네요. 카디스 영지에 푸른수정 상회의 지점을 만들 계획을 진행 중이에요.”

“어엇?!”

“크흠!”

분명 나에게 한 말인데 반응은 에르긴과 알고트 쪽에서 먼저 튀어나왔다. 그들의 반응을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수린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물론 영주님의 허락을 먼저 받는 게 우선이지만, 아직 계획이 완전하지 않아서요. 조만간 지점 설립 계획이 완성되면 다시 찾아뵐 것 같아요.”

그녀의 지점 설립 이야기에 나머지 두 상인의 표정에서 감정이 그대로 드러났다. 당황하는 동시에 매우 불안해하는 모습이었다.

“영주님 생각은 어떠세요?”

세 상인의 관심이 전부 나의 대답으로 쏠렸다.

만약에 갑자기 이런 질문을 받았더라면 굉장히 당황했겠지만, 이것에 대해서 안드라스나 로커스와 미리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덕분에 나는 크게 동요하지 않고 적당한 대답을 내놓았다.

“푸른수정 상회 같은 큰 상회에서 영지에 지점을 설립해 주신다면 당연히 환영해야죠. 특히 카디스 영지는 상회의 도움이 많이 필요하거든요.”

-움찔!

-움찔!

옆에 있던 에르긴과 알고트가 살짝 몸을 떨었다.

“다행이네요. 저희 상회와 교류가 거의 없어서 거절하시면 어쩌나 하고 걱정을 많이 했거든요.”

“하하! 제가 무슨 힘이 있어서 푸른상회같이 영향력이 큰 곳의 제안을 거절하겠어요.”

“무슨 말씀이세요. 영주님은 충분히 그럴 만한 힘을 가지고 계시어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수린은 자신의 계획을 짧게 설명했다.

“지점이 세워지기 전에 카디스 영지와 거래를 먼저 시작할 생각이에요. 아까 영주님께서 자리를 비우신 동안, 라구스 촌장님과 이야기를 나눠봤어요. 촌장님의 이야기를 통해 조만간 괜찮은 거래를 준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눈을 선명하게 빛내며 한마디를 더 덧붙였다.

“영주님께서 괜찮으시다면 벌꿀 맥주로 거래를 시작하는 것도 괜찮겠네요.”

“……!”

“……!”

그녀가 벌꿀 맥주 사업에 욕심을 드러내자, 상인들 사이에 미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나는 굳이 그들의 신경전에 끼어들지 않고 느긋한 태도를 유지했다.

“아직 벌꿀 맥주 판매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계획이 없어서요. 그래도 양조장을 책임지시는 분께서 금방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고 하시더군요.”

조만간 벌꿀 맥주를 거래할 수 있다는 것 정도만 넌지시 언급했다. 그것만으로도 내가 더 말할 필요가 없었다.

이제 오늘 마을을 방문한 상인들을 통해 벌꿀 맥주에 대한 소문이 떠돌 것이고, 자연스레 기대감은 올라갈 것이다.

나는 충분한 물량만 확보하고 여유롭게 그들을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점점 마음이 급해지는 건 저쪽일 테니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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