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220화
후계자 선정?(4)
농장의 저녁 식사 시간.
나는 레이와 샤샤를 차례로 의자에 앉혀주었다. 그 옆에는 은율이가 자리를 잡았다. 내 옆으로 쪼르륵 붙어 앉은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묘한 충족감이 들었다.
카네프는 언제나처럼 나른한 얼굴로 가장 상석으로 향했고. 그 옆쪽에 안드라스가 자리 잡았다.
평소 같았으면 옆에 남은 자리는 엘프리드나 리아네의 몫이지만, 오늘은 조금 달랐다.
“어흠! 오늘은 바르바토스 공자 옆쪽에 앉아야겠네”
“어? 그러실래요? 그럼 안드라스 님 옆자리가 남네요.”
엘프리드와 리아네는 소름 돋는 발연기를 하며 안드라스의 옆자리를 공석으로 만들었다. 다행히 안드라스는 두 사람의 연기를 눈치채지 못한 듯 보였다.
“오늘은 아미 님이 이 자리에 앉으셔야겠네요. 얼른 오세요.”
“네? 아…… 네!”
아미가 주춤주춤 안드라스의 옆자리로 향했다. 그녀에게 리아네는 몰래 두 주먹을 쥐어 보이며 응원의 뜻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크로셀까지 도착하고 모두 본격적으로 식사를 시작했다.
오늘 저녁 메뉴는!
윤기 나는 쌀밥과 갖가지 재료를 넣어 만든 볶음밥.
나는 주변으로 시선을 돌리며 사람들의 반응을 살폈다. 다행히 모두 음식이 입맛에 맞는 듯 보였다. 마지막으로 아이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어때? 볶음밥 맛있어?”
“응. 마시써.”
“나도.”
쌍둥이들은 작은 숟가락을 열심히 움직여 볶음밥을 입으로 가져갔다. 아직 숟가락을 움직이는 게 서투른 탓에 음식을 흘리거나, 입가에 묻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럴 때마다 옆에 있던 은율이가 친동생들을 돌보는 것처럼 쌍둥이들을 챙겼다. 쌍둥이들도 자연스럽게 은율이의 손길을 받아들였다.
친남매가 된 것 같은 아이들의 모습에 절로 마음이 따뜻해졌다. 만약에 나에게 아내가 있었다면, 당장에라도 은율이에게 동생을 만들어 주자고 졸랐을 것 같았다.
아이들을 챙기는 틈틈이 반대편 식탁 쪽의 상황도 살폈다.
나란히 앉아서 식사를 하고 있는 안드라스와 아미의 모습이 보였다.
아미는 계속 옆을 힐끔거리면서, 안드라스가 볶음밥을 맛있게 먹을 때마다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안드라스가 먹는 것만 봐도 좋은지 자신의 접시 위의 음식들은 거의 손도 대지 않은 상태였다.
풋풋하다, 풋풋해!
애틋한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간질간질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아미는 계속 옆을 힐끔거리기만 할 뿐, 뭔가 제대로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발연기까지 하며 상황을 만들어 준 엘프리드와 리아네도 안타깝게 그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내가 먼저 나섰다.
“안드라스 씨. 볶음밥 어때요? 혹시 이상하지는 않나요?”
“평소와 크게 다를 게 없는 것 같습니다만?”
“다행이네요. 오늘은 제가 아니라 아미 양이 대신 요리를 했거든요.”
아미는 다행히 리아네 수준의 파괴적인 요리 실력은 아니었다. 요령을 알려주고 옆에서 적당히 조언을 해주는 것만으로도 금방 실력이 괜찮아졌다.
“아미 양이 만든 음식이었습니까? 저는 당연히 시현 님이 만드신 음식인 줄 알았습니다.”
안드라스는 살짝 놀라며 자신의 옆자리를 바라보았다. 덩달아 아미도 몸을 움찔 떨었다.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어, 어떠세요? 제가 만든 요리…….”
“맛있습니다. 아미 양은 마법에만 재능을 가지고 계신 게 아니었군요. 요리사를 직업으로 정하셨어도 크게 성공하셨을 겁니다.”
“그, 그런가요?”
안드라스 입에서 튀어나온 극찬에 아미의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지어졌다. 엘프리드와 리아네도 순조롭게 흘러가는 상황을 보며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부단장님, 다음에 또 만들어드릴까요?”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또 만들어 주신다면 저야 좋습니다만. 저는 딱히 해드릴 만한 게 없는데…….”
“괜찮아요. 대신 마법사단에 좀 더 얼굴을 비춰주세요. 그럼 자주 요리를 만들어드릴게요.”
“…….”
엄청난 관계 진전을 이뤄낸 건 아니지만, 이것만으로도 좋은 시작에 성공한 것 같았다.
핑크빛 기류를 일으키는 두 사람을 바라보다가, 문득 뭔가를 떠올리고 식탁의 끝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오로지 식사에만 집중한 채,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는 크로셀이 보였다.
빠르게 식사를 마친 그는 짧은 인사만 남기고 조용히 식당을 떠나갔다. 농장에 도착한 뒤로 매번 보이는 모습이었다.
처음에는 농장의 생활이 어색해서 그런가? 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크로셀은 의도적으로 사람들과 교류를 거부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농장일은 또 열심히 도와줬다. 일 때문에 가끔 대화를 나눠보면 그렇게 낯을 가리는 성격도 아닌 것 같았다.
나는 크로셀이 나간 식당 문을 바라보면서 깊은 생각에 잠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