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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222)화 (222/426)

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222화

후계자 선정?(6) 

농장의 식사시간.

평소와 다름없이 식사하는 모습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어색한 분위기가 흘렀다. 그 중심에는 안드라스와 아미가 있었다.

“…….”

“…….”

엘프리드와 리아네의 발 빠른 움직임으로 두 사람은 이번에도 식탁 앞에 나란히 자리했다.

하지만 지난번과는 달리 둘의 움직임은 매우 부자연스러워져 있었다. 대화도 거의 하지 않고 기계적인 움직임으로 음식을 입으로 가져갈 뿐이었다.

두 사람은 서로를 의식하고 있으면서도 쉽사리 먼저 나서 행동하지 못했다.

뭔가 이뤄질 듯 말 듯 한 분위기.

지켜봐야만 하는 입장에서는 고구마를 먹은 듯한 답답함을 느끼면서도, 금방이라도 사건이 생길 거라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엘프리드는 나와 비슷하게 가끔 두 사람을 살피며 담담한 태도를 유지했지만. 열렬한 응원자인 리아네는 지지부진한 모습에 불안해하며 내 쪽으로 시선을 보냈다.

그녀의 시선에 나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불안해하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지금은 딱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저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다리면서 옆에 있는 아이들의 식사를 챙겼다.

각자의 복잡한 생각과 미묘한 감정이 식탁 위에서 소용돌이치던 그때.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튀어나왔다.

“으음…… 오늘 뭔가 이상한데……?”

-움찔!

-움찔!

의심이 가득한 카네프의 목소리에 안드라스와 아미는 물론이고, 엘프리드와 리아네도 몸을 떨었다.

괜히 이상한 이야기가 튀어나오기 전에 아무것도 모르는 척 카네프에게 말을 걸었다.

“사장님, 왜요? 혹시 음식이 마음에 안 드세요?”

“아니. 음식이 문제가 아니라. 뭔가 분위기가 이상한데.”

“예? 그런가요?”

“그래. 뭐 때문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는데. 뭔가 내 기분을 굉장히 거슬리게 만들고 있어.”

“…….”

아무래도 카네프는 체질적으로 달달한 분위기를 거부하는 모양이었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며 식탁에 둘러앉은 사람들을 찬찬히 살폈다.

카네프의 시선은 나와 아이들 그리고 엘프리드와 리아네를 지나, 문제의 두 사람 쪽으로 향했다.

“으음…….”

“…….”

안드라스와 아미는 시선이 닿자마자 불안한 듯 몸을 뒤틀었다. 카네프의 눈빛이 먹잇감을 발견한 맹수처럼 날카로워졌다.

“뭐야? 안드라스. 너 무슨 일 있었지?”

“제, 제가 뭘…….”

“내가 모를 줄 알아? 분명히 뭔가 숨기고 있는 거지?”

보다 못한 리아네와 엘프리드가 궁지에 몰린 안드라스를 도우려고 나섰다.

“카네프 님, 갑자기 안드라스 님에게 왜 그러세요?”

“안드라스 선배가 이상한 게 하루 이틀인가요? 너무 신경 쓰지 마시고 마저 식사나 하시는데…….”

“호오? 이것들 봐라. 갑자기 감싸고 도니까 더욱 수상한데?”

애석하게도 리아네와 엘프리드는 안드라스에게 전혀 도움을 주지 못했다. 오히려 카네프의 의심을 강하게 만드는 계기만 제공하고 말았다.

카네프는 안드라스와 아미를 번갈아 쳐다보다가 한 마디 툭 던졌다.

“혹시 너희들 사귀냐?”

“…….”

“…….”

그 짧은 한마디로 식당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식탁 아이들의 우물거리는 소리만 작게 울려 퍼졌다.

그 와중에 카네프의 분위기를 보고 확신에 찬 미소를 보였다. 안드라스는 두 손을 내저으며 필사적으로 부정했다.

“저, 절대 그런 거 아닙니다.”

그나마 사정 아는 내가 봤을 땐 안드라스가 정말 억울해 보였지만, 카네프의 눈에는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은 듯했다.

오히려 ‘강한 부정은 곧 긍정’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까?

“그래…… 그랬단 말이지?”

“뭔가 오해가 있으신 것…….”

“오해는 무슨.”

“저기…… 카네프 님. 일단 손에 들고 계신 나이프는 놓고 이야기해 주시겠습니까?”

공포에 질린 안드라스의 말에 카네프는 순순히 나이프를 내려놨다. 대신 그의 손목에서 무시무시한 사슬 소리가 흘러나왔다.

-촤르르르륵.

-촤르르르륵.

“헉!”

“자, 그럼 우리 안드라스가 뒤에서 어떤 재밌는 일을 하고 있었는지 자세히 알아볼까?”

씨익 웃으며 사슬을 움직이는 카네프의 모습은 공포 그 자체였다. 벌벌 떠는 안드라스의 앞으로 누군가 불쑥 튀어나왔다.

“그만두세요!”

“……?”

“……!”

“부단장님은 아무 잘못 없어요. 그냥 제가 일방적으로 따라다닌 것뿐이에요.”

옆에 앉아 있던 아미가 당돌한 눈빛으로 안드라스의 앞을 막아섰다.

그녀의 모습에 모두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렇게 과감하게 움직일 거라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카네프도 예상외의 상황에 살짝 당황한 눈치였다.

“그리고 아무리 카네프 님이라고 해도 부단장님에게 함부로 굴지 말아주세요. 계속 부단장님을 괴롭히신다면 제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

“아미 양…….”

와…… 이게 바로 사랑의 힘인가?

그 무시무시한 사장님 앞에서 저렇게 당당히 나설 수 있다니. 그녀의 용감한 행동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카네프는 자신의 앞을 가로막은 아미를 잠시 바라보다가, 손을 흔들어 주변의 사슬들을 차례로 없앴다.

“쳇…….”

그는 김이 빠졌다는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완전히 흥미를 잃어버리고 조용히 식사를 이어나갔다.

한편, 카네프를 물러나게 만든 아미는 뒤늦게 자신의 과감한 행동을 깨달았는지, 온몸을 파르르 떨며 본래 자리로 돌아갔다.

자리에 돌아가서도 조금씩 몸을 떠는 그녀에게 안드라스가 말을 걸었다.

“아미 양.”

“네?”

“고맙습니다. 저 때문에 무리하게 나서줘서.”

“아, 아니에요.”

아미는 부끄러워하면서도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는 안드라스의 얼굴에도 부드러운 미소가 생겨났다.

두 사람 사이에 있었던 어색함은 사라지고. 예전처럼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돌아갔다.

거기에 말로 설명하기 힘든 몽글몽글한 분위기가 더해져, 둘의 관계가 조금 달라졌음을 느끼게 했다.

카네프의 돌발 행동에 불안에 떨었지만, 결국에는 좋은 결과로 이어졌고. 지켜보던 모두가 식사시간 내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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