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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225)화 (225/426)

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225화

슈나르페의 문제아(2)

에스베른과 안드라스.

두 사람은 간절한 눈빛으로 도움을 요청했다. 가족의 안위가 달린 부탁이니, 그 무게감이 절절하게 느껴졌다.

부탁을 받자마자 저절로 난처한 표정이 지어졌다. 여러 가지로 굉장히 복잡해질 수 있는 문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뜻 거절의 말을 내뱉을 수 없었다.

안드라스는 마계 농장에서 일하게 된 뒤로 많은 도움을 주었고, 내가 어려운 일이 있을 때 항상 먼저 나서준 존재였다.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당연히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이 앞설 수밖에 없었다.

잠시 망설이는 사이.

내가 거절하려는 줄 알았는지, 안드라스가 깊숙이 고개를 숙이며 재차 부탁해 왔다.

“시현 님! 동생을 찾는 일을 도와주신다면, 그 은혜는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제 가문의 이름을 걸고 약속드리겠습니다.”

그의 무거운 맹세에 아연실색하며 황급히 두 손을 내저었다.

“일단 고개 드세요, 안드라스 씨. 딱히 거절하려고 했던 건 아니에요.”

“저, 정말…… 입니까?”

“그럼요. 저도 안드라스 씨한테 많은 도움을 받았잖아요. 힘들 때는 서로서로 도와야죠.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최대한 협력해드릴게요. 제가 도움이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닙니다! 시현 님이 도와주신다면 꼭 동생을 찾아 데려올 수 있을 겁니다.”

안드라스는 크게 감동했는지, 두 눈에 살짝 눈물이 글썽거렸다. 에스베른도 한결 밝아진 표정으로 감사를 표했다.

“카디스 영주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영주님의 도움은 슈나르페 가문이 사라지지 않는 한, 영원히 기억될 겁니다.”

굉장히 부담스럽고 거창한 맹세에 나는 어색한 미소로 고개를 끄덕였다.

방 안에 경직돼있던 분위기가 잠시나마 훈훈해지려던 순간. 카네프가 불쑥 끼어들어 찬물을 쫙 끼얹었다.

“아∼ 아∼! 이제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대충 알겠으니까. 시시한 촌극은 집어치워. 결국에는 집 나간 망아지를 잡아 오는 걸 도와달라는 말이잖아?”

에스베른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어차피 저 녀석도 또 오지랖 부릴 게 뻔했고.”

“안드라스 씨도 농장의 식구인데 오지랖이라뇨. 그리고 마음이 따뜻하다든가, 친절하다든가 다른 좋은 표현도 많잖아요.”

“시끄러. 마음이 따뜻하긴 개뿔. 호구라고 안 부른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해.”

“…….”

카네프는 굉장히 거칠게 상황을 정리한 뒤, 날카로운 눈빛으로 에스베른을 노려봤다.

“그래서 뭘 어떻게 할 생각인데? 설마 시현만 믿고 다 맡길 생각은 아니겠지? 손 안 대고 코 풀 생각으로 온 거라면, 저 녀석이 허락했더라도 내가 허락 안 해줄 거야.”

에스베른은 카네프의 날카로운 눈빛에도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침착한 태도로 곧바로 질문에 대답했다.

“물론 아닙니다. 이미 발레리안과 해결책에 대해서 깊게 이야기를 해둔 상태입니다. 시현 님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긴 하지만. 부득이하게 도움을 받을 수 없다 해도, 저희 나름대로 해결책을 실행할 계획이었습니다.”

그제야 카네프는 날카로운 눈빛을 거두고 슬쩍 미소 지었다.

“여전히 철두철미한데? 가주 자리에 오래 있어서 엉덩이가 무거워졌나 싶었는데 말이야.”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리고…….”

에스베른의 눈동자에서 짧게 강렬한 기세가 흘러나왔다.

“무엇보다 가족의 안위가 걸린 일입니다. 당연히 사소한 것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지요.”

그는 담담한 어조로 굳건한 의지를 드러냈다. 안드라스도 따라 눈을 빛내며 의지를 불태웠다.

“그럼 이미 계획이 있다는 말이네?”

“네. 대략적인 계획은 이미 준비해뒀습니다.”

에스베른은 막힘없이 준비한 계획을 설명해 나갔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천족에게 들키지 않는 겁니다. 최대한 조용히 그 아이를 마계로 데려오는 게 목적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준비 과정이 필요합니다.”

“준비 과정?”

“그 아이를 빠르게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시 마계로 되돌려보낼 장비도 마련해야 합니다. 다른 차원계로 이동하는 일이니, 장비를 준비하는 일이 쉽지 않을 겁니다.”

잠시 설명을 멈춘 그의 시선이 내 쪽으로 향했다.

“이 모든 준비의 첫 번째는. 바로 시현 님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

무섭게 모여드는 시선을 느끼며.

긴장감에 침을 꼴깍 삼켰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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