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226화
슈나르페의 문제아(3)
“안녕!”
「우리 왔다, 뾰!」
-무우우!
조용하던 사무실에 활기찬 인사가 울려 퍼졌다.
발레리안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아이들을 맞이했다. 그는 미리 준비해둔 사탕을 책상에서 꺼내 아이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그리고 또 한 사람.
“안녕하세요, 아슈미르 씨.”
“반갑습니다.”
아슈미르가 우리의 도착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과 딱딱한 말투로 대화를 이어나갔다.
“이번에도 저 아이들과 함께 휴가를 나오신 겁니까?”
“휴식도 취하고 다른 일도 겸사겸사 진행할 예정이에요.”
내 대답에 아슈미르는 잠시 아이들을 바라보다가 내 뒤쪽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 그녀의 무표정한 얼굴이 살짝 찡그려졌다.
“저 마족도 함께 가는 겁니까?”
“네, 마계에서 여러 가지로 도와주고 계시는 안드라스 씨예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슈나르페 가문의 안드라스라고 합니다.”
“감시관의 임무를 맡은 아슈미르입니다.”
안드라스의 인사에 아슈미르도 정중하게 자신을 소개했다.
물론 그녀의 정중한 행동과는 별개로 안드라스를 바라보는 눈동자에는 못마땅함이 깃들어있었다.
“무슨 목적으로 이곳에 방문하시는지 알 수 있겠습니까?”
아슈미르의 사탕을 나눠주던 발레리안이 불쑥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설명을 쏟아냈다.
“이번에 이기석 본부장님의 요청으로 여기 오게 됐습니다. 아티팩트 제작으로 유명한 슈나르페 가문을 대표해서 온 거지요. 여러 기업 관계자와 개발자 분들을 만날 예정입니다. 시현 씨도 함께요.”
발레리안은 아주 그럴듯하게 계획을 설명했지만, 모두 이기석 본부장과 미리 지어낸 거짓말이었다.
마계에서 넘어온 동생을 찾으러 왔습니다…… 라고 할 수는 없으니. 그럴듯한 거짓 계획을 미리 준비한 것이었다.
다행히 아슈미르는 발레리안의 설명에 대해서는 전혀 의심하지 않는 듯 보였다. 대신에 그녀는 다른 부분을 지적했다.
“어떤 목적으로 방문했는지는 알겠습니다. 하지만 이기석 본부장의 요청이 있었다 해도. 저희가 허락하지 않으면 저 마족은 이곳에 있을 수 없습니다.”
“그…… ‘차원의 문양’이 필요하다는 말씀이죠?”
“그렇습니다.”
아슈미르의 경고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예상했던 반응이었다.
지난번에 천족의 임무로 리아네를 데려온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허락없이 안드라스를 데려온 것이니까.
하지만 대책은 이미 생각해 둔 상태였다.
“안드라스 씨. 손등이 보이게 손 좀 내밀어보실래요?”
“음…… 이렇게 말입니까?”
안드라스가 천천히 손등을 내밀었다. 나는 두 손을 그의 손등 위에 올렸다. 그러자 새하얀 빛이 손등 위에서 쏟아져나왔다.
-우우웅!
[《?????????》능력이 사용됩니다.]
잠시 후.
빛이 사그라들고 나는 두 손을 거둬들였다. 안드라스의 손등 위에는 은은한 빛을 내뿜는, 익숙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손등 위의 문양을 확인하고 아슈미르에게 물었다.
“이러면 되는 건가요?”
“…….”
그녀 역시 손등의 문양을 바라보며 다시 한번 더 인상을 구겼다. 그리고 작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슈미르가 순순히 인정하는 모습에 발레리안과 안드라스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란 반응을 보였다.
후우…… 다행이다.
혹시 안 되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는데.
어떻게 내가 이 ‘차원의 문양’을 만들 수 있는지는 아직 미스터리지만, 그 효과는 천족에게도 확실히 유효한 모양이었다.
“그럼 안드라스 씨도 함께해도 괜찮은 거죠?”
“……그렇습니다. 절차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아슈미르가 확실히 인정하는 말을 듣고 나는 완전히 안심한 표정을 지을 수 있었다. 하지만 뒤에 이어지는 경고로 인해 금방 표정을 굳힐 수밖에 없었다.
“시현 씨. 당신이 사용하는 능력은 저희로서는 굉장히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감시관으로서 당신의 행동을 지켜볼 수밖에 없습니다만, 다른 ‘심판관’, ‘집행관’분들은 다릅니다.”
“…….”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당신을 주시하는 천족이 많습니다. 어떻게 그 능력을 사용할지는 시현 씨의 자유입니다. 하지만 너무 남용하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아슈미르는 진지한 조언을 남긴 뒤, 볼일은 끝났다며 먼저 사무실을 떠나갔다. 그녀의 조언은 한동안 머릿속을 맴돌며 마음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휴우…… 다행히 잘 넘어간 것 같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시현 씨.”
“아…… 네.”
발레리안의 말에 뒤늦게 정신을 차리며 대답했다.
안드라스는 자신의 손등에 새겨진 문양을 살피며 계속 감탄을 터뜨렸다.
“정말 신기하군요. 이건 천족의 능력이지 않습니까? 시현 님은 어떻게 이런 능력을 사용하실 수 있는 겁니까?”
“저도 잘 몰라요. 처음 사용했을 때도 그렇고, 이번에도 긴가민가했거든요. 리안 씨가 말한 대로 잘 넘어가서 다행인 것 같아요.”
발레리안, 안드라스와 방금의 상황을 잘 넘긴 것 같다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자, 조용히 지켜보고 있던 아이들이 내 곁으로 우르르 몰려들었다.
“아빠. 이제 할머니 집 가자.”
「나는 빨리 아이스크림 먹고 싶다, 뾰!」
-무우우. 무우우.
아이들은 아슈미르를 상대하는 동안 조용히 기다리는 게 심심했던 모양이었다. 아이들의 투정 부리는 모습에 발레리안이 슬쩍 미소 지었다.
“오늘은 늦었으니 이만 집으로 가시죠? 일단 큰 산 하나는 넘었고. 내일부터 계획을 시작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할까요?”
“가시죠. 제가 배웅해드리겠습니다.”
발레리안의 말대로 나는 아이들과 안드라스를 데리고 주차장으로 향했다. 내려가는 동안에 발레리안은 간략하게 앞으로의 계획을 설명해 줬다.
“본격적인 수색은 내일부터 시작하시면 됩니다.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너무 눈에 띄는 행동은 삼가셔야 합니다. 최대한 조용히 일을 마무리하는 게 최선이에요.”
“끄응…… 그런데 너무 막막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도대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찾아야 하는 동생에 대한 정보는 정말 한정적이었다. 내가 가지고 다녔던 아티팩트로 좌표를 산출해냈으니, 나의 활동반경 근처에 떨어졌을 거라는 막연한 추측이 전부였다.
그것도 몇 달 전의 일.
지금은 정말 먼 곳까지 가버렸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이기석 본부장에게 도움이 될 만한 자료들을 요청해놓은 상태입니다. 오늘 저녁까지 정리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그 자료가 정말 도움이 될 만한 것이었으면 좋겠네요.”
“안드라스도 나름 방법을 준비해 왔을 겁니다. 유능한 친구이니 믿고 맡기시면 됩니다. 그렇지? 안드라스? ……안드라스?”
나와 발레리안은 안드라스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깨닫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는 벌써 아이들과 함께 자동차 근처에 도착해 있었다.
“오오…… 이게 자동차라는 거군요? 리아네 양에게 들었습니다. 단단한 쇠로 된 물건이 마차보다 빠르게 움직인다고요.”
“맞아, 엄청 빨리 움직여.”
「밖에 나가면 깜짝 놀랄거다, 뾰! 저런 자동차가 엄청 막막 돌아다닌다, 뾰!」
-무우우! 무우우!
“그렇습니까? 한번 내부 구조를 살피고 싶군요.”
안드라스는 처음 보는 신기한 물건에 완전히 푹 빠져서, 주변을 빙빙돌며 계속 자동차를 살폈다. 동생에 대한 건 완전히 잊어버린 것 같은 모습이었다.
전혀 믿음직스럽지 못한 모습에 나의 얼굴에는 걱정이 가득 차올랐고, 발레리안은 쓴웃음을 지으며 괜찮다는 말만 되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