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227화
슈나르페의 문제아(4)
우리는 차원 이동의 흔적을 중심으로 비슷한 파장을 탐색해 나갔다.
안드라스는 계속 아티팩트를 사용하며 주변을 꼼꼼히 탐색했고, 나도 열심히 주변을 돌아다니며 이상한 점이 없나 살폈다.
그래도 차원 이동의 흔적을 찾았으니 금방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했지만, 그 감정은 조금씩 실망감으로 변해갔다.
안드라스가 말했던 대로 파장의 추적은 쉽지 않았다. 꽤 오랫동안 주변을 살폈음에도 작은 실마리조차 잡을 수 없었다. 자연스레 우리의 얼굴은 점점 어두워졌다.
나도 이렇게 가슴이 답답하고 속이 상하는데, 가족인 안드라스는 얼마나 마음이 무거울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마음 같아서는 경찰에 실종 신고도 하고, 동네방네 이름을 소리치며 찾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아무리 답답해도 많은 사람의 이목을 끌어서는 안 된다. 괜히 소란을 피워 천족의 감시에 걸려들게 된다면, 오히려 안드라스의 동생의 안전이 더 위험해질 게 뻔했다.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이곳 주변을 돌아다닌 지 벌써 많은 시간이 흐른 상태였다.
나는 침울한 안드라스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안드라스 씨, 조금만 쉬었다가 하죠? 어머니와 아이들이 있는 곳에도 잠시 가봐야 할 것 같아요.”
“네…… 알겠습니다.”
안드라스는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안쓰러운 모습에 억지로 위로의 말을 꺼내려다 그만뒀다. 지금은 어떠한 말로도 그에게 위안을 주기 힘들 것 같았다.
우리는 어머니와 아이들이 있는 공원으로 터버터벅 걸음을 옮겼다. 공원에 들어서자마자 멀리서 은율이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하하하!”
「꺄하하! 신난다, 뾰!」
은율이는 규리와 함께 그네를 타고 있었고, 어머니가 그 뒤에서 등을 밀어주고 있었다. 흔들리는 그네가 하늘 높이 올라갈 때마다 은율이와 규리의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어머니는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에 미소를 지으면서, 혹시나 떨어지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스럽게 그네를 밀어줬다.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꿍이가 나를 발견하고 급하게 달려왔다.
-무우우.
아꿍이는 입으로 내 바지를 잡아끌며 그네 쪽으로 이끌었다. 나는 금방 그 의미를 이해하고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너도 그네 타고 싶어서 그러는 거야?”
-무우우! 무우우!
“알았어. 그럼 아꿍이는 나랑 같이 타볼까?”
나는 옆에 비어 있는 그네에 조심조심 자리를 잡고 기대감에 눈을 초롱이는 아기 야쿰을 품에 안았다.
성인이 타기에는 조금 작다는 것만 빼면, 생각보다 안정적으로 그네를 탈 수 있었다.
앞뒤로 발을 구르며 조금씩 그네를 움직였다. 시계추처럼 움직이는 폭이 커질수록 바람과 속도감이 느껴졌다. 공중에 붕 떠오르는 간질간질한 느낌은 잠시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게 했다.
-무우우~! 무우우~!
아꿍이도 그네가 마음에 들었는지 신나서 울음소리를 터뜨렸다. 마치 더, 더 세게 밀라고 외치는 것 같았다.
한차례 신나게 그네를 타고 아꿍이를 바닥에 내려주었다. 아주 만족한 아꿍이는 내 다리에 몸을 비비며 애교를 부렸다.
아꿍이의 애교를 받아주는 사이.
내 옆으로 은율이와 규리가 쪼르르 다가왔다.
“아빠. 나도 아빠랑 그네 탈래.”
“으응? 방금 그네 다 탄 거 아니었어?”
“아꿍이처럼 나도 아빠랑 타고 싶어.”
「나도 시현이랑 타고 싶다, 뾰!」
“으…… 응……. 그럼 같이 그네 탈까?”
아이들의 초롱초롱 눈빛 공격에 나는 어쩔 수 없이 그네에 올라탔다. 나는 아이들이 만족할 때까지 번갈아 같이 그네를 타며 몸을 움직여야 했다.
아이들이 질릴 때까지 그네를 태워준 뒤. 우리는 벤치에 모여 앉아 휴식을 취했다.
내가 그네 지옥에 빠져 있는 사이, 어머니가 카페에서 사 온 마실 거리와 간식을 함께 나눠 먹었다.
어머니와 아이들은 귀여운 쿠키와 과일 주스를 마셨고, 나는 간단하게 아이스 아메리카노, 안드라스는 초코칩과 휘핑이 가득 들어 있는 아이스 초코를 마셨다.
커다란 덩치가 작아 보일 정도로 축 처진 상태, 거기에 아이스 초코를 소중히 들고 마시는 모습은 묘한 안쓰러움을 불러일으켰다.
이상함을 감지한 어머니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안드라스 씨, 무슨 걱정이 있으세요? 표정이 어두운데…….”
“아,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안드라스는 화들짝 놀라며 아무렇지 않은 척 연기했다. 하지만 누가 봐도 어색한 반응이었기에 어머니는 안쓰러운 표정으로 그를 위로했다.
“시현이랑 같이 뭔가 하는 모양인데, 금방 일이 잘 풀릴 거예요. 나도 응원하고 있을게요.”
쩝…… 아무래도 어머니는 이미 나와 안드라스의 이상한 행동을 눈치채신 모양이었다.
아니, 눈치를 못 채는 게 더 이상한 일이긴 했다. 며칠 동안 계속 이상한 곳을 헤매고 다녔으니…….
어머니는 안드라스의 자세한 사정은 모르지만, 부드러운 손길로 그의 등을 쓰다듬으며 따스한 눈빛을 보냈다. 덕분에 안드라스의 표정에 살짝 활기가 돌아왔다.
“감사합니다, 어머님.”
안드라스는 감사 인사와 함께 꾸벅 고개를 숙였다. 어머니의 입가에 푸근한 미소가 걸렸다. 그가 조금이나마 기운을 되찾은 것 같아 약간 마음이 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