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228화
슈나르페의 문제아(5)
동생이 사용하는 아티팩트라고?
안드라스의 다급한 말에 나는 흠칫 몸을 떨었다.
며칠 동안 이곳저곳을 헤매며 겨우 찾아낸 동생의 흔적이었다. 하지만 기대감보다는 먼저 불안감이 불쑥 치솟았다.
동생의 아티팩트가 정체 모를 남자의 손에 들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마 안드라스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얼굴에 불안함이 가득했다.
이 아티팩트 수리점의 주인으로 보이는 남자는 수리하던 아티팩트에 두 손을 뗐다. 그리고 다시 한번 더 안경을 고쳐 쓰며 입을 열었다.
“아티팩트 수리를 맡기러 온 손님은 아닌 것 같고…… 여기에는 무슨 일로 찾아왔는가?”
“…….”
순간 뭐라 대답해야 할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아 입술을 우물거렸다.
가게 주인의 입장에서 보면 지금 우리의 행동은 굉장히 이상하게 보일 수밖에 없었다.
잠시 생각을 가다듬은 다음.
차분한 얼굴로 가게 주인에게 말을 걸었다.
“실례합니다. 여기 가게 주인이시죠?”
“…….”
-끄덕.
가게 주인은 ‘왜 쓸데없는 질문을 하느냐?’는 한심한 표정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나가다가 우연히 수리하고 계신 아티팩트를 봤는데. 저희가 찾고 있는 사람의 물건인 것 같아서요.”
“…….”
“혹시 어디서 그 아티팩트를 구하셨는지 알 수 있을까요?”
최대한 공손한 태도로 가게 주인에게 부탁했다. 하지만 그는 얼굴을 살짝 찌푸리며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내가 왜 그걸 알려줘야 하지?”
“어…… 그게…….”
당황해서 제대로 대답을 못 하고 더듬거리는 사이, 옆에 있던 안드라스가 불쑥 끼어들었다.
“저는 지금 소식이 끊긴 동생을 찾는 중인데. 그 아티팩트는 제 동생이 사용하던 게 분명합니다.”
“…….”
“괜찮으시다면 어떻게 그 아티팩트를 얻으셨는지 알 수 있겠습니까? 제발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드라스는 굉장히 절박한 태도로 부탁했다. 가게 주인은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안드라스를 빤히 쳐다봤다.
가게 안에는 무거운 침묵과 함께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이 아티팩트의 주인과 가족이라고?”
“네, 맞습니다. 분명 제 동생의 아티팩트가 분명합니다.”
“그럼 증명해 보게.”
“네?”
뜬금없는 요구에 우리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리고 있는데.
가게 주인이 두 손을 이마 쪽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주먹을 쥔 상태에서 양쪽 검지를 펴 보였다.
“……!”
“……!”
우리는 그의 행동이 의미하는 것을 금방 눈치챘다. 가게 주인은 분명 ‘마족의 뿔’을 흉내 내고 있었다.
안드라스가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보았다. 그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듯했다.
천족의 눈을 피해 조용히 일을 끝내야 하는 상황. 아무에게나 정체를 드러내는 건 자칫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 생각에 가게 주인은 안드라스의 동생을 직접 만난 게 틀림없어 보였다.
고민은 길지 않았다.
겨우 찾아낸 실마리를 놓치지 않기 위해 약간의 위험은 감수하기로 했다.
나는 안드라스를 바라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는 자신의 이마 쪽으로 손을 가져갔다.
뿔을 숨기기 위한 아티팩트를 걷어내자 안드라스의 이마에서 커다란 마족의 뿔이 모습을 드러냈다.
“흐음…….”
가게 주인은 그 모습을 보고도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몸을 앞으로 숙이며 뿔을 자세히 관찰할 뿐이었다.
한참 동안 안드라스의 뿔을 살피던 가게 주인은 안경을 벗어 책상에 내놓았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가게의 문을 걸어 잠근 뒤, 우리를 향해 손짓했다.
“따라오게.”
그는 짧은 한마디만을 남기고 가게의 뒤편으로 향했다.
“따라가죠, 안드라스 씨.”
“네.”
“아꿍아, 조금만 더 얌전히 있어.”
-무우?
나는 아꿍이를 챙겨 들고 황급히 움직이며 가게 주인의 뒤를 쫓았다.
가게 주인은 가게 뒷문으로 빠져나와 걷기 시작했다. 좁은 골목길을 빠져나오자 길게 이어진 주택가가 보였다.
그는 가까이에 있던 한 주택의 대문 안으로 들어가더니 성큼성큼 현관문 앞까지 도달했다.
예정에 없던 낯선 집의 방문에 우리가 머뭇거리고 있을 때, 가게 주인은 자연스럽게 현관문을 열고 집 안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우리도 어쩔 수 없이 그를 따라서 집 안으로 발걸음을 내디뎠다.
집 안쪽에서 인기척과 함께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직 가게 끝날 시간이 아닌데. 벌써 집에 들어오는 거예요?”
가게 주인과 비슷한 연배의 여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분위기상 그의 아내인 것 같았다.
“어머! 손님이랑 같이 오셨네요?”
그녀는 뒤따라오는 우리를 발견하고 아쉬운 목소리를 냈다.
“어휴. 손님을 데려오면 미리 말씀 좀 해주시지.”
“내 손님이 아니야.”
“……?”
가게 주인은 손가락으로 안드라스의 얼굴을 가리켰다. 중년 여성은 뒤늦게 마족의 뿔을 발견하고, 깜짝 놀라며 연신 감탄사를 터뜨렸다.
“어머! 어머! 혹시 그 아이를 찾아오신 분들?”
“가족이라더군.”
“어머나! 여기에 있는 줄 어떻게 알고 찾아오신 거래요? 분명히 연락할 방법이 없다고 했는데.”
이번에도 참지 못한 안드라스가 먼저 앞으로 나섰다.
“여기 계신 분이 제 동생의 아티팩트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혹시 동생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계십니까?”
“형제분이셨군요? 그 아이라면 지금 여기에 있어요.”
“제 동생이 여기에 있단 말씀입니까?”
“네, 지금 위층에 있어요. 안내해드릴까요?”
“부,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드라스가 떨리는 목소리로 부탁하자 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생각지도 못한 전개에 얼떨떨한 표정을 지으면서, 그녀를 따라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으로 향했다.
2층에 올라간 중년 여성은 어느 방의 문을 두드렸다.
“릴리아∼! 릴리아∼!”
-예?
“가족분들이 찾아왔는데?”
-아아…… 앗! 잠시만요! 지금 중요한 부분이거든요.
방 안쪽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중년 여성은 작게 한숨을 내쉬고 문고리를 잡았다.
-덜컥!
문이 열리고 방 안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방, 그곳에서 누군가 컴퓨터 앞에 앉아 열심히 키보드와 마우스를 움직이고 있었다.
곧이어 모니터 화면에 ‘승리’라는 글자가 떠오르고, 컴퓨터 앞에 앉아있던 누군가는 양팔을 번쩍 들어 올렸다.
“아하하! 이겼다!”
승리의 환호와 함께 헤드셋을 벗으며 의자를 빙글 돌렸다.
연보라색 단발머리, 유난히 반짝거리는 눈동자와 장난기 넘치는 얼굴. 집에서 게임만 할 것 같은 편한 옷차림의 마족이 방긋 미소 지었다.
“아주머니 봤어요? 제가 캐리해서…… 응?”
의자의 앉아 있던 마족의 시선이 안드라스에게 고정됐다.
“릴리아…….”
“오라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