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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231)화 (231/426)

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231화

마계로 돌아가는 길(3)

“어떻게 천족이…….”

모두의 마음을 대변하듯.

누군가 힘없이 중얼거렸다.

왜 천족이 이곳을 포위했을까?

당연히 ‘마력핵에너지 연구소’에 불만을 가졌을 리는 없으니. 천족이 갑자기 이곳을 포위할 이유는 딱 한 가지밖에 없었다.

규칙을 어기고 마계에서 지구로 넘어온 릴리아.

그녀의 존재가 그들을 이곳으로 불러들인 게 틀림없었다.

어떻게 들킨 걸까? 몰래 감시라도 붙여놨던 걸까?

혹시 이기석 본부장이나, 허영섭 연구소장이 배신을??

몇 가지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모두가 정신이 없던 그때.

발레리안이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리고 지금의 상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안드라스! 차원문을 열려면 시간이 얼마나 더 필요하지?”

“잠깐만…….”

안드라스는 재빨리 차원문 장치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마력 충전의 경우는 억지로 시간을 줄일 수 있겠지만, 좌표를 확정하는 작업이 최소한 삼사십 분은 필요해.”

“만약에 그때까지 시간이 없다면?”

“억지로 차원문을 생성해내는 건 가능해. 물론 그만큼 연결이 불안정해지겠지. 목적지와 완전히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든가, 최악의 경우에는 영영 돌아오지 못할 수도…….”

설명을 들은 발레리안이 굳어진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내가 밖으로 나가서 최대한 시간을 끌어볼게. 말이 안 통하는 놈들이긴 해도 나를 아예 무시하지는 못할 거야.”

“고맙다, 리안.”

안드라스는 발레리안에게 고마움의 시선을 보내고 곧바로 움직였다. 그는 릴리아, 연구소장의 도움을 받아 차원문 장치를 손보기 시작했다.

발레리안은 천족들이 있는 곳으로 나가기 전, 내 쪽으로 다가와 앞으로의 대응 방법을 신신당부했다.

“시현 씨! 혹시 천족이 어떤 질문을 해오더라도 아무 대답도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어차피 천족은 시현 씨를 억압할 방법은 없어요. 나머지는 제가 다 알아서 하겠습니다.”

“알겠어요.”

“그럼 나중에 다시 뵙겠습니다.”

발레리안은 나를 안심시키고 싶었는지 한번 씨익 웃어 보였다. 그리고 빠른 걸음으로 작업실을 빠져나갔다.

바깥의 소란스러움이 점점 커졌다. 누군가 고함을 치는 소리도 간간이 들려왔다.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과 불안함으로 가슴이 답답해졌다.

빠르게 10분이 흘러갔다.

다행히 세 사람은 차원문 장치의 조정을 끝냈다. 허영섭 소장은 이마의 식은땀을 닦아내며 말했다.

“저도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다 끝난 것 같으니, 밖에 나가서 조금이라도 시간을 끌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소장님.”

“감사합니다.”

안드라스와 릴리아가 차례로 고마움을 표했다.

“하하! 오늘 함께 작업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제게는 큰 영광이었습니다. 다음에 또 이런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군요.”

연구소장은 짧게 작별 인사를 나누고 작업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바깥쪽에서 들려오던 소란스러움이 점점 커지더니, 어느 순간 소름이 끼칠 정도로 조용해졌다.

그리고 발레리안이 보낸 짧은 문자가 도착했다.

[여기까지.]

나는 곧바로 안드라스와 릴리아에게 외쳤다.

“더는 시간이 없을 것 같아요!”

안드라스의 얼굴에 망설임이 가득해졌다. 아직 좌표를 확정하는 데에 시간이 많이 부족한듯했다.

좌표가 불안정할수록 차원문의 위험도 같이 올라가는 상황. 하지만 더 망설이다가는 차원문을 열 기회조차 아예 없을지 몰랐다.

결심을 굳힌 안드라스가 차원문 장치 쪽으로 다가섰다.

작업대 위에 있던 장치를 조심스럽게 들어 올려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럼 차원문을 열겠습니다.”

“…….”

“…….”

나와 릴리아 모두 긴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안드라스가 장치를 조작하자 작업실 내부에 마력의 파동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우우우우웅!!!

귀가 아파져 올 정도로 거대한 울림.

농장에서 가끔 차원도약 마법을 사용할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울림이었다.

-파팟! 파파팟!!

-콰직! 콰직!

잠시 후, 차원문 장치 주변으로 강한 스파크가 튀면서 공간이 일그러졌다. 계속 일그러지던 공간이 쭉 갈라지더니, 하나의 차원문을 만들어냈다.

릴리아는 차원문 쪽으로 다가서며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불안정하게 만들어낸 차원문, 그 너머에는 어떤 위험이 있을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었다.

“나도 함께 간다.”

“오라버니?”

그녀의 곁으로 안드라스가 다가섰다.

“원래는 저만 차원문을 넘기로 했잖아요.”

“일이 잘 풀렸으면 그렇게 했겠지만, 어떤 위험이 있을지 모르는 곳에 너 혼자 보낼 수 없어. 나도 함께 간다.”

“오라버니…….”

두 남매의 훈훈한 분위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쾅! 쾅쾅!!

닫혀 있던 작업실의 문을 누군가 강하게 두드리기 시작했다. 금방이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올 정도로 거칠었다.

결심을 굳힌 안드라스는 릴리아와 함께 차원문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두 사람이 차원문을 통과하기 직전, 나는 뭔가 불길함을 느끼고 소리 질렀다.

“자, 잠깐만요!”

“시현 님?”

“시현 오라버니?”

“그 차원문 뭔가 불길해요.”

안드라스는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

“시현 님, 불안한 마음은 알겠지만, 저희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천족에게 붙잡히는 것보다는 이쪽이 훨씬 가능성이 큽니다.”

“그건 저도 알아요. 하지만…….”

단순히 불길하다는 정도가 아니었다. 이전에도 여러 번 느껴본 적 있는 확신에 가까운 느낌. 거기다 내가 뭔가를 해낼 수 있다는, 알 수 없는 충동이 머릿속에 퍼져 나갔다.

이게 극도의 긴장감으로 판단력이 흐려지는 것인지, 아니면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는 건지…… 스스로 확신할 수 없어 혼란스러웠다.

-쾅쾅쾅!!! 콰직!

닫혀 있던 문이 강한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부서지기 시작했다. 갈라진 문의 틈새로 하얀색 옷을 입은 존재가 여럿 보였다.

“시현 님! 저희는 가보겠습니다!”

“고마웠어요, 시현 오라버니!”

작별 인사를 남기는 두 사람.

차원문 쪽으로 다가서는 그들의 뒷모습이 느린 동작처럼 느껴졌다.

“나도 모르겠다!”

-타타탓!

-덥석!

“시현 님?!”

“시현 오라버니?!”

차원문을 통과하기 직전.

나는 재빨리 앞으로 뛰쳐나가 두 사람의 팔을 붙잡았다. 그들이 놀라움을 다 표현하기도 전에 우리는 함께 뒤엉켜 차원문을 통과했다.

등 뒤쪽으로 천족의 목소리가 잠시 들려왔다. 하지만 이내 윙윙거리는 소음에 파묻히며 멀어져갔다.

[《?????????》능력이 사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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