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235화
비오는 날의 대결(2)
카네프의 갑작스러운 제안에 나는 어안이 벙벙해져서 되물었다.
“이, 이렇게 뜬금없이요?”
“뭐가 뜬금없어? 최근에 안드라스 데리고 저쪽 세상에 다녀왔잖아.”
“그렇긴 한데…….”
“발레리안에게 들었어. 이제 한 명은 천족의 허락 없이도 나갈 수 있잖아. 그렇지?”
나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대로 이제 나는 마족 한 명을 지구로 데려가는 게 가능했다. 그 덕분에 최근에 안드라스와 함께 릴리아를 찾으러 다녀올 수 있었다.
그런데 가능, 불가능을 떠나서.
이런 건 먼저 나한테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닌가?
약간은 억지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불평을 늘어놓을 수는 없었다. 이미 농장 식구들의 눈이 기대감으로 반짝였기 때문이다.
농장에 함께 지내면서 나를 통해 지구의 문물을 많이 접하다 보니. 모든 식구가 저쪽 세계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컸다.
그래서 리아네와 안드라스가 함께 지구로 향할 때, 나머지 식구들의 부러움이 아주 컸다.
그런 그들의 기대를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또 농장 식구들과 지구에서 시간을 보내는 걸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문제는…….
“저…… 그럼 내기에서 이기면 사장님도 나가시는 거예요?”
“나는 왜? 내가 어때서?”
카네프는 두 눈을 크게 뜨며 위협했다.
그 기세에 몸을 움찔 떨면서도 억지로 입을 열었다.
“솔직히 사장님이 마음대로 행동하시면 막을 사람이 없잖아요.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으로서 당연히 불안할 수밖에 없죠.”
“크흠, 내가 뭐 뒷골목에 막 나가는 불량배도 아니고…… 나도 지킬 건 지키니까 걱정하지 마.”
“정말요?”
나를 포함한 다른 농장 식구들이 의심 어린 눈초리로 카네프를 바라봤다.
“아! 진짜 오해라니까! 나도 생각이 있는 사람이야. 절대 이상한 짓 안 해.”
그는 진지한 눈빛으로 연거푸 자신 억울함을 호소했다. 저렇게까지 말하는 걸 보니 정말로 저쪽 세계에 가보고 싶은 모양이었다.
모두의 시선이 내 쪽으로 향했다. 카네프의 처분에 대해 내 의견을 기다리는 것 같았다. 잠시 고민에 빠졌던 나는 결정을 내리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장님이 절대 무리한 행동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주시면 저도 반대하지 않을게요.”
“좋아. 약속할게!”
나에게서 허락이 떨어지자 카네프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퍼져 나갔다.
대화가 끝나길 기다리던 리아네는 설렘이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럼 시현 님과 함께 나가는 한 명은 어떻게 정할 거예요?”
“최대한 공평한 게임으로 정하는 게 좋겠죠?”
내가 어떤 게임으로 내기를 할지 고민하는 사이, 카네프는 리아네와 안드라스를 향해 손을 내저었다.
“너희 둘은 내기에서 빠져.”
“네?”
“……?”
“두 사람은 이미 시현이랑 저쪽 세계에 다녀왔잖아. 그러니까 빠져.”
카네프는 이전에 두 사람이 지구에 다녀왔던 사실을 언급하며 내기에서 빠질 것을 주장했다. 리아네와 안드라스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반발했다.
“그런 게 어딨어요? 그때 공평하게 제비뽑기로 정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공평하게 정해야죠.”
“리아네 양의 말이 지극히 옳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저쪽 세계로 갔을 때는 휴가의 의미보다는 중요한 임무가 따로 있었습니다. 지금과는 상황이 아주 다르지요.”
반박하는 두 사람과는 달리, 엘프리드는 은근슬쩍 카네프의 주장을 옹호했다.
“이번에는 사장님의 말이 일리 있는 것 같은데요. 중요한 임무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리아네 선배, 안드라스 선배 모두 다녀온 다음에 엄청 재밌었다고 자랑하셨잖아요.”
“크흠…….”
“어…… 내가 그랬었나?”
리아네와 안드라스는 어색한 표정으로 시선을 회피했다.
“둘은 빠지라니까.”
“저희에게도 공평하게 기회가 있어야죠.”
“저랑 사장님만 못 가봤는데. 조금 양보해 주시는 게…….”
“엘린 군, 저도 계속 동생을 찾아 헤매느라 제대로 못 즐겼습니다. 쉽게 양보할 수는 없겠군요.”
팽팽하게 의견 대립을 하며 맞서는 네 사람.
“자∼자∼ 일단 흥분을 좀 가라앉히세요.”
어쩔 수 없이 내가 중간에 끼어들어 상황을 정리했다.
“일단 게임을 하려면 다 같이 하는 게 재밌잖아요. 리아네 씨와 안드라스 씨를 빼놓고 하는 건 좀 별로인 것 같아요.”
내 말에 리아네와 안드라스의 표정이 밝아졌지만, 카네프는 얼굴을 살짝 일그러뜨렸다. 나는 재빨리 뒤에 말을 덧붙였다.
“다음 휴가 때 함께 나갈 사람은 모두 공평하게 게임으로 정하지만, 혹시 다음에 도움이 필요한 일이 생기면 사장님과 엘린에게 먼저 기회를 드릴게요. 이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요?”
내 중재안에 엘프리드는 나쁘지 않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고, 카네프도 썩 마음에 드는 눈치였다. 리아네와 안드라스도 별다른 이견 없이 내 제안에 동의했다.
그렇게 농장 식구들의 합의 끝에.
본격적으로 ‘휴가 동행권’을 건 대결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