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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239)화 (239/426)

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239화

슈나르페 가문의 초대(1)

안드라스가 가져온 초대장을 빤히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어떻게 할까?

솔직한 마음으로는 초대가 그렇게 기쁘지는 않았다.

슈나르페 가문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게 아니라, 귀족 가문에 초대된다는 사실이 아직도 조금은 부담스러웠다.

마계를 기준으로 생각하면 나도 엄연한 귀족이지만, 그 특유의 화려하고 딱딱한 분위기가 적응하기 힘들었다.

지난번 바르바토스 가문에 방문했을 때도 비슷한 의미로 힘들어했으니까.

망설이는 내 모습을 본 안드라스가 슬쩍 말을 건넸다.

“시현 님, 혹시 초대가 마음에 안 드십니까?”

“아, 아뇨! 마음에 안 드는 게 아니라…….”

“……?”

“쩝…… 제가 아직 이런 자리가 익숙지 않아서요. 조금 부담스럽기는 하네요.”

“그러시군요…….”

내가 은연중에 거절의 의사를 보이자, 안드라스는 크게 실망한 듯 낯빛이 어두워졌다. 그리고 커다란 덩치가 눈에 띌 정도로 축 처졌다.

안드라스가 속상해하는 모습을 보니 입안이 쓰게 느껴졌다. 친구가 해맑게 건넨 생일 초대장을 거절한 것 같은, 그런 죄악감이 느껴졌다.

“너도 안 가는 거야? 잘됐네. 어차피 나도 가기 귀찮았거든. 대충 바쁘다고 둘러대고 초대장 돌려보네.”

“사장님…….”

나는 눈치 없는 카네프에게 눈총을 줬다. 그러자 그는 ‘내가 뭘?’이라는 억울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카네프의 발언으로 안드라스의 얼굴은 더욱 흐려졌다. 괜히 옆에서 지켜보는 나까지 안절부절못할 정도였다.

에휴…….

어쩔 수 없지.

“저는 갈게요. 언제 가면 되는 거예요?”

“저, 정말입니까?”

안드라스가 표정을 확 피면서 되물었다. 축 처져 있던 어깨도 금방 원래대로 돌아갔다.

“조금 껄끄럽긴 하겠지만, 간단하게 식사를 하는 정도라면 괜찮을 것 같아요.”

“억지로 초대에 응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저는 시현 님이 마음 편한 대로 하시는 게 좋습니다.”

내가 편한 게 좋기는…… 조금 전까지 비 맞은 강아지처럼 안쓰러운 모습이었으면서…….

안드라스는 나를 배려하는 듯 말하면서도 슬쩍슬쩍 내 눈치를 봤다. 혹시나 내가 초대를 다시 거절할까 봐 걱정하는 눈빛이었다.

말과 행동이 너무 극명하게 달라서 제대로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나는 억지로 웃음을 참으며 입을 열었다.

“저랑 안드라스 씨의 인연을 생각하면 당연히 초대에 응해야죠.”

“시현 님…….”

“날짜에 맞춰서 꼭 슈나르페 가문에 방문할 수 있도록 할게요. 그리고 가주님께 배려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시현 님! 꼭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안드라스는 감격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초대를 수락한 게 정말로 기뻤는지, 커다란 몸이 덩실덩실 흔들렸다. 그 모습에 나도 덩달아 미소가 지어졌다.

“뭐야? 너 가는 거야?”

“네, 그러려고요. 안드라스 씨가 직접 가져온 초대장을 거절할 순 없잖아요. 사장님도 초대받으신 거죠? 슈나르페 가주님과 친분도 있으신 것 같던데, 저랑 같이 가시면 되겠네요.”

“쓰읍, 나는 네 핑계 대고 안 가려고 그랬는데…….”

아쉬운 표정을 짓는 카네프에게 안드라스가 툭 말을 던졌다.

“카네프 님은 바쁘시면 안 오셔도 됩니다. 아버님께는 제가 잘 말해놓겠습니다.”

아까 내가 초대를 거절했을 때와는 180도 다른, 전혀 미련없는 듯한 말투였다.

너무나도 상반된 태도에 카네프는 ‘이 녀석 봐라?’라는 눈빛으로 안드라스를 노려봤다.

“야…… 안드라스. 너 시현이 안 간다고 할 때랑은 태도가 많이 다르다?”

안드라스는 뒤늦게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몸을 움찔 떨었다.

“그,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오해이십니다”

“오해는 무슨? 방금 표정이 딱 그런 표정이었는데. 나한테 초대장 가져다준 건 그냥 예의상 가져다준 거냐?”

카네프의 추궁에 쩔쩔매며 변명하던 안드라스는 작심한 듯 본심을 털어놨다.

“솔직히 매번 초대장 가져다 드려도 잘 읽어보지도 않으시지 않습니까?”

“크흠, 큼!”

이번에는 카네프도 찔리는 구석이 있는지, 헛기침하며 대답을 회피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저희 가문 아니면 불러주는 곳도 거의 없으시면서…….”

“뭐, 뭐? 이 배은망덕한 녀석이?!”

잔인한 팩트 공격에 카네프가 벌떡 몸을 일으켰다.

위기를 감지한 안드라스는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재빨리 몸을 움직였다. 그리고 방을 뛰쳐나가면서 소리쳤다.

“그러면 두 분 모두 초대를 수락하신 거로 알고 있겠습니다!”

“내가 언제 수락했어?!”

“저는 바빠서 이만…… 나중에 뵙겠습니다, 시현 님!”

“야! 너 거기 안 서?!”

오랜만에 눈 앞에 펼쳐진 추격전을 바라보며 나는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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