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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245)화 (245/426)

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245화

새로운 바람(1)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고?

물론 마계에서도 스마트폰의 일부 기능은 사용할 수 있었다.

사진을 찍는다거나, 동영상을 촬영한다거나, 저장된 노래를 듣기도 했다. 가끔 일정 관리 기능도 애용했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통화, 문자, 인터넷과 같이 통신망이 필요한 기능은 당연히 사용할 수 없었다.

“릴리아, 스마트폰의 통신 기능을 사용하게 해주겠다는 거야?”

마음이 너무 급한 나머지 아주 편한 말투로 질문해 버렸다. 그러자 릴리아도 편한 말투를 사용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맞아.”

“어, 어떻게? 마계와 지구 사이에는 당연히 통신망 연결이 불가능하잖아?”

“나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었어. 하지만 시현 오라버니가 가능성을 보여줬잖아?”

내가?

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녀를 응시했다.

“지구에서 마계로 넘어올 때 기억 안 나?”

“마계로 넘어올 때라면…….”

나와 안드라스 그리고 릴리아.

이렇게 셋은 연구소를 포위한 천족에게 쫓겨 불안정한 차원문을 넘었었다. 굉장히 다급한 상황이라 도박에 가까운 결정이었다.

“불안정한 차원문을 넘어 도착한 곳이 시현 오라버니가 만든 세상이라는 걸 알고 엄청나게 놀랐었어.”

“시현 님이 만드신 세상이라니……?”

“그건 제가 설명해드리겠습니다.”

그때의 상황을 잘 모르는 에스베른을 위해 안드라스가 간략하게 설명을 했다.

“으음…… 그런 일이 있었다니…….”

설명을 들은 에스베른은 굳은 얼굴로 중얼거렸다. 아마도 당시의 상황에 대해서는 처음 듣는 것 같았다.

잠시 말이 끊겼던 릴리아가 다시 입을 열었다.

“시현 오라버니, 그때 기억나? 빠져나갈 방법을 찾지 못해 고민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스마트폰이 울렸던 거?”

“기억나.”

“빠져나가는 일에만 집중해서 그 당시에는 이상함을 느끼지 못했지만, 그곳에서 통신이 연결된 건 분명 비정상적인 일이었어.”

자연스럽게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녀의 말대로 이상한 일이었다. 차원문을 넘어 도착한 세계에 기지국이 있을 리도 없는데, 아주 원활하게 통화가 가능했다.

“요즘에 작업실 출입을 금지당하는 바람에 생각할 시간이 많았거든. 그래서 요 며칠 동안 그때의 상황을 되짚으면서 머리를 싸맨 끝에 한가지 가설을 생각해냈어.”

모두의 관심이 릴리아의 다음 말에 집중됐다. 그녀는 조금 우쭐해진 표정으로 자신의 가설을 펼치기 시작했다.

“내 생각에 시현 오라버니가 만든 세상은 아마도 양쪽 세계와 중첩되어 있는 상태인 것 같아.”

“중첩되어 있다?”

“흐음…….”

“릴리아, 조금만 더 자세히 설명해보려무나.”

이해하기 힘든 설명에 머리가 지끈거리는 나와 달리, 안드라스와 에스베른은 눈을 빛내며 더욱 관심을 드러냈다.

“그곳에 가서 안드라스 오라버니가 했던 말 기억나? 농장 주변의 풍경과 완전히 닮아 있었다고 했던 거.”

“내가 그렇게 말했었지. 기억난다.”

나는 눈치채지 못했던 것과는 달리, 안드라스는 좋은 눈썰미로 그곳의 풍경이 농장과 똑같다는 사실을 금방 알아냈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농장의 풍경을 모방했다고 생각했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게 아닌 것 같아.”

“그럼……?”

“간단히 말해 시현 오라버니가 만든 세상은 마계이면서, 동시에 지구인 거야.”

“저기 미안한데…… 조금만 알아들을 수 있게 설명해 줄래?”

굉장히 난해한 설명에 나는 릴리아의 말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는 어지러워하는 나를 위해 다시 입을 열었다.

“시현 오라버니가 만든 세계. 줄여서 ‘시현계’라고 부를게.”

“시…… 시현계?”

민망해하는 나와는 상관없이 릴리아는 계속 설명을 이어나갔다.

“시현계는 마계와 지구 쪽에 연결된 거야. 같은 차원의 영역은 아니지만, 일정 부분 시공간을 공유하고 있는 것 같아. 그 현상을 이용하면 분명히 방법이 있을 거야.”

“꽤 흥미로운 가설이군…….”

“아버지, 저도 그때 시현계에 함께 있었는데. 꽤 설득력 있는 가설인 것 같습니다.”

슈나르페 가주와 아들, 딸들은 머리를 맞대고 ‘시현계’에 대해 진지한 토론을 이어나갔다. 나에게는 너무 복잡한 내용이라 대부분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건 그렇고 ‘시현계’라는 이름 좀 어떻게 안 되나? 들을 때마다 소름이 돋는 느낌이네…….

열띤 토론을 벌이던 세 사람의 이야기가 슬슬 마무리됐다. 그들의 눈에는 흡족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

“시현 님. 방금 릴리아와 이야기를 나눠본 결과, 지구라는 곳과 마계의 연결이 불가능할 것 같지 않습니다. 혹시 관심이 있으시다면 가문 차원에서 연구를 진행해 보겠습니다.”

에스베른은 진지한 모습으로 내 의중을 물었다.

지구와 마계의 연결이라…….

처음 이곳에 생활할 때만 해도 여러모로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마계로 넘어오는 순간 저쪽 세계와는 완전히 단절된 상황이 돼버리니. 연락해야 하거나 받을 때 여러모로 번거로웠다.

특히 스마트폰 사용에 제약이 생겼을 때 생기는 그 답답함. 아마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경험해 봤을 굉장히 짜증 나는 감정일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해결해 주겠다니!

지금은 농장 생활에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져서 불편함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지만,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될 수 있다면 저야 좋죠.”

“알겠습니다. 그럼 마계와 지구를 연결하는 방법에 대해 연구를 진행해 보겠습니다.”

에스베른은 곧바로 연구를 진행하겠다고 대답했다.

나에 대한 은혜를 갚기 위해서 연구를 한다고는 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그냥 연구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

그래도 괜히 슈나르페 가문이 뛰어난 기술력으로 유명한 게 아니라는 것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이야기가 마무리되려고 할 때쯤, 릴리아가 조용히 내 쪽으로 다가와 속삭였다.

“시현 오라버니.”

“……?”

“마계와 지구를 연결하는 연구에 제 역할이 클 것 같은데. 부탁 한 가지만 들어주면 안 돼?”

“부탁?”

“응.”

그녀는 자이나의 눈치를 슬쩍 살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엄마한테 말해서 내 작업실 좀 다시 개방해달라고 하면 안 돼? 시현 오라버니가 말해주면 분명 엄마도 바로 거절 못 할 거야.”

“으음…….”

“본격적으로 연구를 시작하려면 작업실에 있는 연구 자료랑 장비가 필요하단 말이야. 작업실만 개방해 주면 정말 열심히 연구할게. 응? 제발…….”

릴리아는 불쌍한 눈빛으로 내게 매달렸다. 그 모습이 얼마나 애처로운지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일 뻔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던 나에게 안드라스가 다가와 조언을 건넸다.

“릴리아의 부탁을 들어주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 연구에 대해서는 동생이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겁니다.”

“가문의 일에 괜히 외부인이 끼어드는 게 아닐지…….”

“그런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미 어머니께서 시현 님은 가족이나 다름없다고 하셨지 않습니까? 아마 빈말로 그런 말을 하지 않으셨을 겁니다.”

그는 릴리아 쪽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동생이 큰 잘못을 저지르긴 했지만, 근래에는 정말 열심히 예절 수업도 듣고 자중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마계와 지구를 연결하는 연구도 아마 시현 님께 도움이 되고 싶어서 혼자 생각했을 겁니다.”

아무래도 릴리아는 안드라스가 진지한 자숙의 시간을 보낸 것 같았다.

나는 약간 의외라는 표정으로 릴리아를 바라봤다. 그러자 그녀는 쑥스러운 듯 얼굴을 붉혔다.

“알았어요. 자이나 님에게 제가 한 번 말씀드려볼게요.”

“정말? 시현 오라버니, 고마워!”

릴리아는 환하게 웃으며 내 팔을 껴안았다. 펄쩍펄쩍 뛸 정도로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졌다.

“역시 시현 오라버니는 다정하네. 나 정말로 시집가고 싶어졌을지도?”

그녀의 말이 장난스럽게 느껴져 피식 웃어버렸다. 그리고 아주 가볍게 툭! 하고 꿀밤을 먹여줬다.

“쓸데없이 장난은…… 앞으로도 얌전하게 지내야 한다? 또 사고 치지 말고.”

“히잉…… 진짜인데…….”

얼굴을 찡그리며 머리를 붙잡는 릴리아.

그 모습을 보니 철없는 여동생이 생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안드라스도 나와 비슷한 표정으로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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