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248화
마왕성에서 온 의뢰(1)
이른 새벽.
농장으로 향하는 출근길.
“하아아…….”
새벽 공기를 깊게 들이마시고 숨을 크게 내뱉었다. 생각보다 훨씬 차가운 기운에 가슴이 서늘해졌다.
농장이 높은 지대에 있어서 그런지 요 며칠 사이에 계절이 급격하게 바뀌었다.
얼마 전만 해도 얇은 옷 하나만 입고 출근했었는데, 이제는 겉옷을 껴입지 않으면 안 될 정도였다.
“집에서 나오기 전에 하나 더 껴입길 잘했네.”
집을 나서기 직전에 했던 자신의 선택을 칭찬하며 익숙한 울타리를 따라 걸었다.
멀리서 농장 건물들이 보일 때쯤, 울타리 너머 멀리 야쿰 한 마리가 보였다.
크게 목소리를 내야 겨우 들릴 정도로 먼 거리였지만, 나는 금방 모습을 알아보고 이름을 외쳤다.
“예쁜아∼∼!”
-부우우?
목소리를 알아들은 예쁜이는 황급히 고개를 들고 좌우를 둘러봤다. 곧 울타리 너머 손을 흔드는 나를 발견하고 곧장 이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녀석은 커다란 덩치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가볍고 경쾌한 발걸음으로 달려왔다.
“예쁜아, 잘 잤어? 오늘은 일찍 나왔네?”
-부우. 부우우!
아침 인사를 건네는 나에게 예쁜이는 과격하다 싶을 정도로 몸을 들이밀었다. 나는 웃음을 터뜨리며 녀석을 진정시켰다.
“하하! 그래. 그래. 요즘에 신경을 많이 못 써줬지? 미안해. 다른 일로 워낙 바빠서…….”
한때는 예쁜이와 하루 종일 붙어 있었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때만큼 많은 시간을 함께할 수 없었다.
농장의 식구들도 많아졌고. 이제는 농장뿐만 아니라 카디스 영지까지 보살펴야 하는 처지가 되었으니까.
목덜미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며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목소리가 전해졌는지 예쁜이는 좀 더 얌전해진 모습으로 내 손길을 받아들였다.
“예쁜아, 잠깐만.”
예쁜이에게 잠시만 기다리라고 말한 뒤, 농장 건물이 있는 쪽으로 빠르게 달려갔다.
다시 돌아오는 내 손에는 예쁜이가 좋아하는 약초와 신선한 딸기가 들려 있었다.
“이렇게 몰래 챙겨준 거, 다른 야쿰들에게는 비밀이야.”
-부우우. 부우우!
“많이 가져왔으니까. 천천히 먹어.”
기쁜 울음소리를 내는 예쁜이에게 가져온 것들을 하나씩 챙겨주었다.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자연스럽게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귀여운 아기 야쿰들. 듬직한 큰뿔이.
그리고 다른 야쿰들…… 모두 나에게 소중한 녀석들이지만. 예쁜이는 나에게 특별하고 애착이 가는 존재였다.
마계로 넘어와 농장에 처음 도착했을 때.
예쁜이와 처음으로 만났던 때를 잊을 수 없다. 그때 예쁜이가 다가와 주지 않았더라면 나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제 서운한 마음은 조금 풀렸어?”
-부우우…….
예쁜이는 서운한 마음이 좀 풀렸는지, 한결 부드러워진 움직임으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나에게만 보여주는 일종의 애교였다.
“알았어. 앞으로는 아무리 바빠도 자주 만나러 올게.”
떠오르는 햇살에 새벽의 서늘함이 사라질 때까지. 그렇게 울타리 앞에 서서 여유롭게 예쁜이의 애교를 받아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