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253화
용마족의 마을(3)
으응?
이 울음소리는……?
마을 풍경에서 시선을 돌려 울음소리가 난 방향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작고 귀여운 고양이 두 마리가 이쪽을 기웃거리고 있었다.
-냐아아옹.
-냐아아옹.
한 녀석은 흔히 고등어와 비교되는 털 무늬와 색상을 가졌고, 나머지 한 녀석은 연한 갈색과 흰색이 어우러진 모습이었다.
추운 지역에 사는 녀석들이라 그런지 털이 두툼하게 자라 있었는데, 그 모습이 작은 털 인형을 보는 것 같아 무척 귀여웠다.
너무나도 앙증맞은 두 녀석은 순식간에 나의 관심을 독차지했다. 언덕 아래쪽을 향했던 몸을 완전히 돌려 고양이들을 자세히 살폈다.
-슬금슬금…….
-갸웃?
작은 두 고양이는 호기심과 경계심 사이에서 고민하며 내 주변을 계속 알짱거렸다.
이럴 때 섣불리 움직이면 경계심만 키운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빨리 쓰다듬어보고 싶다는 욕망을 애써 억누르며 천천히 자세를 낮췄다.
완전히 바닥에 주저앉아 느긋한 태도로 기다렸다. 한동안 나를 살피던 두 고양이가 조금씩 내 쪽으로 다가왔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냄새를 맡기도 하고, 내 주위를 한 바퀴 빙 돌아보기도 하더니.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까지 가깝게 접근했다.
두 녀석 중, 고등어 무늬 고양이가 먼저 용기를 냈다. 내 쪽으로 쪼르르 다가와 무릎 위에 두 발을 척! 올렸다.
그리고 초롱초롱한 눈동자로 나를 올려다보는데. 마치 ‘무릎 위로 올라가도 돼?’라고 묻는 것 같았다. 나는 자연스럽게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폴짝!
고등어 무늬 고양이가 내 다리 위로 폴짝 뛰어올랐다. 녀석은 내 품 안이 신기한지 열심히 고개를 돌리며 주변을 살폈다.
눈에서 경계심이 거의 사라졌다고 느꼈을 때쯤, 나는 한쪽 손을 움직여 고양이의 등 부분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어줬다.
-냐아아…….
처음에는 깜짝 놀라며 몸을 떨었지만, 금방 내 손길에 익숙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녀석은 편안한 자세를 잡으며 완전히 나에게 몸을 맡겨버렸다.
허허허, 이게 그 귀하다는 무릎냥이?
다리에서 느껴지는 보드랍고 따뜻한 느낌에 웃음이 절로 흘러나왔다.
-스으윽…….
이번에는 갈색 고양이가 슬금슬금 다가왔다.
기분 좋은 친구의 모습에 샘이 났는지, 은근슬쩍 내 다리 위로 몸을 밀어 넣었다. 그리고는 나를 바라보며 울음소리를 냈다.
-냐아아옹. 냐아아옹.
“너도 쓰다듬어 줄까?”
반대쪽 손으로 갈색 고양이도 부드럽게 쓰다듬어줬다. 그러자 녀석도 울음소리를 멈추고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래, 그래. 착하다.”
품 안의 두 고양이를 쓰다듬는 것만으로도 묘한 충족감이 느껴졌다.
언덕 위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굉장히 차가웠지만, 다리 위에 꽉 들어찬 보드라움과 따뜻함에 오히려 온몸에 훈훈함이 맴도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던 그때.
또 다른 기척이 내 쪽으로 다가왔다. 두 녀석이 모습을 드러냈을 때와는 다르게, 지금은 꽤 커다란 존재감을 가진 녀석이었다.
고개를 들어 다가오는 존재를 확인하는데…….
“……어?”
당황스러운 감정을 담은 짧은소리가 내 입에서 흘러나왔다. 지금 눈앞의 광경을 본다면, 아마도 누구나 나와 비슷한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모습을 드러낸 건 흔히 치즈 냥이라 부르는 평범한 외형을 가진 고양이였는데. 문제는…….
너무 컸다.
처음 얼핏 봤을 때는 순간 호랑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큰 덩치를 가지고 있었다.
원래 이곳의 고양이는 이렇게 큰가?
그러고 보니 추운 지방의 고양이가 크다고 들었던 것 같기도 하고…….
-냐아아아앙.
분명 고양이 울음소리인데도 어딘가 깊숙한 울림이 담겨 있었다. 역시 호랑이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다시 한번 들었다.
거대한 치즈 냥이가 뚜벅뚜벅 내 앞으로 다가왔다. 가까워질수록 더욱 크게 느껴져서 움찔했는데, 녀석의 눈동자를 보자마자 잠시 느꼈던 불안함은 깨끗하게 사라졌다.
보석을 가져다 놓은 것 같은 영롱한 눈동자.
그 눈동자에는 적대감, 경계심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순수한 감정이 느껴지는 것 같아 마음이 편안해졌다.
-냐아옹!
-냐아옹!
품 안에 있던 작은 고양이들이 커다란 치즈 냥이를 바라보며 울음소리를 냈다. 아무래도 서로 아는 사이인 것 같았다.
커다란 치즈 냥이는 나를 빤히 쳐다봤다.
보통의 동물들이나 마수가 보이는 반응과는 사뭇 달랐다. 마치 연륜이 많은 노인이 눈빛만으로 상대를 가늠하려는 모습 같아 보였다.
오묘한 분위기를 가진 녀석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데. 상대 쪽에서 먼저 움직임을 보였다.
-냐아아앙.
커다란 치즈 냥이는 살짝 고개를 숙여 내 쪽으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멍한 표정을 짓다가, 나도 모르게 손을 들어 녀석의 목덜미를 쓰다듬어줬다.
-스윽……. 스윽…….
-그르르릉. 그르르릉.
이걸 골골송이라고 하나?
치즈 냥이는 지그시 눈을 감고 그르릉거렸다. 커다란 덩치 때문에 정말 모터가 돌아가는 듯한 소리가 났다.
녀석의 호의적인 반응에 자신감이 생겨났다. 나는 마수들을 돌보며 갈고 닦은 쓰다듬기 기술을 마음껏 펼쳐 보였다.
-냐아아옹! 냐아아옹!
-냐아옹!
품 안에 작은 고양이들도 쓰다듬어 달라고 울음소리를 냈다.
“알았어. 너희들도 쓰다듬어 줄게.”
나는 두 손이 모자랄 정도로 바쁘게 움직이며 고양이들을 쓰다듬어줬다. 어느새 커다란 치즈 냥이도 나에게 완전히 몸을 맡기게 됐다.
잠시 후.
고양이들에게 둘러싸여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던 나에게 리아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현 님! 시현 님, 어디 계세요?”
“아! 저 여기 있어요.”
내 목소리를 듣고 리아네와 디우르가 모습을 드러냈다.
“죄송해요, 시현 님.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죠? 얼른 숙소로 안내해 드릴……?!”
“허억?!”
두 사람은 나와 고양이들을 보고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나는 그저 커다란 덩치에 놀랐다고 생각하며 태연하게 반응했다.
“여기가 추운 지방이라 그런지 고양이가 엄청나게 크네요.”
“…….”
“…….”
할 말을 잃은 듯한 리아네와 디우르의 모습에 나는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으음? 뭐가 잘못됐나요?”
“저, 저기. 지금 시현 님이 안고 있는 건 그냥 고양이가 아니에요.”
“……?”
“용마족에게는 ‘카르시’라고 불리는 마을의 수호신 같은 존재예요.”
“……예에?!”
나는 화들짝 놀라며 쓰다듬던 손을 황급히 떼어냈다. 그러자 편안함을 즐기고 있던 치즈 냥이가 휙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봤다.
「한창 기분 좋았는데. 왜 멈추는거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