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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254)화 (254/426)

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254화

용마족의 마을(4)

은율이를 제외하고 방 안에 있던 모든 사람의 시선이 치즈 냥이에게 쏠렸다.

녀석은 뭔가를 생각하는 듯, 보석같이 아름다운 눈동자를 데구르르 굴렸다.

모두가 숨죽이고 기다린 끝에.

치즈 냥이의 입에서 나른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냥.」

“잘 모른다고?”

「분명 이상한 기운을 느낀 건 분명하지만, 그게 커다란 털뭉치들이랑 연관이 있는지는 나도 잘 모른다냥.」

“그럼 그 이상한 존재에 대해서 더 아는 건 없어?”

「그때는 대수롭지 않게 넘겨서 기억나는 게 별로 없다냥.」

“으음…….”

혹시 결정적인 단서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치즈 냥이는 뭔가를 확정 지을 수 없는 애매한 대답을 내놓았다.

다른 사람들도 나와 비슷하게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시현 님, 그 이상한 기운을 가진 녀석이 범인일까요?”

“그건 아직 확신할 수 없어요, 리아네 씨.”

“시현 씨의 말이 맞아요. 아마도 내일 시현 씨가 야쿰들을 직접 만나봐야 뭐든지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발레리안의 마지막 말에 옆에 있던 디우르가 빠르게 대답했다.

“카디스 영주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내일 최대한 빨리 야쿰들을 만나러 가실 수 있도록 준비해놓겠습니다.”

수호신으로 모셔지는 ‘카르시’ 덕분일까?

나를 향한 디우르의 태도가 처음보다 훨씬 공손해져 있었다.

-벌컥!

“흐아아암! 뭐가 이렇게 말들이 많아?”

안쪽 방문이 열리고 부스스한 모습의 카네프가 어슬렁어슬렁 걸어 나왔다.

“지금까지 주무셨어요?”

“응. 마차를 오래 타서 그런지 온몸이 뻐근하…… 응? 이건 또 뭐야?”

카네프는 내 옆에 커다란 치즈 냥이를 발견하고 멈칫했다. 그리고 뜻밖의 반응이 흘러나왔다.

“뭐야? 이 녀석 아직도 살아 있었어?”

“어? 사장님, 수호신 님을 알고 계세요?”

“흥! 수호신은 개뿔…… 그냥 산에서 밥이나 얻어먹는 길고양이지.”

그는 수호신이라는 말에 코웃음을 치더니, 사슬을 소환해 치즈 냥이를 멀리 던져 버렸다.

-휙!

「냐아아앙?!」

치즈 냥이는 거대한 몸집과 어울리지 않는 아주 날렵한 몸놀림으로 바닥에 착지했다. 그리고 털과 꼬리를 바짝 세우며 적대감을 드러냈다.

「캬아아아! 이게 무슨짓이냥!」

꽤 살벌한 기세가 뿜어져 나왔지만, 카네프는 전혀 개의치 않고 비워진 내 옆자리에 앉았다.

“왜 내가 쉬고 있는 곳에서 난리야? 여기서 털 날리지 말고 산으로 돌아가.”

「여전히 막무가내인 행동은 여전하구냥.」

“응? 수호신 님? 우리 사장님을 아세요?”

내 물음에 치즈 냥이는 계속 카네프를 노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다냥. 예전에 우르르 자기 부하들을 이끌고 마을에 찾아왔었다냥.」

우르르 이끌고 왔다는 말에서 카네프가 단장 시절에 이곳을 방문했다는 걸 눈치챘다.

“사장님, 여기 처음 오신 게 아니었어요?”

“아주 오래전, 내가 단장 일을 하던 시절에 한 번 왔었지. 그때 이 마을에서 리아네도 처음 만났었고…….”

“……?”

카네프는 씁쓸한 표정으로 말을 끊으며 묘한 여운을 남겼다. 슬쩍 리아네 쪽을 바라보니 그녀도 비슷한 표정이었다.

뭔가 더 물어보기에는 부담스러운 분위기였다.

혹시나 해서 발레리안을 바라봤지만, 그는 난처한 표정으로 미세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아마도 발레리안도 지금 이 자리에서 자세한 이야기를 할 수 없는 것 같았다.

방 안에는 잠시 어색한 침묵이 맴돌았다.

그 침묵을 깨뜨려준 건 다름 아닌 귀여운 여우 소녀였다.

“아빠, 아빠!”

은율이가 달려와 앉아 있던 나의 팔을 붙잡았다.

“왜 그래, 은율아?”

“나 배고파.”

“아!”

배고프다는 은율이의 말에 나도 뒤늦게 배 속이 허전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을에 도착하고 먹은 거라고는 차와 약간의 간식뿐이었다.

디우르는 크게 당황한 모습을 보이며 고개를 숙였다.

“죄, 죄송합니다.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수호신님 때문에 경황이 없었습니다. 빨리 식사를 하실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그리고는 후다닥 밖으로 뛰쳐나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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