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계농장에서 힐링하는 법 255화
용마족의 마을(5)
나와 발레리안은 디우르를 비롯한 용마족 전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마을 외곽으로 향했다.
마을 중앙의 넓은 길을 걷고 있을 뿐이었는데 많은 마을 주민이 집 밖으로 나와 우리의 모습을 구경했다.
꽤 이른 시각임에도 처음 도착했을 때 보다 훨씬 그 수가 많았다.
-웅성웅성.
-웅성웅성.
“리안 씨, 어제보다 우리를 구경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지 않아요?”
내 질문의 대답은 우리의 앞쪽에서 걷고 있던 디우르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어제 있었던 일이 벌써 마을 사람들에게 소문이 난 모양입니다.”
“소문이요?”
“수호신님께서 카디스 영주님을 몹시 마음에 들어 한다는 소문입니다. 심지어 식사까지 함께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아…….”
어제 카르시들과 함께했던 것이 벌써 마을 사람들에게 알려진 모양이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마을 사람들뿐만 아니라, 우리를 호위하기 위한 전사들도 내 쪽을 힐끔거리고 있었다.
“큭큭. 벌써 이 마을에 인기인이 되셨는데요?”
“끄응…….”
발레리안은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키득거리며 웃었고, 반면에 나는 시선이 집중된 부담스러움에 얼굴이 굳어졌다.
그렇게 많은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마을의 큰길을 걷다 보니 어느새 외곽 지역에 도착했다.
마을의 입구를 막 빠져나오려는 순간 일단의 무리가 우리의 앞길을 막아섰다.
“이렇게 이른 아침부터 어딜 그렇게 급하게 움직이시나?”
촌장을 만나던 자리에서 노골적인 적대감을 드러냈던 하르간이라는 용마족이었다. 능글맞은 그의 언행에 디우르가 양쪽 눈썹을 찌푸리며 앞으로 나섰다.
“하르간! 이게 뭐 하는 짓이냐?”
“워∼워∼ 진정해. 누가 보면 우리가 싸우러 온 줄 알겠어.”
“…….”
하르간은 힐긋 나와 발레리안이 있는 쪽을 바라봤다.
“중요한 손님들이랑 볼일이 있나 봐?”
“우리는 촌장님의 명을 받고 움직이는 중이다. 방해한다면…….”
“그럴 생각은 전혀 없으니까 걱정하지 마. 오히려 도와주러 온 거라고.”
“뭐……?”
“마왕성에서 오신 중요한 손님인데. 당연히 마을의 가장 뛰어난 전사들이 호위해야 하지 않겠어?”
그는 ‘가장 뛰어난 전사’라는 말과 함께 자신을 따르는 용마족 전사들을 바라봤다. 그들의 입가에 자신만만한 미소가 생겨났다.
반면에 디우르 쪽 전사들의 얼굴이 살짝 구겨졌다. 자연스레 두 전사 무리 사이에 묘한 분위기가 생겨났다.
“우리도 호위에 참여하겠다.”
“무슨 꿍꿍이지?”
“다른 생각은 없다. 그저 마왕성에서 대책이랍시고 보낸 자가 얼마나 대단한지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을 뿐이다.”
“…….”
말없이 하르간을 노려보던 디우르가 슬쩍 고개를 돌려 우리 쪽을 바라봤다.
아무래도 우리의 의사를 묻는 것 같았다. 발레리안이 내 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작게 속삭였다.
“시현 씨, 저들의 합류를 허락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왜요? 저 용마족들은 우리를 적대시하는 쪽 아닌가요?”
“어제 촌장이 우리에게 맡기겠다고 못 박아둔 이상, 저들도 대놓고 우리의 일을 방해하진 않을 겁니다.”
“흐음…….”
“괜히 빌미를 마련해 주는 것보다 합류를 허락하고 저들에게 인정받을 만한 성과를 보여주는 게 가장 좋겠죠.”
“알겠어요. 리안 씨 의견을 따를게요.”
나의 동의를 얻은 발레리안은 여유롭게 웃으며 디우르에게 말했다.
“저들의 합류를 허락하세요.”
“괜찮으시겠습니까?”
“호위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 아니겠습니까?”
“……두 분의 생각이 그러시다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마을 입구에서 하르간의 무리가 합류하고 불어난 일행은 다시 야쿰이 머물고 있는 곳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